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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이해받지 못하는 고통, 여성 우울증

하미나 | 동아시아 | 2021년 9월 15일 한줄평 총점 8.8 (41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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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치 > 여성/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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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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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질병과 낙인 너머, 공동의 우울에 관한 가장 치열하고 다정한 탐구
불안과 우울의 파편을 모아
2030 여성들의 언어로 ‘우울증’을 다시 쓰다


2003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은 2017년 단 한 해를 제외하고는 줄곧 OECD 국가 자살률 1위를 기록했다. 그 가운데 ‘우울증’은 자살의 원인으로 지목되었고, 꾸준히 사회문제로 호명되어 왔다. 특히 최근에는 정신질환을 진단받는 2~30대 여성이 많아지고, 20대 여성의 자살률이 높아지는 현상이 집중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정신과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을 진단받은 당사자들의 수기가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질병을 제거하거나 부정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함께 살아가는 당사자들의 이야기는 질병에 대한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하미나 작가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모든 질병 서사는 그 자체로 귀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설명하든 우울이 자꾸 한 사람의 경험으로만 비춰질 때, 우울증이라는 질병을 둘러싼 사회적·역사적 맥락을 살피기 어려워진다. 우울증이 개인의 고통으로만 비칠 때, 그에 대한 해석은 개인의 환경과 특성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

2~30대 여성들은 대체 왜 우울할까? 저자는 ‘제2형 양극성장애’(조울증)를 진단받은 당사자로서, 우울증을 앓는 2~30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모아 우울증을 둘러싼 여러 질문에 당사자의 이야기로 직접 답하고자 한다. 조울증을 진단받고 살아가며 이것이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정신과에서 겪었던 어딘가 불편한 경험들, 여성 운동 단체 ‘페미당당’에서 활동하며 마주한 여성을 향한 폭력과 그에 맞서 싸우다 자주 분노하고 무력해지고 우울해졌던 순간들, ‘우울증 측정 도구’를 주제로 석사 논문을 쓰며 공부했던 정신의학 지식들, 그리고 31명의 인터뷰이를 만나 긴밀히 소통하여 그러모은 이야기들. 2년에 걸쳐 진행한 이 모든 작업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은 ‘우울증’이라는 이름의 고통을 당사자들의 언어로 다시 정의해 나간다. 파편화된 우울의 조각을 공동의 경험으로 복원하여 우울증을 공론화할 수 있는 사회적 장을 마련하고, 보다 평등한 관점에서 우울증을 해석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

미국의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앤 보이어는 “질병의 역사는 의학의 역사가 아니라 세상의 역사다”라고 말했다. 하미나 작가는 의학적 질병과 사회적 낙인 너머, 여성의 고통에 대한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간다. 여성들이 증언해 준 고통과 폭력의 역사를 옹호하기 위해 치열하고 사려 깊게 풀어낸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은 김희경의 추천의 글처럼 “고통을 이해하는 문화를 바꿔나가기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우울증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

1부. 나의 고통에도 이름이 있나요
1장. 엄살 - 의사는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다
여성 환자가 대부분인 턱관절 장애 | 기-승-전-여성 호르몬 | 몸의 문제? 마음의 문제? | 미친년의 역사 | 히스테리아, 여성혐오의 역사 |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고통
2장. 진단 - 우울증이라는 말에 먹히는 것 같아요
이해하는 방식에 따라 다르게 존재하는 세계 | 다양한 문화권 증후군 | 지극히 미국적인 병, 우울증 | 우울증 자가검사 테스트: 21점 이상은 우울증? | 진단 하나에 다 담을 수 없는 고유한 감정들 | 병명의 힘은 크다 | 의료화? 약료화? 그게 뭐든 고통의 인정이라면 | 해방과 억압, 우리의 진단 이야기
3장. 치료 - 우울은 병일까 병이 아닐까
우당탕탕 약의 역사 | 우울증을 팝니다 | 정신의학의 두 흐름: 역동정신의학과 생물정신의학 | 정신의학은 누구를 병리적으로 규정하는가 | “쓰기”는 치료가 될 수 있다 | 자기 몸의 전문가로서 치료에 참여하는 여자들 | 영적인 존재들

