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 최 저
월터 아이작슨 저/조은영 역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저/황가한 역
하미나 저
황선우 저
류진희,백문임,허윤 기획
눈에 보이지 않는 일을 보이게 만드는 걸 넘어서서 잔소리 대장이 되고 싶지 않다면, 남편과 가사 노동의 균형을 제대로 잡고 싶다면, 그 모든 일을 우선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남편에게 더 많은 맥락을 제공할 필요가 있었다. 집안일 하나하나에 이름을 달고, 명확하게 정의해서, 공정하게 배분할 수 있다는 걸 알려 줘야 한다는 의미였다. _3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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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피곤에 찌든, 정말 마음에 안 드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남편을 탓했다. (···) '왜 난 예전 모습을 알아볼 수 없는 엄마 좀비가 되었는데 당신은 아직 그대로인 거야?' _112p.
집안일... 보이지 않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집에서 하는 게 뭐가 있는데!'라는 이야기는 요즘도 종종 드라마나 주변에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남자들이 일터로 출근하면 아내들이 집에서 하는 일이 과연 없을까? 결혼 전 똑같이 사회생활을 하던 사회인으로 살아가다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게 되면 여자의 삶엔 많은 변화가 따르게 된다. 아이들이 성장하고, 집안 살림을 하며 가정을 꾸리는 일이 과연 그냥 저절로 알아서 해결되는 일들이던가?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10여 년 안팎의 시간이 지나고, 이후 '내 삶'을 시작하고 싶어진 여성의 '경력단절' 이 순환은 긴 시간 동안 반복되어 왔는데 정말 해결책이 없는 것일까?
「페어플레이 프로젝트」의 저자 이브 로드스키는 어머니의 삶과 자신의 삶, 자신과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을 보며 여성이 집안일을 혼자 떠맡고 있는, 불공정한 삶을 고민하게 된다. 가사노동의 불균형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듯하다.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몇 십 년 전부터 문제를 제기해 왔지만 속 시원한 해결책은 없고 서로를 탓하기 바빴는데, 집안일도 회사일처럼 명확한 규칙과 기준이 있다면, 그러한 시스템이 만들어진다면 달라질까?
이브 로드스키는 10여 년간 조직 관리에 몸담았던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커플 500쌍을 인터뷰, 무수한 연구 자료들을 분석하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페어플레이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부부가 집안일 카드 100장을 상황에 맞게 나눠 가진 다음, 각자 자신이 맡은 카드를 책임지고 실행에 옮기는 게임으로, 목적은 가사 노동의 불공정함을 바로잡고 부부가 각각 자신을 돌보고 성장시켜 나갈 수 있는 '유니콘 스페이스'를 추구하는 데 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게임에 참여한 두 사람이 모두 승자가 되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인데, 이게 가능하겠어? 하고 생각이 드는 한편 생생한 글들을 읽어나갈수록 '이렇게만 하면 가능하겠는데?라는 생각도 들게 된다. 가정은 일방적인 희생으로 유지될 수 없다. 부부가 함께 읽어야 하고, 결혼을 계획하고 있는 모든 이들이 한 번쯤 일독해보길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남자들의 시간은 다이아몬드처럼 한정된 자원으로 보호받고, 여자들의 시간은 모래알처럼 남아돈다는 식의 모순된 생각은 아이가 생긴 뒤로 최악으로 치닫는다. _71p.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고, 정기적으로 대화를 하고, 의도를 가지고 카드를 협상하며 수없이 카드를 재거래한 끝에 이제 남편과 나는 공정하게 게임을 하고 있다. 옆에서 우리를 지켜본 아이들은 공정하고 협력적인 파트너십을 맺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엄마와 아빠의 시간이 똑같이 가치 있고 존중받아야 하며, 집안일을 분담해야 하고, 가족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유니콘을 살찌우도록 격려 받아 마땅하다는 것을 배우는 중이다. 우리 모두가 윈-윈-원이다. _323p.
#이브로드스키 #김정희 #자기개발 #까망머리앤의작은서재 #유니콘스페이스 #FAIR_PLAY_PROJECT #가사일 #집안일 #가사노동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결혼을 하기 전에는 결혼이 인생을 바꾼다는 말에 크게 공감하지 못했다. 결혼 후에도 딱히 느끼지 못하다가 아이를 출산하고 나니 왜 그런지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육아도 집안일도 내 몫이 되는 순간, 나는 점점 사라져 가는 느낌이 들었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엄마라는 존재만 있지 나는 없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뭘까? 육아에 영혼을 갈아 넣고, 집안일에 온몸을 바치니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한다. 잘 생각해 보면, 남자들은 결혼을 하기 전이나 후나 동일하다. 집에서 밥 먹고 회사 가서 일하고. 여자들은 결혼 전에는 엄마가 해 주는 밥 먹고 회사 가서 일했다. 하지만 결혼 후에는 밥을 해서 먹어야 하고, 회사 가서 일을 하고 싶지만 출산 후에는 그것도 어려워진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출산, 그리고 그 이후에 벌어지는 집안 일과 육아에 대한 분배다.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이 난 우리나라 엄마들만 이런 고충을 겪고 있구나 싶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니 미국의 엄마라고 다를 게 없었다. 유교사상이 가득한 남자와 사니 집안일은 함께하는 것이 아닌 도와주는 걸로 인식하는구나 싶었다. 사상과 상관없이 미국 아빠들도 똑같았다. 그냥 남자들은 집안일은 여자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이었다. 아주아주 옛날에는 남자들이 사냥을 해와서 먹고 여자들이 아이를 돌보며 음식을 해먹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자들도 돈을 벌고, 아이 낳는 것 빼고는 남자와 여자가 동일한데 왜 생각은 예전이랑 똑같은 건지. 책 초반에 남자들이 가사노동에 대해 바라보는 생각이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것을 읽고 나니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된다.
