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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통당한 몸

이라크에서 버마까지, 역사의 방관자이기를 거부한 여성들의 이야기

크리스티나 램 저/강경이 | 한겨레출판 | 2022년 3월 16일 한줄평 총점 10.0 (23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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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치 > 사회학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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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로 보는 책

책 소개

* [더 타임스] [에스콰이어] ‘올해의 책(2020)’ 선정
* 오웰상 정치 부문 최종 후보, 베일리길포드상 논픽션 부문 최종 후보(2020)
* 위톨드필레키 인터내셔널 북어워드 수상(2021)
* 펜/존케네스갤브레이스어우드 논픽션 부문 후보(2021)
* 뉴욕퍼블리라이브러리 헬렌번슈타인북어워드 저널리즘 부문 최종 후보(2021)
* 영국, 독일, 프랑스, 브라질, 이탈리아, 스웨덴 등 전 세계 12개국 번역 출간

르완다 정글에서 독일 베를린까지
제2차 세계대전 위안부부터 21세기 IS의 성노예까지
세계의 전쟁터에서 여성의 몸은 여전히 전장이다


전쟁이 일어나면 여성의 삶에는 특별한 비극이 더해진다. 목숨을 잃는 것 이상의 고통, 성폭력이다. 지금도 세계 곳곳의 전장에서는 여성의 몸에 끔찍한 폭력이 가해지고 있다. 이 책은 30여 년 동안 분쟁지역 전문기자로 활동한 저자가 전쟁 성폭력의 실태를 고발한 책이다.

그 어떤 전쟁 무기도 강간보다 끔찍하지 않다. 성폭력은 피해자의 신체를 훼손할 뿐 아니라 내면에서 존재의 의미를 빼앗는다. 가정을 파괴하고, 공동체를 해체한다. 어린 소녀를 버림받은 사람으로 만들어 인생을 막 시작하기도 전에 끝내기를 바라게 한다. 공동체에서는 ‘나쁜 피’로 거부당하고 어머니들에게는 그들이 겪은 고통을 매일 떠올리게 하는 아이들을 태어나게 만든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위안부부터 독일 여성에 대한 소련 군대의 성폭행, 버마의 로힝야 집단 학살, 1994년 르완다 집단 강간, 보스니아의 강간 수용소, 보코하람의 나이지리아 여학생 납치, 야디지족 여성에 대한 ISIS의 만행까지, 저자는 시대와 지역을 넘나들며 극단적인 고통의 증언을 전한다. 아직 말도 하지 못하는 영아 피해자부터 “염소처럼 팔려다닌” 소녀, 가족 앞에서 성폭력을 당한 여인, 젖가슴이 잘려나가고 성기가 훼손된 피해자까지, 저자가 만난 여성들이 털어놓는 이야기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비극의 한계치를 넘어선다.

이 책에서 저자는 세계의 여러 전장에서 벌어지는 전쟁 성폭력의 실체를 고발하고, 그것이 왜 그리고 어떻게 우발적인 범죄가 아니라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무기로 활용되는지를 밝혀낸다. 전시 성폭력은 그 규모와 빈도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무시되는 전쟁 범죄다. 이 책은 이처럼 끔찍한 범죄에 대한 고발이지만, 동시에 생존과 극복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독자는 상처 입은 여성 그리고 살아남아 일어서고 발언하며 정의를 위해 싸우는 여성들을 만날 수 있다.
  •  책의 일부 내용을 미리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미리보기

목차

프롤로그_ 여성의 몸, 전장이 되다
1 야디지 소녀를 만나다
2 죽음보다 끔찍한 범죄
3 보코하람에게 빼앗긴 소녀들
4 로힝야의 비극
5 수십 년 동안 감춰진 고통
6 역사를 바꾼 르완다의 여성들
7 보스니아의 무슬림 여성
8 이것이 제노사이드다
9 강간 군대와 사냥의 시간
10 삶을 도둑맞은 아이들
11 목숨을 건 구조 작전
12 정의의 여신은 어디에 있는가?
13 닥터 미러클과 ‘기쁨의 도시’
14 생후 18개월의 생존자
15 마지막 숨이 다할 때까지
후기_ 다시 쓰는 여성의 역사를 위해
감사의 글
주요 참고자료
옮긴이의 말