2부. 죽거나 우울하지 않고 살 수 있겠니
4장. 가족 - 엄마를 지키는 게 내 일이라고 생각했어
기억나지 않는 어릴 때부터: 우울은 생존 전략이었다 | 알아서 잘하는 착한 딸로 살다가 | 엄마를 미워하고 또 이해해 | 상처를 남기지 않는 모성애가 가능할까 | 가족 안에서 나의 쓸모를 증명하기 | 사랑이 있는 가족은 드물다
5장. 연애 - 제 눈에는 다 동아줄이에요
제 눈에는 다 동아줄이에요 | 이게 아빤가? | 돌봄이 필요한 여자들 | 보호자 역할은 내가 해줘야 하더라고요 | 사랑은 구원이 될 수 있을까
6장. 사회 - 가난하고 취약한 여자들에게 상어 떼처럼 달려들잖아
스스로 바라는 삶과 사회가 강요하는 삶 사이 | 9시부터 6시까지, 아플 수 없는 사람들 | 엄마 아빠한테 돈 달라고 하기가 무서웠어 | 가난한 내가 자격이 있을까 | 가난 때문에 성적으로 취약해지는 여자가 너무 많아 | 성희롱은 숨 쉬듯이 겪었어요 | 내가 예민한 걸까 | 가난은 호혜를 두렵게 만든다 | 나, 연애, 가족 그리고 사회로 나아가기

3부. 이야기의 결말을 바꿀 수 있다면
7장. 자살 - 정말로 사람들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단 말이에요?
자살을 말할 때의 난처함 | ‘우울증 끝에 자살’이라는 말의 함정 | 자살의 다양한 형태 |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 | 사회적 타살로서의 자살 |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
8장. 돌봄 - 각자의 짐이 줄어들면 돕는 게 어렵지 않거든요
돌봄의 주체인 환자 | 서사를 정리한 뒤에도 병은 남아 있다 | 다빈과 우용의 이야기 | 보호자와 감시자 사이 | 통제는 지배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 타인을 돌보는 것의 무게 | 돌봄 공동체로서의 페미당당
9장. 회복 - 내가 약할 그때에, 오히려 내가 가장 강하기 때문입니다
회복으로 가는 길 | 이야기의 결말을 바꾸는 여자들 | 상처는 자긍심이 될 수 있을까

에필로그: 우리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추천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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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 : 하미나
작가. 프리다이버. 하마글방의 글방지기. 무언가 되고 싶어 아득바득 살았는데 막상 좋아진 건 내가 아무것도 아님을 알려준 것들이다. 글쓰기와 바다가 그래서 좋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을 썼고, 함께 지은 책으로 『상처 퍼즐 맞추기』,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 『걸어간다, 우리가 멈추고 싶을 때까지』가 있다. 작가. 프리다이버. 하마글방의 글방지기. 무언가 되고 싶어 아득바득 살았는데 막상 좋아진 건 내가 아무것도 아님을 알려준 것들이다. 글쓰기와 바다가 그래서 좋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을 썼고, 함께 지은 책으로 『상처 퍼즐 맞추기』,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 『걸어간다, 우리가 멈추고 싶을 때까지』가 있다.

출판사 리뷰

여성의 우울은 어떻게 ‘질병’이 되었나?
세상은 누구의 고통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우리는 우선 자신의 고통부터 믿어야 한다”


‘우울증에 걸린 여성’은 오랫동안 일방적인 치료와 분석의 대상이었다. 하미나 작가는 이 오랜 일방통행의 관계에 반기를 들고, ‘우울증에 걸린 여성’으로서 ‘우울증’이라는 거대한 의학 지식이 만들어져 온 역사를 파헤친다. 모든 지식이 그러하듯,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의학 역시 특정한 사회적 맥락 안에서 만들어지고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은 우울증과 자주 동반하여 나타나는 신체형 장애의 뿌리인 ‘히스테리아’를 다시 검토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여성 환자들이 대다수였던 ‘히스테리아’라는 병명의 어원은 ‘자궁’이다. 고대 이집트 고문서에서는 “마비 증세를 보이며 신체질환을 호소하거나 그 원인을 찾지 못하는 여성의 질병”을 “자궁의 굶주림”으로 진단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정신의학이라는 학문의 문을 연 장 마르탱 샤르코와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역시 히스테리아의 원인을 탐구했지만, 그들에게 여성 환자는 연구를 위한 ‘재료’에 지나지 않았다. 이들은 여자들의 고통을 ‘믿지 않았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의 1부는 정신의학의 역사에서 출발해 우울증을 진단·측정·치료하는 시스템에는 자본, 전문가 집단, 지식의 생산자였던 백인·남성들의 고정관념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는 것을 차례차례 짚는다.

