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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의 짧은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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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8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324쪽 | 596g | 153*224*20mm
ISBN13 9791198424235
ISBN10 1198424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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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러 인간 사회에서 나타난 사회 계급 간의 불평등을 역사적으로 비교한 책이다. 아니, 불평등이 아니라 평등의 역사를 다룬다고 하는 편이 좀 더 정확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역사적으로 사회적?경제적?정치적 평등의 확대를 향한 장기적인 흐름이 있어왔음을 우리가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당연히 평화로운 역사가 아니었으며, 연속적인 과정은 더더욱 아니었다. 반란과 혁명, 온갖 형태의 사회적 투쟁과 위기들은 앞으로 우리가 다룰 평등의 역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게다가 이 역사는 무수한 과거로의 회귀와 정체성주의적 퇴행으로 점철돼 있기도 하다.
--- p.11

오늘날 인류는 그 어느 시대보다 건강한 삶을 누리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전에는 없었던 교육과 문화의 혜택을 누린다. 여러 설문과 조사를 통해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15세 이상 세계 인구의 문해율은 19세기 초에 겨우 10%였던 것이 현재는 85% 이상으로 증가했다. 좀 더 상세한 지표들이 이 결과를 또 한 번 확인시켜준다. 두 세기 전에는 고작 1년에 불과했던 평균 취학 기간이 오늘날에는 전 세계 평균 8년 이상으로 늘어났고, 선진국에서는 12년 이상으로 증가했다.

1820년만 해도 전 세계 인구의 10% 미만이 초등학교에 진학했었다면, 2020년에는 부유한 나라들에서 젊은 세대의 절반 이상이 대학에 진학한다. 오랫동안 계급적 특권이었던 일이 점차 다수에게 개방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비약적 발전이 불평등이 나타나는 시기를 뒤로 늦춰 놓았을 뿐이라는 점은 지적해야 한다. 교육과 의료 접근에서의 차이는 선진국과 개도국 간에 여전히 크게 나타난다. 특히 교육과 의료 체계의 상위, 가령 대학 교육에서는 이 간극이 어마어마하다.
--- p.31

소득 같은 지표의 경우, 평균이나 총합 대신 사회 계급 간 실질적 부의 분배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한 국가 내의 분배뿐만 아니라 세계적 차원의 분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가용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 초반을 기준으로 전 세계 평균 소득이 1인당 월평균 약 1,000유로에 이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가난한 국가에 사는 사람들의 월평균 소득은 100~200유로인 반면, 부유한 국가에 사는 사람들의 월평균 소득은 3,000~4,000유로를 상회한다. 그뿐만 아니라 같은 국가 내에서도 빈국과 부국을 막론하고 소득 불평등이 여전히 극심하게 나타난다.
--- p.34

하지만 주의해야 한다. 소득과 관련된 사회-경제적 지표를 모두 배제하고 순전히 환경 지표에만 집중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하지만, 의식주를 해결하고 문화생활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에게는 정의(正義)가 필요하다. 그런데 소득, 소득 분배의 불평등, 그리고 시간에 따른 불평등의 변화를 측정하지 못한다면, 부자들에게 집중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정의의 규범을 마련하는 것도, 가난한 사람들이 수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세계 경제 질서를 재편하기 위해 정의의 기준을 수립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획기적으로 축소하려는 결단력과 행동없이는 환경과 기후 위기도 해결할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환경과 경제의 다양한 지표를 결합해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령 한편으로 탄소 배출과 생물 다양성에 관한 목표를 수립하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 소득 불평등 감소, 세금과 사회 보장 분담금, 공공 지출 분배에 관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여러 공공 정책을 비교해 환경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것을 선택하면 된다.
--- p.41~42

이러한 불평등의 감소는 전쟁과 경제 위기들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내내 실행된 새로운 사회 정책과 조세 정책의 결과다. 사회적 국가, 교육과 의료를 비롯한 기초적 재화의 접근에서 실현된 일정 정도의 평등, 그리고 상위 소득과 자산에 대한 강력한 누진세 적용이 바로 그 내용이다. 강력한 사회적·정치적 투쟁들이 이끌어낸 이 같은 근본적인 변화들이 앞서 언급한 법 제도 및 소유권에 일어난 커다란 변화들은 물론 평등의 확대 또한 이루어냈다. 이 여정을 앞으로 계속하는 게 바람직한가? 바람직하다면, 어떤 방법으로 해나가야 할까?

