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스트라 테일러 저/이재경 역
조윤호 저 저
안병헌 저
토니 포터 저/김영진 역
미치코 가쿠타니 저/김영선 역/정희진 해제
코리 바커,마이크 비아트로스키 등저/임종수 역
2020년 08월 04일
(...)
그녀의 비범함은 사실 배운 대로 행하는 우직함에서 나온다. 학창시절부터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었던 그녀는 신입시절부터 지금까지 선배들이 가르쳐준 기자정신을 충실히 따르는 성실한 직업인에 불과하다.
그런데 사회에는 공개적으로 배우는 것과는 다른, 눈치껏 배워야 하는 비공식적인 지식이 많다. 그것은 일하는 요령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단순한 꼼수, 편법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그러다 비공식적인 교육이 공식적인 것을 압도해 버릴 때, 그 사회는 상식을 잃고 표류하게 된다.
정례회견에서 질문을 하는 건 잘못이 아니다.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질문을 했을 뿐인데 튀는 행동이 되고 말았다. 현(現) 관방장관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는 질문 공세 때문에 궁지에 몰리자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답하고 만다. “(…) 여기는 질문에 대답하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19쪽)
(...)
서평 전문은 블로그 (https://blog.naver.com/bouvard/222191751370)
또는, 뉴스저널리즘 홈페이지로 (http://www.nget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02394)
<<들어가며>>로 시작해 자기소개로 이어지고(단순히 이름/직업/경력 등등의 나열이 아니라 직업 세계, 있었던일, 어느하루-를 이야기해주듯 흥미롭고 자연스럽게 소개 된다!) 여기서 이 남편분도 기자라고 알 수 있게되네요ㅎㅎ 사회부 기자였던 모치즈키 기자가 처음으로 정치부 기자들이 출입하는 장관 기자회견에 참석하게되면서 "되도록 간결하게 질문해달라"는 지적을 받게됩니다. 그리고 그 후로도 여러번 같은 지적을 들었나봅니다. 생각해보니 길고 집요하게 질문했던게 사실이라 질문시 참고가 될 만한 구절이나 말을 보관하는 습관이 생겼고, 일상 속에 생긴 변화 중 하나라고 합니다. '말을 보관한다'-모치즈키 기자가 17년 6월부터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게 됐다며, 그렇지만 누군가와 챗을 주고받는게 아닌, 7:00AM부터 조간신문 제목들을 훑고~아침식사 준비~아이들 밥 먹이며~TV뉴스&정보프로그램을 켜놓고 들음. 이 때! 눈과 귀로 들어오는 기사제목이나 자막문구를 잊지 않기위해 본인의 폰에 메시지를 보내두는겁니다. 아침시간도 여지없이 부지런하고 타이트하다-감탄했지만! 이게 겨우 책의 시작하는 말일뿐이고 모치즈키기자가 집을 나서며 일하러 나가기 시작하면 더욱 치열하고 어려운 그 세계가 쫘라락. 직업으로의 일 하나 뿐 아니라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게 되면서 바뀌어야만했던 환경도 담겨있습니다.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길지 않게 언급됩니다! 각종 부조리와 취재시의 문전박대는 물론, 기자로서의 모치즈키vs국민으로서의 모치즈키에 대한 고심도 느껴봅니다.
책이 크지 않고 가벼워 휴대하기도 용이합니다. 일본의 사회용어나 기관이름에는 아랫쪽에 녹색글씨로 주석이 달려있어요! 주석자체도 어렵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기자세계를 자세히 알아가는것도 와..기자가 직접 제 이야기를 하는거라 읽는 중에 계속 생생, 오래전의 일을 이야기해도 지금 같이 겪는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심은경 배우가 주연해 아카데미 3관왕을 한 영화 '신문기자'의 실제모델입니다. 책의 띠지에 함께 인쇄된 기자의 모습을 보니 배우의 스타일도 모치즈키 기자를 그대로. 전 책이 전문적이면서도 읽기 쉽고 박진감(액션스릴러소설도 아닌데 박진감이라니!싶지만 정말이다)넘쳐서 손 떼지 못하고 읽었습니다.