저자 소개 (2명)

저 : 크리스티나 램 (Christina Lamb)
영국 출신의 저명한 언론인이자 작가다. 1980년대 후반부터 분쟁지역 전문기자로 중동, 아프리카, 유럽, 동남아시아, 남아메리카 등 대륙과 국가를 가리지 않고 가장 위험하고 치열한 사건이 벌어지는 곳에서 활동하면서 전쟁의 메커니즘과 참상을 보도해왔다.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철학, 정치, 경제학을 공부했으며 22세 때인 1987년 우연한 기회에 파키스탄에 가게 된 이후 본격적으로 분쟁지역 전문기자로 활동했다. 이듬해인 1988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점령을 보고하여 ‘올해의 젊은 기자상’을 받았다. 지금까지 모두 다섯 차례 ‘올해의 기자’로 선정되었고, 유럽 최고의 전쟁 보도상인 ... 영국 출신의 저명한 언론인이자 작가다. 1980년대 후반부터 분쟁지역 전문기자로 중동, 아프리카, 유럽, 동남아시아, 남아메리카 등 대륙과 국가를 가리지 않고 가장 위험하고 치열한 사건이 벌어지는 곳에서 활동하면서 전쟁의 메커니즘과 참상을 보도해왔다.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철학, 정치, 경제학을 공부했으며 22세 때인 1987년 우연한 기회에 파키스탄에 가게 된 이후 본격적으로 분쟁지역 전문기자로 활동했다. 이듬해인 1988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점령을 보고하여 ‘올해의 젊은 기자상’을 받았다. 지금까지 모두 다섯 차례 ‘올해의 기자’로 선정되었고, 유럽 최고의 전쟁 보도상인 바이외칼바도상을 비롯해 15개의 주요 언론상을 받았다. 2013년에는 언론 활동에 대한 공헌을 기려 영국 왕실로부터 대영제국훈장을 받기도 했다.

이라크에서 리비아, 앙골라에서 시리아 등 국가 간 전쟁이 벌어지는 곳뿐 아니라 에리트레아와 짐바브웨 등 내전이 일어나는 곳을 취재했다. 브라질 원주민에 대한 탄압을 취재하기 위해 아마존 오지에 가기도 했다. 파키스탄 정부로부터 추방을 당하기도 했고, 탈레반의 매복 공격을 받아 간신히 살아남은 적도 있다. 2007년에는 베나지르 부토 파키스탄 총리가 폭탄 테러로 사망했을 당시 같은 버스에 있기도 했다. 최근에는 나이지리아 보코하람에 의해 납치된 소녀들과 이라크의 야지디족 여성을 비롯해 버마와 르완다, 아르헨티나, 독일, 세르비아 등 전쟁 상황에 처한 여성들의 현실을 고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말랄라 유사프자이와 함께 쓴 《나는 말랄라I Am Malala》를 비롯해 《아프리카 하우스The Africa House》 《카불이여 안녕Farewell Kabul》 《알레포의 소녀The Girl from Aleppo》 등을 썼다. 현재 런던에 거주하며 비영리단체인 전쟁?평화보고연구소(IWPR)와 아프간커넥션의 이사이자 옥스퍼드대학교 유니버시티칼리지 명예교수로 있다.
역 : 강경이
대학에서 영어교육을, 대학원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했다. 좋은 책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번역 공동체 모임인 펍헙번역그룹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나는 히틀러의 아이였습니다』, 『예술가로서의 비평가』, 『철학이 필요한 순간』, 『절제의 기술』, 『프랑스식 사랑의 역사』, 『걸 스쿼드』, 『길고 긴 나무의 삶』, 『과식의 심리학』, 『천천히, 스미는』, 『그들이 사는 마을』, 『오래된 빛』, 『아테네의 변명』 등이 있다. 대학에서 영어교육을, 대학원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했다. 좋은 책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번역 공동체 모임인 펍헙번역그룹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나는 히틀러의 아이였습니다』, 『예술가로서의 비평가』, 『철학이 필요한 순간』, 『절제의 기술』, 『프랑스식 사랑의 역사』, 『걸 스쿼드』, 『길고 긴 나무의 삶』, 『과식의 심리학』, 『천천히, 스미는』, 『그들이 사는 마을』, 『오래된 빛』, 『아테네의 변명』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전쟁이 여성과 여성의 몸에 가한 모든 잔학 행위를 고발하다