이해는 이해고, 여자들에게도 아내가 필요하다고 할 만큼 여자들이 자잘한 일들을 다 처리해 주니 남자들이 편하게 바깥에서 일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을 버는 남자의 시간이 집에서 일하는 여자의 시간보다 더 귀중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똑같이 시간은 귀중한데, 여자들 역시 남자들의 시간이 귀중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이야기의 시작부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런 큰 문제에서 저자는 남편과 아내가 서로 페어플레이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집안일들을 적어두고, 남편과 함께 공정하게 나누어서 하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바꾸기도 하고, 조절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저자가 제안한 100가지의 집안일 카드 중에는 문화적인 차이 때문인지 실행하기 어려운 것들이 보였다. 그래서 나만의 페어플레이 카드를 만들고 남편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서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면 어떨까 싶어졌다.
측정할 수 있어야 관리할 수 있다.
'페어플레이 프로젝트' 36페이지
집안일은 측정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정말 자질구레한 일들이 많기에 그 일들이 나의 시간을 옥죄기도 한다. 정말 하고 싶은 일들이 이 때문에 미뤄지기도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남편과의 업무 분배가 필요하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집안일들에 관한 측정이 첫 번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일: 가족의 일상이 원할히 돌아가게 해 주지만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도 못하는 무대 뒤에서 이뤄지는 일들이다. 언제 치약 떨어지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그걸 신경 쓴 적은 있는가? 감사는 됐다. (-26-)
공정한 게임 카드 100장을 보면 당장 점수를 내고 싶어 안달이 날 수도 있다. 파트너에게 점수를 보여줘서 찔리게 만들거나 친구들과 총점을 비교해 보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이 게임은 점수내는 시합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집안일을 눈으로 보고 셀수 있게 바꾼 것은 의미있는 일이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점수 그 자체에 연연하지 마라,절대로. (-134-)
"유능한 사람들은 다음 단계로 잘 넘어가지 못한다. 모든 게 중요하다는 신념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165-)
불모지 카드는 기본적으로 삶을 뒤흔들고 시간을 잡아먹는다. 변기를 새 것으로 바꾸거나 주방에 찬장을 다는 건 분명 갓난아기에게 젖을 먹익고, 부모님의 병원 치료 일정을 챙기는 것만큼 진지하게 신경 쓸 일은 아니다. 하지만 물이 시원하게 내려가는 변기와 수납 공간이 넉넉한 주방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니 누군가는 그일을 해야 한다. (-225-)
이제 서로 유니콤 스페이스를 확인했다면 각자 자신의 영역을 실현시키기 위해 매주 시간이 얼마나 필요한지 살펴보라. 유니콘 스페이스 카드는 공정한 게임에서 유일하게 50대 50의 시간 분배를 장려하는 카드다. 그러므로 당신이 글 쓸 시간을 3시간으로 잡았다면, 파트너도 당연히 스페인어 공부에 매주 3시간을 쓸 수 있다. 파트너가 산악자전거를 타기 위해 매주 토요일에 쉬기로 했다면 당신은 일요일이나 온종일 쉴 수 있는 다른 날을 하루 고르면 된다. (-318-)
1990년대 한국 드라마는 엄마는 집안일, 아빠는 회사일을 하는 게 전형적이 모습이었다. 마치 자기 역할이 정확하게 정해 놓은 것처럼 우리 사회가 규정해 놓은 가치에 따라가게 되었고, 아빠 중심의 집안이 형성되고 엄마는 희생과 헌신의 아이콘처럼 고착화되고 말았다. 30년이 지나 21세기 지금은 상황과 조건이 달라졌다. 워킹맘이 늘어났고, 부부가 같이 벌어 쓰는 가정이 대부분이다. 사회적 일자리가 여성친화적으로 바뀌면서, 우리 사회는 여성의 역량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의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여전히 열악하다는 데 있었다. 즉 엄마는 퇴근 후 집안일을 해야 하는 이중 노동에 시달리게 된다. 물론 남편도 아내 곁에서, 집에서 같이 일하지만, 여성의 가사 노동 시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이럴 때, 부부 사이에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이유는 서로의 입장을 모르기 때문이다. 평등한 부부를 지향하지만, 그 평등에 대한 개념과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가 억울한 상황을 만들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다면, 평등한 부부, 가사노동의 분업화가 가능하며, 남편 뿐만 아니라 아내에게도 자기게발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즉 100가지 카드를 만들어서,집안일과 집 밖의 일, 그리고 불모지라는 카드를 사용해 집안과 집 밖의 문제, 가족 문제까지 수치화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실제 아내의 힘듦과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고, 남편이 생각하는 가사 노동 및 집안일에 대한 기준은 더욱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즉 남편이 생각하는 가사일은 깔끔하게 정리하는 일에 멈춰 있지만, 여성에게 가사 일이란 집안의 구성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최적화하는 일까지 확장된다. 즉 청소하기,빨래하기., 쓰레기 버리기, 설거지 하기, 빨래 널기를 가사 노동의 전부로 생각하는 남편에게,그 범위를 넘어서는 가사일을 알 수 있고, 서로가 불편하지 않고, 행복한 가정, 부부가 서로 만족스러운 가정으로 완성시킬 수 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