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
학창시절, 나는 지역 내 나름 명문이라 불리는 고등학교에 최하위권으로 입학을 했다.
심지어 고1 첫 모의고사 결과가 나온 날, 선생님께서 "OOO, 우리학교에서 이런 점수는 처음이다."라고 할 정도로 낮은 점수를 받았고, 나는 학교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최하위권의 입학순위, 그리고 그 중에서 유례없는 모의고사 성적을 받고 공개적인 전교 꼴지 낙인이 찍혔던 그날부터였을까, 나는 자존감이 낮은 상태로 오랜 세월을 살았다.
그렇게 고등학교 졸업, 대학, 군입대, 그리고 시간이 흘러 회사 취업 준비를 하던 중 우연히 접하게 된 책. 문요한의 마음청진기.
"지난 초겨울에는 왜 그렇게 나뭇잎이 떨어진 나무가 슬퍼 보였나 모르겠어요. 어찌나 안쓰러운지 그 낙엽을 하나하나 다시 붙여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잎이 없는 나무를 보아도 측은하지 않아요. 새봄을 준비하는 희망이 느껴져요."
책의 도입부에 나오는 이 문장은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상담하던 한 내담자의 말이다.
단지 내 마음 하나만 바꼈을 뿐인데, 삶에서 슬픔을 보다가 희망을 보기 시작 하는 것. 나 역시 그랬다.
이 책은 저자가 내담자들을 상담하며 경험한 치유적 경험과 성장의 메시지를 담은 책이다.
총 94가지의 상담 경험 스토리가 등장하고 한 챕터별 글은 2~3페이지 수준으로 쉽게 읽히는 편이다.
나는 최근에 또 이 책을 읽었다.
마음이 괜히 우울해지거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왜곡할 때마다 꺼내들게 되는, 내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책이다.
이 책의 장점은 마음이 힘들 때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책에서 '실습'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수많은 심리학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건, 당장 내 마음이 너무 힘든데 책에서는 또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과제가 주어졌을 때이다.
이 책은 그런 부담이 전혀 없다. 그냥 책의 내용을 읽으며, 지친 나를 위로 할 수 있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나는 한 챕터씩 넘어가며 10년넘게 마음속에 얽혀있던 감정의 실타래를 조금씩 풀어나가고, 나를 치유했다.
나는 이제
1) 나 스스로가 완벽하지 않다는 걸 받아들일 줄 알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할 줄 안다.
2) 나는 남에게 내 단점을 보여주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3) 삶의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거나 확대해석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안다.
4) 누군가에게 나의 존재를 확인받기 위해 애쓰지 않고, 남의 시선으로부터 조금은 더 자유로워졌다.
5) 나는 남들과 비교하며 괴로워하기보다, 어제의 나보다 더 발전하는 모습에 집중한다.
6) 나는 실패를 경험했을 때, 내가 문제를 만난 것이지 나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이 모든 것들이 여전히 어렵고, 상황이 닥쳤을 때 여전히 힘들다.
하지만 예전처럼 나를 갉아먹는 생각에만 얽매이지 않으며, 그 순간에 무너지지않고 상황을 견디고 이겨낼 수 있다.
그리고, 나 스스로 '감정 일기'를 써보는 것 역시 매우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이건 좋은 책을 찾는 것만큼 중요한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챕터별로 의무적으로 쓰는 게아니라, 오늘 하루 안좋은 일이 있었다면 있었던 일을 팩트위주로 나열하고, 내가 그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를 솔직하게 써 보는 것이다.
욕을 써도 좋고, 어떤 표현을 해도 좋다. 중요한 것은 '일기'를 쓰는 그순간 만큼은 내감정에 솔직해져야 한다는 점.
나는 한 때 내가 성취해낸 모든 것들이 '행운'이었을 뿐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나는 원하던 대학에 운좋게 입학했고, 운좋게 매학기 성적장학금을 받았고, 운좋게 좋은 회사에 취업을 했다.' 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운이좋았음에도 내가 노력했고, 스스로 성취해낸 것이다.
그리고 부족한 모습은 부족한대로 받아들일줄 알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위로할 줄 안다.
내가 자존감을 높이고,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데에 정말 많이 도움을 받은 책이다.
앞으로도 많은 일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삶이 있는 한 희망이 있음을 안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 내 선택이 옳은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삶이 존재할 뿐이다.
