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치료제를 먹으면 주의력과 집중력이 나아질 테니까, 이 약물을 공부 잘되게 하는 약, 머리 좋아지는 약, 성적 올리는 약 등으로 믿고 있는데요. 하지만 정상인 아이가 뇌에 작용하는 이런 치료제를 먹으면 어떻게 될까요? 두통·불안감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심각한 경우 환각·망상·자살 시도 등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 p.26
온라인 약 광고는 불법입니다. 의약품은 온라인에서는 판매할 수 없습니다. 특히 메틸페니데이트 같은 향정신성의약품은 광고, 판매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의사의 처방 없이 구매하는 것 자체가 불법입니다.
--- p.28
중독성이 강한 대표적인 다이어트 약물이 펜터민phentermine입니다. 상품 모양이 나비 같아서 일명 ‘나비약’으로도 불리지요. 펜터민은 뇌에서 배고픔을 덜 느끼거나 포만감을 더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을 증가시켜 식욕을 억제합니다. 펜터민은 중독성이 아주 강하기 때문에 4주 이내로 단기간만 복용해야 하고, 다른 식욕 억제제와 함께 복용해서도 안 됩니다.
--- p.30
마약은 영어로는 나코틱narcotic과 드럭drug 두 가지로 표현됩니다. 나코틱narcotic은 ‘무감각’을 뜻하는 그리스어 나코티코스narkotikos에서 유래한 것으로, 소량을 복용했을 때는 수면과 진통 효과가 있고 다량을 복용했을 때는 위험하고 습관이 있는 약물을 말하지요.
--- p.43
마약이 분명한데도 법령상으로 마약류로 등재해 놓지 않으면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법적 규제가 어렵기 때문에 신종 마약을 적발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하고, 적발되면 법령상으로 등재해 놓는 작업도 빠뜨리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 p.51
흔히 마약, 대마, 향정신성의약품을 모두 마약이라 부르는데, 정확하지 않은 표현입니다. 셋을 아울러 ‘마약류’라고 합니다. 마약은 마약류의 한 부류인 거지요.
--- p.52
마약을 못 끊는 이유가 쾌감을 높이려다 그렇게 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보다는 금단 증상이 동반하는 고통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그 고통을 피하려고 다시 마약에 손을 대는 것이지요. 따라서 행복감과 짜릿한 쾌감을 위해 마약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해일 수 있습니다. 마약 중독자가 “하늘로 떠올라 천국을 엿보았다”고 하는 것은 아주 짧은 순간입니다. 곧이어 지옥과 같은 고통으로 떨어지니까요.
--- p.64
메트암페타민 부작용 중에 ‘메스 마우스meth mouth’라는 것이 있는데, 치아가 상하는 증상이에요. 마약을 하면 일단 양치질 같은 구강 위생에 신경을 쓰지 못하게 되고, 침샘이 마르면서 치아 우식증에도 쉽게 걸립니다. 중독되면 이갈이도 심하게 하고요. 자연 치아나 잇몸이 건강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죠. ‘메스 버그meth bug’는 피부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은 가려움증을 느껴 과도하게 긁는 부작용입니다. 흉터가 심하게 남지요.
--- p.66~67
마약을 하면 도파민이 과도하게 분비돼 시스템이 오작동을 일으킵니다. 텔레비전 소리가 너무 크면 어떻게 하나요? 줄이죠. 뇌도 도파민이 너무 많이 분비되면 그 양을 줄입니다. 그럼 이전에 일상에서 느끼던 소소한 즐거움은 사라지고 약물을 처음 사용했을 때 쾌락을 다시 맛보기 위해 약물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됩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결국 시스템이 망가지고 마는 것이지요.
--- p.69
청소년기는 뇌가 아직 발달하는 중이라서 유연하게 열려 있습니다. 그러므로 스트레스나 약물 등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부정적인 영향도 더 잘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청소년의 뇌가 성인 뇌보다 중독에 쉽게 빠지는 배경입니다. 더욱이 중독되면 전전두엽 발달에 문제가 생겨 병폐도 더 크게 나타납니다.
--- p.71
그 수사를 계기로 저는 프로포폴을 마약류로 등재해야 한다고 법령 개정 건의를 했고 2011년 마약류로 등재되도록 했습니다. 현재 프로포폴은 마약류 중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최초로 프로포폴을 마약류로 등재한 나라가 되었고요. 지금은 프로포폴을 의료 목적이 아닌 다른 용도로 투약하면 투약자도 처벌을 받습니다.