나는 (여전히 불충분하지만) 이 평등을 향한 여정이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더 많은 사람이 사회적·경제적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얻어진 생산성 증대와 집단의 번영도 당연히 그 효과 중 하나일 것이다. 전체 소유에서 차지하는 몫이 대폭 줄었기 때문에 지배 계급의 지출과 투자 능력은 19세기 이후 급격히 감소했다. 하지만 이 감소분은 부상한 중위 계급과, 이들만큼은 아니지만 민중 계급에 의해 상쇄되고도 남았다. 현재의 불평등 수준에 만족해야 하며, 하위 50%가 전체 부에서 차지하는 몫이 5%에 불과한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은 결코 견고한 역사적 경험에 기반한 생각이 아니다. 평등을 향한 여정은 앞으로 계속되는 게 바람직할 뿐만 아니라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국가와 누진세를 좀 더 확대 강화해야 할 것이다.
--- p.64~65

이 책에서 다루는 평등을 향한 긴 여정에서 핵심적인 단계인 노예제와 식민주의의 종말은 충돌과 투쟁, 해방과 불공정으로 점철된다. 여기서 불공정이라 함은 가령 (노예가 아니라) 노예 소유주에게 지급된 금전적 보상을 말하는데, 이는 사안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잘 알려지지 않았으며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배상의 문제를 제기한다. 아무리 복잡해도 이 문제를 영원히 피해 갈 수만은 없다. 뿌리 깊은 불공정이 계속 존속하게 하지 않으려면 지금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노예제와 식민주의의 유산은 우리에게 배상을 통한 정의와 보편적 정의의 관계를 세계적 차원에서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 p.93

1914~1980년 사이 서구 대부분의 국가에서 조세 재정 국가와 사회적 국가의 중요성은 전례 없이 커지게 된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만 해도 모든 종류의 세금과 분담금, 징수금을 합한 총세수는 유럽과 미국에서 국민 소득의 10% 이하에 불과했다. 그런데 1914~1980년 동안 이 비중이 미국에서는 3배, 유럽에서는 4배 증가하게 된다. 1980~1990년대부터 영국과 독일, 프랑스, 스웨덴은 국민 소득에서 세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40~50%에 육박한다.

여러 연구를 통해 조세 재정 국가의 부상이 경제 발전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새로운 세수가 불평등 완화뿐만 아니라 성장 확대에 필수적이라고 입증된 지출에 재원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이 돈으로 특히 교육과 의료 분야에 대대적이고 상대적으로 평등한(최소한 예전보다는 대대적이고 평등해졌다는 뜻이다) 투자가 이루어졌고, 교통과 공동체 인프라에도 많은 재정이 투입될 수 있었다. 증대된 세수는 노후 생활에 필수 불가결한 퇴직 연금이나, 불황기에 경제와 사회를 안정시키기 위한 고용 보험과 같은 필수 불가결한 대체 소득으로도 쓰였다.
--- p.162

따라서 지금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그런 서사를 다시 만들어내고, 사회적 국가와 누진세가 어떻게 자본주의의 체제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 보여 주는 것이다. 이 제도들의 완결된 형태는 바로 민주적 사회주의라고 할 수 있다. 분권화, 자주 관리, 환경주의, 다문화에 기반한 민주적 사회주의는 지금의 세계보다 더 해방되고 평등한 새로운 세계를 구축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운동은 이와는 확연히 다른 강령을 중심으로 펼쳐졌다. 국가에 의한 생산 수단의 소유와 중앙 집권화된 계획 체제가 핵심이었던 그 강령은 실패했고, 그 이후로 새로운 대안적 강령이 진정한 의미에서 그것을 대체한 적이 없었다. 이에 비해 사회적 국가, 특히 누진세는 종종 자본주의의 근본적 논리를 전복할 수 없는, ‘소프트한’ 사회주의의 형태로 인식되어왔다.
제1차 세계 대전 발발 전, 프랑스 급진당은 누진세 도입을 주장하면서 ‘사적 소유를 존중하는 사회 개혁’을 부르짖었다.

당시 사회주의자들은 자본주의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 불평등을 사후에 축소하는 것에 불과한 이 개혁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회주의자들은 이런 방식의 개혁이 생산 과정의 핵심을 제대로 건드리지 못하고, 그 속에서 형성되는 사회적 관계를 변화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향한 노동자들의 발목을 잡을 위험이 크다고 본 것이었다. 누진세의 이 같은 역사적 유래와 논쟁은 여전히 민주적 사회주의를 둘러싼 표상들에 광범위하게 스며들고 있다. 나는 다음과 같은 여러 이유 때문에 이것들을 바로잡는 게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 p.204

사회적 국가와 누진세가 소득 불평등 감소와 특히 자산 불평등 감소에서 이룬 성과의 한계를 짚어보고 그것을 극복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앞서 우리는 1980년 이후 소득 격차가 확대된 원인 중 하나가 누진세의 고전에 있었음을 확인했다. 인센티브나 효율성을 이유로 내세워 이런 소득 격차를 정당화기는 힘들다(불평등이 확대되는 동안 오히려 성장률은 절반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좀 더 강력한 누진세가 다시 도입돼야 임금 격차가 다시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 p.207

변화를 되돌릴 수 없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 새로운 규칙들의 핵심은 바로 공동 규제나 조세 같은 반대급부 없이 이루어지는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각국은 경제 주체들에게 자기 나라의 공적 인프라와 사회적 제도(교육과 의료 체계 등)를 이용해 돈을 번 다음, 이 자산을 사인 한 번, 클릭 한 번에 다른 사법 관할권으로 옮길 수 있는, 거의 신성화된 권리를 부여하는 법 제도를 만들었다.