[사진 출처 : 영화 「신문기자」, 2019]
사진은 이 책의 저자 '모치즈키 이소코'의 이야기를 토대로 제작된
영화 '신문기자'의 주인공 요시오카(심은경 분)가 권력으로부터의 압력과 방해를 뚫고
정부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자신이 쓴 기사가 실릴 가판을 받아보는 장면이다.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불만을 품은 일본에서 망언과 함께 거친 항의와 경제 재재가 이어지자 대한민국에서는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불매운동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렇게 일본 불매운동이 한창이던 때에 영화계에서 뜻밖의 소식이 들려온다. 일본 정권에 맞서는 한 신문기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의 주인공이 다름 아닌 우리나라의 배우 심은경이라는 소식이다. 그리고 개봉 후 그 영화는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호평을 받았고, 영화 속 남녀 두 주인공은 일본 영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연상을 받는다.
이 책과 같은 제목인 영화 '신문기자'는 제작과정과 개봉까지 아베 정권의 수차례의 탄압과 제재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왜 주인공으로 심은경을 캐스팅 했을까 궁금해 찾아보니 마침 국내 개봉일에 맞춰 방한한 영화 프로듀서와 감독의 인터뷰 기사와 영상이 있어 확인했더니 '정권의 압력 때문에 일본 여배우들이 거절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고, 배우 심은경이 일본 진출을 준비하던 시기와 영화 촬영 전 캐스팅 시기가 맞았고, 프로듀서가 심은경의 연기를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럼에도 그 대답이 영 시원찮게 들리는 건 어쩔 수 없다. 또 하나 인터뷰를 보다 보면 여 주인공은 이 책 '모치즈키 이소코'의 책(원서는 2017년 출간)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모치즈키 이소코를 의식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인다. 나는 이 인터뷰들을 영화와 책을 모두 보고 난 후에 보았는데, 인터뷰 내용처럼 두 이야기가 닮은 듯 닮지 않은 듯 묘한 관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인터뷰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URL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영화 '신문기자' 프로듀서와 감독의 국내 기자회견 인터뷰 자료]
■ [2019.10.15, 뉴스핌] 심은경 캐스팅부터 아베까지…'신문기자' 제작진이 직접 밝혔다
■ [2019.10.15, 더쿱 네이버 포스트] '신문기자' 기자회견 성황리 개최! 국가 초월 현실 공감 메시지
배우를 꿈꾸다 기자의 길을 선택하다
온갖 방해에도 굴하지 않고, 정의감 가득한 지방신문의 한 여기자. 지금은 그런 수식어가 따라붙는 모치즈키의 원래 꿈은 배우였다. 배우란 꿈도 기자가 되겠다고 한 꿈도 모두 엄마의 영향이었다. 그녀의 엄마는 결혼 후 보육사와 전화교환원, 유적 발굴 조사 등의 일을 쉼 없이 하면서도, 공연 관람을 너무 좋아해 일과 후와 시간이 날 때마다 자녀들을 데리고 작은 극단을 찾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퇴근 후에 식구들의 저녁준비를 마친 후에는 아예 극단에 들어가 연습을 할 정도로 열심이셨다고 한다. 그런 환경에 있다 보니 모치즈키 역시 연극을 좋아하게 되었고, 중학교 진학 역시 학예계열로 진학하며 도쿄 배우생활협동조합 이라는 연예 기획사에 까지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사람일은 정말 모른다. 그 정도로 배우의 꿈을 갈망하던 그녀는 지금 정권에 맞서는 기자가 되었고, 딸이 배우가 되기를 바랐던 엄마의 소망과 달리 아들인 그녀의 오빠가 무대의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고 있다고 한다.
