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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이해받지 못하는 고통, 여성 우울증

하미나 | 동아시아 | 2021년 9월 15일 한줄평 총점 8.8 (40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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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치 > 여성/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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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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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질병과 낙인 너머, 공동의 우울에 관한 가장 치열하고 다정한 탐구
불안과 우울의 파편을 모아
2030 여성들의 언어로 ‘우울증’을 다시 쓰다


2003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은 2017년 단 한 해를 제외하고는 줄곧 OECD 국가 자살률 1위를 기록했다. 그 가운데 ‘우울증’은 자살의 원인으로 지목되었고, 꾸준히 사회문제로 호명되어 왔다. 특히 최근에는 정신질환을 진단받는 2~30대 여성이 많아지고, 20대 여성의 자살률이 높아지는 현상이 집중적으로 보도되고 있다.

정신과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을 진단받은 당사자들의 수기가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질병을 제거하거나 부정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함께 살아가는 당사자들의 이야기는 질병에 대한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하미나 작가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모든 질병 서사는 그 자체로 귀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설명하든 우울이 자꾸 한 사람의 경험으로만 비춰질 때, 우울증이라는 질병을 둘러싼 사회적·역사적 맥락을 살피기 어려워진다. 우울증이 개인의 고통으로만 비칠 때, 그에 대한 해석은 개인의 환경과 특성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

2~30대 여성들은 대체 왜 우울할까? 저자는 ‘제2형 양극성장애’(조울증)를 진단받은 당사자로서, 우울증을 앓는 2~30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모아 우울증을 둘러싼 여러 질문에 당사자의 이야기로 직접 답하고자 한다. 조울증을 진단받고 살아가며 이것이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정신과에서 겪었던 어딘가 불편한 경험들, 여성 운동 단체 ‘페미당당’에서 활동하며 마주한 여성을 향한 폭력과 그에 맞서 싸우다 자주 분노하고 무력해지고 우울해졌던 순간들, ‘우울증 측정 도구’를 주제로 석사 논문을 쓰며 공부했던 정신의학 지식들, 그리고 31명의 인터뷰이를 만나 긴밀히 소통하여 그러모은 이야기들. 2년에 걸쳐 진행한 이 모든 작업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은 ‘우울증’이라는 이름의 고통을 당사자들의 언어로 다시 정의해 나간다. 파편화된 우울의 조각을 공동의 경험으로 복원하여 우울증을 공론화할 수 있는 사회적 장을 마련하고, 보다 평등한 관점에서 우울증을 해석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다.

미국의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앤 보이어는 “질병의 역사는 의학의 역사가 아니라 세상의 역사다”라고 말했다. 하미나 작가는 의학적 질병과 사회적 낙인 너머, 여성의 고통에 대한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간다. 여성들이 증언해 준 고통과 폭력의 역사를 옹호하기 위해 치열하고 사려 깊게 풀어낸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은 김희경의 추천의 글처럼 “고통을 이해하는 문화를 바꿔나가기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우울증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

1부. 나의 고통에도 이름이 있나요
1장. 엄살 - 의사는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다
여성 환자가 대부분인 턱관절 장애 | 기-승-전-여성 호르몬 | 몸의 문제? 마음의 문제? | 미친년의 역사 | 히스테리아, 여성혐오의 역사 |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고통
2장. 진단 - 우울증이라는 말에 먹히는 것 같아요
이해하는 방식에 따라 다르게 존재하는 세계 | 다양한 문화권 증후군 | 지극히 미국적인 병, 우울증 | 우울증 자가검사 테스트: 21점 이상은 우울증? | 진단 하나에 다 담을 수 없는 고유한 감정들 | 병명의 힘은 크다 | 의료화? 약료화? 그게 뭐든 고통의 인정이라면 | 해방과 억압, 우리의 진단 이야기
3장. 치료 - 우울은 병일까 병이 아닐까
우당탕탕 약의 역사 | 우울증을 팝니다 | 정신의학의 두 흐름: 역동정신의학과 생물정신의학 | 정신의학은 누구를 병리적으로 규정하는가 | “쓰기”는 치료가 될 수 있다 | 자기 몸의 전문가로서 치료에 참여하는 여자들 | 영적인 존재들

