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니 가머스 저/심연희 역
보니 가머스 저/심연희 역
주명희 등저
이소진 저
제니퍼 건터 저/김희정,안진희,정승연,염지선 역/윤정원 감수
레이철 시먼스 저/강나은 역
여성과 남성이 같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실제 업무 현장에서도 동등한 능력을 보이지만, 현실의 사례를 살펴보면 여성 노동자는 남성 노동자에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임금을 받는 것은 물론 유리천장에 직면해 승진에 어려움을 겪으며, 심지어 가정에서는 가사 노동의 주된 책임을 떠맡는다.
아이린 파드빅과 바버라 레스킨은 오늘날 우리가 노동시장에서 직면하는 성차별 현상이 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형성되고 고착화되었는지 그 기원을 쫓는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통념이 만들어낸 현대 여성 노동자에 대한 승진과 권한의 제한, 그리고 임금격차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는다. 마지막으로 노동자들이 가정과 일을 동시에 꾸려나가야 하는 노동자들이 어떻게 가정과 일터 사이의 갈등을 조율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투명인간, 제2의 성, 가부장제, 이런 키워드들이 듣기 불편하지만, 이제는 양성모두 이런 주제에 신경을 써야한다. 인식이 없으면, 개선도 변화도 변혁도 기대할 수 없다. 말하기 어렵다. 조심스럽다. 내 생각과 달리 또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에 말이다. 왕진가방 속 페미니즘이라는 책을 한 번 보면 좋겠다. 주치의 원장선생님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은 현재 젠더 불평등이 상당히 해소되었다고 생각하지만, 노동 시장에서 아직까지도 성차별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이곳저곳에서 보인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보수) 결과’ 자료에 따르면 남성 임금근로자의 평균소득(360만원)은 여성 소득(236만원)의 약 1.53배였다.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22INNORZX3) 3년 전에는 하나은행에서 2013년 하반기 공채 때 남녀 합격자의 비율을 4:1로 미리 정해두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출처: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927177&code=11151400&cp=nv) 이렇듯 여성의 노동은 고용에서부터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받는 단계까지 차별에 맞닥뜨리게 된다. 뿐만 아니라, 급식 노동자의 노동 등 특정 노동자의 노동은 '여성의 노동'으로 인식되지만, 건설 노동 등은 '남성의 노동'으로 받여들여지기도 한다.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유리천장 아래 여자들>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이 책은 고용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충분한 배경지식을 제공한다. 이 책은 첫 번째 장에서 노동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노동에는 누군가가 임금을 지급하는 지불노동과 임금을 받지 않는 부불노동이 포함된다는 것을 설명한다. 또한 젠더와 성별의 의미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밝히고, 성별-젠더 위계가 무엇인지 독자에게 알려 준다. 이러한 개념의 정의를 모른다면 노동 시장에서의 성차별을 이해하는 것이 어려운데, 논의에 필요한 개념의 정의들을 명확히 내리고 이런 개념들을 부록에 다시 정리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두 번째로, <유리천장 아래 여자들>은 고용 성차별 문제를 방대한 자료를 이용해서 다각도로 다룬다. 이 책은 고용 성차별, 승진에서 여성이 겪는 불이익, 임금 차별, 그리고 부불노동인 가사노동과 지불노동인 직장일이 충돌할 때 겪는 문제 등 노동 시장에서의 성차별을 세밀하게 다룬다. 또한 특정 직업에 특정 성별이 집중되는 상황이나, 여성이 주로 맡는 직종이 저평가되는 이유 역시 세세하게 파헤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러한 차별이 발생하는 원인과 양상을 다양한 통계자료, 그래프와 인터뷰를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노동시장의 차별에 대해 분석할 때 저자들이 고용 차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인종이나 민족 등의 요소 또한 고려하고, 성별분업에 대해 이야기할 때 서구 외의 지역도 이야기하려고 노력한 것이 글의 객관성을 높여 주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노동자, 고용주, 그리고 국가가 노동 시장에서의 성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할 일을 제시한다. 노동에서의 성차별은 역사가 길기 때문에, 노동 시장의 성차별을 해소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든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은 각 장에서 제기한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따라서, 단지 노동 시장에서의 성차별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거대하고 복잡했다는 사실에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시정을 요구하고 해결을 시도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유리천장 아래 여자들>은 미국의 노동시장을 다룬 책이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에도 적용할 수 있는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노동 시장의 성차별에 대해서 더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 볼 것을 강하게 권유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女女女女女女女女女…男교사 실종사건'
(https://mbnmoney.mbn.co.kr/
학교 현장의 교원 성비 불균형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사를 접했다. 국내 초등학교 여교사 비율이 77%(작년 4월 기준)로, 교사 성비 쏠림 현상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해법 논의가 시급하다는 교원 단체의 입장까지 담고 있었다. 팩트만 보면 맞다.(아니, 근데 사실 이건 ‘공립’의 경우이다. '사립'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지만 왜, 여성의 비율이 높을 때만 성비 쏠림 현상은 심각성을 가지게 되는가? 왜 유독 해당 직군에 여성의 비율이 높은지 생각해보지 않는가? 무엇이 여성들을 이 직군으로 이끌었는가? 원인을 찾지 않고서 해답만을 찾는다면 그 해답은 올바르지 못한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른 질문들이 떠올랐다. 그럼 다른 직군에서 여성의 비율은 어떠한가? 노동 시장에서 여성은 남성과 평등한 대우를 받는가?
