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
분야 전체
크레마클럽 허브

유리천장 아래 여자들

여성의 노동은 왜 차별받는가

아이린 파드빅,바버라 레스킨 저/황성원 | 아날로그(글담) | 2021년 1월 28일 한줄평 총점 8.0 (16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  종이책 리뷰 (15건)
  •  eBook 리뷰 (0건)
  •  한줄평 (1건)
분야
사회 정치 > 여성/남성
파일정보
EPUB(DRM) 52.96MB
지원기기
iOS Android PC Mac E-INK

이 상품의 태그

카드뉴스로 보는 책

책 소개

MD 한마디
표면적으로 보기에 여성의 사회 참여를 방해하는 제도적 장치나 사회적 편견은 없다. 그러나 노동 시장에서 성별 불평등은 여전히 존재한다. 평균 임금과 고위직 비율 등에서 여성은 여전히 불리하다. 여성 노동 전문가인 두 저자가 불평등의 원인과 해결 방법을 고찰해본다. - 손민규 사회정치 MD
왜 여성의 임금은 더 낮고 승진은 어려울까?
전 세계 노동 성차별의 원인을 밝히고 그 해법을 찾다!


현대의 노동시장은 20세기에 비하면 남녀 노동자를 평등하게 대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비교일 뿐, 노동시장의 성차별은 지금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 책에서는 노동 환경에서 나타나는 성차별의 원인과 그 현상을 구체적인 통계와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살펴보고, 해결 방안을 소개한다. 현대에는 여성과 남성이 같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실제 업무 현장에서도 동등한 능력을 보이지만, 현실의 사례를 살펴보면 여성 노동자는 남성 노동자에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임금을 받는 것은 물론 유리천장에 직면해 승진에 어려움을 겪으며, 심지어 가정에서는 가사 노동의 주된 책임을 떠맡는다. 아이린 파드빅과 바버라 레스킨은 오늘날 우리가 노동시장에서 직면하는 성차별 현상이 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형성되고 고착화되었는지 그 기원을 쫓는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통념이 만들어낸 현대 여성 노동자에 대한 승진과 권한의 제한, 그리고 임금격차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는다. 마지막으로 노동자들이 가정과 일을 동시에 꾸려나가야 하는 노동자들이 어떻게 가정과 일터 사이의 갈등을 조율할 수 있을지 그 방안을 모색한다.
  •  책의 일부 내용을 미리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미리보기

목차

서문
감사의 말
제1장 남성의 노동, 여성의 노동
어떤 노동에는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
만들어진 불평등, 젠더
남성과 여성의 노동은 값이 다르다
노동 시장에서 형성되는 젠더
제2장 노동에 붙은 성별 꼬리표
여성 가내노동의 역사
산업혁명, 젠더 불평등의 출발
가사 노동이 여성의 일이 된 이유
세계화는 노동 시장에 평등을 주었을까
제3장 직장에서 벌어지는 성 불평등
고용과 승진, 소득의 불평등
여성을 옭아매는 이데올로기의 함정
여성을 위협으로 여기는 남성들
고용주가 조장하는 성차별
여성은 왜 적은 보상에도 만족하는가
제4장 노동 현장에서 남성과 여성은 어떻게 분리되는가
성차별이 노동시장을 비효율적으로 만든다
근대 여성의 노동은 어떻게 변화했는가
현대에 성별분리는 완전히 사라졌을까
여성 의사를 상상할 수 없었던 사람들
고용주의 인식이 성별분업에 미치는 영향
여성이 자발적으로 저소득 직업을 선택한다는 착각
제5장 승진을 가로막는 유리천장
여성과 남성의 승진은 어떻게 다를까
노동시장 내 유리천장의 현실적 모습들
승진과 권한의 차별은 왜 발생할까
유능한 여성 노동자를 확보하는 방법
제6장 남성은 왜 더 높은 임금을 받을까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치러야 하는 비용
남성 수위가 여성 사무직보다 더 많이 버는 이유
고용주가 여성과 남성의 임금 차이를 만든다
고용주는 왜 성별분리를 시도하는가
제7장 직장과 가정이 부딪힐 때
직장과 가정, 어디에 충실할 것인가
가사 노동 분담은 평등해졌을까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한 줄다리기
가족의 행복에 대한 책임은 국가에 있다
용어 해설
찾아보기
미주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저자 소개 (3명)