2부. 죽거나 우울하지 않고 살 수 있겠니
4장. 가족 - 엄마를 지키는 게 내 일이라고 생각했어
기억나지 않는 어릴 때부터: 우울은 생존 전략이었다 | 알아서 잘하는 착한 딸로 살다가 | 엄마를 미워하고 또 이해해 | 상처를 남기지 않는 모성애가 가능할까 | 가족 안에서 나의 쓸모를 증명하기 | 사랑이 있는 가족은 드물다
5장. 연애 - 제 눈에는 다 동아줄이에요
제 눈에는 다 동아줄이에요 | 이게 아빤가? | 돌봄이 필요한 여자들 | 보호자 역할은 내가 해줘야 하더라고요 | 사랑은 구원이 될 수 있을까
6장. 사회 - 가난하고 취약한 여자들에게 상어 떼처럼 달려들잖아
스스로 바라는 삶과 사회가 강요하는 삶 사이 | 9시부터 6시까지, 아플 수 없는 사람들 | 엄마 아빠한테 돈 달라고 하기가 무서웠어 | 가난한 내가 자격이 있을까 | 가난 때문에 성적으로 취약해지는 여자가 너무 많아 | 성희롱은 숨 쉬듯이 겪었어요 | 내가 예민한 걸까 | 가난은 호혜를 두렵게 만든다 | 나, 연애, 가족 그리고 사회로 나아가기

3부. 이야기의 결말을 바꿀 수 있다면
7장. 자살 - 정말로 사람들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단 말이에요?
자살을 말할 때의 난처함 | ‘우울증 끝에 자살’이라는 말의 함정 | 자살의 다양한 형태 |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 | 사회적 타살로서의 자살 |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
8장. 돌봄 - 각자의 짐이 줄어들면 돕는 게 어렵지 않거든요
돌봄의 주체인 환자 | 서사를 정리한 뒤에도 병은 남아 있다 | 다빈과 우용의 이야기 | 보호자와 감시자 사이 | 통제는 지배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 타인을 돌보는 것의 무게 | 돌봄 공동체로서의 페미당당
9장. 회복 - 내가 약할 그때에, 오히려 내가 가장 강하기 때문입니다
회복으로 가는 길 | 이야기의 결말을 바꾸는 여자들 | 상처는 자긍심이 될 수 있을까

에필로그: 우리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추천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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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 : 하미나
작가. 텍스트를 중심으로 활동한다. 20대에 2016년 강남역 여성 표적 살인사건 이후 활동을 시작한 여성 운동 단체 ‘페미당당’의 구성원으로 활동했다. 이 시기의 경험이 계기가 되어 여성 우울증을 다룬 첫 단독 저서를 썼다.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는 방법과 그에 따라 실제로 다르게 존재하는 세계 사이의 관계에 관심이 있다. 지은 책으로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공저), 『걸어간다, 우리가 멈추고 싶을 때까지』(공저)가 있다. 작가. 텍스트를 중심으로 활동한다. 20대에 2016년 강남역 여성 표적 살인사건 이후 활동을 시작한 여성 운동 단체 ‘페미당당’의 구성원으로 활동했다. 이 시기의 경험이 계기가 되어 여성 우울증을 다룬 첫 단독 저서를 썼다.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는 방법과 그에 따라 실제로 다르게 존재하는 세계 사이의 관계에 관심이 있다. 지은 책으로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공저), 『걸어간다, 우리가 멈추고 싶을 때까지』(공저)가 있다.

출판사 리뷰

여성의 우울은 어떻게 ‘질병’이 되었나?
세상은 누구의 고통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우리는 우선 자신의 고통부터 믿어야 한다”


‘우울증에 걸린 여성’은 오랫동안 일방적인 치료와 분석의 대상이었다. 하미나 작가는 이 오랜 일방통행의 관계에 반기를 들고, ‘우울증에 걸린 여성’으로서 ‘우울증’이라는 거대한 의학 지식이 만들어져 온 역사를 파헤친다. 모든 지식이 그러하듯,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의학 역시 특정한 사회적 맥락 안에서 만들어지고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은 우울증과 자주 동반하여 나타나는 신체형 장애의 뿌리인 ‘히스테리아’를 다시 검토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여성 환자들이 대다수였던 ‘히스테리아’라는 병명의 어원은 ‘자궁’이다. 고대 이집트 고문서에서는 “마비 증세를 보이며 신체질환을 호소하거나 그 원인을 찾지 못하는 여성의 질병”을 “자궁의 굶주림”으로 진단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정신의학이라는 학문의 문을 연 장 마르탱 샤르코와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역시 히스테리아의 원인을 탐구했지만, 그들에게 여성 환자는 연구를 위한 ‘재료’에 지나지 않았다. 이들은 여자들의 고통을 ‘믿지 않았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의 1부는 정신의학의 역사에서 출발해 우울증을 진단·측정·치료하는 시스템에는 자본, 전문가 집단, 지식의 생산자였던 백인·남성들의 고정관념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는 것을 차례차례 짚는다.