배우가 되겠다던 그녀의 꿈이 바뀌게 되는데, 엄마가 또 한 몫 하신다. 모치즈키는 어느날 엄마가 무심코 건네준 책 한 권에 푹 빠지게 된다. 포토저널리스트 요시다 루이코씨가 쓴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 공화국(1989)」이라는 책이었다. 그녀의 엄마는 자녀들에게 정말 다양한 문화적 체험을 하게 해주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어릴적 다양한 문화적 체험이 사회생활에 직간접적으로 꽤나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을 수차례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엄마는 연극 뿐만 아니라 세계의 빈곤과 불평등에 대한 서적이나 방송프로그램을 많이 추천해주셨다고 한다. 요시다씨의 책은 그 중 하나였다. 남아공의 말도 안되는 합법적(일단 명문화되었다는 의미에서만..) 인종격리정책에 따른 남아공의 실상을 접했던 중학생 모치즈키는 엄청난 충격과 함께 요시다라는 저널리스트가 궁금해져 알아보기 시작했고, 그런 딸을 위해 그녀의 엄마는 요시다씨가 취재하며 만났던 남아공 인종격리 피해 아동들을 도쿄에 초청해 뮤지컬을 주최한다는 정보를 접하고, 딸을 데리고 그 공연을 찾아 공연도 보고 요시다씨도 직접 만나게 해준다. 그 때의 경험으로 모치즈키는 기자가 되겠다는 마음을 굳히게 된다.
처음 모치즈키가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재미있는 점은 의외로 그녀의 어린시절부터 현재까지 그녀 주변엔 기자가 많았다는 점이다. 그녀의 아버지가 오랫동안 업계지 기자로 일해온 선배 기자 였고, 사촌 언니 역시 주요 신문의 기자였으며, 기자가 되겠다는 꿈으로 고등학교와 대학의 진로를 변경하며 학교 선후배 기자들도 많이 생겼고, 도쿄신문 입사 후 그녀에게 엄격하게 기자 생활을 일러주던 사수는 현재 남편이다. 그러고 보면 그녀에게 필연적인 직업은 기자였던 모양이다.
좌충우돌 기자 되기
기자로 목표를 변경하다 보니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진학 진로도 당연하듯 바뀌게 된 모치즈키는 게이오대 법학부 정치학과로 진학하게 되고, 롤모델인 요시다씨처럼 유학도 목표의 한 과정으로 정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와세다대와 게이오대처럼 일본의 일부 사립대학은 내신성적과 추천만으로 입학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모치즈키 역시 그런 케이스여서 입시를 위한 공부를 하지 않다보니 영어공부를 소흘히 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유학 혹은 교환학생의 조건에 맞춘 영어 공부를 위해 영어 동아리를 찾게 되고 결국 목표하던 점수를 취득하여 자매대학인 호주 멜버른대로 유학길을 떠난다.
모치즈키는 원래 젠더학과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멜버른대에서도 자연스럽게 페미니즘 연구회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일본과 다르게 싸움판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격렬한 논의에 압도되고, 학부 졸업 후의 진로를 대학원에서 페미니즘 전공으로 할까 하는 고민까지 하게 된다. 그러고 보니 모치즈키의 주요 취재 가운데, 언론인 미투 관련 취재가 있었는데, 이 때의 관심과 경험이 미투 취재에도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결국 모치즈키는 고민 끝에 일본으로 귀국하여 원래 목표였던 저널리스트를 좀 더 빨리 실현하기로 마음 굳힌다.
일본의 언론사 입사시험은 전국구 대형 신문사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어떤 분야던 간에 목표로 한 분야의 최고 정점을 찍는 곳을 목표로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모치즈키는 귀국 후 요미우리, 아사히, 니온게이자이, NHK까지 일본 메이저 언론사에 문을 두드리지만 모두 1차 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고베를 마신다. 그렇지만, 지방지 기자여도 열심히 일하면 전국지로 발탁되는 일이 많다는 지인과 선배들의 말에 힘을 내서 지역구로 눈을 돌린다. 그리고 실제로 좌충우돌하며 활용하던 모치즈키는 요미우리신문 등 주요언론사에서 수차례 스카웃 제의를 받지만, 여러 이유와 자신만의 신념으로 모두 정중하게 거절한다.
지역 신문으로 눈을 돌린 모치즈키는 민영 방송국인 니혼TV와 후지TV의 필기시험에 통과하지만 면접에서 모두 낙방한다. 저널리스트를 목표로 했던 모치즈키는 면접시에 '보도맨'이 되기를 강력하게 어필했지만, 방송국에서는 영업이나 제작 부서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아 계속 보도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만 되돌려 받았기 때문에 방송국 보다는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신문사를 최종 목적지로 삼는다. 그리고 기자가 된 후 이직 제의를 받으며 기존의 직장을 고수했던 이유도 그녀가 신문사를 고수하는 이유는 영상매체와 활자매체가 전달해주는 기능의 차이점 때문이기도 했다. 지방지 중에서도 움직임이 빠르고 전국 뉴스도 게재하는 곳 홋카이도신문과 도쿄신문에 문을 두드렸고, 결국 먼저 합격소식을 전해준 도쿄신문으로 향한다.