저 : 아이린 파드빅 (Irene Padavic)
플로리다 주립 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교수가 되기 전 극장 사탕 판매원, 식당 종업원, 전화 판매원, 방문형 부동산 홍보원, 법률 보조원, 마케팅 연구원 등 다양한 서비스 부문에서 일했다. 학위논문 프로젝트에는 발전소의 석탄관리인으로 일했던 경험이 담겨있으며, 젠더와 노동, 캠퍼스의 또래 문화에서 나타나는 인종 차, 경제 재구조화, 육아 방식의 변화 등을 연구한다. 플로리다 주립 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교수가 되기 전 극장 사탕 판매원, 식당 종업원, 전화 판매원, 방문형 부동산 홍보원, 법률 보조원, 마케팅 연구원 등 다양한 서비스 부문에서 일했다. 학위논문 프로젝트에는 발전소의 석탄관리인으로 일했던 경험이 담겨있으며, 젠더와 노동, 캠퍼스의 또래 문화에서 나타나는 인종 차, 경제 재구조화, 육아 방식의 변화 등을 연구한다.
저 : 바버라 레스킨 (Barbara Reskin)
워싱턴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이 책의 출간 당시 전미사회학회 회장이었다. 학창시절 라디오와 TV 방송국, 트럭운송회사, 임시직 알선소, 보험회사, 대학 등에서 주로 여성들이 맡는 하급 사무직 일을 하며 학비를 벌었다. 여성에게 주어지는 대부분의 일이 지루하며, 저임금이고, 장래성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박사학위를 따야겠다고 결심했다. 노동자의 성별, 인종, 민족이 노동 기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한다. 다른 저서로는 《차별 철폐 조처의 현실The Realities of Affirmative Action》가 있다. 워싱턴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이 책의 출간 당시 전미사회학회 회장이었다. 학창시절 라디오와 TV 방송국, 트럭운송회사, 임시직 알선소, 보험회사, 대학 등에서 주로 여성들이 맡는 하급 사무직 일을 하며 학비를 벌었다. 여성에게 주어지는 대부분의 일이 지루하며, 저임금이고, 장래성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박사학위를 따야겠다고 결심했다. 노동자의 성별, 인종, 민족이 노동 기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한다. 다른 저서로는 《차별 철폐 조처의 현실The Realities of Affirmative Action》가 있다.
역 : 황성원 (성원)
학부에서 영문학을, 대학원에서 지리학을 공부했다. 환경, 여성, 노동, 도시 등을 주제로 한 여러 학술서와 대중서를 번역해왔다.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배우는 게 좋아서 시작한 일이 어느덧 업이 되었다. 책을 통한 사색만큼 물질성이 있는 노동을 사랑한다. 물론 균형 잡기는 항상 어려운 문제다. 옮긴 책으로 『자본의 17가지 모순』, 『백래시』, 『캘리번과 마녀』, 『혼자 살아가기』, 『저항주식회사』, 『쫓겨난 사람들』, 『칼을 든 여자』, 『염소가 된 인간』 등이 있다. 학부에서 영문학을, 대학원에서 지리학을 공부했다. 환경, 여성, 노동, 도시 등을 주제로 한 여러 학술서와 대중서를 번역해왔다.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배우는 게 좋아서 시작한 일이 어느덧 업이 되었다. 책을 통한 사색만큼 물질성이 있는 노동을 사랑한다. 물론 균형 잡기는 항상 어려운 문제다. 옮긴 책으로 『자본의 17가지 모순』, 『백래시』, 『캘리번과 마녀』, 『혼자 살아가기』, 『저항주식회사』, 『쫓겨난 사람들』, 『칼을 든 여자』, 『염소가 된 인간』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전 세계 노동시장에서 나타나는 젠더 불평등을
구체적이고 상세한 데이터를 통해 분석해낸 역작!


2020년 9월 대한민국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남성 노동자 대비 여성 노동자의 임금은 평균 69.4퍼센트였다. 남성 노동자가 100만 원을 벌 때, 여성 노동자는 69만 4천 원을 번다는 의미다. 같은 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회원국의 남녀 임금격차 데이터에서 한국은 꼴찌를 기록했다. 한국의 남녀 임금격차는 32.5퍼센트로, 회원국 평균인 12.9퍼센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23.5퍼센트로 2위를 차지한 일본과는 거의 10퍼센트 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났다.
임금격차는 가장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노동시장 내 성차별의 표지 중 하나다. 수치로 간단히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 환경에서 일어나는 성차별은 임금격차에서 그치지 않고, 훨씬 더 포괄적이고 복잡하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여성 노동자들은 관리직으로 승진하기 어렵고, 설령 승진하더라도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자리에 등용되지 않으며, 심지어는 맞벌이를 하면서도 가사 노동에 대한 책임을 더 많이 진다.
이 책의 저자 아이린 파드빅과 바버라 레스킨은 대학 시절 학비를 벌기 위해 여성 노동자들이 주로 종사하는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면서 현실에서 나타나는 노동시장의 성차별을 직접 경험하고 이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두 저자는 상세하고 구체적인 통계 자료와 노동자들로부터 수집한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노동시장에서 나타나는 성차별의 원인과 메커니즘을 밝히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한다.

여성의 일과 남성의 일은 왜 다를까?
젠더화된 노동의 현상과 원인을 밝히다!