그렇다면 객관적이고 합리적일 것이라 기대되는 현대 의학은 여성의 우울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정신의학 교과서는 여성 우울증의 원인으로 ‘호르몬’을 꼽는다. 여성은 남성과 달리 호르몬 변화에 따른 월경 주기를 가지기 때문에 기분 변화도 더 심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 방식은 우울을 경험하는 여성의 구체적인 사회문화적 맥락을 지운다. 여성은 감정 관리를 잘하지 못하는 취약한 존재가 되고, 의학적 설명 외에 자신의 고통을 둘러싼 배경을 살피기 어려워진다. 하미나 작가는 호르몬은 충분한 답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하며,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의 유병률이 높은 질병은 현대 의학 안에서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고,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병명을 진단받지 못해 우울과 불안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다. 세상에는 엄살로 여겨지고 침묵을 강요당한, 여전히 제대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고통들이 있다고 주장한다.

여성의 우울증을 들여다보는 일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이해받지 못했던 고통에 다시금 이름을 붙이고 자리 없는 아픔에 새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다. 우리는 누구의 관점에서 누구의 아픔을 어떻게 들여다보아야 할까.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은 이러한 질문에 질병 당사자로서, 동시에 연구자로서 연대하며 답하고자 한 시도가 응축된 기념비적인 첫 저작이다.

환자가 아닌 행위자로, 대상이 아닌 주체로
우리의 경험을 지식으로 만들어 가는 시도
우리 없이 우리에 대한 것은 없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속 우울증 여성 당사자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자신의 경험을 해석하고 서사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다. 하미나 작가는 당사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질병을 받아들이고 회복해 나가는지를 조명한다. 여성들은 의학적 자원의 한계를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적절히 활용하여 자기 몸의 전문가로서 치료에 참여한다. 이 책은 가장 대중적인 약물 치료부터 종교, 무속신앙, 정신분석학에 기반한 상담 치료 등 인터뷰이들의 다양한 치료 경험을 전하며, 우울증 연구와 치료의 ‘대상’으로만 그려졌던 여성 환자들의 주체성을 되살린다.

인터뷰이들의 질병 서사가 한자리에 모일 때, 우리들 ‘사이’의 이야기가 두드러진다. 저자는 “우리의 고통을 해석할 자원이 부족하다면, 그것은 우리에 의해서 다시 쓰이고 말해지고 발견되어야 한다”라는 말에서 출발해, 그간 진료실에서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았던, 한국 사회에서 2~30대 여성들이 우울을 겪게 되는 배경을 구조적으로 짚어 나간다.

2부에서는 당사자들이 추적해 나간 우울의 원인을 〈가족〉, 〈연애〉, 〈사회〉로 나누어 소개한다. 하미나 작가가 만난 여성들은, “가부장제의 가족 제도 안에서 엄마를 지키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필요 이상의 노력을 하며 자신의 쓸모를 증명하기 위해 애써”왔고,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내몰려진 여자들은 당장 필요한 돌봄을 받기 위해 남성 연인을 동아줄이라 여기며 관계를 맺었지만, 오히려 그들에게 신체적·정신적 폭력을 입고 고립”된 경우도 많았다. 또한, “사회가 강요하는 규범과 스스로 추구하는 가치의 균열 사이에서 가난하고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이며, 이 사회의 ‘표적’이 되어 성적인 폭력에 노출”되기도 했고, “보상이 따르지 않는 사회에서 고립감과 무력감”에 빠지기도 했다.

