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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희 저
박신영 저
정희진 저
하미나 "의미가 부여된 고통은 사람을 파괴시키지 않는 것 같아요"
2021년 11월 16일
[워맨스 특집] 하미나 "찾습니다, 고통에 대처하는 새로운 기술"
2021년 11월 08일
신간이라서 내년이나 보려나했는데 이번 신간도서에 꼽혀있었다. 여성우울증에 대한 책. 표지에 제목이 왕만하게 써있어서 몰랐는데 배경이 처방전인 듯. 병원수기는 아니고 여성우울증을 연구하며 알게된 것들과 인터뷰, 개인의 경험을 섞어 구성한 글이다. 여성우울을 호르몬의 문제로 보거나 '그냥' 히스테리로 치부하거나 엄살핀다고 생각하던 시기에서 진단과 치료, 약물. 우울의 원인 그리고 결말을 말한다. '나의 고통에도 이름이 있나요' '죽거나 우울하지 않고 살 수 있겠니' '이야기의 결말을 바꿀 수 있다면'으로 나뉘어있다. 연구 내용이 들어있어 우울증 수기보다는 객관적인데 역시 중요한 것은 읽을 때의 마음이라서 우울증 수기보다 불안하게 읽었다. 최근에 '언어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언어화된 글을 보니 내가 타인의 언어에 나를 끼워 맞추려고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니까 아닐'수도' 있는데 남들이 써놓은 것에 끼워놓고 거기에 빠져서는 자기연민을 하다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져서 선후관계를 모르고 결말만 남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여전히 위로가되는 부분은 세상 모두가 이렇게 사는 것은 아니라도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으니 내가 정상은 아니여도 비정상도 아니고 누군가는 딱히 그 둘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말도 위로였다. 나는 정체화, 구체화, 언어화를 생각하는 동안 명상할때 듣는 말처럼 그냥 흘러보내는 사람도 있다는 얘기니까. 그게 가능하다는 말도 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다른 것을 아는데 내가 못하는 성향인 것과 몰라서 시도해보지도 않는 것은 다른 문제니까.
우울할 땐 뇌과학과는 다른 느낌의 다른 위로.
그보다 이들이 풀어내는 이야기의 옹호자이고 싶다. 자기 삶의 저자인 여자는 웬만큼 다 미쳐있다.
프롤로그
어느 날은 책을 펼쳤는데 읽을 수가 없었다. 한 문단을 몇번이고 반복해서 읽어도 이해되지 않았다. 책을 읽을 수가 없다니? 그것은 내가 더이상 나일 수 없음을 의미했다. 그때 처음으로 병원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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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있는 기준이다. 독서. 책을 읽고 싶지 않거나 읽어야해서 읽는데 문장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내게 심각한 신호라고 정해뒀다. 밥을 먹고 싶지 않을 때,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을 때, 움직이고 싶지 않을 때, 읽고 싶지 않을 때가 있는데 그 중 최후의 보루는 책이다. 밥은 더이상 생각이 없다고 거르지 않는다. 밥은 그냥 때가 되면 먹는거고 잠도 밤이 되면 자는 것이므로 시간이 되면 형광등이 자동으로 꺼지게 설정해뒀다. 나도 사람인데 의지로 움직여야해서 매일 4시부터 사이클을 돌린다. 몇년 된 것 같은데 이제 사이클에서 삐익삐익 소리가 난다. 너무 오래되서 그런가 기름칠을 해도 잠시뿐이라 주말에 파파한테 일러서 볼트 풀어보기로 했다. 책은 매일 100쪽만 읽자에서 130쪽도 때에 따라서 읽을 수 있는 것으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글씨만 읽다가 눌러읽기로 진화하려고 했는데 진화는 쉽지 않아서 잘 읽히는건 조금이라도 눌러보고 어려운 책은 일단 글씨만 읽는다. 한나아렌트가 글씨읽기의 대표였는데 내 언젠간 꼭 이해하리 생각하고 책도 안사고 있다. 그렇게 미루는 거지.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는 표현은 일본의 제약회사 팍실이 자신들이 제조한 항우울제를 판매하기 위해 내세운 광고 카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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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구나, 약장수의 말이라서 쉬운척을 하였구나, 그래서 속았구나
"너는 왜 그런 이야기를 아직도 하니?", "이제 그만 잊어라", "다 그렇게 산다." 이렇게 자신의 감정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상처는 계속해서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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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들여지지 않은 경험을 반복하면 꺼내지 않게 되기도 한다. 지레짐작으로 입을 닫는다.
