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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것들이 우리를 구할 거야

작고 찬란한 현미경 속 나의 우주

김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6월 17일 한줄평 총점 9.6 (15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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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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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것들이 우리를 구할 거야

이 상품의 태그

책 소개

“오늘도 쓸모없는 것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작고 하찮아 보이는 현미경 속 생명체에서
인류를 구원할 유용함을 발견해내는 경이로움


물리학이 세상의 원리를 설명하고, 수학이 세상의 규칙을 증명한다면, 생명과학은 세상의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을 사랑함으로써 인류의 삶을 진일보시키는 학문이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이름만으로도 생경한 ‘예쁜꼬마선충’을 연구하는 서울대 생명과학 박사 김준이 들려주는 ‘생물 덕후’ 과학자들의 24시간 연구실 일상과 생명과학계의 치열하고도 유쾌한 이야기들을 엮었다.

또한 진화, 유전, 질병, 노화 등을 연구하기 위해 현재 생명과학이 어떤 수준까지 발전했는지, 생명과학의 역사부터 최신 연구 대상으로 떠오르는 다채로운 모델 생물들 이야기까지 어려워만 보이는 생명과학의 흥미로운 지식 정보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는 이야기들도 함께 담았다. 과학 에세이 분야에서 다소 낯선 ‘생명과학’을 주제로 하여, 액체가 부글거리는 실험실이 아닌, 생명의 소리와 냄새, 그리고 이들의 탄생부터 죽음까지를 연구하는 생명과학자들의 역동적인 이야기를 시종 유쾌하게 들려준다.
  •  책의 일부 내용을 미리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미리보기

목차

프롤로그 | 과학이라는 여행

1 이토록 아름다운 쓸모없는 것들
어쩌다 과학자
예쁜꼬마선충은 사랑입니다
쓸모없는 것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대장균은 예쁜꼬마선충이 된다
생물이 미생물에 대처하는 자세
재미있는 논문의 기쁨과 슬픔
더 많은 연습문제가 필요한 이유

2 과학하는 마음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아주 작고 따뜻했던 생쥐에 대하여
언제나 새로운 눈이 필요하다
다함께 생물 덕질합시다
작고 투명해서 고마운 친구들
아직 누구도 가보지 않은 저 너머에

3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돌연변이
온갖 생명의 과학
우리에겐 더 많은 돌연변이가 필요하다
어떤 ‘오타’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지구상에 5해 마리가 살고 있다
망가진 염색체도 노력을 한다
살아 있는 모두는 각자의 전략이 있다

4 과학의 기쁨과 슬픔
진화 연구의 끝자락
연구 노동자와 두 노예
과학자는 무엇을 먹고사나
연구실에서는 날마다 무슨 일이!
우리에게 필요한 사회

에필로그 | 과학자로 살아남기

감사의 말

상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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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서울대학교 기초과학연구원 박사후연구원. 이공계에서 취직 안 되기로 유명한 생명과학, 그중에서도 세상 쓸모없다는 선충들의 유전자 진화를 전공했다. 지도교수 운도, 동료 복도 좋았던 덕분에 형편 좋게 박사과정을 마쳤으나, 졸업한 뒤로는 학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별수 없이 연구 노예로 살고 있다. 첫 번째 제1저자 연구논문이 국제 학술지 《게놈 리서치(Genome Research)》 표지논문으로 선정되었고(2019년 6월호),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최우수박사학위논문상을 수상했다(2020년 2월). 두 번째 제1저자 겸 교신저자 연구논문도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뉴클레익 애시드 리서치(Nu... 서울대학교 기초과학연구원 박사후연구원. 이공계에서 취직 안 되기로 유명한 생명과학, 그중에서도 세상 쓸모없다는 선충들의 유전자 진화를 전공했다. 지도교수 운도, 동료 복도 좋았던 덕분에 형편 좋게 박사과정을 마쳤으나, 졸업한 뒤로는 학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별수 없이 연구 노예로 살고 있다. 첫 번째 제1저자 연구논문이 국제 학술지 《게놈 리서치(Genome Research)》 표지논문으로 선정되었고(2019년 6월호),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최우수박사학위논문상을 수상했다(2020년 2월). 두 번째 제1저자 겸 교신저자 연구논문도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뉴클레익 애시드 리서치(Nucleic Acids Research)》에 실렸다(2021년 6월).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에 「새 모델생물 운동」 글을 연재하고 있다. ESC와 서울시립과학관에서 과학을 사랑하는 다양한 시민들과 우리나라 야생 선충을 채집해 탐구해보는 시민 과학 운동을 하기도 했다. 채집한 야생 선충들이 새로운 모델생물로 자리 잡기를 바라며 지금도 연구실 한편에서 이 선충들을 기르고 있으며, 선충을 넘어 온갖 생물로 애정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출판사 리뷰