이 책은 이런 수많은 질문에 대해 대답해준다. 노동이 무엇인지부터 시작해 '젠더화된 노동'에 대해 논하며 역사적인 맥락과 직장에서 나타나는 성 불평등에 대해 개관한다. 실증적인 자료들로 임금격차가 발생하는 원인을 평가하고 이를 좁히기 위한 전략을 논해보며, 여전히 공고한 유리천장을 말해준다. 용어를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현상을 다각도로 바라보며 친절하게 풀어쓴 점에서 기본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여성의 노동은 왜 차별받는가.' 표지에 등장하는 한 문장은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질문이다.
인간의 활동을 젠더로 구분하는 주된 이유는 남성이 점하고 있는 유리한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젠더 이데올로기와 젠더화된 조직은 나성 집단의 유리한 지위를 제도화한다. 달리 말해서 조직은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우호적인 성별-젠더 위계를 확립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덕분에 개별 남성들은 아무 노력을 하지 않고도 그저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혜택을 누린다. 대부분의 남성은 자신의 생물학적 성별에서 비롯된 혜택을 의식조차 하지 못한다.
(제1장_남성의 노동, 여성의 노동. p.26)
고용주와 노동자들은 성별과 별 관련이 없는 상황에서 성별을 부각시킴으로써, 그리고 성별에 대한 전형적인 가정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젠더 구분을 이행한다. 고용주는 직무를 성별에 따라 구분하고, 노동자의 성별을 근거로 급료를 결정하고, 앞서 다룬 것과 같은 노동자들의 관행을 허용함으로써 노동을 젠더화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젠더는 조직의 관행과 상호작용을 통해 노동 현장에서 구성된다. 이런 특성이 변하면 젠더는 약화된다.
(제1장_남성의 노동, 여성의 노동. p.42)
별개의 영역 이데올로기는 현대의 노동을 젠더화하는 데 여러 방식으로 기여했다. 첫째, 남성에게 가족 부양의 의무를 할당했지만 동시에 사회적 인정을 거머쥘 방법을 제공했다. 여성에게도 의무가 생겼지만 집에 눌러앉게 된 여성들은 임금 시스템 밖으로 밀려났고 따라서 사회적 보상의 기회에서 배제되었다. 둘째, 고용주로 하여금 많은 일자리에서 여성을 배제하도록 독려한 사회적 가치들은 성차별을 정당화했다. 셋째, 남성이 여성을 부양한다는 생각 덕분에 고용주는 여성에게 낮은 임금을 주는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었고, 여성이 남성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면서 가족 내에서 남성의 권위가 확고해졌다.
(제2장_노동에 붙은 성별 꼬리표. p.62)
젠더 역할의 사회화는 여러 방식으로 불평등한 노동환경을 조성한다. 우선 이를 통해 여성은 가정에, 남성은 직장에 더 치중하게 만들 수 있다. 전통적으로 여자아이는 아이를 낳고 요리를 하며 집안일을 원하도록 사회화되는 반면, 남자아이는 돈을 벌고 가족으로서의 의무를 일 다음으로 미루도록 사회화되었다. 이런 식의 서로 다른 사회화가 지속되는 한 여성과 남성은 사회가 각 성별에 알맞다고 여기를 일자리를 추구하는 경향을 유지한다.