모든 정신질환자는 안전벨트 여러개를 매두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일주일에 한 번씩 상담을 가고, 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고, 그날의 기분을 간략하게 기록하는 무드 차트를 쓰고, 의사 선생님께 증상을 정확히 보고하고, 비상약을 받아두는 것 등이 전부 하나하나의 안전벨트인 거예요. 저에게 증상이 닥쳐와도 메어놓은 안전벨트에 의지하여 살고 있던 삶의 궤도에서 아예 튕겨 나가버리는 일은 없도록 하는 것이죠. 한 안전벨트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할 때는 다른 안전벨트가 저를 붙잡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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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을 가지 않아서 안전벨트.
앞서 말한 밥, 잠, 운동, 책도 내게는 안전벨트다. 그래도내가 밥을 먹었지, 잠을 잤고, 운동을 했지 책도 이만큼이나 읽었지. 올해도 코로나 피하기를 최대 미션으로 놓고 연말결산을 해보니 정말 아무것도 안했구나 싶었다. 그럼에도 사이클 텐션 6에 10km를 달성했다. 내년에는 속도를 높여보려고한다. 텐션 7을 살짝 돌려봤는데 내 인생에 그만큼 빡빡한 것을 돌릴 일이 없을 것 같다. 책은 아직 12월이 남았음에도 100권이 넘었다. 그러니까 뭐가 어떻든 기억은 안나지만 하여간 어딘가에 100권이 쌓여있다는 것으로 해석한다.
내년 목표는 자기연민은 버리고 자존감은 가지기
현재는 우울증 약을 먹고 있지 않지만 한동안 우울증을 앓았던 적이 있어 이 책에 관심이 갔습니다. 한편으로는 읽고 싶지 않기도 했어요. 그때의 기억이 날까 봐서요. 여기저기서 좋다는 얘길 들었고 결국 용기를 내 읽었습니다. 결과로, 진작 이 책을 읽었더라면 큰 도움이 됐겠구나 싶었어요. 우울증을 앓을 때 이 책을 접했더라면 같은 동지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극복하고 이겨내는데 큰 도움ㅇ ㅣ되지 않았을까. 좋은 책입니다.
독서 모임에서 이 책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게 되어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더 전문적이고 깊이있는 내용이 나오지 않을까 했었는데 그런건 아니었고 인터뷰 형식을 묶은 책이었습니다. 이해받지 못하는 여성 우울증에 대해 다룬 내용이라 읽을만한 가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읽는 내내 마음이 아프고 고통스러웠지만 완독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읽길 바랍니다.
나는 이 책을 표지만 보고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2030여성들을 위로하는 에세이로 착각해 본격적으로 읽었다. 그리고 이 책은 우울증과 더불어 20대여성들이 겪어온 우울증과 부작용, 차별,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당한 폭력을 가감없이 얘기하는 사회문제를 보여주는 책임을 알고 당황했다. 하지만 현실의 문제와 관련이 있고 특히 한국사회에서 연일 어두운 뉴스가 많이 나오기에 당사자들의 경험을 알고 싶었다.
줄여서 (미괴오똑)은 우울증의 기원과 재정립, 돌봄노동, 그리고 31명의 인터뷰이들과의 대화와 자신의 힘들었던 경험을 얘기하고 있다.
책이 출시된 기준으로, 인터뷰이들 중에 자살한 사람이 있으며 아직까지도 죽을 힘을 다해 치료에 임하는 분들도 있다.
우울은 쉬운 문제가 아니며 인간은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OECD기준 우리나라의 우울증과 자살은 매년 1~2위를 다투고 있다. 그중에서도 20대여성이 우울증을 많이 겪고있다. 자살은 남성이 더 높은 편이지만 여성도 만만치 않게 높은 편이다.
특히 정상을 추구하는 사회, 가족의 차별, 폭력과 강간에 시달리는 여성들은 상처와 우울증이 더 심해져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갑작스런 경제발전으로 인해 엄청난 부작용을 떠안고 살아야 하며, 페미니즘이 연일 화제가 되어 과도기를 달리고 혐오가 판치는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그나마 덜 힘들고 덜 우울하게 살 수 있을까?
아직도 정신과라는 단어를 꺼리고, 정신병을 조롱의 단어로 쓰고,(이것은 나도 고쳐야 한다) 우울증을 단순히 의지박약으로 치부하며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이 사회가 하루빨리..아니 조금이라고 바뀌었으면 좋겠다.
나는 이만큼 힘들었지만, 너는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는 혼자라고 느꼈지만, 너는 덜 외로웠으면 좋겠어.
이 책은 주로 20대 여성들에게 집중되어 있지만 남성들도, 노인도, 어린이도 누구나 우울에 시달리고 고통에 시달릴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같은 사람들끼리 연대하고 위로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사회가 냉소해졌다고, 이대로 망가져 버리기엔 아직 살 날이 많다.
나도 개인적인 이유로 조금 힘들지만 그래도 심각한 수준은 아니여서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실제로 읽으면서 한숨이 계속나오고 폭력과 차별, 자살사고가 일어난 부분에선 눈물이 계속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