[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학], ‘여도인’ 시리즈에 대하여
알면 더 사랑하게 되는 로컬의 재발견
[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학], 줄여서 ‘여도인’ 시리즈는 국내 여행자들이 사랑하는 전국의 도시들을 인문적 시선으로 조금 더 깊숙이 들여다보고 풍경 이면의 뿌리와 정신까지 읽어주는 문화 안내서이다. 그 도시에서 태어났거나 어떤 이유로든 오래 머물면서 문화의 흐름과 변천사를 지켜본 저자들이 그 지역의 주요 역사·지리적 배경, 고유한 음식과 축제, 건축과 주거문화, 현지민의 언어와 대표적 인물, 그밖에 다양한 풍속과 라이프스타일 속에서 이야기를 끌어내 지역의 고유함과 차이를 알게 한다. 인문적 스토리를 찾아 느린 도시 여행을 즐기는 사람, 그 도시에서 한번쯤 살아보거나 이주할 계획을 갖고 있는 사람, ‘로컬의 재발견’을 시도하고 있는 오늘의 젊은 세대들에게 공간의 서사를 발견하고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기획되었다.
한 지붕 삼형제로 살아가는 경남 3대 항구도시,
마산-진해-창원을 통으로 읽는다
속 깊은 국내 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 여행 시리즈, [여행자를 위한 도시인문학]에서 예부터 ‘마진창’ 혹은 ‘마창진’이라는 줄임말로 함께 불려온 경남의 3대 항구도시들, 마산-진해-창원의 이야기를 책 하나에 묶어냈다. 2010년에 통합 출범한 ‘창원시’라는 이름 대신 ‘마산·진해·창원’을 책 제목에 나란히 넣은 것은 이곳에서 나고 자랐거나 이 땅에 오래 머물며 살아온 사람들의 문화적 정체성이 아직은 옛 도시에 대한 기억에 더욱 강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2018년은 ‘창원 방문의 해’였다. 통합창원시가 국내 여행자들의 발길을 창원시로 불러 모으기 위해 많은 예산을 써서 홍보를 했을 테지만 타 도시 사람들은 조금 낯설어했다. “창원? 창원에 뭐가 있지?” 그러다 “진해와 마산이 있지!”라고 하면 다들 눈이 뜨인다. “아, 마산이랑 진해가 창원시야?” 그렇다. 창원과 마산, 진해는 가까운 지역에서 비슷한 환경을 토대로 성장한 이웃도시이긴 하지만 오랫동안 그렇게 다른 이름으로, 다른 개성과 느낌으로 읽혀왔다. 하나가 되었어도 완전히 하나로 통합해 이야기할 수 없는 각 지역의 역사·문화적 색채를 이 책에서는 도시별 파트로 나누어 다루었다.
마산: 왕년에 부산 다음가던 경남의 자존심
책 싣는 순서는 도시의 성장사와 궤를 같이 한다. 일제강점기 여섯 번째 개항지(1899년)로 근대의 물결을 빠르게 흡수하며 성장한 도시, 마산이 그래서 첫 번째다. 마산은 국내 최초의 수출자유지역으로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엔진 역할을 담당한 1970~80년대, 인구로도 전국 7대 도시 반열에 오르며 최고 전성기를 구가했다. 도시로서 가장 화려한 시절을 보낸 이 때의 이야기를 책의 맨 앞부분에 실었다. 이후로 진동리유적 등이 증명한 고대 기록부터 마산 3·15 의거, 부마항쟁으로 이어진 현대사까지 이 땅에 뿌리박힌 역사와 신마산, 창동, 마산어시장, 임항선 철길공원 등 공간마다 아로새겨진 사연들, 천하장사씨름대회, 마산고와 중앙고, 미더덕, 아귀찜, 마산통술 등 여행에 감칠맛을 더해줄 문화 이야기를 두루 다루었다. 실제로 이 도시에서 살았던 저자와 인터뷰이들의 생생한 삶의 증언이 책 곳곳에 배어 있어 마치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는 것 같은 리얼리티를 느낄 수 있다.
진해: 꽃바람 휘날리는 근대도시로의 여행
두 번째 도시는 진해다. 현재 우리가 보는 진해는 1905년 일제가 군항을 건설하면서 시작된다. 군사적 요새로 최적화된 입지 때문에 해방 이후에도 한국해군이 계속 주둔하며 해군기지로 사용하고 있다. 말하자면 ‘일제가 설계한 계획도시’였던 진해는 중원, 북원, 남원 3개의 원을 중심으로 한 방사형 도시 구획을 2018년 현재까지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당시 3개의 로터리 주변으로 들어섰던 관공서들과 일본식 집, 상점 등의 근대 건축물과 해방 직후 지어진 건물들이 상당수 남아 있어 구도심을 걷는 것만으로도 100년 전 타임슬립 여행이 가능할 정도다. 해마다 벚꽃철에 엄청난 인파를 끌어 모으는 지역 축제 ‘군항제’가 사실은 벚꽃 때문이 아니라 중원 로터리에 당당히 서 있는 이순신 장군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되었다는 사실도 이 책은 알려준다. 국내 최대의 태양광 발전시설이 있는 창원해양공원(진해 앞바다에 있다), 소사마을, 용원어시장에서 팔리는 가덕대구, 진해만 피꼬막 이야기도 흥미롭다.
창원: 국내 첫 계획도시이자 자전거도시
마지막에 소개할 도시는 창원이다. 창원 하면 확실하게 떠오르는 상징물이 없는 것은 이 도시가 비교적 최근인 1970년대에 세워진 계획도시이기 때문이다. 호주 캔버라를 벤치마킹해 건물 하나하나의 색채까지 신경 써 조화롭게 구성한 창원은 전반적으로 신도시 느낌이 강하고, 도시 정중앙에 서울광장보다 두 배 이상 넓은 창원광장이 있다. 하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쫓아 창원 중심가인 상남동과 인근 용지동을 거닐다보면 이 땅에도 꽤나 만만치 않은 역사의 족적이 남아 있음을 알게 된다. 상남동 번화가 한가운데 서 있는 고인돌 상남지석묘, 시민들의 쉼터 용지공원, 요즘 사진 찍는 사람들의 출사 명소로 인기 있는 ‘창원 가로수길’ 등이 시내에서 가볼 만한 장소다. 그리고 더 외곽으로 눈을 돌리면 동아시아 최대 철새 도래지이자 경관이 아름다운 자연생태공원인 주남저수지, ‘철의 도시’였던 창원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성산패총, 오래된 사철 성주사, 마금산온천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책의 맨 뒷부분에 독자들이 하루 한 코스로 이어서 다녀볼 만한 장소들을 엮어 ‘걸어서 창원시 인문여행 코스’ 7가지를 제안해놓았다. #1 마산 역사의 요약본 ‘임항선 그린웨이’, #2 100년의 흥망성쇠와 새로운 날갯짓을 엿볼 수 있는 ‘마산 옛 중심가 산책’, #3 국내 최초의 방사형 계획도시를 만나는 ‘진해 로터리 투어’, #4 군항 진해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소사마을’, #5 창원의 어제와 오늘을 함께 느끼는 ‘상남동 용지동 골목 여행’, #6 창원의 속살을 만날 수 있는 ‘창원 생태로드’, #7 마산, 진해, 창원의 명소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창원시티버스 투어’가 그것이다. 모쪼록 이 책이 경남 바닷가를 주름잡았던 왕년의 도시들, 마산-진해-창원의 매력을 누군가에게는 재발견해주고, 실제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사람 냄새 물씬한 도시 길잡이가 되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