(제3장_직장에서 벌어지는 성 불평등. p.108)
성별 분리의 가장 직접적인 결과는 남성에 비해 여성의 소득이 낮아진다는 점이다. 이는 두 가지 방식으로 일어난다. 첫째, 여성은 소득이 낮은 직업에, 남성은 소득이 높은 직업에 더 많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 둘째, 여성이 많은 직업은 남녀 직원 모두에게 더 적은 임금을 지불하는 경향이 있다.
(제4장_노동 현장에서 남성과 여성은 어떻게 분리되는가. p.117)
고정관념은 성별분리를 조장한다. 고용주는 개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때 자동적으로 고정관념에 의존하고, 고정관념은 노동자에 대한 고용주의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한 우리의 기억과 이들의 미래 행동에 대한 예측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주의 인사 관행을 고정관념이 성별분리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막을 수도 있다. 정확하게 '개별화된' 정보는 고정관념의 작동을 저지할 수 있고, 따라서 인사를 할 때 취업 지원자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는 조직은 다른 조직에 비해 성별분리가 적을 수밖에 없다. 직무기술서를 문서화하고 취업 지원자에 대한 관련 정보를 완벽하게 갖추며 분명한 평가 기준을 마련하면 고정관념이 고용주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
(제4장_노동 현장에서 남성과 여성은 어떻게 분리되는가. p.151)
필자도 알고 독자도 알듯이, 그리고 사실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도 알듯이 노동 시장에서 여성의 차별은 존재하며 유리천장은 공고하다. 책에 제시되는 많은 자료들은 새로운 정보라기보다는 확인사살을 해주는 역할을 한다. 다양한 국가들에서 일어나는 노동 현장에서의 차별 현상은 사실 놀라울 것 하나 없이 예상했던 결과이지만, 2021년인 지금까지도 여전히 하나의 '현상'으로 읽힌다는 것이 새삼 놀라웠다.
인용한 부분들은 원인과 결과를 담고 있지만, 그 인과 관계는 하나도 논리적이지 않다. 비논리, 무논리에 맞서 여성들은 싸우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여성의 지위가 많이 향상되었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들을 때마다 우습기만 하다. 과거에 비해 완화되었을 뿐,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일 뿐이다. 여전히 남성들은 여성들을 위협으로 여기고, 고용주는 성별분리를 적용해 일자리를 만든다. 성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성별분리로 나아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과 적합한 프로그램 개발이 가장 필수적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부르짖었고, 바라왔지만 아직도 부족하다. 부족함에 좌절하기보다는 계속 요구하고 소리내 맞서 싸워야겠다.
1980년대, 가사와 직장 노동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구자명 씨는 어린 아이를 돌보고, 시어머니 병수발을 들며 맞벌이 부부임에도 홀로 가사 노동을 하며 '한 식구의 안식을 받쳐' 드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이런 구자명 씨의 고단함은 1980년대는 물론이고 2000년대 학생들에게도, 2020년대 학생들에게도 공감받고 있다. 더이상 이 고단함에 공감하는 학생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저런 시절도 있었구나, 하며 뼈아픈 역사로 여기는 그런 날이 올 수 있기를 바란다.
맞벌이 부부 우리 동네 구자명 씨
일곱 달 된 아기 엄마 구자명 씨는
출근 버스에 오르기가 무섭게
아침 햇살 속에서 졸기 시작한다
경기도 안산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경적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옆으로 앞으로 꾸벅꾸벅 존다
차창 밖으론 사계절이 흐르고
진달래 피고 밤꽃 흐드러져도 꼭
부처님처럼 졸고 있는 구자명 씨,
그래 저 십 분은
간밤 아기에게 젖 물린 시간이고
또 저 십 분은
간밤 시어머니 약시중 든 시간이고
그래그래 저 십 분은
새벽녘 만취해서 돌아온 남편을 위하여 버린 시간일 거야
고단한 하루의 시작과 끝에서
잠 속에 흔들리는 팬지꽃 아픔
식탁에 놓인 안개꽃 멍에
그러나 부엌문이 여닫기는 지붕마다
여자가 받쳐 든 한 식구의 안식이
아무도 모르게
죽음의 잠을 향하여
거부의 화살을 당기고 있다
- 고정희, 우리 동네 구자명 씨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