아직 누구도 가보지 않은 저 너머를 향하여,
날마다 한 걸음씩 과학하는 마음으로


하루 평균 14시간을 근무하고 최저임금에 가까운 월급을 받으며, 심지어 그마저 정규직이 아니어서 늘 미래에 대한 고용 불안감을 안고 있다. 이들 중에서 처지가 좋은 경우에는 휴일이라도 보장받을 수 있지만, 주말은커녕 명절 연휴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수. 이들이 하는 일에 대해 남들이 알아주기라도 하면 그나마 다행일 텐데, “그딴 걸 해서 뭐 해?” 소리를 듣는 일도 다반사다. 바로 우리나라 생명과학의 미래를 짊어진 젊은 과학자들의 이야기다. 혹은 전생에 큰 잘못을 저질러 이 생에 과학자로 태어나버린 ‘연구 노예’들의 이야기이거나.

이 책의 저자 김준은 서울대학교 기초과학연구원 박사후연구원으로, 이공계에서 가장 취직 안 되기로 유명하다는 생명과학, 그중에서도 세상 쓸모없다고 천대받는 ‘선충’의 유전자 진화를 연구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별수 없는 연구 노예”라고 자조하지만, 사실은 2019년 6월 첫 번째 제1저자 연구논문이 국제 학술지 《게놈 리서치(Genome Research)》 표지논문으로 선정되었고, 2020년 2월에는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최우수박사학위논문상을 수상했으며, 2021년 6월에는 두 번째 제1저자 겸 교신저자 연구논문도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뉴클레익 애시드 리서치(Nucleic Acids Research)》에 연이어 실린 매우 전도유망한 젊은 과학자다.

화려한 이력만큼이나 그의 앞길에는 빛나는 꽃길만 펼쳐져 있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역시 다른 수많은 한국의 젊은 과학자들처럼 실험을 하고 논문을 쓰는 틈틈이 채용 정보 웹사이트를 새로고침하느라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젊은 과학자들이라면 누구나 꿈꿀 ‘안정적인 연구직’은 그에게도 역시 하늘의 별 따기인 까닭이다.

“게임을 하고 있다. (…) 난이도는 또 어찌나 높은지, 악착같이 재료를 모아도 변변찮은 장비 하나 얻어내기 쉽지 않은 괴상한 게임이다. 심지어 그런 와중에 경쟁은 또 매우 치열해서 장비를 어지간히 갖춰서는 승급전에 발도 내밀지 못할 수준이다. 피, 땀, 눈물 흘려가며 간신히 온갖 장비를 다 챙기고 나면, 이제는 ‘연구직 직장 획득’이라는 승급전이 언제 열릴지 알 수 없다는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이때까지 무겁게 쌓아올린 장비들을 어깨에 이고, 입구도 출구도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 하염없이 걷는다. 운이 아주 안 좋으면 이렇게 걷고 또 걷다가 장비는 낡아가고 체력은 모두 소모되어 그대로 게임이 종료되는 수도 있다. 이 게임의 이름은 ‘과학자로 살아남기’. 나는 생명과학 서버에서, 이제 막 대학원생 퀘스트를 끝마치고 박사가 됐다.” / 205~206쪽


하는 짓도, 생김새도 너무나 사랑스러운 ‘예쁜꼬마선충’
이런 게 재미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이번 생은 글렀다
연구나 열심히 하는 수밖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어조는 줄곧 밝고 경쾌하다. 비록 밤잠을 설치고 코피를 쏟아가며 실험을 할지언정, 또 같은 꿈을 꾸었던 학부 동기와 선후배들이 현실을 깨닫고 의학전문대학원으로 떠나갈지언정, 끝내 과학자라는 오랜 꿈을 지키기로 한 저자에게 과학이란 언제까지나 그의 인생의 최종 목적지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첫 장에서부터 ‘전생에 잘못을 저질러 결국 과학자라는 잘못된 길로 들어섰다’고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이 모두 귀여운 투정으로 느껴질 정도로 책의 페이지마다 온통 과학을 향한 애정이 뚝뚝 묻어난다.