언론사에 입사하면 가장 먼저 배치되는 곳은 경찰서이다. 그것은 우리나라와 일본 언론사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 기자들 사이에서도 흔하게 쓰이는 은어 일명 '사츠 마와리(경찰기자를 가르키는 일본어로 경찰서를 순회한다는 의미이다.)'가 시작된다. 사츠 마와리를 시작하던 중 한 살인 사건의 유족을 취재하라는 지령을 받은 모치즈키는 내비게이션 없이 초행길을 운전하는 바람에 타 언론사에서도 취재를 마쳐 상황이 종료될 즈음에야 현장에 도착하게 된다. 더 이상 취재에 응하기 힘들다는 유족의 말을 무시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 상사에게 보고하자, 다시 돌아가라는 말을 듣고 유족과 상사의 말 사이에서 오도가도 못한 채 차안에서 대성통곡을 한다. 아마도 신입이었기에 가능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고민 끝에 유족의 원통한 심정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자신의 할 일이라 깨닫고 결국 유족을 설득하여 취재를 마친다.
그녀의 신입 시절 에피소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다른 곳도 아닌 범죄현장도 오가며 취재해야 되는 경찰기자가 미니스커트에 하이힐을 신고 취재 나갔다가 주의를 받는다. 물론 비아냥 거리는 주의가 아니고 취재 상황에 따라 쓰레기 더미나 전봇대를 올라타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차림으로 되겠냐는 중요한 주의였다.
한 번은 정보원을 만들겠다며 매일 아침 조깅을 한다는 경찰간부를 따라 다니기 위해 운동화를 사서 신고 매일 아침 그 간부를 따라 달리기를 한다. 대게 정보원 하면 민간인을 떠올리게 되는데, 그 정보원이 경찰간부라는 말이 참 새로웠다. 처음엔 모른 척 하던 그 간부도 꾸준하게 따라다니는 여기자가 기특했는지 하루는 달리기가 끝나자 "아침 먹으러 같이 갈래요?" 라며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고 아침에 나올 때 이미 그러기로 정했었는지 간부의 아내되는 분이 3인분의 아침 식사를 준비해 놓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아침에 함께 달리고 함께 식사하면서 친해졌지만, 그 간부는 특정 기자에게만 독자적인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물며 때로는 거짓정보를 흘리기도 했다고 하니. 그러던 중 한 사건 정보를 접하게 되는데, 책에서 그 정보의 출처를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그 정보 덕분에 요미우리신문의 특종 혹은 단독보도가 될 뻔 했던 사건이 물거품이 되며, 뜻하지 않게 그 경찰간부가 모치즈키에게만 정보를 흘렸다는 소문이 기자사이에서 돌며 본의아니게 민폐를 끼치게 되기도 했다.