그렇다면 객관적이고 합리적일 것이라 기대되는 현대 의학은 여성의 우울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정신의학 교과서는 여성 우울증의 원인으로 ‘호르몬’을 꼽는다. 여성은 남성과 달리 호르몬 변화에 따른 월경 주기를 가지기 때문에 기분 변화도 더 심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 방식은 우울을 경험하는 여성의 구체적인 사회문화적 맥락을 지운다. 여성은 감정 관리를 잘하지 못하는 취약한 존재가 되고, 의학적 설명 외에 자신의 고통을 둘러싼 배경을 살피기 어려워진다. 하미나 작가는 호르몬은 충분한 답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하며,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의 유병률이 높은 질병은 현대 의학 안에서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고,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병명을 진단받지 못해 우울과 불안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다. 세상에는 엄살로 여겨지고 침묵을 강요당한, 여전히 제대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고통들이 있다고 주장한다.

여성의 우울증을 들여다보는 일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이해받지 못했던 고통에 다시금 이름을 붙이고 자리 없는 아픔에 새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다. 우리는 누구의 관점에서 누구의 아픔을 어떻게 들여다보아야 할까.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은 이러한 질문에 질병 당사자로서, 동시에 연구자로서 연대하며 답하고자 한 시도가 응축된 기념비적인 첫 저작이다.

환자가 아닌 행위자로, 대상이 아닌 주체로
우리의 경험을 지식으로 만들어 가는 시도
우리 없이 우리에 대한 것은 없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속 우울증 여성 당사자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자신의 경험을 해석하고 서사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다. 하미나 작가는 당사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질병을 받아들이고 회복해 나가는지를 조명한다. 여성들은 의학적 자원의 한계를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적절히 활용하여 자기 몸의 전문가로서 치료에 참여한다. 이 책은 가장 대중적인 약물 치료부터 종교, 무속신앙, 정신분석학에 기반한 상담 치료 등 인터뷰이들의 다양한 치료 경험을 전하며, 우울증 연구와 치료의 ‘대상’으로만 그려졌던 여성 환자들의 주체성을 되살린다.

인터뷰이들의 질병 서사가 한자리에 모일 때, 우리들 ‘사이’의 이야기가 두드러진다. 저자는 “우리의 고통을 해석할 자원이 부족하다면, 그것은 우리에 의해서 다시 쓰이고 말해지고 발견되어야 한다”라는 말에서 출발해, 그간 진료실에서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았던, 한국 사회에서 2~30대 여성들이 우울을 겪게 되는 배경을 구조적으로 짚어 나간다.

2부에서는 당사자들이 추적해 나간 우울의 원인을 〈가족〉, 〈연애〉, 〈사회〉로 나누어 소개한다. 하미나 작가가 만난 여성들은, “가부장제의 가족 제도 안에서 엄마를 지키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필요 이상의 노력을 하며 자신의 쓸모를 증명하기 위해 애써”왔고,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내몰려진 여자들은 당장 필요한 돌봄을 받기 위해 남성 연인을 동아줄이라 여기며 관계를 맺었지만, 오히려 그들에게 신체적·정신적 폭력을 입고 고립”된 경우도 많았다. 또한, “사회가 강요하는 규범과 스스로 추구하는 가치의 균열 사이에서 가난하고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이며, 이 사회의 ‘표적’이 되어 성적인 폭력에 노출”되기도 했고, “보상이 따르지 않는 사회에서 고립감과 무력감”에 빠지기도 했다.