반면에 그 부를 추적해 다른 조세 제도와의 형평성과 법률적 일관성에 맞게 과세할 수 있는 조치는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 이러한 내용의 조약에 서명한 국가는, 전임 정부가 과거에 한 약속을 번복하지 않는 한, 세계 통합의 최대 수혜자들(억만장자, 다국적 기업,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물리는 것은 엄밀히 말해 불가능하므로, 이동하지 않고 조용히 한곳에 머물러 사는 민중 계급과 중위 계급에게서 세금을 걷을 수밖에 없다고 국민들에게 말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 p.222

식민주의 시대의 종언으로 평등을 위한 여정이 시작됐지만, 경제계(economie-monde)는 여전히 극도로 위계적이고 불평등한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자본이 사회적?환경적 목표를 갖지 않은 채 통제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하는 현재의 경제 체제는 부자들을 위한 신식민주의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런 발전 모델은 정치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용납할 수가 없다. 현 체제의 극복은 민족 단위의 사회적 국가에서 개도국들을 향해 열려 있는 연방 단위의 사회적 국가로 전환할 때만, 현재 세계화를 좌지우지하는 각종 규정과 조약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있을 때만, 가능해질 것이다.
--- p.263

이 난관에서 벗어나려면 다음과 같은 원칙에서 출발해야 한다. 모든 국가는 평등하게 발전의 권리를 누려야 하며, 세계적으로 생산된 부의 분배는 전적으로 우리가 만드는 규칙과 제도에 의해 결정되는 지극히 정치적인 문제라는 원칙 말이다. 특히 가난한 국가들은 다국적 기업과 세계 억만장자들에게 부과되는 세금의 일부를 받을 권리를 가져야 한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인간이라면 누구나 동등하게 의료, 교육, 발전에 대한 최소한의 권리를 누려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부유한 경제 행위자들이 이룬 번영은 전적으로 세계 경제 시스템과 국제 노동 분업 덕분이기 때문이다.
--- p.278

이 책에서 나는 민주적이고, 연방제적인, 분권화되고 참여적인, 환경적이고 다문화적인 사회주의의 가능성을 주장했다. 이 사회주의는 사회적 국가와 누진세의 확대, 기업 내 권력 분유, 포스트식민주의 배상, 차별 철폐, 교육 평등, 개인 탄소 카드 도입, 점진적인 경제의 탈상품화, 고용 보장, 모두를 위한 상속, 화폐적 불평등의 대폭 축소, 그리고 마침내 금권의 영향에서 벗어난 선거와 미디어 시스템의 기반 위에서 작동하게 될 것이다.
---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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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과 숙고에 대한 의미심장하면서도 낙관적인 요구. 피케티의 눈에 평등을 향한 역사의 여정은 길지만 평등은 반드시 오게 돼 있다. 하지만 이는 결코 자동적인 과정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시민으로서 평등을 쟁취하기 위해 싸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며, 평등을 만들어낼 수많은 제도들을 부단히 (다시) 만들어내야 한다.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 에스테르 뒤플로 (2019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지난 40년간 벌어진 ‘불평등 폭발’의 고발자로 인식되는 경제학자가 이 클리셰를 뒤집으며 역설적인 주장을 펼친다. 긴 역사적 흐름 속에서 불평등은 감소해왔으며,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 앙투안 르베르숑
“토마 피케티는 불평등을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 놓는 데 일조한 바 있다. 이제 그는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한 야심 찬 계획을 내놓고 있다. (…) 이는 거대한 차원의 정치경제학이자, 진보정치의 미래에 관한 논쟁의 출발점이다.”
-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불평등의 기원에 대한 좀 더 폭넓은 논거와, 불평등과 싸우기 위한 자신의 프로그램을 선명하게 제시하는 피케티를 독자들이 볼 수 있는 기회.”
- 니콜라스 레만
“[피케티는] 우리가 더 적은 평등이 아니라 더 많은 평등을 향한 과정 속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현재의 폐해적 부의 불평등을 치료하기 위한 자신의 처방전을 제시한다.”
- 데이비드 마르체스
“왜 우리가 인류의 진보를 낙관적으로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일관된 논지. (…) [피케티는] 영리하고, 사려 깊으며, 대단한 정치적 신념에 바탕을 둔 계획을 설계해 보여주었다.”
- 게리 거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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