"너 지금 당장 차에서 내려!! (p.60)"
그렇게 정보 전쟁을 하며 기자생활을 이어가던 어느 날 모치즈키는 강간 사건 현장에 선배와 차를 타고 취재에 나서게 된다. 현장으로 향하던 그녀는 "여기를 이렇게 하면 조금 더 요령 있게, 합리적으로 취재할 수 있겠죠?"라고 선배기자에게 말하다 혼쭐이 난다. 당장 차에서 내리라는 선배의 불호령. 그리고 그런 마음가짐으로 취재해서는 안된다고, 취재는 훨씬 더 철저하게 해야 되는 거라고 충고 받는다. 모치즈키는 그렇게 좌충우돌하며 진짜 기자가 되어간다. 다행이라고 생각되었던 것은 그녀의 주위에서 이렇게 진짜 충고를 해 줄 수 있는 선배가 있다라는 점이고, 그녀 역시 그 충고가 현재의 자신을 지탱해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나서야만 한다
[모치즈키 이소코의 주요 취재 사건] (p.15)
■ (2001) 레크리에이션 시설 지명경쟁입찰 뇌물공여 의혹 보도
■ (2004) 일본치과의사연맹(=일치련) 부정 헌금 스캔들 보도
■ (2007) 구니이 검사 '사건 조작' 특종 보도
■ (2014) 아배 정권 '방위장비이전 3원칙' 결정 이후, 무기 수출 문제 집중 취재
■ (2017) 모리토모 학원 국유지 매각 스캔들 취재
■ (2017) 가케 학원 사학 비리 스캔들 취재
■ (2017) 언론계 성폭력 피해자 인터뷰 및 집중 보도
■ (2017) 스가 관방장관(당시 관방장관, 현 총리) 정례회견 참석
입사 후 약 16~17년간(이 책의 원서 출간시점인 2017년 기준) 지방 신문기자의 활약치곤 꽤 화려하다. 대부분 전국구 사건으로 볼 수 있기에 더 그렇다. 나는 언론과 무관한 사람이지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간접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다. 전에 근무했던 직장에서 있었던 직장 관할내의 사건 관련 보도였다.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인데, 지역 언론이 아닌 중앙 언론에서 그것도 TV로 먼저 보도가 되 버린 것이다. 그러자 지역 언론사에서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아마도 정보를 중앙쪽에 먼저 제공했다는 의미인 듯 했다.) 항의하던 상황을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지방지 기자가 이렇게 대형 사건을 취재하고 먼저 터트릴 수 있다는 것이 더 대단해 보였다.
지방판을 넘어서 기사를 싣는 것은 지국에서 일하는 모든 기자들의 목표라고 한다. 애초에 전국구 메이저 언론사에 낙방했을 당시 지방지에서 열심히 하면 전국지로 스카웃 되는 사례가 많다는 조언을 통해 모치즈키는 좀 더 큰 판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지방판을 넘어서기 위해선 이제 사츠 마와리에서 벗어나 더 커다란 곳 바로 검찰 특별형사부이다. 정계 비리와 같은 엄청난 사건을 주로 다루는 그 곳이야 말로 모치즈키가 목표로하는 곳이었을 것이다. 운좋게 입사 후 4년이 채 안된 시점에 기회가 다가왔고, 그 과정에서 극비리에 일본치과의사연맹 일명 '일치련' 부정 헌금 리스트를 손에 넣게 된다. 일치련과 정계의 정치자금 수수 내역이 기재된 장부였다.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모치즈키는 도쿄신문을 통해 독점 보도를 했고, 검찰에서는 모치즈키가 자신들의 사건을 망치려한다는 말이 기자클럽을 통해 떠돈다. 그렇게 경쟁지와 엎치락 뒤치락 하던 사이 요미우리에게 특종을 뺏겨버린 모치즈키는 분을 삭히지 못하고 검찰 간부에게 항의 전화까지 걸어버린다. 그러다 자신의 손에 있는 아직 보도되지 않은 리스트의 일부를 보도한 것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그 보도 속 인물은 직접 뇌물을 받지 않은데다, 후에 들어온 돈 역시 그대로 돌려주었기 때문이었는데, 특종을 가로챈(?) 요미우리 신문은 이미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건으로 인해 모치즈키는 수차례 검찰에 소환되고, 이후 편집부로 발령받게 된다. 그리고 검찰의 소환 목적은 부정 헌금 리스트의 입수 출처를 캐는 것이었다. 결국 캐내지는 못했지만.
이 부분에서 모치즈키의 성격을 볼 수 있는 일화가 있다. 상사들 사이에서 모치즈키의 편집부 인사이동을 두고 "콜택시 안에서 잠을 자도 아무렇지 않은 녀석이 내근하면서 계속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을까?" "이직 해버리는 거 아냐?" 등의 우려가 있었다고 한다. 책 초반에서 그녀가 목표를 갖게 해준 다양한 문화를 주셨던 부모님들이지만 두 분다 기가 세다 못해 너무 활동적이셔서 한 번 다투면 절대로 조용하게 다툰적이 없으셨다고 한다. 아마 모치즈키에게 그런 성향까지 물려주신 모양이다.