여성들이 고통을 마주해야만 했던 배경과 맥락이 유사하다면, 그것은 개개인의 사적인 서사를 넘어 보다 넓은 장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피해자가 자살한 게 아니라, 사실은 그 여자의 손을 빌려 행해진 타살”이라는 인터뷰이의 말처럼, 여성의 우울은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되어 왔지만 명백한 사회의 현상이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에 담긴 사회적 자원을 통해 우울증이라는 고통에 접근할 때,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치유와 회복이 가능해질 것이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끊임없이 탐구하고
새로운 공동체와 돌봄 관계를 발명하는
이야기의 결말을 바꾸는 여자들


하미나 작가는 치열하게 자신의 아픔을 들여다보는 여자들의 이야기에서 배우자고 말한다. “일상에서 연약함을 치워버리고 골칫거리로 여기는” 사회에서, 고통에서부터 다시 시작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보자고 제안한다. 3부에서는 우울을 안고 살아가는 여자들이 어떤 고민과 어려움을 마주한 채 회복의 길에 들어서고자 고군분투하는지를 보인다.

인터뷰이들은 자신의 고통을 설명하기 위한 자원을 찾고자,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아픔을 겪는 타인을 돕고자 끊임없이 시도하고 또 시도한다. “죽음이 가장 논리적인 선택지”라고 생각했던 시기를 지나, 살아야만 하는 이유를 치열하게 고민한다. 혼자서 아픈 연인을 돌봐야 한다는 무게감에 짓눌리면서도, 돌봄의 현장에 머물며 여러 선택 앞에서 흔들릴지언정 도망치지 않는다.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을 정도의 중증 우울증에 시달리는 연인을 돌보며 그가 자신의 고통을 조금 더 다양한 언어로 표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 내고, 보살핌이 통제가 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소통하며 서로를 돌본다. 이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타인과의 관계를 성찰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이들을 어떤 방식으로 도울 수 있을까?(〈7장. 자살〉) 기꺼이 자신과 타인을 돌보는 일은 어떻게 하면 가능해질까?(〈8장. 돌봄〉), 과거의 상처를 묵인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나를 이끄는 새로운 동력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9장. 회복〉) 하미나 작가는 이들의 이야기에 위와 같은 질문을 덧대고 답하며, 자기 삶의 결말을 바꾸어 가고 있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지식으로 만들어 간다.

이 책은 우울증에 관한 사회적·과학적 자원을 제공하여 우울증 당사자들이 ‘의사-환자’라는 전통적인 관계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 정의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더 많은 여성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쓰고, 우리 사회가 그 이야기의 옹호자가 될 때, 고통을 이해하는 보다 평등한 관점이 세워질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은 연구자가 연구실에서 써 내려간 보고서가 아니며, 환자 개개인의 경험을 담은 수기 또한 아니다. 우울의 조각을 연결하여 찾아낸 가장 적확한 언어로 우울증을 탐구하는 이 책은, 질병 이후의 삶을 함께 일궈나가기 위한 뜨거운 선언문이 될 것이다.

종이책 회원 리뷰 (25건)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1***k | 2023.07.01

신간이라서 내년이나 보려나했는데 이번 신간도서에 꼽혀있었다. 여성우울증에 대한 책. 표지에 제목이 왕만하게 써있어서 몰랐는데 배경이 처방전인 듯. 병원수기는 아니고 여성우울증을 연구하며 알게된 것들과 인터뷰, 개인의 경험을 섞어 구성한 글이다. 여성우울을 호르몬의 문제로 보거나 '그냥' 히스테리로 치부하거나 엄살핀다고 생각하던 시기에서 진단과 치료, 약물. 우울의 원인 그리고 결말을 말한다. '나의 고통에도 이름이 있나요' '죽거나 우울하지 않고 살 수 있겠니' '이야기의 결말을 바꿀 수 있다면'으로 나뉘어있다. 연구 내용이 들어있어 우울증 수기보다는 객관적인데 역시 중요한 것은 읽을 때의 마음이라서 우울증 수기보다 불안하게 읽었다. 최근에 '언어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언어화된 글을 보니 내가 타인의 언어에 나를 끼워 맞추려고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니까 아닐'수도' 있는데 남들이 써놓은 것에 끼워놓고 거기에 빠져서는 자기연민을 하다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져서 선후관계를 모르고 결말만 남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여전히 위로가되는 부분은 세상 모두가 이렇게 사는 것은 아니라도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으니 내가 정상은 아니여도 비정상도 아니고 누군가는 딱히 그 둘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말도 위로였다. 나는 정체화, 구체화, 언어화를 생각하는 동안 명상할때 듣는 말처럼 그냥 흘러보내는 사람도 있다는 얘기니까. 그게 가능하다는 말도 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다른 것을 아는데 내가 못하는 성향인 것과 몰라서 시도해보지도 않는 것은 다른 문제니까.

