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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중독과 전쟁의 시대

: 20세기 제약 산업과 나치 독일의 은밀한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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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530g | 140*215*25mm
ISBN13 9788932923017
ISBN10 893292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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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코블렌츠에서 단서를 찾았다.
---「첫 문장」중에서

모르핀 분리 추출은 약제학의 역사뿐 아니라 19세기 초와 인류 전체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 중 하나였다. 인간 삶의 피할 수 없는 끔찍한 동반자였던 고통이 이제 정확한 양의 모르핀 투여로 완화되거나 제거되었다. 지금까지는 약제사들이 작은 약초밭이나 약초꾼에게서 얻은 재료로 각자의 지식과 양심에 따라 약을 제조하던 유럽 전역의 약국이 몇 년 만에 약리학적 기준이 확립된 가내 수공업장으로 변모했다. 그와 함께 모르핀은 단순히 통증 완화의 기능을 넘어 큰 돈벌이 수단으로 발전해 나갔다.
--- p.22~23

메르크, 베링거, 크놀 기업은 세계 코카인 시장의 80퍼센트를 장악했다. 특히 다름슈타트의 메르크사에서 생산된 코카인은 우수한 품질로 정평이 나서 중국에서는 이 상표가 수백만 번 넘게 무단 도용되기도 했다. 함부르크는 유럽에서 천연 코카인의 핵심 허브였다. 매년 수천 킬로그램의 코카인 원료가 합법적으로 수입되었다.
--- p.27~28

심지어 메스암페타민을 넣은 프랄린(초코 견과류 과자)까지 출시되었다. 과자 하나에 함유된 메스암페타민은 무려 14밀리그램이었는데, 페르비틴 알약의 거의 다섯 배에 달했다. 당시 가장 많이 팔리던 〈힐데브란트 프랄린〉의 광고 슬로건은 이랬다. 〈엄마의 예쁜 도우미, 항상 기쁨을 선사하는 힐데브란트 프랄린!〉이 과자는 카페인과 달리 인체에 무해하다는 문구와 함께 3~9개까지 먹어도 괜찮다고 추천했다. 그러면 집안일이 한결 수월해지고 살도 빠진다고 했다. 이 이례적인 과자가 다른 음식에 대한 식욕을 억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p.62

템러사는 하루에 83만 3,000정의 알약을 생산했다.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그렇게 생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육군과 공군에서 3500만 정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하인리히 뵐도 부모에게 페르비틴을 보내 달라고 편지를 쓸 필요가 없을지 모른다.
--- p.101

로멜 소장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그대로 적진으로 돌진했고, 눈에 보이는 것은 사람이건 물건이건 가리지 않고 짓밟아 버렸다. 수백 대 전차와 차량이 사방으로 사격을 가하면서 10킬로미터 넘게 밀고 들어갔다. 좌우 참호도 보이는 족족 밀어 버렸다. 전차의 무한궤도에서는 핏방울이 뚝뚝 흘러내렸고, 곳곳에 죽은 자와 다친 자들이 무수히 널려 있었다. 군모를 목덜미까지 뒤로 젖힌 로멜은 참모 장교 두 명의 호위를 받으며 지휘 전차 위에 꼿꼿이 선 채 이 모든 상황을 진두지휘했다.
--- p.114~115

또 다른 참모 장교는 한 달 반 동안 서른세 번의 전투일에 페르비틴을 각각 네 정씩 복용했는데, 이후 〈고도 고혈압〉으로 복무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102 의존성도 드러났다. 점점 더 많은 군인이 약물의 소모성 부작용으로 의욕 상실과 우울증에 시달렸다. 그들은 마약의 약효가 떨어지자마자 불안 증세를 보였고, 기분이 나빠졌다. 페르비틴 복용 기간이 길수록 뇌에서 방출되는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양은 줄어들었고, 기분은 안 좋아졌으며, 그럴수록 이 상태를 개선하려고 점점 더 많은 약을 찾았다. 중독의 악순환이었다.
--- p.132