의학의 발달로 평균수명은 늘어났음에도 1997년말 불어닥친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짐에 따라 조기퇴직 이후의 삶에 대해서 걱정을 하는 직장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것 같다. 나 또한 이 대열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직장인들은 직장인대로 빨라진 퇴직에 대한 스트레스로 고민을 하고 있고, 청년층은 심각한 취업난으로 인한 구직 스트레스로 힘들어 하고 있는 등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원인의 스트레스로 인해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정신과의사인 저자가 일대일로만 전하기에는 아까운 경험들을 모아 2005년부터 <삶을 깨우는 목소리, 에너지 플러스>라는 이름으로 메일링을 해왔던 내용 중에서 치유와 성장의 메시지를 담은 글들을 모은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 책을 쓴 목적이 인생의 어려움을 잘 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은 물론 그동안 상담을 하고 싶었지만 아직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미약하나마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이 책은 모두 다섯 개의 세션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세션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
첫번째 세션_내 마음 들여다보기 - 마음 뒤의 마음을 보라.
두번째 세션_정신적 맷집 키우기 - 모든 생명은 힘껏 살아간다.
세번째 세션_문제해결력 키우기 - 내가 커지면 문제는 작아진다.
네번째 세션_변화와 도전 속에 균형 잡기 - 실험하라, 인생은 당신 편이다.
다섯번째 세션_관계 속에서 성장하기 - 그래도 함께 가라.
각 세션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번째 세션은 '내 마음 들여다보기'에 대한 것으로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면 세상살이가 편해진다. 그런데 자기를 인식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평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스스로를 살펴보는 몇 가지 연습이 필요하다. 첫째, 마음 뒤의 마음을 보라. 둘째, 마음을 스크린 뒤에 띄워라. 셋째, 일상에서 강점을 찾아라. 넷째, IT기기의 사용을 잠시 중단하라.
두번째 세션은 '정신적 맷집 키우기'에 대한 것으로 예측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위험에 맞서는 맷집을 키워야 하는데 저자가 제시하는 정신적 맷집을 키우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스트레스에 대한 관점을 바꿔라. 둘째, 점진적 과부하를 주어라. 셋째, 삶의 운전대를 잡아라. 넷째, 의지의 과잉을 경계하라.
세번째 세션은 '문제해결력 키우기'에 대한 것으로 삶의 문제에 부딪혔을 때 이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지혜와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야 하는데 저자는 몇 가지 방식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첫째, '문제'와 '존재'를 구분하라. 둘째,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라. 셋째, 문제를 쪼개라. 넷째, '어떻게'로 나아가라.
네번째 세션은 '변화와 도전 속에 균형잡기'에 대한 것으로 저자는 단 한 번도 넘어지지 않으려는 완벽함이나 무모함이 아니라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서 나아갈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런 마음가짐을 하기 위해서 다음의 방법을 활용하라고 하고 있다. 첫째, 실패를 예상하라. 둘째, 실패의 원인을 '내'가 아닌 '방법'에 두라. 셋째, 적어도 세 번은 도전하라. 넷째, 유연한 정체성을 지녀라.
다섯번째 세션은 '관계 속에서 성장하기'에 대한 것으로 사람은 사람 안에서 힘을 얻고, 그 힘을 통해 성장하는 사회적 존재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관계 속에서 성장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행동을 하라고 주장한다. 첫째, 상호적 개인주의자가 되라. 둘째, 부탁 훈련을 하라. 셋째, 네트워킹하라. 넷째, 페이스메이커를 찾아라.
책의 뒷 표지에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글이 적혀져 있다.
모든 것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답답할 때
반복되는 실수 속에 나 자신이 한없이 싫어질 때
지금 이 길이 맞는지 혼란스러울 때
삶의 고비 앞에 지치고 주저앉을 때
다시 일어서기 위한 마음의 맷집과 삶의 낙법을 배운다.
어렸을 때 학교에서 유도를 배운 형이 집에서 낙법 연습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떨어질 때 충격을 완화하는 방법인 유도의 낙법과 같이 인생의 무게를 이겨내기 위한 삶의 낙법을 배운다는 표현이 정말 내 가슴에 와 닿았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많은 기대를 하지는 않았으나 읽고 나니 정말 이 책을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내가 요즘 회사에 출근해서 열심히 일은 하고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이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상황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 어느 정도 그 고민을 해소했기 때문이다.
"내가 커지면 문제는 작아지고 내가 작아지면 문제는 커진다."
이 말 속에 해답이 들어있는 것 같다. 나의 잠재능력을 발휘하여 실력을 키우는 것만이 이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해법이라는 것이다.
[기억에 남는 구절, p.204]
떨어진 꽃에 낙담하는 대신 새 꽃을 피워 올리는 배롱나무처럼 계획대로 잘 되지 않을 때 포기하기보다 왜 안 되었는지를 살펴보고 이를 보완해서 '재시도'하는 과정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꾸준히 잘 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잘되지 않을 때 재시도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게으름 해결의 관건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