우울할 땐 뇌과학과는 다른 느낌의 다른 위로.

 

 

그보다 이들이 풀어내는 이야기의 옹호자이고 싶다. 자기 삶의 저자인 여자는 웬만큼 다 미쳐있다.

프롤로그

어느 날은 책을 펼쳤는데 읽을 수가 없었다. 한 문단을 몇번이고 반복해서 읽어도 이해되지 않았다. 책을 읽을 수가 없다니? 그것은 내가 더이상 나일 수 없음을 의미했다. 그때 처음으로 병원에 갔다.

45

나에게도 있는 기준이다. 독서. 책을 읽고 싶지 않거나 읽어야해서 읽는데 문장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내게 심각한 신호라고 정해뒀다. 밥을 먹고 싶지 않을 때,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을 때, 움직이고 싶지 않을 때, 읽고 싶지 않을 때가 있는데 그 중 최후의 보루는 책이다. 밥은 더이상 생각이 없다고 거르지 않는다. 밥은 그냥 때가 되면 먹는거고 잠도 밤이 되면 자는 것이므로 시간이 되면 형광등이 자동으로 꺼지게 설정해뒀다. 나도 사람인데 의지로 움직여야해서 매일 4시부터 사이클을 돌린다. 몇년 된 것 같은데 이제 사이클에서 삐익삐익 소리가 난다. 너무 오래되서 그런가 기름칠을 해도 잠시뿐이라 주말에 파파한테 일러서 볼트 풀어보기로 했다. 책은 매일 100쪽만 읽자에서 130쪽도 때에 따라서 읽을 수 있는 것으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글씨만 읽다가 눌러읽기로 진화하려고 했는데 진화는 쉽지 않아서 잘 읽히는건 조금이라도 눌러보고 어려운 책은 일단 글씨만 읽는다. 한나아렌트가 글씨읽기의 대표였는데 내 언젠간 꼭 이해하리 생각하고 책도 안사고 있다. 그렇게 미루는 거지.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는 표현은 일본의 제약회사 팍실이 자신들이 제조한 항우울제를 판매하기 위해 내세운 광고 카피였다.

95

그랬구나, 약장수의 말이라서 쉬운척을 하였구나, 그래서 속았구나

"너는 왜 그런 이야기를 아직도 하니?", "이제 그만 잊어라", "다 그렇게 산다." 이렇게 자신의 감정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상처는 계속해서 깊어진다.

141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험을 반복하면 꺼내지 않게 되기도 한다. 지레짐작으로 입을 닫는다.

모든 정신질환자는 안전벨트 여러개를 매두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일주일에 한 번씩 상담을 가고, 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고, 그날의 기분을 간략하게 기록하는 무드 차트를 쓰고, 의사 선생님께 증상을 정확히 보고하고, 비상약을 받아두는 것 등이 전부 하나하나의 안전벨트인 거예요. 저에게 증상이 닥쳐와도 메어놓은 안전벨트에 의지하여 살고 있던 삶의 궤도에서 아예 튕겨 나가버리는 일은 없도록 하는 것이죠. 한 안전벨트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할 때는 다른 안전벨트가 저를 붙잡아 줍니다.

263

병원을 가지 않아서 안전벨트.

앞서 말한 밥, 잠, 운동, 책도 내게는 안전벨트다. 그래도내가 밥을 먹었지, 잠을 잤고, 운동을 했지 책도 이만큼이나 읽었지. 올해도 코로나 피하기를 최대 미션으로 놓고 연말결산을 해보니 정말 아무것도 안했구나 싶었다. 그럼에도 사이클 텐션 6에 10km를 달성했다. 내년에는 속도를 높여보려고한다. 텐션 7을 살짝 돌려봤는데 내 인생에 그만큼 빡빡한 것을 돌릴 일이 없을 것 같다. 책은 아직 12월이 남았음에도 100권이 넘었다. 그러니까 뭐가 어떻든 기억은 안나지만 하여간 어딘가에 100권이 쌓여있다는 것으로 해석한다.