“제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모르겠어요. 누구든 저를 붙잡을 때마다 강간했어요.” _ 빅투아 무캄반다(르완다 내전 성폭력 생존자)

“제 삶은 그냥 강간당하는 것이 전부였어요.” 열여덟 살 야디지족 나이마는 다른 소녀들과 함께 ISIS에게 억류되었다. ISIS 대원들은 제비뽑기로 소녀들의 이름을 뽑았다. 이후 나이마는 ISIS 대원의 성노예가 되어 12명의 남자에게 “염소처럼” 팔렸다. 2014년 ISIS는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을 점령했다. 인구 180만 명의 모술에서 수백 명의 야디지 소녀가 ISIS 대원들에게 납치되어 노예로 팔렸다. 그녀들은 끝없이 이어지는 폭행 속에서 강간당하고 팔려갔다.

“저를 두 번 쏘았어요. 오른쪽 무릎과 성기에요.” 2016년 버마군은 로힝야족에 대한 ‘소탕 작전’을 개시했다. UN 보고서에 따르면 최소 1만 명이 죽고, 70만 명이 고향에서 쫓겨났다. 그리고 여성의 52퍼센트가 강간당했다. 임신 8개월째였던 서른다섯 살의 사노아라는 아들의 목이 베이는 것을 보았고, 군인들에게 강간을 당했다. 그들은 강간을 마친 후 시노아라에게 총을 쏘았다. 뱃속의 아이는 어느 강둑에서 낳았지만 곧 죽었다.

“여전히 감춰진 고통이지요.” 방글라데시의 한제라 카탐은 스물세 살 때 파키스탄 군인에게 딸이 밟혀 죽는 모습을 보았고, 정신을 잃을 때까지 강간당했다. 그녀는 마을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했고, 지금도 구걸을 하며 살아간다. 1971년 방글라데시 독립전쟁 당시 20만~40만 명의 방글라데시 여성이 파키스탄 군인에게 강간당했다. 그녀들은 지금까지도 “어둠 속에서” 산다.
“저는 거듭해서 강간당했어요. 누구든 저를 붙잡을 때마다 강간했어요.” 반군을 피해 도망치는 빅투아의 뒤에서 누군가 몽둥이를 내리쳤다. 등에 업은 아이가 몽둥이에 맞았고, 죽었다. 빅투아는 셀 수 없이 강간당했다. 여동생은 난도질당한 채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1994년 르완다의 후투족은 100일 동안 투치족 80만 명을 학살했고, 하루 250~500건의 강간을 저질렀다. 모두 25만~50만 건이었다. 피해자는 2세부터 75세까지 이른다. 가해자들은 여자들을 강간한 뒤 막대와 병 등을 성기에 꽂았고 신체를 훼손했으며, 살해했다.

“그들은 제 큰딸을 저와 제 남편 앞에서 강간했어요.” 서른아홉 살이던 바키라는 ‘인종청소’의 희생양이 되었다. 강간당하고 폭행당한 딸을 치료하기 위해 약국을 찾던 중 그녀 역시 경찰에 의해 강간당했다. 1992년 시작된 보스니아전쟁으로 유고슬라비아군에 의해 9만 명이 넘는 사람이 죽었다. 사망자의 3분의 2가 무슬림이었다. 그리고 2만~6만 명의 여성이 강간을 당했다. 대부분 보슈나크인(무슬림)인 피해자는 6세부터 70세까지였고, 강간은 “의도적인 패턴”에 따라 “그 자체로 전략적인 용도”로 쓰였다.

“그들은 강간 군대였다.” 제2차 세계대전 말, 소련 군대가 베를린을 점령했다. 1944년 스탈린의 군대가 독일 국경을 넘어서면서부터 강간이 시작되었다. 베를린에서는 최소한 200만 명이 강간당했다. 8세부터 80세까지 모든 여성이 강간당했다. 피해자들은 오랫동안 침묵했다. 역사책에는 이와 관련한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아무도 사과하지 않았고, 아무도 기소되지 않았다.

