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나무의 은혜로움에 힘입어 출판업에 종사하다 퇴직한 어느 날 책꽂이를 정리했습니다. 빼곡한 책들 곁에 몇 권의 노트로 남은 편집일지에 오래도록 시선이 머물렀습니다. 참 오랫동안, 다양하게, 많이도 만들었더군요. 늦은 밤까지 그러고 있다가 문득 이대로 묻혀버릴 자료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판계에 입문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후배, 입사는 했지만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몰라 서성이는 후배들을 위해 정리 한번 해볼까. 출판 현장에서 오래도록 실무를 경험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그들의 눈높이에서 전하기로 한 거지요.. 그리하여 이 책을 썼습니다. 다만 제가 경험한 것을 토대로 글을 썼으므로 서술한 내용이 모든 출판 현장에 적용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독자들께서는 이 점을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머리말」 중에서
편집자는 매일 글을 써야 한다. 출판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끊임없이 글쓰기를 갈고닦아 놓아야 입사 후 바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다. 글은 하루아침에 잘 쓸 수 없다. 그러므로 매일매일 쓰기를 실천해야 한다. 문단에 등단하거나 글쓰기 수상경력을 만들면 입사 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출판사 입사를 준비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출판편집과 관련한 책을 찾아 읽는 것이다. 편집인으로서 마음가짐을 다지는 한편 실무를 미리 익힌다는 태도로 선배들이 펴낸 책을 읽어보자. 이렇게 미리 준비했더니 면접 시 출판편집 전반에 관한 물음에 자신도 모르게 답변이 술술 나오더라는 합격자의 고백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1장 | 예비편집자를 위하여」 중에서
원고 읽기는 편집자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 가운데 하나로, 날카로운 눈과 정확한 판단력이 필요하다. 초고를 검토하는 과정은 교정을 보듯이 원고를 한 글자씩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원고의 큰 줄기, 즉 내용과 형식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단계이다. 애초에 기획한 대로 원고를 썼는가, 원고의 출간 가치와 대상 독자가 분명한가, 주제가 명확한가, 제목과 주제가 본문에 잘 녹아들어 있는가, 독창적인가, 쉽게 썼는가. 또, 차례의 흐름은 적당한가, 서론이 너무 장황하지는 않은가, 구성에 따른 글은 설득력이 있는가, 서론 · 본론 · 결론에 이르는 원고량의 안배는 알맞은가, 문장이 복잡하게 얽혀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은가.
마지막으로, 처음 논의대로 사진과 그림을 구성했는가, 사진과 그림의 빈도는 너무 잦지 않은가, 감수 및 추천사가 필요한가. 원고를 읽을 때는 메모를 하거나 밑줄을 치면서 읽는다. 읽기가 끝나면 메모한 문장이나 밑줄 그은 대목을 정리한 다음 저자에게 전달해 탈고 과정에서 수정하고 보완할 점을 상기시킨다.
---「2장 | 편집의 기초를 위하여」 중에서
교정(校正)’은 맞춤법이 틀린 글자나 빠진 글자, 문법에 맞지 않는 글자 등을 바로잡아 고치는 일이다. ‘교열(校閱)’은 원고의 내용 가운데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고치거나 올바르지 않은 문장, 즉 비문을 올바른 문장으로 고치는 일이다. ‘윤문(潤文)’은 문장이 독자들에게 쉽게 전달되도록 단어 또는 어순 등을 고루 살펴 부드럽게 다듬는 일이다. 이 모든 과정을 통칭해 ‘교정(校訂)’이라고 할 수 있다. 편집장이 “그 책 얼마만큼 진행되었어?”라고 물었을 때 “네, 교정 중이에요”라고 대답한다면 원고 검토, 조판, 교정, 인쇄, 제본의 전체 단계 중 교정(校訂)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3장 | 편집의 실무를 위하여」 중에서
오프라인이든 모든 경로에서 처음부터, 표지는 처음 혹은 그다음 단계에서 독자를 만난다. 독자들은 제목과 표지가 마음에 들면 책을 집어 들고, 책장을 열고 내용을 살피기 시작한다. 서점 MD는 신간이 입고되면 제목부터 한번 쓱 훑는다. 신생 출판사나 신인 저자라 할지라도 제목이 시선을 끌고, 주제가 신선하면 고객 왕래가 잦은 중앙 매대에 진열되거나 ‘오늘의 이 책’에 오를 수도 있다. 그렇다, 제목을 잘 지으면 책 농사는 절반을 마친 것이나 다름없다. 어떤 것이 좋은 제목일까. 짧은 순간 호기심을 끌어낼 것, 보고 돌아섰는데 자꾸 입안에서 맴돌 것, 어떤 내용이 담긴 책인지 단번에 감이 오는 것. 이런 제목은 오케이다.
---「3장 | 편집의 실무를 위하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