여성들이 고통을 마주해야만 했던 배경과 맥락이 유사하다면, 그것은 개개인의 사적인 서사를 넘어 보다 넓은 장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피해자가 자살한 게 아니라, 사실은 그 여자의 손을 빌려 행해진 타살”이라는 인터뷰이의 말처럼, 여성의 우울은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되어 왔지만 명백한 사회의 현상이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에 담긴 사회적 자원을 통해 우울증이라는 고통에 접근할 때,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치유와 회복이 가능해질 것이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끊임없이 탐구하고
새로운 공동체와 돌봄 관계를 발명하는
이야기의 결말을 바꾸는 여자들


하미나 작가는 치열하게 자신의 아픔을 들여다보는 여자들의 이야기에서 배우자고 말한다. “일상에서 연약함을 치워버리고 골칫거리로 여기는” 사회에서, 고통에서부터 다시 시작해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보자고 제안한다. 3부에서는 우울을 안고 살아가는 여자들이 어떤 고민과 어려움을 마주한 채 회복의 길에 들어서고자 고군분투하는지를 보인다.

인터뷰이들은 자신의 고통을 설명하기 위한 자원을 찾고자,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아픔을 겪는 타인을 돕고자 끊임없이 시도하고 또 시도한다. “죽음이 가장 논리적인 선택지”라고 생각했던 시기를 지나, 살아야만 하는 이유를 치열하게 고민한다. 혼자서 아픈 연인을 돌봐야 한다는 무게감에 짓눌리면서도, 돌봄의 현장에 머물며 여러 선택 앞에서 흔들릴지언정 도망치지 않는다.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을 정도의 중증 우울증에 시달리는 연인을 돌보며 그가 자신의 고통을 조금 더 다양한 언어로 표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 내고, 보살핌이 통제가 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소통하며 서로를 돌본다. 이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타인과의 관계를 성찰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이들을 어떤 방식으로 도울 수 있을까?(〈7장. 자살〉) 기꺼이 자신과 타인을 돌보는 일은 어떻게 하면 가능해질까?(〈8장. 돌봄〉), 과거의 상처를 묵인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나를 이끄는 새로운 동력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9장. 회복〉) 하미나 작가는 이들의 이야기에 위와 같은 질문을 덧대고 답하며, 자기 삶의 결말을 바꾸어 가고 있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지식으로 만들어 간다.

이 책은 우울증에 관한 사회적·과학적 자원을 제공하여 우울증 당사자들이 ‘의사-환자’라는 전통적인 관계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 정의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더 많은 여성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쓰고, 우리 사회가 그 이야기의 옹호자가 될 때, 고통을 이해하는 보다 평등한 관점이 세워질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은 연구자가 연구실에서 써 내려간 보고서가 아니며, 환자 개개인의 경험을 담은 수기 또한 아니다. 우울의 조각을 연결하여 찾아낸 가장 적확한 언어로 우울증을 탐구하는 이 책은, 질병 이후의 삶을 함께 일궈나가기 위한 뜨거운 선언문이 될 것이다.

종이책 회원 리뷰 (24건)

앞으로도 함께 흔들리게 될 여자들을 위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E****e | 2023.02.27
독특한 제목이 뇌리에 박혀 언젠간 읽어봐야지, 생각했던 책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별다른 배경지식 없이 바로 읽게 되었는데, 이 책이 여성의 우울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고 있었단 점에 놀랐다. 우울하지만 똑똑한 여자들. 혹은 똑똑해서 우울한 여자들. 책의 제목을 정말 잘 지은 것 같다.

저자는 이야기를 총 3부로, 또 각각 세 파트로 나누어 총 9장에 걸쳐 여성의 우울증에 대해 말한다. 다양한 인터뷰이들이 등장하고, 당연하게도 제각기 다른 삶을 사는 이들이며,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 또한 비슷한 듯 다른 양상을 보인다. 여성의 우울을 단순히 특정 원인에 의한 것으로 치부할 수 없단 사실을 알 수 있다.

