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가 중요한 세상이다. 일반 기업이나 스타트업뿐 아니라 예비 창업자나 개인들도 브랜드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그만큼 브랜드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다. 브랜드에 대한 우선순위나 생각이 명확하지 않아서일까, 대부분의 창업가들이 헷갈려한다.
“제품과 서비스를 먼저 만들어야 하나요, 아니면 브랜드를 먼저 만들어야 하나요?”
“좋은 브랜드를 만들려면 무얼 먼저 해야 하나요?”
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본다.
“소비자들이 당신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써본 후 어떤 느낌으로 기억하길 바라나요?” “여러분의 제품이나 회사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갖길 원하나요?”
이를테면 사업의 목적이나 방향성을 묻는 질문인데, 의외로 선뜻 답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
‘Why me?’라는 말이 있다. 실제 외부에서 투자유치를 하거나 비즈니스 모델을 평가하는 기준에서 빠지지 않는 질문이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좋은 점은 알겠는데, 그것을 왜 당신이나 당신의 회사가 해야 하는지 설명하라는 요구다. 이는 제품의 기능적인 혜택을 넘어 감성적인 혜택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브랜드적 관점과도 연결된다. 스타트업이라면 ‘우리가 이 사업을 시작한 목적은 이것이며, 따라서 우리가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는 이런 점에서 다르고, 고객들에게 이러저러한 가치를 제공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
- ‘브랜드 전략이 곧 사업전략이다’ 중에서
사실 그로서리grocery 브랜드라는 걸 만드는 데는 오래 걸려요. 고객이 먹는 것을 바꾸는 건 큰 결심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하거나 승부할 수 있는 사업은 아닐 거라 생각했어요. 가격으로 승부하지도 않을 거고 부가기능을 주지도 않는데 대체 이걸로 뭘 할 거냐. 결국에는 직원들도 고객들도 다 아실 텐데, 오래가는 좋은 브랜드, 고객들이 좋아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저희에게는 가장 의미 있는 일 아니겠느냐 생각했고, 그랬을 때 회사는 영속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리는 무언가를 하는 것 이상으로 무언가를 하지 않을 때 하나씩 쌓아간다고 생각해요. ‘long term greedy(장기적 욕심)’란 말을 좋아하는데, 지금 이걸 하지 않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수익을 못 올리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그게 가장 큰 자산이 될 거다, 그런 생각으로 일부러 하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사업적으로 말이 된다고 생각하고 먼 미래에 좋은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에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잘 버텨야 합니다.
-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 인터뷰 중에서
퍼블리Publy는 디지털 콘텐츠 출판 서비스 스타트업이다. ‘디지털’, ‘콘텐츠’, ‘출판’, 이 세 단어의 조합만으로도 퍼블리가 기존의 종이출판 또는 미디어와 어떻게 차별화되는지 조금은 짐작하게 해준다. 하지만 이미 전자책 시장도 존재하고, 미디어도 온라인에 적응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지 않은가. 이것만으로는 퍼블리만의 ‘Why me?’가 충분히 설명되기 어렵다. 더욱이 퍼블리가 제공하는 콘텐츠는 ‘배울 것’이 있는 내용들이다. 콘텐츠 시장에서 이런 진지한 주제는 ‘지는 해’에 속한다. 시장 흐름에 올라타려면 웹툰이나 웹소설 등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더 유리했을 것이다. 실제로 투자유치를 할 때에도 번번이 시장 사이즈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퍼블리는 ‘되는 시장’에 뛰어드는 대신 자기만의 독특한 컬러를 내세우는 전략을 취했다. 공동창업자 박소령 대표는 ‘명품 같은 지적 콘텐츠’를 퍼블리다움으로 꼽는다.