--- p.80~81
최근에 GHB가 음료나 술 안에 들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일반인용 마약진단키트가 나왔습니다. 음료를 스티커에 문지르거나 시험지를 음료에 담그는 방식으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키트를 미리 준비해서 확인하는 것도 마약 피해를 막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 p.86
20대 마약류 사범이 가장 많다는 것은 10대 때부터 마약류를 접한 사람이 많다는 방증입니다. 최근 적발된 10대 마약류 사범들 중에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부유층 자녀들뿐만 아니라 평범한 학생도 많습니다. 이처럼 10대 마약류 문제는 매우 심각합니다.
--- p.91
예전에는 소위 ‘뽕쟁이’라고 불렀던 전형적인 마약 사범들끼리 대면해서 직거래를 했습니다. 지금은 인터넷과 SNS 등이 발달하면서 텔레그램이나 다크 웹 등을 통해 비대면 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환경은 청소년들이 빠삭하지요.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는 사이버 마약 공급 루트를 차단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범죄 서버가 대부분 해외에 있고 마약 사범들이 게릴라전처럼 치고 빠지는 경우가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 p.96
〈마약류 관리법〉에서는 마약 종류와 범죄 유형에 따라 법정형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즉, 마약류가 마약인지, 향정신성의약품인지, 대마인지에 따라 그리고 범죄 유형이 단순 투약인지, 매매인지, 제공인지, 밀수인지, 제조인지 등에 따라 법정형의 경중이 다릅니다. 대체로 투약, 소지, 제공, 매매, 밀수, 제조 순으로 법정형이 무거워집니다.
--- p.99
태국은 2022년 6월부터 의료용, 오락용 대마 사용을 합법화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대마가 위험하지 않거나 중독성이 없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대마를 합법화한 나라들은 대마 사용자가 너무 많아 국가에서 통제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에 그런 조치를 취한 것뿐입니다.
--- p.100
모발은 한 달에 평균 1센티미터 정도 자랍니다. 투약 시기는 마약 성분이 모근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진 위치에서 검출되는가로 대략 추정합니다. 투약 시기를 정확히 추정하기 위해 보통 한 달 단위인 1센티미터로 잘라 검사합니다. 이렇게 분절 검사를 하려면 300수 이상의 모발이 필요합니다.
--- p.110
모발을 탈색이나 염색을 했거나, 제모를 했더라도 마약을 했다면 검사를 피할 방법은 없습니다. 또한 털을 채취할 수 없다면 손톱이나 발톱, 침, 땀, 각질에서도 마약 성분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검사를 교묘하게 피해 가려는 행위는 증거 인멸에 해당돼 죄질을 불량하게 하고 반성하지 않는다고 여기게 하므로, 자백하고 반성하는 경우보다 더 무거운 처벌을 받습니다.
--- p.113
미국에서는 특히 펜타닐 문제가 심각합니다. 오죽하면 길거리에 떨어진, 접힌 지폐는 줍지 말라는 말까지 있겠습니까. 그 지폐 안에 펜타닐 가루가 들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죠. 지폐를 펴는 순간 펜타닐 가루가 바람에 날려 주운 사람의 호흡기로 들어가 사망하는 사건이 다수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펜타닐 사범을 단속하던 경찰관이 단속 과정에서 날린 펜타닐 가루를 흡입하고 쓰러진 일도 있었습니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펜타닐은 주사나 분말 형태보다는 마이크로그램 단위로 조절되는 패치 형태로 주로 쓰입니다.
--- p.118
‘좀비 거리’의 실제 장소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지역의 켄싱턴Kensington입니다. 마약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경고할 때 자주 이 거리를 보여 주는데, 사람들의 기이한 모습에 다들 큰 충격을 받습니다. 마약 중독자들 모습이 흡사 공포영화에 자주 나오는 좀비 같아서 이 거리를 ‘좀비 거리’라고 부르게 된 것이지요.
--- p.120
1970년대에는 대마초 전성시대였습니다. 주한 미군이 국내의 대마를 접하면서 퍼져 나간 것이지요. 이 시기에 새로운 마약도 국내에서 대규모로 생산되고 있었는데, 바로 메트암페타민, 즉 히로뽕(필로폰)이었죠. 당시 마약은 중요한 수출품 중 하나였습니다. 히로뽕은 주로 일본에 팔렸습니다.
--- p.124~125
불법 유통업자들은 청소년들을 펜타닐을 구하는 도구로 이용합니다. 이들은 꾀병 연기를 할 청소년들을 승합차 등에 태우고 펜타닐을 쉽게 처방해 주는 전국의 병원들을 찾아다닙니다. 청소년들이 가짜 통증으로 펜타닐을 처방받게 한 후 여러 약국에서 펜타닐을 구입해 수십 배의 웃돈을 받고 유통하지요. 청소년들에겐 펜타닐을 나누어 주거나 용돈을 주겠다는 식으로 유혹하고요.