이 책은 과학자의 에세이임에도 온갖 생물들 이야기가 책의 곳곳에 등장하며, 에세이에서 신기한 생물들 이야기로, 다시 쉽게 이해하는 생명과학 이야기로 장르를 넘나든다. 특히 저자의 주요 연구 생물인 ‘예쁜꼬마선충’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로부터 “그딴 거 연구해서 뭐 해? 그럴 돈 있으면 암이나 연구해!”라는 소리를 듣게 만드는 바로 그 생물이기에 저자가 예쁜꼬마선충의 설명에 들이는 공은 아주 정성스럽다.

“선충, 귀여운 이눔시키들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무 데서나 잘 살고, 종류도 매우 다양한 게 특징이다. 예쁜꼬마선충은 보통 1밀리미터 남짓한 크기이지만, 어떤 선충은 몸 길이가 무려 1미터에 이를 정도로 길쭉해서 돌돌 말면 컵라면처럼 보일 정도다. 머리 쪽엔 눈이나 코는 없고 주둥이만 있는데, 주둥이 모양도 뭉뚝한 녀석부터 국화꽃처럼 화려하게 피어난 녀석들까지 아주 다채롭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눈이 없어도 빛을 감지할 수 있고, 코가 없어도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거다. 예쁜꼬마선충은 고작해야 300여 개의 신경세포만을 가지고 있는데, 이 신경세포를 최대로 활용해서 빛도 느끼고 냄새도 맡고 천적을 감지해서 도망치는 등 알뜰하게 기능을 나눠 쓴다. 대단한 능력자들이다.” / 144~145쪽


일단 시도해보기 전엔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인생도 그렇듯, 과학도 그렇다


예쁜꼬마선충은 실처럼 길쭉하게 생긴 아주 작고 단순한 생물로, 언뜻 생각하면 인간과는 아무 관련이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 인간과 예쁜꼬마선충의 유전자는 무려 70~80퍼센트가량이 동일해서, 인간을 상대로는 할 수 없는 다양한 유전자 조작 실험을 해볼 수 있는 고마운 대상이다.

대표적인 예로 시드니 브레너와 로버트 호비츠, 존 설스턴은 2002년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한 연구로 ‘세포 사멸’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밝혀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2003년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인간 게놈 프로젝트(인간 유전체 지도 분석 사업)’ 성공의 밑바탕에도 예쁜꼬마선충 연구가 있었다. 인간 게놈을 밝히기 위한 연습문제로서 예쁜꼬마선충 게놈 지도를 먼저 작성해 성공의 경험을 쌓았던 것이다.

이처럼 과학적 맥락을 자세히 살펴보면 예쁜꼬마선충 연구를 비롯한 ‘쓸모없는 연구’들은 어쩌면 인류의 미래를 바꿀 중요한 연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요구하는 우리나라의 연구 지원 체계 아래에서는 경제적, 산업적 이익으로 직결되지 않는 기초과학 연구의 설 자리가 아직도 부족한 상황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꾸준히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할 기반을 쌓아왔고, 시료를 모으고 연구자를 훈련시키면서 실현 가능한 연구들을 수행해본 경험도 출중하다. 심지어 수백억 원이 들어가는 연구라 해도, 연구비를 투자하면 어떤 것들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인식과 공감대가 마련되어 있다.
안타깝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이 같은 인식과 경험이 부족하다. 한국에서 아직 해본 적 없는 연구에 대하여 “몇억만 씁시다!” 하고 요청해봐야 “그런 연구를 할 자격이 되시나요?” “그런 연구를 할 능력은 있으신가요?” “그런 연구에 그 큰돈을 써서 뭘 얻을 수 있나요?” 요런 반응이 나오기 십상이다. 비슷한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이 연구가 충분히 가능하고 돈을 쓸 가치가 있다는 게 납득이 될 텐데, 보통은 그렇지가 않으니 일단 설득부터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설득하는 데 몇 년을 보내고 나면, 그 사이에 다른 나라에서 먼저 좋은 연구 성과를 내버린다. 그걸 보고 우리나라에서도 뒤늦게 “이게 되네?” 하고 연구에 투자하려고 할 때쯤이면 그 연구는 이제 가치를 많이 잃어버리게 된다.” / 62~63쪽