현대에 나타나는 노동시장의 성차별 현상은 산업화라는 역사적 과정을 거쳐 형성되고 고착되었다. 따라서 현대의 노동 성차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근대에 만들어진 사회적 통념과 이데올로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현대 노동시장에서 나타나는 성차별을 설명하기 전에, 농업사회에서 근대 산업사회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노동에 성별 꼬리표가 부여되었는지를 상세한 문헌기록을 곁들여 소개한다.
남성 혹은 여성이라는 성별은 그저 생물학적인 구분에 불과하다. 그러나 사회는 두 성별의 차이를 과장함으로써 젠더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마찬가지로 과거 농업사회에서는 남녀 모두가 자급자족을 위한 농업에 종사했으나,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임금 노동은 남성의 몫, 그러한 남성을 뒷받침하는 가사 노동은 여성의 몫이라는 구분이 생겨났다. 사회가 이러한 가정에 기초해 노동을 구분하면서 남성에게는 부양할 가족이 있다는 가정하에 더 많은 임금을 주고, 여성은 결혼하면 가정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에 낮은 임금과 이직이 잦은 일자리만이 주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 유아복 분야를 보면 자연발생적인 근거가 전혀 없는 외모상의 성차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중략) 20세기 초까지 여자아이와 남자아이의 옷은 보통 흰색으로 비슷했다. 미국인들이 처음 유아복을 색으로 구분하기 시작했을 때 여자아이에게는 파란색 옷을, 남자아이에게는 분홍색 옷을 입혔다. 1950년이 되어서야 이런 관행이 역전되어 파란색은 남자를, 분홍색은 여자를 상징하게 되었다. 이런 전환을 보면 남녀 간의 불평등한 처우를 유지하고 정당화하는 데는 문화가 두 성별을 어떤 방식으로 구별짓느냐가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그런 구분을 한다는 사실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_ p23~24

사회가 젠더를 각색하여 과장한다는 방증으로, 저자는 노동에 붙어있는 성별 꼬리표가 사회 또는 시대에 따라 다르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가령 전 세계적으로 가정부는 여성이라는 고정관념이 지배적이지만, 앙골라와 인도에서는 절반가량이 남성이고, 튀니지, 가나, 세네갈 등에서는 3분의 1이 남성이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14~15세기에는 여성의 일로 여겨졌던 실크 생산이 16~17세기에 이르러 절대적으로 남성의 일로 바뀌었던 사례도 있다.

-- 여성과 남성에게 서로 다른 업무를 할당하는 것, 즉 성별분업은 노동의 핵심 속성이다. 모든 사회는 일정 정도 노동자의 성별을 근거로 업무를 선정한다. 어느 성별이 어떤 업무를 할지는 시기에 따라 그리고 나라에 따라 달라지지만 말이다. 어떤 사회가 ‘자연스럽게’ 여성의 일 혹은 남성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업무가 다른 시기 혹은 다른 장소에서는 반대편 성별에 할당되기도 하다.
가령 중동, 북아프리카, 인도에서는 대부분의 재단사가 남성인 반면, 이보다 더 산업화된 나라에서는 여성의 직업으로 여겨진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에서는 미용사와 이발사가 여성인 경우가 많지만, 인도나 중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가정부는 85퍼센트가 여성이지만 앙골라와 인도에서는 절반가량이 남성이고, 튀니지, 가나, 세네갈에서는 3분의 1이, 이집트와 쿠웨이트에서는 4분의 1이 남성이다. _ p29

-- 여성과 남성이 서로 다른 일을 하는 게 어째서 중요할까? 그 이유는 1954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공립학교의 성별분리를 금지한 이유와 동일하다. 사회적으로 불평등한 집단을 분리하는 조치는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 복수의 집단을 서로 다른 장소나 역할로 분리할 경우 불평등한 처우가 활개 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된다. 게다가 이는 여러 집단을 서로 다르게 대우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함의로 이어진다. _ p115

고용, 승진, 소득까지 노동의 모든 영역에서 일어나는
젠더 불평등을 파헤치다!


직장은 우리 사회의 성 불평등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장소다. 저자는 노동시장 내 젠더 불평등을 분석하면서, 성별 임금격차가 단순히 ‘동일노동 동일임금’원칙을 지키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통계를 살펴보면 여성 노동자는 이직이 잦거나, 승진을 거의 할 수 없는 직종, 혹은 애초에 낮은 임금을 주는 직종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여성은 남성에 비해 양질의 일자리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
그렇다면 이러한 차이는 왜 나타나는 것일까? 저자는 이처럼 성별에 따른 직종분리, 사업장분리, 심지어는 같은 직종 내에서도 직무분리가 일어나는 현상을 살펴보고, 그 원인을 경제학적 설명과 사회학적 설명 등 다방면으로 고찰한다.

