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싫으시면 피해주세요.) 이솝우화는 어릴 때 동화책 버전으로 읽은 후 정말 오랜만에 읽는 것 같다. 아마 대부분의 독자가 비슷하지 않을까?ㅎㅎ 이솝이 사람이름인지도 모르고 그냥 읽으라니까 읽었던 때랑 이렇게 나이먹고 내 선택으로 읽는 건 확실히 감상이 달랐다. 보통 어린이버전은 줄거리에서 많은 부분을 쳐내고 간략화해서 만드는 게 보통인데 이솝우화는 그러기엔 이야기가 짧기도 하고 딱히 청소년 관람불가인 부분이 없어서 그런지 어릴 때 읽었던 내용이랑 대동소이하기는 했으나 구절구절마다 정제된 번역이 된 판본으로 읽는 건 새로운 느낌이었다. 군데군데 필사하고 싶은 부분들도 많아서 전집으로 사서 보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솝우화를 단편으로 몇 가지 이야기를 알고 있었으나
전편을 읽고 싶어 이 책을 구매했다.
이 책(1927년 에밀 샹브리가 간행)에는 358편의 우화가 있는데
최대 600개 정도 된다고 추정된다고 한다.
원작자 이솝은 영어 이름이고 아이소포스가 그리스식 원래 이름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이솝은 고대 도시국가인 사모스의 노예였고, 부유한 주인을 변호해준 공로로 자유민이 되었다고 한다.
내가 아는 바로 그리스 시대에는 노예가 주인집 자녀의 교육을 담당했을 정도로 노예의 학문 수준이 높았다고 알고 있는데, 이솝이 대표적인 예인 것 같다.
이솝우화는 원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재미있고 교훈적인 이야기 모음집이 아니었다고 한다. 처음부터 성인들을 일깨우고 일상에서 겪은 여러 경험과 삶의 지혜를 재치 있게 전달할 목적으로 구전되다가 수집되었다고 한다.
대부분 우화마다 교훈이 붙어 있는데 이솝이 직접 말하거나 쓴 것은 아니고 이솝우화를 수집했던 대중연설가나 수사학자들이 실제 연설이나 웅변에서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그 주제를 짤막하게 적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교훈을 준다는 점에서 동양의 사서오경의 예화를 생각나게 한다.
37쪽 염소와 당나귀
-교훈 : 다른 사람을 해치려고 술수를 쓰는 자는 도리어 자신이 그 술수에 휘말려 해악을 당하게 된다.
105쪽 북풍과 해(우리가 알고 있는 바람과 햇님의 내기)
-교훈 : 어떤 일을 해내고자 할 때 힘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설득이 더 효과적일 때가 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화해와 포용의 자세로 남북한 교류·협력의 증대를 도모했던 대북 유화정책인 햇볕 정책, 화해와 포용이 설득의 또 다른 형태)
175쪽 말과 소와 개와 사람
제우스가 사람을 만들고 짧은 수명을 주었다.
겨울이 되었을 때, 사람은 머리를 써서 집을 마련해 그 안에 들어가 살았다.
추위에 견디지 못한 말이 집에 들어오는 조건으로 사람에게 수명의 일부를 주었다.
이렇게 집에 들어오는 조건으로 소, 개도 수명의 일부를 사람에게 주었다.
그래서 사람은 제우스가 준 수명으로 살아가는 동안에는 순수하고 착하지만, 말에게 받은 수명으로 살아가는 동안에는 큰소리를 치고 목을 꼿꼿이 세우며 허세를 부린다. 그러다가 소에게 받은 수명으로 살아가야 하는 시기에 이르면 위풍당당해지기 시작하고, 개에게 받은 수명을 살아가는 시기에는 걸핏하면 화를 내고 짖어 댄다.
-교훈 : 이것은 성미가 까다롭고 사납게 변해서 걸핏하면 화를 내는 노인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다.
237쪽 사자의 왕권
-교훈 : 나라에 정의가 있어서 모든 재판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면 힘없는 자들도 평화롭게 살아가게 된다.
261쪽 미쳐 날뛰는 사자와 사슴
-교훈 : 난폭하고 잔인해서 습관적으로 남을 해치는 자들이 우두머리가 되어 권력을 장악해서는 안 된다.
273쪽 늑대와 새끼 양
-교훈 : 이미 악한 일을 실행하기로 작정한 자에게는 그 어떤 정당한 변명도 통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311쪽 금도끼 은도끼(원제 : 나무꾼과 헤르메스) : 우리가 산신령과 나무꾼에서 산신령이 헤르메스다.(네 번째 사진 참조 : 삽화의 분위가 어두운 것 같음.)