“오늘도 쓸모없는 것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작고 하찮아 보이는 현미경 속 생명체에서
인류를 구원할 유용함을 발견해내는 경이로움에 관하여


‘쓸모없는 것들이 우리를 구할 거야’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저자가 사랑해 마지 않는 다양한 생물 연구들이 우리 사회의 경제 논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천대받는 상황을 유쾌하게 반박하는 이야기다. 또한 오직 과학이 좋아서 불투명한 미래와 부족한 환경 속에서도 열정적으로 ‘쓸모없는 연구’를 하고 있는 이들, 기초과학에 몸담은 젊은 과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당부이기도 하다.

저자는 연구란 “비록 지금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 할지라도 언젠가는 답을 찾을 수 있게끔” 준비해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당연히 ‘지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답을 찾을 필요도 없으니 말이다. 그러므로 지금 당장은 쓸모없어 보이는 연구라 할지라도 이러한 연구들이 차곡차곡 쌓여 어느 순간 인류의 지식의 한계를 한 뼘 더 확장할 수 있게 되기를, 또한 그러한 인식과 공감대가 우리 사회에 형성되기를 기원한다.

“인생도 그렇듯 해보기 전엔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특히 과학 연구에서는 더욱 그렇다. (…) 비록 지금은 쓸모없다고 손가락질받는 것들이 어쩌면 지식의 한계를 부술 결정적인 연구가 될 수도 있다. 인류가 오랫동안 그토록 애타게 찾던 정답은 아마도 아직 누구도 가보지 않은 저 너머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113쪽

종이책 회원 리뷰 (11건)

구매 [도서] 쓸모없는 것들이 우리를 구할 거야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할***욤 | 2021.10.07

[도서] 쓸모없는 것들이 우리를 구할 거야 라는 도서를 읽고 쓰는 리뷰입니다.

 

이 책은 예쁜꼬마선충을 연구하는 김준 연구원이 쓴 책으로, 평생 모르고 살았을 뻔한 예쁜꼬마선충과
그리고 생물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왜, 무엇을 연구하고 그 연구 결과들이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 재미있고 쉽게 쓰여 있습니다.

글이 굉장히 유쾌해서 연구원님도 재미있을 성격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책 제목처럼 쓸데없어 보일 수 있는 것들도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많이 느꼈고요.
우리나라도 연구비가 다른 선진국들처럼 좀 더 잘 지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함께 했습니다.
그것에 대한 서러움이 책 전반적으로 너무 ...ㅋㅋㅋㅋ많이 드러나요.

그런데 책에 오타가 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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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쓸모없는것들이우리를구할거야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k*******5 | 2021.07.05


 

제목과 김초엽 강력 추천이라는 띠지를 보고서 소설일거라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이 책은 세상 쓸모없다고 생각되는 것들에서 중요성을 찾아가는 멋진 에세이였다.

그런게 대체 뭐가 중요해요?

만약 이공계의 어떤 분야든 관심이 있었고, 다양한 연구원이라는 직업이 막연히 궁금했다면 읽으면서 많은 상상을 할 수 있을 것이고, 나처럼 전혀 연구적이지 않은 그저 덕후 기질을 조금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분명 매력을 느낄만한 이야기들이다.

그렇게 생명공학자에게서 듣는 예쁜꼬마선충 연구와 진화의 이야기는 덕후 기질이 가득한 저자 덕분에 상당히 재밌는 과정이었다.

단지 선충 연구원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찾아가고, 의미를 찾는 사람들 모두를 응원하게 되는 글이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스스로 재미있고 지금은 아무도 인정하지 않아도 스스로 의미 있다고 생각된다면 어느 분야든 중요한 일을 하고 있음에 자부심을 느껴야 할 것 같다.

설령, 사람들이 너무 하찮게 생각하는 일이라도 그것들이 세상을 구해게 될거라는 제목만으로도 박수를 보내게 되는 책이다.

쓸모없는 것들이 우리를 구할 거야!

더불어 SF작가들이 영감을 받아서 특별할것 없는 주인공과 사람들의 갈등이 등장하고 하찮은 취급을 받는 덕질에 기초한 작은 생명체의 연구가 결국 지구의 운명을 위기에서 구하는 스토리로 풀어낸다면 그 또한 멋지겠다는 생각에도 빠져 보았다.

