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의 역사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또한 잘못한 부분에 관해서 충분히 반성과 성찰을 하고 있는가? 우리 민족의 우수성에 대해 나름 자부를 하면서도 과거에 대한 반성을 충분히 그리고 명확히 하지 못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유대인은 그 악랄한 나치의 행동을 파고들어 그들의 죄와 자신들이 겪었던 고통을 세상에 알리기를 주저하지 않지만, 우리는 일제 강점기에 그들보다 더 긴 세월의 고통을 겪었음에도 그들의 죄를 명확기 드러내지 않으려는 친일파들의 조직적 음모로 그 시대의 이야기를 드러내는 걸 꺼린다. 이러한 이유로 시대적 고통과 일본의 만행을 제대로 알려 역사를 바르게 알리기 위해 이 작품을 썼다고 하는 작가 조정래의 의도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아리랑 4권에는 토지조사사업을 벌여 명목하에 사람들의 땅을 공식적으로 수탈한다. 한자를 모르거나 정확한 측량을 해보거나 명확한 문서가 없고, 작성해야 하는 문서를 일부러 늦게 사람들에게 배부하는 등 온갖 방법으로 땅을 빼앗아 간다. 결국 땅을 빼앗기는 사람은 힘없고 돈 없는 서민들이었다. 자신의 땅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나서는 사람들은 가차 없이 총살을 당하거나 매질을 당하고, 일제의 앞잡이가 되어 자신의 잇속을 챙기는 친일 세력들의 행태는 기고만장하다. 날로 번창하는 친일세력은 앞다투어 더 많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 서로를 경계하고 질시하는 모습에 분통이 터진다. 일본인들은 점점 더 많이 조선으로 이주해 땅을 차지해 나가며 점차 세력을 늘이지만 우리 민족은 땅도 곡식도 빼앗겨 하루하루 고난의 나날을 보낸다.
만주로 자리를 옮긴 의병 출신 송수익은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삶의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애쓴다. 같은 의병 출신 공허 스님은 비밀결사를 조직해 부잣집의 돈을 뺏는데 일본 지주 하시모토 집을 급습하려다 함정에 빠져 도망을 치고 과부 홍 씨 집에 몸을 숨기려다 그녀와 인연이 맺어진다.
하와이로 노역을 하러 갔던 박영근은 2년이 지나면 조국으로 다시 돌아갈 줄 알았지만 결국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사탕수수 농장에서 파인애플 농장으로 일터만 바뀌었지 조선으로 돌아갈 형편이 되지 못한다. 그와 같은 처지의 조선인들은 결국 사진결혼이라는 방법으로 조선인 신부를 맞이해서 가정을 꾸리는데 박영근은 반드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결혼을 하지 않는다. 하와이에서는 조국의 독립을 위한 동포들의 염원과 투쟁 정신을 담아 박용만이 이끄는 대조선국민군단이 창설되는 감격스러운 순간을 담아 4권이 끝을 맺는다.
실제 역사적 인물들과 가상의 인물들이 함께 이야기를 이루어 나가기에 소설이지만 실제 우리의 과거사를 읽는 것 같다. 분량이 많은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이 책의 흡입력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다. 작가는 권세와 부를 누리고 배운 자들은 나라를 빼앗기면서도 바른 길로 나서지 않았고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음을 아주 신랄하게 빈번히 비판한다. 반면 고통 받는 서민들의 실상을 여실히 드러냄으로써 과연 우리의 역사적 과오는 단순히 힘이 없었던 것만이 아님을 말한다. 우리 역사의 세세한 부분들을 알아가는 재미와 그 당시 고통받는 우리네의 이야기에 눈시울을 붉히며 이렇게 한 권씩 읽어나가는 시간이 참 소중하게 느껴진다. 전라도 사투리가 대화의 대부분이기에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사투리 따라 하면서 혼자 웃기도 하고 한 번에 이해하지 못해 다시 반복해서 읽으면서 나름 지방어 공부를 하는 기분도 느껴본다. 책을 읽으며 불끈불끈 솟아나는 애국심을 키우며 또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과거 청산을 언젠가 꼭 이루어지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음 이야기를 또 읽어나가련다.
4권부터 2부 민족혼이 전개.
근대적 토지 소유개념 확립과 조세 원천 확보를 위해 1910년부터 실시된 토지조사사업.
이는 관습적으로 이어졌던 경작권이 부정되는 등 식민지 지주제가 확립되게 만들었음.
토지조사 신고서를 받아든 대부분의 농부들은 글을 몰라서 지주총대가된 부자 양반들이 이것을 왜 줬으며 거기에 무엇을 적어야 할 지를 알지못했음.
이렇게 농민들을 괴롭혔던 일제의 만행이 그려지며 그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여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