그녀가 굵직굵직한 사건을 보도할 수 있었던 데는 선배 기자들의 좋은 조언도 한 몫 했다. 아베의 무기 수출 3원칙 관련 보도 당시에는 헌법 9조 해석에만 집중하던 타 언론사의 예를 들며, '방위장비이전 3원칙'도 그 못지않게 중요한데, 어디서도 다루지 않는다며 시선을 조금 바꿔보면 어떻게냐는 조언을 해준다. 일본 방위성 간부에게 '그 따위를 기사라고 쓰냐'는 핍박과 문전박대를 당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자, '기밀이 해외로 흘러 나갈지 모른다'. '사실은 하고 싶지 않다.'는 등의 내부자의 힘겨운 목소리도 듣게 된다.
시간이 흘러 2017년 2월 한국에서도 주요 이슈로 보도되었던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이 아사히 신문을 통해 처음 보도된다. 명예 교장 자리에 아베 전 총리의 부인 아키에씨가 취임했다는 내용 이었다. 첫 보도 후 한 달 후인 3월이 되며 사건이 점점 확대되며, 아베 전 총리는 "나나 내 아내가 관련이 있다고 판명되면 총리는 물론 국회의원도 사직하겠습니다."라는 기자회견까지 하게 된다. 그러는 사이 아사히 신문에서는 '총리의 뜻'이라는 내용이 담긴 문건에 대한 보도를 한다. 일명 제2의 모리토모 사건이라 불리는 가케 학원 스캔들이다. 수의학부 신설하는 과정에 아베 전 총리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이 주였는데, 아마 영화 신문기자의 내용 중에 이 부분을 참고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여하튼 총리가 연관된 이 두 스캔들을 두고 정권과 언론이 서로 엎치락 뒤치락 하는 사이에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무고한 사람들이 하나 둘 엮여 나가 떨어지게 된다. 후속 취재를 하던 모치즈키는 내부 고발자의 인터뷰를 하게 되면서 문부과학성 장관의 기자회견 내용을 주시하게 된다. 그런데, 기자 회견이 좀 이상하다. 장관을 비판하는 내용도 없고, 무엇 하나 밝혀진게 없다. 그래서 모치즈키가 눈을 돌린 것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열리는 내각 관방장관의 정례 기자회견이었다. 그런데, 평소 끊임없이 추궁하며 질문하던 기자들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그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겠다', '문제없다고 생각한다.'라는 반응만 뻐꾸기 처럼 반복하는데도 아무도 반문하지 않는다. 그렇게 10분만에 기자회견이 끝이났다. 이 상황은 모치즈키가 스가 전 관방장관의 정례기자회견에서 질문 폭탄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그러면 내가 직접 출석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p.149)'
결심이 끝나기 무섭게 상사인 정치부장에게 요청을 하고 흔쾌히 허락을 받아낸다.(이 부분에서는 피하지 않는 상사분도 대단하게 느껴졌다.) 정례기자회견에서는 몇 가지 룰이 있다고 한다. 손을 들 때도 '○○신문 ○○기자입니다.'를 지명을 받고 질문을 받기 전에도 '○○신문 ○○기자입니다.'를 말해야 한다고 한다. 당연하긴 한데, 왜 굳이 강조했을지가 궁금했다. 설마 질문 할 때마다 매 번 반복해야 된다는 건가 생각하니 정말 융통성 없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기자회견에 처음 참석했던 날부터 모치즈키의 돌진 본능은 가만 있질 못한다. 질문하고 싶다는 생각에 마구 쏟아낸 질문 덕분에 '통성명 하세요', '질문은 간결하게 해주십시오' 등의 지적을 수차례 받지만, 이상하게 기죽기 보다 더 질문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다고 한다. 결국 10분이면 끝나던 정례 기자회견에서 모치즈키 혼자 질문만 10분을 하는 상황이 되버린다. 이후 이 상황을 전국에서 지켜본 이들의 응원과 질책이 동시에 쏟아지지만 그 덕분에 뜻을 함께 하는 좋은 언론인 동료들도 만나게 된다.