어쩌다 과학자.

쓸모없는 것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저 너머.

어떤 오타는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사회.


 

이전에는 답할 수 없었지만

지금 이 시대에는 답할 수 있는 것

당대에 가장 중요하고 과학적인 질문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부터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교배해서 태어나게 하고, 죽게 하고, 그 과정에서 돌연변이를 만들어내야 하는 연구가 왜 필요한지 색안경을 끼고 볼 수도 있는 일이지만, 지금껏 인류를 지켜온 항생제나, 진통제가 그런 실험을 통해 발견되었고, 바이러스와 질병에서 인류를 구한 원동력이니 뭐라 말할 수 없다.

꼬마선충이 없었더라면 더 많은 쥐나, 토끼, 개구리, 개, 고양이, 각종 동물을 실험 대상으로 희생시키고서도 생애주기가 길다는 이유로 그 연구들이 빛을 보기도 전에 연구원의 생이 끝나는 안타까움이 있을 수도 있는 일이라니, 연구비용이 그렇게 크지 않은 선충연구에 매달릴만한 이유들은 많았지만, 역시나 누구도 쉽게 지속적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하기도 힘든 일이었다.

발없고 꿈틀대며 기어다니는 것,

앞과 뒤, 혹은 처음과 끝의 구분이 어려운 것.

언제 생겼는지 모르게 나타나는 것이 나는 무섭다.

전혀 이쁘지 않은데, 왜 예쁜꼬마 선충이라고 불리는지 나로서는 모를 일이지만, 연구원 입장으로 보니 그럴만 했다.

인간이 고통스러운 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실마리도 확보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길 위에서 우리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인류의 또 다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오늘도 예쁜꼬마선충을 들여다보고 있다.

작은 몸뚱이로 우아하게 꿈틀거린다고 하여 '예쁜꼬마선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지만, 녀석들이 생물학의 역사에서 얼마나 많은 역할을 했는지를 따져보면 '예쁜 꼬마 보다는 ‘우아한 거인'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토록 아름다운 쓸모없는 것들

p 31

한번은 서울시립과학관에서 장비와 공간을 빌려 일반 시민들과 함께 선충 채집을 갔던 적이 있다. 그때 몇몇이 썩은 도토리를 주워 왔는데, 그 안에서 선충들이 바글바글 나와서 신나서 연구실로 데려왔다. 그 썩은 도토리 한 알에서만 무려 수백 마리도 넘는 선충이 기어 나왔다. 아쉽게도 그중 연구실에서 대장균을 먹고 살아남은 선충은 단 한 마리도 없었다.

대체 야생에서 사는 선충들에게는 뭘 먹여야 하는 걸까? 그럴 때마다 나는 아직도 선충에 대해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한 생명을 이해한다는 건 먹이고 키울줄 아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p 47

어떤 세균을 먹이로 주느냐에 따라 자라는 정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또 어떤 세균은 몇몇 선충에게는 해를 끼치지만, 다른 선충에게는 별 영향도 못 주고 맛있는 한 끼 식사가 될 뿐이다. 이런 걸 자세히 연구할 수 있다면, 선충이 갖추고 있는 세균 공격용 무기도 가져다 쓸 수 있는 길이 열리지 않을까?

물론 그것이 정말 가능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렇지만 세상을 뒤흔든 과학의 발견은 때로는 우연히 찾아오기도 한다.

실험 도중 실수로 방치한 푸른곰팡이에서 발견한 항생 물질 '페니실린', 내복용 살균제를 개발하다가 탄생한 해열·진통제 '아스피린', 그리고 더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을 만들어내려다가 정작 금은 못 만들고 수많은 새로운 물질을 발견해 근대 화학의 발달을 이끈 연금술사들의 사례도 있다. 게다가 이제는 유전자를 조작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유전체 편집 기법'도 감기에 걸리지 않는 유산균을 연구하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모두 우연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이같은 행운을 발견하기 전까지 온갖 다양한 생물을 연구한 역사가 앞섰다는 것이다.

“하나만 잘하는 사람은 세상에 너무나도 많아서 언제든 쉽게 대체될 수 있어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엮어서 생각할 줄 아는 사람, 통합적인 사고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하죠.”