“제가 좋아하는 이상향으로 바라는 언론사 브랜드가 있어요. 〈뉴욕타임스〉, 〈파이낸셜 타임스〉, 〈뉴요커〉, 〈모노클〉, 〈이코노미스트〉, 이런 것들이에요. 국내에는 그런 느낌을 주는 미디어 브랜드가 왜 없을까 생각했어요. 읽고 다니거나 들고 다니면 내 몸값이 올라가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브랜드요.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저희 콘텐츠도 그런 느낌을 주고 싶은 거죠. 소비하는 독자에게 내가 뭔가 학습했다, 내가 좀 더 똑똑해진 것 같다, 나은 사람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을 주고 싶은 거죠.”
- ‘브랜드 아이덴티티, 자기다움이 핵심이다’ 중에서
어떤 컬러가 더 매력적인지 논하기 전에 우선 우리 제품, 서비스의 이미지와 가장 유사하다고 생각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잘 나타낼 수 있는 대표 컬러를 선정하자. 페이스북은 파란색, 넷플릭스는 빨간색, 카카오는 노란색, 배달의민족은 민트색 등이 떠오른다. 이들처럼 당신 회사의 대표 컬러를 정해 일관성 있게 보여준다면 브랜드 이미지도 강력해지고, 고객들 역시 당신의 브랜드를 보다 쉽게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일약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스마트스터디 역시대표 컬러를 잘 활용한 사례다. 그들의 대표적 캐릭터인 ‘핑크퐁’은 뽀로로의 차세대 주자로 불리는 분홍색 여우다.
스마트스터디 박현우 대표는 캐릭터의 컬러로 흔히 쓰지 않는 ‘핫핑크’를 택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저희는 핑크가 성별이나 지역을 넘어 하나의 상징으로 표현될 수 있는 색상이라 보았습니다. 핑크팬더 정도 말고는 핫핑크로 표현된 캐릭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는 작은 기업이고 새롭게 시작하는 입장이었기에 가장 먼저 선택해야 하는 것은 ‘다름’이었어요. 그 다름을 만들어내기 가장 좋은 컬러가 핑크라고 생각한 거죠. 핑크가 과거에는 여성성의 상징으로 통용되었다면, 최근의 핑크는 그자체로 트렌디한 컬러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인식이 과거와 달라진 만큼, 다른 캐릭터와 구별되면서도 인지하기 쉬운 색상인 핑크를 계속 밀어붙였습니다. 사실 너무 튀고 인쇄물 등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컬러여서 내부에서도 톤다운하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름’을 놓치는 순간 평범한 캐릭터로 내려올 수 있다는 생각에 계속 밀어붙였습니다.
- ‘비주얼과 디자인으로 이야기하라’ 중에서
내부 브랜딩은 의사결정의 기준이기도 하지만, 고객들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이기도 하다. 스타트업 가운데내부 브랜딩을 잘하는 회사로 꼽히는 우아한형제들은 자신의 핵심서비스 브랜드인 배달의민족과 관련한 ‘배민다움’을 지속적으로 전달함으로써 내외부적으로 성공을 거둔 좋은 사례다. 29CM 역시 자신들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핵심가치, 퍼스낼리티 등을 규정하고 이에 맞는 이미지나 말투 등의 표현방법까지 문서화하여 임직원들과 공유하고 있다. 생활잡화를 만드는 스타트업 ‘로우로우rawrow’는 자사가 추구하는 본질적 가치를 ‘날 것raw’에 두고 “THINK LESS LIVE”라는 슬로건으로 표현한다. 핵심에 집중한다는 그들의 아이덴티티는 내부의 조직문화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그들이 말하는 ‘로우로우 정신’은 다음의 5가지다. 단순한 일상을 위해 ‘단순한 진실’을 탐구한다.
나도 안 하는 짓을 남에게 시키지 않는다. 창조보다 중요한 것은 양육이다. 이끌든가 따르든가 비키든가. ‘인격’이 없다면, 일할 자격도 없다. 이처럼 기업의 비전과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조직 내부에서 동의되고 실행되고 마침내 체화되도록 하는 일련의 과정이 바로 내부 브랜딩이다.