단순한 호르몬 작용의 결과로 믿어왔던 나의 주기적인 우울이, 어쩌면 그 이면에 복잡한 이유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 이유를 파고들기란 매우 번거롭고 힘든 일이기에 제일 간단한 까닭을 붙여버린 것이다. ‘호르몬’ 때문이라고.
나조차도 들쑥날쑥한 내 기분을 모르겠고 알기 어려운데 과연 누가 여성의 우울에 대해 이토록 깊이 연구하고 고민해줄까 싶다. 내 삶이 버거울 때, 우울에 대해 궁금해질 때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


여성의 우울, 그 원인을 에스트로겐으로 한정하는 설명은 우울을 경험하는 여성의 구체적인 사회문화적 맥락을 지워버린다. 여성은 감정 관리를 못하는 취약한 존재가 되고 의학적 설명 외에 자신의 고통을 둘러싼 배경을 살피기 어려워진다. 그러나 과연 맥락 없는 고통이 있는가? 23p.

진단은 해방인 동시에 억압이다. 진단은 정상과 비정상, 건강과 병리, 현실과 환각, 진짜 고통과 가짜 고통 사이에 경계선을 긋는다. 진단은 미스터리했던 증상들에 이름을 붙여주고 나와 같은 사람을 찾게 해준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던, 심지어 나조차도 승인하지 않았던 고통을 인정해 준다. 그러나 동시에 나를 멋대로 규정하고 낙인찍는다. 수치심을 준다. 삶을 재단한다. 과거를 멋대로 해석하고 현재의 정체성을 건들며 미래를 예언한다. 62p.

우울은 그게 어떤 종류의 생각이든 ‘나’를 향한 몰두와 관련이 있다. 자아가 강조되기보다 자아가 해체될 때, 그래서 애초에 중요한 문제가 아니게 될 때, 마음은 더 평온해진다. 114p.

나는 사람들이 명료해지기보다 함께 흔들리길 바란다. 연루되길 바란다. 선 긋고 피해자와 자신을 분리하는 대신 자신이 이미 선 안에 있던 존재임을 깨닫기를 바란다. 이것은 더 어려운 일이겠지만, 세상에 많은 좋은 것들이 그렇듯 더 보람찰 것이다. 16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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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리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d**k | 2023.02.27
턱에서 딱딱하는 소리가 날 때가 많았다. 어떤 날은 입 벌리능 것이 아파 칫솔질조차 힘들기도 했다.
이 책을 읽고 생각했던 것은 나의 모든 감정에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별 것 아닌 것일거라고 넘어가지 않고 그게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그럼에도 나의 안에 빠져 익사하는게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자고 말해주는 것 같다. 구원자를 마냥 기다리는 게 아닌 구원을 마냥 기다리는 것이 아닌 스스로 훌훌 털고 일어서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까지는 도피의 반복이다. 나를 마주하되 빠져있지는 말자. 고여있지도 말자. 느리더라도 천천히 흘러나가 보자.

'사랑이 구원이 될 수 있을까. 나는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 여전히 사랑을 믿는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을 받을 때가 아니라 줄 때, 우리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다. 구원의 대상이 아닌 구원의 주체가 될 때만이 사랑은 구원이 된다. 나를 구원하는 것은 나뿐이다.’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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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k*****8 | 2023.02.19

'미괴오똑'은 우울증에 관한 역사와 진단, 치료방법, 그리고 실제 사례들이 담겨 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2030여성의 이야기를 모아 우울증에 관한 담론을 당사자성을 통해 이끌어 나간다.

 

우울증이라고 하면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이미지는 상반된 두 가지인데, 개인에게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과 우울증이라는 병명으로 인해 개인이 지워지는 것이다. 실상은 다르다. 2030 여성 우울증의 저변에는 사회문제가 깔려있으며 같은 불안 증상이라고 하더라도 우울증의 증상으로 볼 것인지, 성격장애의 증상으로 볼 것인지, 공황장애로 볼 것인지에 따라 진단명이 달라질 수 있다.

 

8장에서 우용은 다빈이 힘들어하는 증상을 알려준다. 각각 마음, 몸, 머리에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마음은 이유 모를 불안, 몸은 좌불안석 상태가 되거나 몸이 떨리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머리는 생각이 자꾸만 찾아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21살의 감각이 우울이었음을 깨달았다. 나는 마음과 몸의 증상을 겪었다. 이유 모를 불안 때문에 붕 떠있는 무감각한 상태가 자주 찾아왔고 초조한 마음 때문에 몸이 떨리고 안절부절못하곤 했다. 당시에는 그것이 우울인지는 꿈에도 몰랐고, 시간이 지나 어렴풋이 짐작했던 것인데 책을 읽고 나니 명료해졌다. 이미 지나간 감정이지만 이제라도 우울이라는 단어로 규정할 수 있다는 것은 뜻밖의 위안을 주었다. 인터뷰이들이 진단을 달가워했던 것처럼 말이다. 해석할 수 없는 고통보다 해석할 수 있는 고통이 견딜만하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미쳐있고 괴상하고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은 책 속의 인물들만이 아니다. 나와 내 친구들의 이야기이다. '미괴오똑'을 이번 독서모임 책으로 선정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의 우울과 타인의 우울, 여러 경험들을 입 밖으로 내뱉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주고받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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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회원 리뷰 (4건)