내년 목표는 자기연민은 버리고 자존감은 가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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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함께 흔들리게 될 여자들을 위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E****e | 2023.02.27
독특한 제목이 뇌리에 박혀 언젠간 읽어봐야지, 생각했던 책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별다른 배경지식 없이 바로 읽게 되었는데, 이 책이 여성의 우울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고 있었단 점에 놀랐다. 우울하지만 똑똑한 여자들. 혹은 똑똑해서 우울한 여자들. 책의 제목을 정말 잘 지은 것 같다.

저자는 이야기를 총 3부로, 또 각각 세 파트로 나누어 총 9장에 걸쳐 여성의 우울증에 대해 말한다. 다양한 인터뷰이들이 등장하고, 당연하게도 제각기 다른 삶을 사는 이들이며,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 또한 비슷한 듯 다른 양상을 보인다. 여성의 우울을 단순히 특정 원인에 의한 것으로 치부할 수 없단 사실을 알 수 있다.

단순한 호르몬 작용의 결과로 믿어왔던 나의 주기적인 우울이, 어쩌면 그 이면에 복잡한 이유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 이유를 파고들기란 매우 번거롭고 힘든 일이기에 제일 간단한 까닭을 붙여버린 것이다. ‘호르몬’ 때문이라고.
나조차도 들쑥날쑥한 내 기분을 모르겠고 알기 어려운데 과연 누가 여성의 우울에 대해 이토록 깊이 연구하고 고민해줄까 싶다. 내 삶이 버거울 때, 우울에 대해 궁금해질 때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


여성의 우울, 그 원인을 에스트로겐으로 한정하는 설명은 우울을 경험하는 여성의 구체적인 사회문화적 맥락을 지워버린다. 여성은 감정 관리를 못하는 취약한 존재가 되고 의학적 설명 외에 자신의 고통을 둘러싼 배경을 살피기 어려워진다. 그러나 과연 맥락 없는 고통이 있는가? 23p.

진단은 해방인 동시에 억압이다. 진단은 정상과 비정상, 건강과 병리, 현실과 환각, 진짜 고통과 가짜 고통 사이에 경계선을 긋는다. 진단은 미스터리했던 증상들에 이름을 붙여주고 나와 같은 사람을 찾게 해준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던, 심지어 나조차도 승인하지 않았던 고통을 인정해 준다. 그러나 동시에 나를 멋대로 규정하고 낙인찍는다. 수치심을 준다. 삶을 재단한다. 과거를 멋대로 해석하고 현재의 정체성을 건들며 미래를 예언한다. 62p.

우울은 그게 어떤 종류의 생각이든 ‘나’를 향한 몰두와 관련이 있다. 자아가 강조되기보다 자아가 해체될 때, 그래서 애초에 중요한 문제가 아니게 될 때, 마음은 더 평온해진다. 114p.

나는 사람들이 명료해지기보다 함께 흔들리길 바란다. 연루되길 바란다. 선 긋고 피해자와 자신을 분리하는 대신 자신이 이미 선 안에 있던 존재임을 깨닫기를 바란다. 이것은 더 어려운 일이겠지만, 세상에 많은 좋은 것들이 그렇듯 더 보람찰 것이다. 16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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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리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d**k | 2023.02.27
턱에서 딱딱하는 소리가 날 때가 많았다. 어떤 날은 입 벌리능 것이 아파 칫솔질조차 힘들기도 했다.
이 책을 읽고 생각했던 것은 나의 모든 감정에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별 것 아닌 것일거라고 넘어가지 않고 그게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그럼에도 나의 안에 빠져 익사하는게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자고 말해주는 것 같다. 구원자를 마냥 기다리는 게 아닌 구원을 마냥 기다리는 것이 아닌 스스로 훌훌 털고 일어서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까지는 도피의 반복이다. 나를 마주하되 빠져있지는 말자. 고여있지도 말자. 느리더라도 천천히 흘러나가 보자.