-- 1870년 미국 재무부가 처음으로 여성을 고용했을 때 남성들은 이들을 향해 담배 연기를 뿜고 담뱃진을 뱉으며 야유를 퍼부었다.
그로부터 100년 뒤 남성이 주를 이루는 생산직 일자리에 진입한 여성들도 비슷한 대우를 받았다. 한 여성은 건설 현장에 일을 하러 간 첫날 감독관으로부터 “난 한번도 망할 여자랑 일해본 적 없고 앞으로도 절대 그럴 일 없을 거야. 이번 주가 끝나기 전에 당신이 여기서 줄행랑치게 만들어주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_ p94

-- 고용주는 업무 할당을 통해서도 성 불평등에 기여한다. 누구를 어떤 업무에 배치할 것인가는 거의 전적으로 고용주와 관리자의 손에 달려있는데, 이들에게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이 있어서 여성과 남성에게 서로 다른 업무를 맡길 수도 있고, 노동자의 성별에 관계없이 일을 맡길 수도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식료품 체인점인 럭키스토어를 상대로 한 1992년의 성차별 소송은 고정관념과 관리자의 재량이 어떻게 여성을 일부 업무에서 배제했는지 보여준다. 소송에서 럭키의 한 임원은 30년간 가게를 운영해온 경험을 통해 “남성은 계산대보다 현장에서 일하는 걸 더 좋아하고 (…) 여성은 계산대에서 일하는 걸 더 좋아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증언했다. _ p97

경제학자와 사화학자들은 나름의 이유를 붙여 여성이 남성과 달리 직업적 성공에 별로 관심이 없어 노동 성차별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가령 경제학자들은 인적자본론을 기초로 여성이 가정에 신경을 쓰느라 교육, 훈련, 경험 등에 투자를 하지 못해 여성의 생산성이 낮다고 주장하고, 사회학자들은 여자아이와 남자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각각의 젠더 역할에 맞게 사회화되기 때문에 사회적 통념들을 그대로 답습한 결과 여성은 가정에, 남성은 더 직장에 치중하게 된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설명이 노동 성차별의 모든 측면을 설명할 수 있을까? 저자는 풍부한 사례를 통해 실제로 노동 영역에서 발생하는 젠더 불평등의 사례를 보여주고, 경제학자들과 사회학자들의 주장을 다각도로 검토한다.

-- 교육의 양은 사실 경제활동참여 여부와 미래에 갖게 될 직업, 권한, 소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교육 기간의 성차만으로는 직장에서 일어나는 성 불평등 현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남성 노동자와 여성 노동자 모두 평균적으로 12년이 약간 넘는 기간 동안 교육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남성은 여성에 비해 고등학교를 마칠 가능성이 낮은 한편, 석사학위 이상으로 진학할 가능성이 더 높다. _ p105

-- 유년기의 사회화가 장기적으로 직업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모든 아이가 반드시 인형이나 미디어의 이미지로부터 전통적인 성별 이미지를 흡수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팀 이름을 “바비 걸즈”라고 지은 미취학 여아 축구선수들은 바비라는 상징을 일각에서 생각하는 여성의 수동성이 아니라 “소녀의 힘을 칭송”하기 위해 사용했다. 게다가 사회는 “분방한 소녀들”이나, 다양한 직업을 가진 여성과 남성이 등장하는 게임을 제공하는 “꼬마와 직업들” 웹사이트 등 대항 이미지를 제시한다. 이런 대항 이미지는 경제적 지위, 지역, 인종, 민족에 따라 접근할 수 있는 정도가 다르긴 하지만 말이다. _ p170

직장에서 나타나는 젠더 불평등,
성별분리, 유리천장, 임금격차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같은 요식업 종사자라도, 심지어 음식을 서빙하는 같은 직무를 맡고 있더라도 이들 사이에는 임금격차가 존재한다. 남성 웨이터는 여성 웨이트리스에 비해 팁을 더 많이 받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등 출발점에서부터 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직종, 직무상의 성별분리가 노동자에게 불리할 뿐만 아니라 기업, 더 나아가 사회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성별을 이유로 노동자를 특정 직업에서 배제하면, 노동시장이 경직되어 인적 자원이 낭비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성별분리의 주요 요인으로 고용주를 꼽는다. 다양한 사례와 통계를 통해, 저자는 고용주들이 충분한 고민 없이 기존의 관행에 따라 같은 자리에 특정 성별만 채용하거나, 기존 노동자들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아는 사람’을 채용하는 폐쇄적인 정책을 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러한 고용주의 고정관념이 실제 노동 환경에서는 어떠한 형태로 나타나는지, 고용주의 태도에 따른 노동자들의 사고방식 및 행동의 변화를 소개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한다.

-- 고정관념은 성별분리를 조장한다. 고용주는 개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때 자동적으로 고정관념에 의존하고, 고정관념은 노동자에 대한 고용주의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한 우리의 기억과 이들의 미래 행동에 대한 예측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주의 인사 관행은 고정관념이 성별분리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막을 수도 있다. 정확하게 ‘개별화된’ 정보는 고정관념의 작동을 저지할 수 있고, 따라서 인사를 할 때 취업 지원자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는 조직은 다른 조직에 비해 성별분리가 적을 수밖에 없다. 직무기술서를 문서화하고 취업 지원자에 대한 관련 정보를 완벽하게 갖추며 분명한 평가 기준을 마련하면 고정관념이 고용주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 _ p150~151