--- p.127
마약은 보통 ‘던지기 수법’으로 구매자에게 전달됩니다. 던지기 수법이란 주택가 소화전이나 가스계량기, 에어컨 실외기처럼 쉽게 뒤지기 어려운 특정한 곳에 마약을 숨겨 두고 구매자가 대금을 입금하면 그 장소의 좌표를 알려 주어 찾아가게 하는 방식입니다. 공급자와 구매자는 직접 만날 일이 없고 전화나 이메일 등의 통신 기록도 남지 않지요. 마약 거래는 인터넷 기술이 발달하고 가상화폐가 등장하면서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습니다.
--- p.143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조폭 등을 통해 유흥업소 같은 곳에서만 은밀하게 마약이 거래되던 시대가 더는 아니라는 것이지요. ‘설마 10대들이 무슨 수로 마약을 구해서 중독이 되겠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오히려 그런 어른 먼저 마약에 관해 공부해야 할 것입니다.
--- p.152
코카인, 암페타민, 메트암페타민, 엑스터시 같은 각성제 계통의 마약을 하면 활동량이 많아지고 행동이 부산해집니다. 며칠 밤을 새울 정도로 잠도 없어집니다. 양육자는 정신적인 문제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자녀가 마약 복용 사실을 숨긴 채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으면 조울증으로 잘못 진단받을 수 있습니다.
--- p.158
현재 우리나라는 학교에서 매년 10시간의 ‘약물 오남용 예방 교육’을 실시합니다. 이때 마약 예방 교육도 하지요. 하지만 이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재활 치료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예 마약에 접근하지 못하게 차단하는 예방 교육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실효성 있는 예방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 p.163
문제는 학교 밖 청소년들입니다. 학교 안 아이들은 짧게나마 예방 교육을 받지만, 학교 밖 청소년들은 그런 기회조차 누릴 수 없기 때문이지요. 국가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 p.164
양육자 입장에서는, 아직 어린데 약물에 대해 너무 자세히 알려 주는 것 아닌가 하고 걱정할 수도 있겠지만, 청소년은 어른보다 훨씬 인터넷에 능숙합니다. 정보 검색 능력과 정보 흡수력이 어른보다 더 빠르기 때문에, 그릇된 정보를 먼저 접하기 전에 올바른 예방 교육을 통해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해 주는 것이 훨씬 더 청소년을 안전하게 지키는 방법입니다.
--- p.166
자살 관련 보도는 언론 윤리 강령이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마약 관련 보도나 콘텐츠도 보도와 제작을 하시는 분들이 청소년에게 미칠 유해성을 더 많이 고민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p.172
우리나라에서는 〈마약류 관리법〉에 따라 마약류를 투약하는 것은 물론, 단순히 소지만 하고 있어도 징역형을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초범이고 딱 한 번 했을 뿐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해도 범죄 유형에 따라 예상과 달리 높은 형량을 선고받을 수 있습니다.
--- p.185
또 다른 곳으로는 다르크Drug Addiction Rehabilitation Center, DARC가 있습니다. 다르크는 마약중독자들의 재활을 돕는 민간 시설인데, 일본 다르크를 모델로 삼아 그룹홈 형태로 꾸린 곳입니다. 이곳에서 중독자들은 24시간 내내 함께 생활하면서 서로의 재활을 돕습니다.
--- p.189
마약 중독은 치료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모든 병이 그렇듯이 최대한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중독이 심해질수록 치료는 그만큼 더 힘들어지니까요. 일단 치료를 시작하면 단번에 중독에서 벗어나려고 조바심을 내기보다는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처럼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 p.204
마약에 손댄 초기에는 집에서 치료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전문 의사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으로 치료해 가는 것이 좋습니다. 중독 요인이 심리적인 것이라면 그런 부분도 치료해 가면서요.
--- p.205
많은 중독자가 해독 과정이 끝나면 치료가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은 중독자가 아니고, 그때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마약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합리화합니다. 그러면서 치료를 중단하는 일이 많은데, 얼마 못 가 다시 약에 빠져든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마약 중독 치료는 멀리 내다보고 차근차근 치료해 가야 할 것입니다.
--- p.209
2023년 7월 충청권 마약류 중독재활센터 개소 관련 일로 한국을 방문한 사마리탄 데이탑 빌리지의 미첼 넷번Mitchell Netburn 회장은 마약 중독을 ‘건강’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재활을 ‘암 치료’에 비유하면서 “암 치료를 완료했다고 해도 10년, 20년 후에 언제든 재발이 가능한 것처럼, 마약 재활 프로그램을 완료했던 사람이 다시 한번 마약에 손을 댄다고 해서 그 사람을 실패자, 나쁜 사람이라고 규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지요.
--- p.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