[사진 : YES 24 '신문기자' 책 소개 중에서]
사진은 내각부 장관(아베 정권 당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정례 기자회견 모습(왼)과
취재중인 모치즈키 이소코(오른쪽) 이다.
좋아하는 나의 일을 올바르게 하고 싶을 뿐이다.
소위 높은 분들의 범죄 사건을 덮고 무고한 사람에게 뒤집어 씌우는 방식은 정말 치졸하고 옹졸하게 짝이 없다. 모치즈키의 취재 중 2017년 드러난 프리 저널리스트인 시오리씨가 고발한 언론계 성폭력 미투 사건의 이야기가 한 예이다. 그 여성 언론인에게 성폭력을 가한 가해자는 방송시 TBS의 야마구치 노리유키라는 언론계의 거물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아베 총리의 전기를 집필하기 까지 했다. 핵심은 뒤에 총리라는 빽을 업고 있다는 점이다. 그 사건이 폭로될 시점에서 도쿄신문 역시 사건을 다루기는 했지만, 남성 기자들은 구석 아주 조그마한 공간만을 할애하여 살짝 다루고 넘어갔다고 한다. 그보다 더 어이가 없었던 것은 그 사건에 대한 현장검증이 이루어질 당시의 상황이다. 현장검증이란 범인이 현장에서 범행 당시를 재현하는 것을 두고 말한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인 시오리씨를 데리고 현장으로 갔고, 호텔 방에서 인형을 상대로 침대에서 당시 상황을 재현하게 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남성 수사관들은 그 상황에서 시오리씨에게 "원래 처녀가 아니지요?"라는 말까지 했다는 것이다. 든든한 뺵(?)을 두신 높으신 분들의 사건 덮기가 이렇게 무섭다.
기자가 되기 전부터 젠더학과 페미니즘에 관심을 두고 있었던 덕분일까? 아니면 기자로서의 정의감 때문이었을까? 그런 상황을 알고서도 가만히 있을 모치즈키가 아니다. 정례 기자회견에 참석하며 시오리씨와 관련된 질문도 준비한 모치즈키는 망설이지 않고 그 사건과 관련된 질문을 쏟아낸다. 그러자 이번엔 기자회견을 진행하던 사무관이 끼어들어 모치즈키의 말을 가로막고, 찰나이기는 하나 스가 장관은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진심을 다하면 통하는 법일까? 기자회견에서의 당찬 모치즈키의 모습을 보고 힘을 실어주는 선배기자들도 있었다. 계속되는 '나는 모릅니다', '그런일 없습니다', '그것은 문부과학성에서..' 식의 반복되는 답변을 하는 스가를 무너트린 에피소드도 있었다. 반복되는 기계식 답변에 한 기자가 스가 관방장관의 자서전 속에 담긴 내용과 관련하여 질문하였는데, 또 모른다, 말도 안된다는 식의 답변을 했다가 '스가 관방장관'의 자서전 속에 담긴 내용이라고 그 기자가 말하는 바람에 웃픈 상황이 되어버린 적도 있었다고 한다.