관건은 고가의 도핑제 및 스테로이드 생산에 필요한 원료 공급이었다. 몇 주 동안 주치의는 이 추악한 사업을 위해 점령지를 쉬지 않고 돌아다녔고, 도축된 동물의 살코기를 뺀 나머지 부분을 전부 사용하고자 했다. 심지어 선지와 야채(특히 당근)로 만든 새로운 영양제에는 도살된 동물의 피까지 재활용했다. 그는 아내에게 이렇게 썼다. 〈요즘은 운전을 너무 많이 해서 몹시 피곤해요. 이틀에 한 번씩, 가끔은 매일같이 300킬로미터씩 달린다오. 그것도 열악한 러시아 포석 길을 말이오.〉 모렐은 그야말로 마지막 피 한 방울뿐 아니라 뼛속의 골수까지 점령지 우크라이나를 착취하기로 마음먹었다. 나치 정권의 최상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권력을 이용한 사익 추구는 그에게서도 명확히 드러났다.
--- p.192

모렐의 도핑이 필요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래야 일을 계속 추진해 나가고, 옆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고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며,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의 우월성을 고수할 수 있었다. 히틀러는 독일군의 파멸적 군사 상황에도 불구하고 과대망상적 환각 상태에서 빠져나올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제정신이 돌아와서는 안 되었다. 그러면 이 모든 시도가 얼마나 무모하고 미친 짓인지 즉시 알아차릴 것이다.
--- p.257

환자 A는 잘 지내지 못했다. 사실 모렐은 점점 짧은 간격으로 투여하는 약물을 통해서만 히틀러의 무탈함을 대외적으로 속이고 연출할 수 있었다. 그즈음 독재자는 새로운 벙커의 창문 없는 침실에서 흰색 잠옷을 입고, 소박한 야전 침대 위에 군용 담요를 덮은 채 파리하고 쇠진한 얼굴로 누워 있을 때가 많았다. 머리 위에는 손으로 길이를 조종할 수 있는 램프가 걸려 있었고, 침대 옆 낮은 탁자에는 메모와 군사 지도, 펼쳐진 책, 긴급 보고서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 p.260

행군 과정에서 수감자들이 어떤 학대를 받았는지는 리헤르트의 기록에 나오지 않는다. 다만 피험자 3번인 20세의 귄터 레만은 코카인 75밀리그램을 섭취한 상태에서 다음 날 오전에도 계속 걸은 유일한 사람이었다. 오전 11시까지 〈피로감 없이〉 총 96킬로미터를 혼자 돌았다고 실험 보고서에 냉소적으로 적혀 있다. 그는 13시에야 막사로 보내졌다. 그곳에는 여전히 약에 취한 수감자들이 저녁까지 머물렀다. 아무도 잠을 잘 수 없었다. 20시경 같은 약물이 다시 배포되었다. 그날 밤에도 쉴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 p.297

히틀러는 황금 핀셋으로 자신의 누리끼리한 피부를 공격적이고 신경질적인 손놀림으로 후벼 파기 시작했다. 그전의 많은 주사 과정에서 표피를 지나 자신의 시스템에 침투하여 이제 내부에서부터 자신을 파괴하는 박테리아를 제거하기 위해서였다. 모렐은 어떻게든 환자를 진정시키려고 사혈을 시도했다. 하지만 히틀러의 혈액은 호르몬과 지방이 많은 돼지 간 주사로 인해 젤리처럼 걸쭉해진 상태로 변해 있어서 밖으로 나오자마자 응고되어 버렸다. 결국 사혈도 실패했다.
--- p.319

1945년 3월 19일 독재자는 자신의 허무주의를 명확히 드러내는 이른바 〈네로 명령〉을 내렸다. 핵심 내용은 독일의 완전한 파괴였다. 〈제국 영토 내의 모든 군사 교통 시설, 통신 시설, 산업 시설, 공급 시설, 물질적 자산은 (……) 파괴되어야 한다.〉 게다가 모든 갑문과 제방, 댐, 운하 교량, 항구 시설을 폭파하고, 모든 전기선을 끊고, 모든 은행과 남아 있는 문화재까지 초토화시키라고 지시했다.
--- p.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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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 책은 역사의 전체 그림을 바꾼다.
- 한스 몸젠 (역사학자)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정밀한 조사에 기초한 발군의 연구서다.
- 이언 커쇼 (역사학자, 『히틀러』 저자)
히틀러의 마약 중독을 이보다 더 잘 입증해 주는 책은 아직 없다.
- 엔터니 비버 (군사 역사학자, 『아르덴 대공세 1944』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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