-교훈 : 이 우화는 신은 정직한 자들과는 함께 하지만, 정직하지 않은 자들은 적대함을 보여준다.
327쪽 사자 가죽을 뒤집어쓴 당나귀와 여우
-교훈 : 어떤 자들을 아무 말도 안 하고 폼을 자고 있으면 꽤 잘나게 보이지만, 자기를 자랑하려고 말을 하는 순간 본색이 드러난다.
375쪽 목자와 새끼 늑대들
-교훈 : 악인의 힘이 약할 때 그들을 구해주고 돌봐주면, 더 강해졌을 때 그렇게 자신을 돌봐준 자를 가장 먼저 공격한다.
380쪽 양치기 소년(원제 : 장난삼아 골탕 먹이기 좋아하던 목자)
-교훈 : 이 이야기는 거짓말을 일삼는 자들이 얻는 것은 오직 한 가지, 즉 그들이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는 것임을 보여준다.
400쪽 개미와 배짱이(원제 : 매매와 개미들)
-교훈 : 이 우화는 괴로움과 위험을 겪지 않으려면 모든 일에서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411쪽 제비와 뱀 : 법정 안쪽에 둥지를 튼 제비가 자리를 비운 사이, 뱀이 기어 올라와서 제비를 잡아 먹어버렸다. 제비가 말하길 “내가 이렇게 슬퍼하는 이유는 자식을 잃은 이유도 있지만, 범죄로 피해를 보았을 때 도움을 기대하는 바로 그곳에서 범죄의 피해자가 되었기 때문이야.”
-교훈 : 이 이야기는 자기에게 피해를 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던 사람들로부터 피해를 당했을 때 더 견디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417쪽 토끼와 거북이
-교훈 : 천부적인 재능이 있으면서도 그 재능을 소홀히 하는 사람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에게 지는 때가 종종 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이번주 시간이 날 때마다 이솝 우화 전집을 읽고 있다. 10년 동안 천 권은 넘게 읽고, 500편은 넘게 보고, 많은 것을 보고 듣기도 한 시간이 지났다. 긴 책을 읽으며, 옛날 죽간으로 만 수레를 읽으면 군자라고 하던데, 요즘 책을 죽간에 쓰면 한 권만 해도 엄청난 양이 나올 것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아마 그때가 오마방자해 지던 때가 아닐까?
세상이 그만큼 복잡해지고, 사물의 영역은 계산과 논리도 훨씬 복잡해졌다. 그러나 사람은 기원전이나 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그 때나 지금이나 세상은 사람들이 위대한 업적을 만들고, 사악한 짓을 일삼는다.
저녁 뉴스에 나오는 사건 사고를 보면 기가 찬 일이 한 둘이 아니다. 제우스가 프로메테우스를 시켜 사람과 짐승을 만들고, 짐승 숫자는 너무 많고 사람은 적었다. 제우스가 다시 짐승을 사람으로 바꾸어 숫자를 조정하라고 했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의 탈을 쓴 짐이 생겼다는 우화를 보며 한참을 웃었었다. 그 이야기를 해주니 마나님인 "그럴싸하네"란다.
어려서 읽던 해님과 바람, 전래 동화인 줄 알았던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도 들어있다. 코로나 기간에는 도서관엘 가질 못했는데, 도서관 입구에 삽화로 펼쳐둔 동화책 같은 느낌을 받는다. 세상 진실은 어떤 면에서 복잡하지 않다. 사람이 복잡하게 만들어 진실을 비틀려고 하기 때문에 시끄러워진다. 이렇게 생각하면 사람은 알지 못해서 사람구실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자주 잊어버리기 때문에 진실의 주위를 맴도는 것은 아닐까? 뭐 태생이 짐승은 어쩔 수 없지만.
책을 읽으며 투명 스티커에 내 생각을 조금씩 적어둔 페이지가 있다. 이솝우화와 아래에 교훈이 있다. 옛날 책에 자기의 해석을 각주처럼 달듯 했나 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이야기는 교훈이 없다'라는 페이지가 많다. 어떤 교훈은 각주를 단 사람의 생각과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 하지만 내가 살아오며 느낀 생각을 남기고 싶은 페이지도 있다. 아이들이 볼지 안 볼지 알 수 없지만 누군가 볼지도 모르는 곳에 생각을 적다 보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내년엔 노안도 심해지고, 글씨 크고 그림도 들어간 동화책을 좀 봐야겠다. 은근히 재미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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