구매 리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l******5 | 2023.01.26

현재는 우울증 약을 먹고 있지 않지만 한동안 우울증을 앓았던 적이 있어 이 책에 관심이 갔습니다. 한편으로는 읽고 싶지 않기도 했어요. 그때의 기억이 날까 봐서요. 여기저기서 좋다는 얘길 들었고 결국 용기를 내 읽었습니다. 결과로, 진작 이 책을 읽었더라면 큰 도움이 됐겠구나 싶었어요. 우울증을 앓을 때 이 책을 접했더라면 같은 동지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극복하고 이겨내는데 큰 도움ㅇ ㅣ되지 않았을까.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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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리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c******9 | 2022.12.19

독서 모임에서 이 책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게 되어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더 전문적이고 깊이있는 내용이 나오지 않을까 했었는데 그런건 아니었고 인터뷰 형식을 묶은 책이었습니다. 이해받지 못하는 여성 우울증에 대해 다룬 내용이라 읽을만한 가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읽는 내내 마음이 아프고 고통스러웠지만 완독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읽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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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a**e | 2022.05.31

나는 이 책을 표지만 보고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2030여성들을 위로하는 에세이로 착각해 본격적으로 읽었다. 그리고 이 책은 우울증과 더불어 20대여성들이 겪어온 우울증과 부작용, 차별,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당한 폭력을 가감없이 얘기하는 사회문제를 보여주는 책임을 알고 당황했다. 하지만 현실의 문제와 관련이 있고 특히 한국사회에서 연일 어두운 뉴스가 많이 나오기에 당사자들의 경험을 알고 싶었다.

줄여서 (미괴오똑)은 우울증의 기원과 재정립, 돌봄노동, 그리고 31명의 인터뷰이들과의 대화와 자신의 힘들었던 경험을 얘기하고 있다. 

책이 출시된 기준으로, 인터뷰이들 중에 자살한 사람이 있으며 아직까지도 죽을 힘을 다해 치료에 임하는 분들도 있다.

 


우울은 쉬운 문제가 아니며 인간은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OECD기준 우리나라의 우울증과 자살은 매년 1~2위를 다투고 있다. 그중에서도 20대여성이 우울증을 많이 겪고있다. 자살은 남성이 더 높은 편이지만 여성도 만만치 않게 높은 편이다.

특히 정상을 추구하는 사회, 가족의 차별, 폭력과 강간에 시달리는 여성들은 상처와 우울증이 더 심해져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갑작스런 경제발전으로 인해 엄청난 부작용을 떠안고 살아야 하며, 페미니즘이 연일 화제가 되어 과도기를 달리고 혐오가 판치는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그나마 덜 힘들고 덜 우울하게 살 수 있을까?

아직도 정신과라는 단어를 꺼리고, 정신병을 조롱의 단어로 쓰고,(이것은 나도 고쳐야 한다) 우울증을 단순히 의지박약으로 치부하며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이 사회가 하루빨리..아니 조금이라고 바뀌었으면 좋겠다.

나는 이만큼 힘들었지만, 너는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는 혼자라고 느꼈지만, 너는 덜 외로웠으면 좋겠어.

 

이 책은 주로 20대 여성들에게 집중되어 있지만 남성들도, 노인도, 어린이도 누구나 우울에 시달리고 고통에 시달릴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같은 사람들끼리 연대하고 위로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사회가 냉소해졌다고, 이대로 망가져 버리기엔 아직 살 날이 많다.

나도 개인적인 이유로 조금 힘들지만 그래도 심각한 수준은 아니여서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실제로 읽으면서 한숨이 계속나오고 폭력과 차별, 자살사고가 일어난 부분에선 눈물이 계속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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