단순히 직업과 직종이 성별로 분리되는 것뿐만 아니라, 여성 노동자가 높은 권한을 가진 자리로 승진할 수 없는 유리천장 역시 고질적인 문제다. 저자가 수집한 사례를 살펴보면, 여성 노동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직종이나 사업장에서도 정작 관리직은 남성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이처럼 노골적이거나 때로는 은근한 성차별로 인해 마이크로소프트, 메리어트, 뉴욕타임스 등 유수 기업이 법적 소송에 휘말려 상당한 합의금을 치러야 했다. 그러나 설령 법적 구제절차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사후적일 수밖에 없으며, 차별에 대한 입증 책임이 피해자에게 부과되어 실질적인 구제 사례는 매우 적다. 저자는 노동 시장 성차별에 대한 법적 구제가 가지는 한계를 지적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기업의 영역, 정부 정책의 영역 등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 차별철폐 조치가 성별분리를 막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1967년 존슨 대통령은 연방의 용역계약자들이 인종을 근거로 차별하지 못하게 하는 행정명령을 수정하여 성차별을 포함시켰다. (중략) 많은 고용주가 차별철폐 조치가 훌륭한 정책임을 깨닫게 되었다. 재능 있는 노동자를 뽑는 데 도움이 되고, 차별소송을 예방할 수 있는 방어막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인사 관행에 차별철폐 조치를 반영한 고용주는 대부분 과거의 낡은 체제로 되돌아갈 이유를 느끼지 못한다. 가령 공군의 기초훈련을 성별통합적으로 운영하는 정책을 폐지할 생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해당 부서의 고참 상사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기초훈련에 대한 우리의 젠더통합형 접근법은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_ p155

가장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노동시장 내 성차별의 증거는 바로 임금격차다. 21세기 초 미국 노동시장에서 여성 노동자의 임금은 남성 노동자의 72퍼센트였다. 한국의 통계를 살펴보면, 심지어 2020년 통계청 데이터를 기준으로도 여성 노동자의 임금은 69.4퍼센트에 불과하다. 20년 전 미국의 노동시장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치다.
과거와 달리 현대에는 여성과 남성의 교육 수준과 직무 경험은 큰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별에 따른 임금격차는 단시간에 메우기 어려운 수준이다. 사회에 너무나 만연한 성별 고정관념과, 이에 기초해 만들어진 제도, 노동자와 고용주의 인식 등이 큰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성별 임금격차의 원인을 노동자의 성별에 따른 직무 경험 차이, 노동자 임금협상 시의 기준, 고용주의 고정관념, 정부의 정책 요인으로 나누어 다각도로 분석한다.

-- 노동자는 받아들일 수 있는 임금이 얼마인지를 결정할 때 부분적으로 준거집단(이들이 자신과 비교하는 사람들)에 속한 사람들의 소득을 판단 근거로 삼는다. 준거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동성일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다른 고용주가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많은 임금을 주는 산업이나 공동체라면 공정한 임금률에 대한 남성의 기준이 여성의 기대보다 높을 것이다. 여성과 남성 대학생 모두 전형적인 남성의 업무는 전형적인 여성의 업무보다 보수가 더 높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보여준 앞선 실험을 떠올려보라. 여성은 어째서 여성의 노동을 저평가할까? 사람들은 자신의 임금이 공정한지 판단할 때 동성의 타인을 근거로 삼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동료 대부분이 동성이기 때문이다. _ p241

-- 여성이 남성과는 다른 자질과 능력을 보유한다고 여기는 성별 고정관념은, 만일 고용주가 이 고정관념을 근거로 고용, 배치, 승진 결정을 내릴 경우 임금격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령 여성은 이런 일에, 남성은 저런 일에 더 유능하다는 식의 고정관념은 고용주가 여성을 관례적인 여성의 일자리에, 남성을 관례적인 남성의 일자리에 고용하게 만들 수 있다. 관례적인 남성의 일자리는 임금이 더 높기 때문에 이는 여성의 임금이 남성보다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서류화된 직무기술서처럼 공식화된 인사 관행을 도입하고 결정을 내린 사람들에게 결정의 책임을 묻는 노동기구는 결정을 내린 사람들이 고정관념을 근거로 행동할 자유를 축소시킴으로써 여성이 보수가 더 높은 관례적인 남성의 일자리에 고용될 가능성을 높인다. _ p246~247

-- 아무리 ‘자유시장’ 경제라 해도 정부 정책은 노동자의 임금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때로 특정 직무에 대한 임금을 규정하며, 여성과 남성의 임금 간의 관계를 조절한다. 미국의 연방정부가 1864년 여성을 고용하기 시작했을 때, 의회는 남성에 비해 여성의 임금을 낮게 책정하도록 사실상 법제화했고, 이로써 미국은 임금차별을 공식적인 법으로 보호하는 경로에 들어섰다. 여성을 공식적으로 차별한 나라는 미국만이 아니었다. 1909년에 통과된 영국 최초의 최저임금법은 여성의 최저임금을 남성보다 낮게 책정했다. _ p248~249