- ‘브랜드 전략, 안에서부터 시작하라’ 중에서
가방과 안경, 신발 등 패션잡화를 제작하는 ‘로우로우’의 이의현 대표는 “취향이 다양해진 것이 이 시대가 스타트업에 준 진정한 혜택”이라고 말한다.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대량생산에 익숙한 기존 대기업보다는 개별 취향을 좁게 타기팅할 수 있는 스타트업에 기회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예전에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이 인기를 끌었다면 지금은 일본에서 공부하고 온 어떤 요리사가 동네에 연 작은 식당이 더 각광받는 시대잖아요. 취향의 다양성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하면 패션에서는 500억, 1000억 하는 브랜드는 더 이상 나오기 어렵다고 봐요.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과거에는 오히려 ‘그게 돈 되겠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 스타트업에게는 기회라고 보거든요. 가령 향초라고 하면 대기업에서는 시장이 크지 않으니까 굳이 나서지 않아요. 이불이라고 하면 대기업은 시장이 작으니까 해보라고 안 하겠죠. 독일에는 강아지 목줄만 다루는 브랜드도 있어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고 해서 스타트업이 거창한 것만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이제는취향이 너무 다양해져서 MBTI 같은 성격 테스트처럼 나눌 수도 없죠. 스타트업이 할 일이라면 다양한 취향과 기호를 채울 수 있는 작은 만족을 만드는 것 아닐까요.”
- ‘타깃을 명확히 하고 팬을 만들어라’ 중에서
“그럼 브랜드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저도 브랜드 전문가가 아니어서 배우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제가 체감하고 배운 걸 되짚어보면 ‘기대감’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우리브랜드, 우리 조직, 상품군에 대해 신뢰하고 기대할 수 있게끔 하는 거요. 여기서 나오는 것들, 여기서 만드는 제품들, 이걸 경험했을 때 어떤 즐거움이 있을까 기대하는 거죠. 언더아머 같은 경우 브랜드자체가 주는 아이덴티티가 있으니 사람들이 사 입고 좋아하죠. 드러내고 싶어 하고. 여기서 만드는 제품을 믿고 살 수 있고, 먹었을 때 행복하고 앞으로도 계속 사먹을 거고, 여기서 나온 콘텐츠가 마음에 들고 더 좋은 게 나올 것 같고. 결국 브랜드는 사람들에게 주는 신뢰성과 기대감이라고 믿습니다. 어떻게 멋있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요.”
- ‘그리드 잇 이문주 대표 인터뷰’ 중에서
스타트업은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자신을 알려야 하고, 그러기위해서는 고객의 목소리를 초기부터 최대한 많이 들어야 한다. 따라서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경험은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지점이다. 고객들이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나게 될 모든 접점을 챙겨야 한다는 의미다. 만약 고객과 직접 만나는 계기가 없다면 어떠한 방식으로든 이러한 ‘고객 접점의 순간the moment of touch’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배달 O2O 서비스 배달의민족 앱에는 생뚱맞게도 문구류 카테고리가 있다. 고객들이 ‘B급, 패러디, 키치’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경험할 수 있도록 배달의민족 특유의 정서와 유머코드를 담은 문구제품을 제작, 판매하는 것이다. 나아가 온라인에서만 판매하지 않고 ‘배민문방구’라는 팝업스토어를 다양한 공간에서 선보임으로써, 배달의민족이 제공하는 브랜드 가치를 경험하도록 했다. 패션공유 플랫폼 스타일쉐어는 온라인에 집중하고 있지만, 오프라인 진출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유저들이 쇼핑을 잘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공간, 자신의 물건을 팔 수도 있고 살 수도 있고 여타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구상 중이라 한다. 현재는 그 전 단계로 스타일쉐어의 온라인 경험을 오프라인에 그대로, 집약적으로 전달해주자는 취지로 매년 ‘스타일쉐어 마켓페스트’를 개최하고 있다.
- 오프라인에서 고객 경험을 완성하라 중에서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