대게 정치권 혹은 대기업과 관련되면 몸을 사리게 마련이다. 아니 몸을 사리지 않더라도 말도 안되는 건을 잡아 압력을 행사하여 어쩔 수 없이 포기하게 되기도 한다. 영화 속에서도 그랬지만, 결국엔 지면을 통해 사건을 세상에 알리게 된다. 모치즈키 역시 그랬다. 심지어 역풍을 맞아 직접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는 경험까지 했다. 게다가 정례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쏟아낸 이후 공안 경찰이 여기 저기 다니며 수상한 압박과 신원조회를 당하기도 했다. 산케이 신문에서는 인터뷰 한다며 보낸 질문지에 상사와 상의하여 형식적으로 답변해 보낸 질문지로 산케이 만의 일방적인 주장이 담긴 모치즈키에 대한 편파적인 내용의 보도가 있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녀의 직진 행보에 적어도 그의 상사들 중에, 때로는 함께 근무하던 기자클럽의 타 언론사 기자 선배조차도 단 한번도 그가 하겠다는 취재에 반대하는 이는 없었다. 그것 만으로도 그녀에게는 큰 행운이 아닐까? 책을 마치며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특별한 일을 하는 게 아니다. 권력자가 감추고 싶어하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열정적으로 취재원으로 만난다. 기자로서 내가 가진 사명은 이것뿐이다. (p.223)
그렇다. 책을 읽으며 내가 느낀 '모치즈키 이소코'는 엄마에게 받았던 책 요시다 루이코씨의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 공화국(1989)」를 보며 정의감 가득한 저널리스트를 꿈꾸던 그 때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기자를 꿈꾸던 당시도, 앞으로도 올바르게 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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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로 시작한 리뷰의 끝에서도 영화 이야기를 하게 된다. 이 책을 처음 접한 후 책소개부터 먼저 읽은 분들의 서평 그리고 이 책의 저자가 모델이 된 영화에 대한 내용까지 꽤 많은 자료를 찾아 봤었다. 책을 먼저 읽을까, 영화를 먼저 볼까 고민을 하다 결국 영화를 먼저 보았는데, 영화가 열린 결말로 끝난다. 개인적으로도 열린 결말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일본의 드라마나 영화의 경우 그게 해피엔딩이든 아니든 설사 그것이 뻔한 결말이더라도 어떻게든 결말을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내가 본 일반 영화와 드라마 중 이렇게 찜찜한 열린 결말로 끝나는 경우는 두 번째였다. 둘 다 정치권의 압력이 소재였다. 차이라면 하나는 완전한 픽션이고, 하나는 실화에 기반을 둔 픽션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혹시 책으로는 조금 시원한 결말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나는 바보였다. 지금 시점에서는 결말을 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단순히 정치권의 압력 때문에 열린 결말로 끝냈다기 보다는 변형은 되었으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건과 책 속에 언급되는 정치 스캔들은 아직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원서는 2017년에 출간되었다. 게다가 2020년인 현재는 아베 정권에서 스가 정권으로 바뀌었고, 기자회견에서 모치즈키가 맞서던 스가는 이제 총리가 되었다. 현재 상황이 궁금해 검색 해 보았더니 일본 소식을 전하는 국내 일부 매체에서는 기사에 당연하듯 모치즈키를 소환하며 스가와 연결시켰고, 상황은 전보다 더 악화되었다는 공통적인 보도를 하고 있었다. 아베 정권에서도 불통인 언론을 통한 소통이 점점 더 먹통이 되어가는 모양이다.
다양한 주요 사건의 취재를 많이 했지만, 모치즈키가 주목 받게 된 것은 내각 관방장관의 정례 기자회견이다. 그 덕분에 그녀는 아직도 응원과 질책(현 정권을 옹호하는 언론사와 무리들)을 동시에 받고 있다. 그럼에도 그녀가 스스로 말하는 기자로서의 사명을 앞으로도 잊지 않고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국적을 떠나서 안되면 말고 식의 기사가 남발하는 요즘 일반 독자 못지 않게, 언론인들도 관심을 갖고 한 번 쯤은 자신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는 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예스24사에서 연말 이벤트를 진행하며 그 속에 있던 도서 목록을 보기 전까지 창피하게도 나는 이 책의 존재 사실을 몰랐다. 영화 역시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좋지 않은 시기에 한국인 배우가 주인공이 되었다는 그 이슈 정도가 내가 아는 전부였다. 이벤트가 아니었다면, 이 책도 그 영화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보게 되더라도 아마 몇 년 후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우연한 기회에 영화를 포함하여 책까지 조금 더 빨리 보게 되었는데, 책 선택을 정말 잘한 것 같다.
혹시 이 책을 보려고 하는 분들 중에 나와 같이 영화의 결말이 답답하여 결말을 알고 싶어 보겠다는 분이 있다면 말리고 싶다. 그런 의도라면 절대로 만족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정치권과 연계된 다양한 일본의 주요 사건들이 등장하지만, 이 책은 그 취재 과정과 취재 과정에서 얻은 저자 모치즈키 자신의 숱한 실수와 잘못에 대한 솔직한 반성과 기자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한 내용이 핵심이다. 사건 자체에 눈 돌리기 보다는 사건을 숨기려는 높으신 분들을 대하는 진짜 기자의 마음가짐을 보고 싶다면 꼭 한 번 이 책을 읽어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