일과 가정을 조화시킬 수 있을까?
직장과 일터가 양립할 수 있는 건강한 노동 환경을 생각하다


20세기 초입에는 16~65세 기혼 여성 중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이 4퍼센트 미만이었으나, 20세기 말이 되자 이 비율은 59.5퍼센트까지 증가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남성과 여성의 경제활동참여율은 비슷해지고 있으며, 오늘날에는 결혼, 출산으로 일을 그만두는 여성이 이전에 비해 대폭 줄었다. 이제 노동자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가정과 일터의 요구를 모두 충족시켜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인터넷 등의 기술 발전으로 인해, 그리고 최근에는 코로나 19로 인해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지만, 재택근무는 노동자의 자율적인 시간 분배를 가능하게 하면서 동시에 하루 종일 일에 매여있도록 만든다.
저자는 이러한 일터와 가정 사이의 갈등을 조율하는 책임이 노동자에게만 부과되어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전 세계적으로 출산, 육아 지원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정책을 비교하고, 기업과 정부 차원의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 일부 국가는 노동자가 이중책임을 감당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으로 일과 가정 간의 갈등에 접근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다른 선진산업국의 정책을 보면 미국은 아직 황무지임을 절감하게 된다. 가령 독일은 1883년에, 스웨덴은 1891년에, 프랑스는 1928년에 출산휴가를 도입했다. 미국은 1993년 이후에야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이 다른 나라보다 뒤쳐진 이유는 이데올로기와 관련이 있다. 개인주의를 중시하는 미국인은 다음 세대의 양육을 공적인 관심사보다는 사적인 일로 본다. 반면 유럽 국가는 가족의 행복에 대한 책임이 일정 정도 사회에 있고 다음 세대에 대한 투자를 통해 사회 역시 덕을 본다고 생각한다. 스웨덴 정부의 다음 두 가지 정책 선언은 이러한 신념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부모와 자녀는 합리적인 경제적 수준을 즐기는 동시에 함께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야 한다.”
“여성과 남성은 적극적인 부모 역할과 의미 있는 직장생활을 병행할 수 있어야 한다.” _ p297~298

종이책 회원 리뷰 (15건)

여성에게만 존재하는 유리천장?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m****h | 2021.04.06

여성과 남성이 같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실제 업무 현장에서도 동등한 능력을 보이지만, 현실의 사례를 살펴보면 여성 노동자는 남성 노동자에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임금을 받는 것은 물론 유리천장에 직면해 승진에 어려움을 겪으며, 심지어 가정에서는 가사 노동의 주된 책임을 떠맡는다. 

아이린 파드빅과 바버라 레스킨은 오늘날 우리가 노동시장에서 직면하는 성차별 현상이 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형성되고 고착화되었는지 그 기원을 쫓는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통념이 만들어낸 현대 여성 노동자에 대한 승진과 권한의 제한, 그리고 임금격차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는다. 마지막으로 노동자들이 가정과 일을 동시에 꾸려나가야 하는 노동자들이 어떻게 가정과 일터 사이의 갈등을 조율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투명인간, 제2의 성, 가부장제, 이런 키워드들이 듣기 불편하지만, 이제는 양성모두 이런 주제에 신경을 써야한다. 인식이 없으면, 개선도 변화도 변혁도 기대할 수 없다. 말하기 어렵다. 조심스럽다. 내 생각과 달리 또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에 말이다. 왕진가방 속 페미니즘이라는 책을 한 번 보면 좋겠다. 주치의 원장선생님의 이야기를..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접어보기
[유리천장 아래 여자들] 리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워**인 | 2021.02.27

    많은 사람들은 현재 젠더 불평등이 상당히 해소되었다고 생각하지만, 노동 시장에서 아직까지도 성차별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이곳저곳에서 보인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보수) 결과’ 자료에 따르면 남성 임금근로자의 평균소득(360만원)은 여성 소득(236만원)의 약 1.53배였다.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22INNORZX3) 3년 전에는 하나은행에서 2013년 하반기 공채 때 남녀 합격자의 비율을 4:1로 미리 정해두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출처: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927177&code=11151400&cp=nv) 이렇듯 여성의 노동은 고용에서부터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받는 단계까지 차별에 맞닥뜨리게 된다. 뿐만 아니라, 급식 노동자의 노동 등 특정 노동자의 노동은 '여성의 노동'으로 인식되지만, 건설 노동 등은 '남성의 노동'으로 받여들여지기도 한다.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유리천장 아래 여자들>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이 책은 고용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충분한 배경지식을 제공한다. 이 책은 첫 번째 장에서 노동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노동에는 누군가가 임금을 지급하는 지불노동과 임금을 받지 않는 부불노동이 포함된다는 것을 설명한다. 또한 젠더와 성별의 의미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밝히고, 성별-젠더 위계가 무엇인지 독자에게 알려 준다. 이러한 개념의 정의를 모른다면 노동 시장에서의 성차별을 이해하는 것이 어려운데, 논의에 필요한 개념의 정의들을 명확히 내리고 이런 개념들을 부록에 다시 정리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두 번째로, <유리천장 아래 여자들>은 고용 성차별 문제를 방대한 자료를 이용해서 다각도로 다룬다. 이 책은 고용 성차별, 승진에서 여성이 겪는 불이익, 임금 차별, 그리고 부불노동인 가사노동과 지불노동인 직장일이 충돌할 때 겪는 문제 등 노동 시장에서의 성차별을 세밀하게 다룬다. 또한 특정 직업에 특정 성별이 집중되는 상황이나, 여성이 주로 맡는 직종이 저평가되는 이유 역시 세세하게 파헤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러한 차별이 발생하는 원인과 양상을 다양한 통계자료, 그래프와 인터뷰를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노동시장의 차별에 대해 분석할 때 저자들이 고용 차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인종이나 민족 등의 요소 또한 고려하고, 성별분업에 대해 이야기할 때 서구 외의 지역도 이야기하려고 노력한 것이 글의 객관성을 높여 주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노동자, 고용주, 그리고 국가가 노동 시장에서의 성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할 일을 제시한다. 노동에서의 성차별은 역사가 길기 때문에, 노동 시장의 성차별을 해소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든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은 각 장에서 제기한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따라서, 단지 노동 시장에서의 성차별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거대하고 복잡했다는 사실에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시정을 요구하고 해결을 시도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유리천장 아래 여자들>은 미국의 노동시장을 다룬 책이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에도 적용할 수 있는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노동 시장의 성차별에 대해서 더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 볼 것을 강하게 권유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접어보기
[서평] 유리천장 아래 여자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로* | 2021.02.24