'사랑이 구원이 될 수 있을까. 나는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 여전히 사랑을 믿는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을 받을 때가 아니라 줄 때, 우리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다. 구원의 대상이 아닌 구원의 주체가 될 때만이 사랑은 구원이 된다. 나를 구원하는 것은 나뿐이다.’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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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회원 리뷰 (4건)

구매 리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l******5 | 2023.01.26

현재는 우울증 약을 먹고 있지 않지만 한동안 우울증을 앓았던 적이 있어 이 책에 관심이 갔습니다. 한편으로는 읽고 싶지 않기도 했어요. 그때의 기억이 날까 봐서요. 여기저기서 좋다는 얘길 들었고 결국 용기를 내 읽었습니다. 결과로, 진작 이 책을 읽었더라면 큰 도움이 됐겠구나 싶었어요. 우울증을 앓을 때 이 책을 접했더라면 같은 동지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극복하고 이겨내는데 큰 도움ㅇ ㅣ되지 않았을까.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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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리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c******9 | 2022.12.19

독서 모임에서 이 책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게 되어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더 전문적이고 깊이있는 내용이 나오지 않을까 했었는데 그런건 아니었고 인터뷰 형식을 묶은 책이었습니다. 이해받지 못하는 여성 우울증에 대해 다룬 내용이라 읽을만한 가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읽는 내내 마음이 아프고 고통스러웠지만 완독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읽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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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미괴오똑 리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a**e | 2022.05.31

나는 이 책을 표지만 보고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2030여성들을 위로하는 에세이로 착각해 본격적으로 읽었다. 그리고 이 책은 우울증과 더불어 20대여성들이 겪어온 우울증과 부작용, 차별,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당한 폭력을 가감없이 얘기하는 사회문제를 보여주는 책임을 알고 당황했다. 하지만 현실의 문제와 관련이 있고 특히 한국사회에서 연일 어두운 뉴스가 많이 나오기에 당사자들의 경험을 알고 싶었다.

줄여서 (미괴오똑)은 우울증의 기원과 재정립, 돌봄노동, 그리고 31명의 인터뷰이들과의 대화와 자신의 힘들었던 경험을 얘기하고 있다. 

책이 출시된 기준으로, 인터뷰이들 중에 자살한 사람이 있으며 아직까지도 죽을 힘을 다해 치료에 임하는 분들도 있다.

 


우울은 쉬운 문제가 아니며 인간은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OECD기준 우리나라의 우울증과 자살은 매년 1~2위를 다투고 있다. 그중에서도 20대여성이 우울증을 많이 겪고있다. 자살은 남성이 더 높은 편이지만 여성도 만만치 않게 높은 편이다.

특히 정상을 추구하는 사회, 가족의 차별, 폭력과 강간에 시달리는 여성들은 상처와 우울증이 더 심해져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갑작스런 경제발전으로 인해 엄청난 부작용을 떠안고 살아야 하며, 페미니즘이 연일 화제가 되어 과도기를 달리고 혐오가 판치는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그나마 덜 힘들고 덜 우울하게 살 수 있을까?

아직도 정신과라는 단어를 꺼리고, 정신병을 조롱의 단어로 쓰고,(이것은 나도 고쳐야 한다) 우울증을 단순히 의지박약으로 치부하며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이 사회가 하루빨리..아니 조금이라고 바뀌었으면 좋겠다.

나는 이만큼 힘들었지만, 너는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는 혼자라고 느꼈지만, 너는 덜 외로웠으면 좋겠어.

 

이 책은 주로 20대 여성들에게 집중되어 있지만 남성들도, 노인도, 어린이도 누구나 우울에 시달리고 고통에 시달릴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같은 사람들끼리 연대하고 위로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사회가 냉소해졌다고, 이대로 망가져 버리기엔 아직 살 날이 많다.

나도 개인적인 이유로 조금 힘들지만 그래도 심각한 수준은 아니여서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실제로 읽으면서 한숨이 계속나오고 폭력과 차별, 자살사고가 일어난 부분에선 눈물이 계속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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