인류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킨 원동력은 바로 이 생각의 돌연변이들이지 않나 싶었다. 과학자들은 그렇게 질문을 할 수 있고, 질문에 파고 들어 해결해 보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었고, 고통을 과정으로 즐길 줄 아는 최고의 덕후들이자 얼핏 작고 하찮아 보이는 것을 크게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인생도 그렇듯 해보기 전엔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특히 과학 연구에서는 더욱 그렇다. 비록 지금은 쓸모없다고 손가락질받는 것들이 어쩌면 지식의 한계를 부술 결정적인 연구가 될 수도 있다. 인류가 오랫동안 그토록 애타게 찾던 정답은 아마도 아직 누구도 가보지 않은 저 너머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리뷰어스크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 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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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것들이 우리를 구할거야: 에세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r***n | 2021.07.04

동화책같은 표지에 <쓸모없는 것들이 우리를 구할거야> 라는 제목만 보고

요즘 SNS에서 심심찮게 올라오는 '예쁜 쓰레기'에 대한 에세이일까? 하며

제멋대로 상상해보았다.

분홍색 띠지에 '소설가 김초엽 강력 추천!' 이라는 말에 오해 한 스푼을 더 얹어서

지금까지 있었음에도 그저 나와는 상관없는 까만색 '곤충'으로만 느껴왔던 개미가

문명과 문화를 지닌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신선함을 준 베르베르의 소설처럼

현미경 속 생명체가 알고보니 인류를 구원한다는 세계관의 소설이려나? 싶기도 했다.

오해와 착각으로 시작된 독서였던 <쓸모없는 것들이 우리를 구할거야>는

이 세계를 몰랐더라면 두고두고 아쉬웠을 '생명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일깨웠고

세상에는 쓸모없다는 선충의 유전자 진화를 전공하고 연구하면서

온갖 생명체에 대해 애정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박사후연구원 (a.k.a. 연구노예)인

저자 김준이라는 사람에 대해 알려준 고맙고 인상적인 책으로 남았다.

수학이나 과학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학창 시절의 나와는 사뭇 다른,

참외에 줄이 똑같이 10개씩 그어져 있는 것을 관찰하고 발견한 뒤 질문하는 꼬마가

성장하여 과학자의 사고와 세계관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상이 신기하고 놀라웠다.

분명히 나와 같은 시기에 같은 장소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완전한 타인처럼 다르게 느끼고 경험하며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는 깨달음이

새로운 우주에 입장하는 것 같은 짜릿함을 주었다.

이 책은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가 DNA를 통해 세상을 풍부하게 살아가며

그 자료를 책처럼 자손에게 넘겨주며 '생'까지 전달하는 과정이

학교에서 익혀 배우는 암기의 수준을 넘는 경이로움 그 자체라는 점에

마음이 부풀어 오르는 과학자의 마인드와 연구를 이어가는 질문의 힘을 보여준다.

과학자이지만 생활인으로서, 14시간씩 연구실에서 일하는 자신의 모습에

가끔 현타를 느끼는 저자의 모습도 직장인(?)으로서 공감이 되는 포인트였다.

한국처럼 실용성과 효율성, 즉 '돈을 얼.마.나. 벌 수 있느냐'를

가치의 측정도구로 환산하는 나라에서 돈이 되지 않는 과학을 선택한 사람들이 느끼는

공부와 연구, 훈련의 기쁨과 슬픔에 더해 성장과정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설명하기 어려운 질문을 답을 찾기 위한 선택이 일상으로 켜켜이 쌓일 때

모두가 알 만하고 세상과 사고의 궤도를 틀어버리는 결과가 생성될 것이라는

역사가 증명했고 앞으로 증거가 되길 바라는 희망으로 시도되는 에피소드들은

나의 일상과 뚜렷한 연결고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과학이나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을

응원하게 되고 관심이 갖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현미경으로 꼬마선충들이나 들여다보고 있는 것에 찬밥 대우를 받아도

누구도 가보지 않은 저 너머에 있을 정답을 찾기 위해 앎의 경계를

조금씩 조금씩 뒤로 밀어내기 위해 오늘도 묵묵히 연구 노예의 길을 걷고 있는

저자의 혼란과 즐거움, 고통과 괴로움이 가득찬 연구실의 이야기와

이 책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또 하나의 세계가

예쁜 꼬마선충만큼이나 발랄하고 재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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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이벤트 #과학자들의삶 #앎의우주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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