'女女女女女女女女女…男교사 실종사건'

(https://mbnmoney.mbn.co.kr/news/view?news_no=MM1004272888)

학교 현장의 교원 성비 불균형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사를 접했다. 국내 초등학교 여교사 비율이 77%(작년 4월 기준)로, 교사 성비 쏠림 현상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해법 논의가 시급하다는 교원 단체의 입장까지 담고 있었다. 팩트만 보면 맞다.(아니, 근데 사실 이건 ‘공립’의 경우이다. '사립'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지만 왜, 여성의 비율이 높을 때만 성비 쏠림 현상은 심각성을 가지게 되는가? 왜 유독 해당 직군에 여성의 비율이 높은지 생각해보지 않는가? 무엇이 여성들을 이 직군으로 이끌었는가? 원인을 찾지 않고서 해답만을 찾는다면 그 해답은 올바르지 못한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른 질문들이 떠올랐다. 그럼 다른 직군에서 여성의 비율은 어떠한가? 노동 시장에서 여성은 남성과 평등한 대우를 받는가? 

 

이 책은 이런 수많은 질문에 대해 대답해준다. 노동이 무엇인지부터 시작해 '젠더화된 노동'에 대해 논하며 역사적인 맥락과 직장에서 나타나는 성 불평등에 대해 개관한다. 실증적인 자료들로 임금격차가 발생하는 원인을 평가하고 이를 좁히기 위한 전략을 논해보며, 여전히 공고한 유리천장을 말해준다. 용어를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현상을 다각도로 바라보며 친절하게 풀어쓴 점에서 기본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여성의 노동은 왜 차별받는가.' 표지에 등장하는 한 문장은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질문이다. 

 

 


 

인간의 활동을 젠더로 구분하는 주된 이유는 남성이 점하고 있는 유리한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젠더 이데올로기와 젠더화된 조직은 나성 집단의 유리한 지위를 제도화한다. 달리 말해서 조직은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우호적인 성별-젠더 위계를 확립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덕분에 개별 남성들은 아무 노력을 하지 않고도 그저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혜택을 누린다. 대부분의 남성은 자신의 생물학적 성별에서 비롯된 혜택을 의식조차 하지 못한다.

(제1장_남성의 노동, 여성의 노동. p.26)

 

고용주와 노동자들은 성별과 별 관련이 없는 상황에서 성별을 부각시킴으로써, 그리고 성별에 대한 전형적인 가정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젠더 구분을 이행한다. 고용주는 직무를 성별에 따라 구분하고, 노동자의 성별을 근거로 급료를 결정하고, 앞서 다룬 것과 같은 노동자들의 관행을 허용함으로써 노동을 젠더화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젠더는 조직의 관행과 상호작용을 통해 노동 현장에서 구성된다. 이런 특성이 변하면 젠더는 약화된다.

(제1장_남성의 노동, 여성의 노동. p.42)

 

별개의 영역 이데올로기는 현대의 노동을 젠더화하는 데 여러 방식으로 기여했다. 첫째, 남성에게 가족 부양의 의무를 할당했지만 동시에 사회적 인정을 거머쥘 방법을 제공했다. 여성에게도 의무가 생겼지만 집에 눌러앉게 된 여성들은 임금 시스템 밖으로 밀려났고 따라서 사회적 보상의 기회에서 배제되었다. 둘째, 고용주로 하여금 많은 일자리에서 여성을 배제하도록 독려한 사회적 가치들은 성차별을 정당화했다. 셋째, 남성이 여성을 부양한다는 생각 덕분에 고용주는 여성에게 낮은 임금을 주는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었고, 여성이 남성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면서 가족 내에서 남성의 권위가 확고해졌다.

