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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시 봉급 생활자

: 복잡한 도시를 떠나도 여전히 괜찮은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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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7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08쪽 | 268g | 128*188*13mm
ISBN13 9791193022597
ISBN10 1193022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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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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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이고 순탄해 보이는 인생 경로에서 크게 이탈하는 기분은 마치 줄 없이 번지점프를 하듯 아래가 보이지 않는 절벽으로 나가떨어지는 느낌과 같았다. 저 아래에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인생의 낙오자로 낙인찍힐 수도 있고, 다시는 번듯한 직장을 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평생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적은 월급을 받는 삶을 살아야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기침과 재채기를 참을 수 없듯 더는 견딜 수 없다는 심정이 이미 내 통제 범위를 벗어나 있었다. ‘도망가는 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약하다 욕해도, 내 인생이 어디로 가는지 몰라도 이 답답한 곳에서 당장 빠져나오기로 했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쉬면 다시 힘을 내어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고향으로 돌아가자.
--- pp.19~20

산과 들에도 먹을 것이 널려 있다. 봄에는 쑥을 비롯한 갖가지 봄나물과 두릅이, 여름에는 오이, 토마토, 고추 등이 잠깐 사이 쑥쑥 자라나 차고 넘칠 만큼 풍족하다. 가을에는 상품 가치가 없다고 버리는 과일이 지천에 깔려 있고, 밤이나 호두, 도토리처럼 사람의 손을 타지 않고도 과실을 던져주는 나무들이 널려 있다. 비가 내린 후에는 빗방울을 알알이 머금은 꾀꼬리버섯, 싸리버섯, 능이버섯을 만날 수 있다. 겨울에는 냉이나 달래를 캐 된장국에 넣으면 맛과 향이 일품이다. 이웃으로부터 정성 들여 농사지은, 상품가치가 살짝 떨어지지만 먹는 데 아무 지장 없는 식재료도 많이 받는다.
시골에서는 굶어 죽으려고 해도 절대 굶어 죽을 수가 없다.
--- pp.35~36

시골에서 직장인으로 산다는 건 미지의 영역이었다. 부서를 배치받고 업무를 익히고 나서야 직장생활은 어디서든 비슷하다는 걸 깨달았다. 다른 점이라 하면 농사 이야기에 공감해줄 사람이 많다는 것, 서울말 대신 사투리를 쓴다는 것, 각자 본가 농사일을 돕다 보니 대부분 햇볕에 피부가 많이 그을려 있다는 것 정도다.
공무원은 처음이었지만 이전 직장이 공공기관이었던 덕에 업무 프로세스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도시에 비해 직장 수가 적은 건 맞지만 젊은 사람 수는 더 적다 보니 경쟁률이 터무니없이 낮았다. 이전 직장에 입사할 때 경쟁률이 148:1이었다면 여기는 6:1이었다. 신입과 경력직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큰 격차다. 말 그대로 블루오션인 것이다.
이곳에 원서를 쓰기 전까지 임기제 공무원에 대해 몰랐다. 중앙부처, 지자체 할 것 없이 변호사, 홍보, 학예, 기록관리, 번역, 건축 등 생각보다 많은 분야에서 임기제 공무원을 채용하고 있었다.
--- pp.92~93

인구 1,000만의 대도시부터 50만, 10만, 5만을 고루 경험했다. 우연처럼 보이지만 사실 모든 길은 결국 내가 택한 길이다. 한때는 대도시가 나를 떠밀었다고 생각했지만, 여러 도시를 거치며 사실은 내 안에 있는 욕망들을 하나하나 골라내 왔다는 걸 이제는 안다. “당신이 어떤 종류의 야망을 지니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집처럼 편안한 도시를 찾아야 할 것이다”라는 폴 그레이엄의 말처럼, 내 야망에 딱 맞는 도시에서 내가 가장 좋아할 수 있는 모습으로 살기 위해 30대의 시간을 내던졌다. 그 여행이 만족스러웠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격언의 반증처럼 지난 시간 내게 있었던 일들은 너무나 예측 불가능하고 드라마틱했기 때문이다.
--- pp.20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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