(제2장_노동에 붙은 성별 꼬리표. p.62)

 

젠더 역할의 사회화는 여러 방식으로 불평등한 노동환경을 조성한다. 우선 이를 통해 여성은 가정에, 남성은 직장에 더 치중하게 만들 수 있다. 전통적으로 여자아이는 아이를 낳고 요리를 하며 집안일을 원하도록 사회화되는 반면, 남자아이는 돈을 벌고 가족으로서의 의무를 일 다음으로 미루도록 사회화되었다. 이런 식의 서로 다른 사회화가 지속되는 한 여성과 남성은 사회가 각 성별에 알맞다고 여기를 일자리를 추구하는 경향을 유지한다.

(제3장_직장에서 벌어지는 성 불평등. p.108)

 

성별 분리의 가장 직접적인 결과는 남성에 비해 여성의 소득이 낮아진다는 점이다. 이는 두 가지 방식으로 일어난다. 첫째, 여성은 소득이 낮은 직업에, 남성은 소득이 높은 직업에 더 많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 둘째, 여성이 많은 직업은 남녀 직원 모두에게 더 적은 임금을 지불하는 경향이 있다.

(제4장_노동 현장에서 남성과 여성은 어떻게 분리되는가. p.117)

 

고정관념은 성별분리를 조장한다. 고용주는 개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때 자동적으로 고정관념에 의존하고, 고정관념은 노동자에 대한 고용주의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한 우리의 기억과 이들의 미래 행동에 대한 예측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주의 인사 관행을 고정관념이 성별분리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막을 수도 있다. 정확하게 '개별화된' 정보는 고정관념의 작동을 저지할 수 있고, 따라서 인사를 할 때 취업 지원자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는 조직은 다른 조직에 비해 성별분리가 적을 수밖에 없다. 직무기술서를 문서화하고 취업 지원자에 대한 관련 정보를 완벽하게 갖추며 분명한 평가 기준을 마련하면 고정관념이 고용주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

(제4장_노동 현장에서 남성과 여성은 어떻게 분리되는가. p.151)

 


 

필자도 알고 독자도 알듯이, 그리고 사실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도 알듯이 노동 시장에서 여성의 차별은 존재하며 유리천장은 공고하다. 책에 제시되는 많은 자료들은 새로운 정보라기보다는 확인사살을 해주는 역할을 한다. 다양한 국가들에서 일어나는 노동 현장에서의 차별 현상은 사실 놀라울 것 하나 없이 예상했던 결과이지만, 2021년인 지금까지도 여전히 하나의 '현상'으로 읽힌다는 것이 새삼 놀라웠다. 

 

인용한 부분들은 원인과 결과를 담고 있지만, 그 인과 관계는 하나도 논리적이지 않다. 비논리, 무논리에 맞서 여성들은 싸우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여성의 지위가 많이 향상되었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들을 때마다 우습기만 하다. 과거에 비해 완화되었을 뿐,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일 뿐이다. 여전히 남성들은 여성들을 위협으로 여기고, 고용주는 성별분리를 적용해 일자리를 만든다. 성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성별분리로 나아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과 적합한 프로그램 개발이 가장 필수적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부르짖었고, 바라왔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부족함에 좌절하기보다는 계속 요구하고 소리내 맞서 싸워야겠다. 

 

1980년대, 가사와 직장 노동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구자명 씨는 어린 아이를 돌보고, 시어머니 병수발을 들며 맞벌이 부부임에도 홀로 가사 노동을 하며 '한 식구의 안식을 받쳐' 드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이런 구자명 씨의 고단함은 1980년대는 물론이고 2000년대 학생들에게도, 2020년대 학생들에게도 공감받고 있다. 더이상 이 고단함에 공감하는 학생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저런 시절도 있었구나, 하며 뼈아픈 역사로 여기는 그런 날이 올 수 있기를 바란다.

 


 

맞벌이 부부 우리 동네 구자명 씨

일곱 달 된 아기 엄마 구자명 씨는

출근 버스에 오르기가 무섭게

아침 햇살 속에서 졸기 시작한다

경기도 안산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경적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옆으로 앞으로 꾸벅꾸벅 존다

 

차창 밖으론 사계절이 흐르고

진달래 피고 밤꽃 흐드러져도 꼭

부처님처럼 졸고 있는 구자명 씨,

그래 저 십 분은

간밤 아기에게 젖 물린 시간이고

또 저 십 분은

간밤 시어머니 약시중 든 시간이고

그래그래 저 십 분은

새벽녘 만취해서 돌아온 남편을 위하여 버린 시간일 거야

 

고단한 하루의 시작과 끝에서

잠 속에 흔들리는 팬지꽃 아픔

식탁에 놓인 안개꽃 멍에

그러나 부엌문이 여닫기는 지붕마다

여자가 받쳐 든 한 식구의 안식이

아무도 모르게

죽음의 잠을 향하여

거부의 화살을 당기고 있다

- 고정희, 우리 동네 구자명 씨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접어보기
  •  종이책 상품상세 페이지에서 더 많은 리뷰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한줄평 (1건)

0/50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