“영원한 악몽이에요.” 필리핀의 나르시사 클라베리아는 열두 살 때인 1942년 일본군에게 붙잡혔다. 아버지가 보는 앞에서 어머니가 강간당했고, 곧이어 그녀와 언니도 강간을 당했다. 전쟁 뒤 그녀는 마을 사람의 비난을 견디지 못해 고향을 떠나야 했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아시아에서 20만 명 정도의 여성과 소녀가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성노예가 되었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버마, 인도네시아, 필리핀을 비롯해 일본에 점령된 국가의 여성이 희생되었다.

강간은 왜 그리고 어떻게 무기가 되는가?

“강간은 사회가 가해자를 처벌하기보다 피해자를 낙인찍을 가능성이 더 많은 유일한 범죄다.” _ 프라밀라 패튼(분쟁하 성폭력에 대한 UN 사무총장 특별대표)

전쟁에서 강간의 사용은 “분쟁의 역사만큼이나 오랫동안 존재해왔다”라고 1998년 UN 여성기구의 보고서는 선언했다. 강간은 마체테 칼이나 곤봉, 칼라시니코프 자동소총이나 다름없는 전쟁 무기였다. 가해자들은 존엄을 파괴하고 공동체를 공포에 떨게 만들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경쟁 종족이나 이교도로 여기는 사람을 말살하기 위해 강간을 사용했다.

1996년 1차 콩고 내전이 일어났을 때 하루 1000명의 여성이 강간당했다. 한 시간에 70명, 콩고 동부 여성 세 명 중 한 명이 넘는 수치였다. 서로 다른 종족과 서로 다른 편에 속한 민병대에 의해 강간이 자행됐다. 아이들 앞에서 집단 강간을 하기 일쑤였고, 여성의 생식기에 불을 붙인 막대나 총검을 밀어넣은 일도 있었다. 피해자의 방광이나 직장이 찢어져 누공이 생길 때도 많았다.

가해자들에게 피해자의 나이는 문제가 아니었다. 네 살배기 바이올렛 역시 강간을 당했다. 엄마가 볍씨를 뿌리러 나간 사이 어떤 남자가 학교 뒤 변소로 데려가서 강간했다. 아이는 항문으로 강간을 당했고, 직장에 구멍이 나 배설물이 샜다. 태어난 지 고작 일곱 달밖에 되지 않은 찬탈도 강간 피해자다. 엄마가 밭에 나간 사이 반군이 들어와 강간했다. 아기는 항문과 질이 닿아 있었다. 음경이 구멍을 뚫은 것이다. 18개월 된 알리앙스 역시 방광과 생식기, 직장이 모두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공포감과 굴욕감, 수치심에 치를 떨며 사람들은 마을을 떠났다. 주민들이 떠난 곳, 강간 사건이 발생한 모든 곳에는 금과 콜탄, 코발트 같은 희귀자원이 있었다. 지하자원이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기는커녕 여성들에게 저주가 된 것이다.

성폭력을 ‘전쟁의 흔한 부산물’로 여기기에는 그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다. 콩고에서 자행된 강간은 단순히 폭력적인 성행위가 아니라 전쟁 무기였다. 적은 비용으로 기존의 무기보다 훨씬 끔찍한 결과를 냈다. 공동체를 해체시켜 사람들을 사는 곳에서 떠나게 했다.

콩고뿐 아니라 이라크의 야지디족과 보코하람에 납치된 나이지리아 소녀들, 보스니아의 무슬림 여성, 로힝야족 여성에게서 볼 수 있듯이 강간은 분쟁 지역에서 체계적인 전쟁 무기로 사용되었다. 여성을 강제로 임신시킴으로써 장기적으로 ‘인종청소’를 진행하고, 민족(종족) 정체성을 약화시키는 전략으로 사용되었다.

‘느린 살인’ 전쟁 성폭력은 왜 드러나지 않는가?

“저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어요. 저 혼자였다면 자살했을 거예요.” _ 투르코(ISIS 성폭력 생존자)

전쟁 성폭력은 자주 전쟁에 따르는 부산물로 인식되곤 한다. 남자들은 강간이 그저 동의를 얻지 않은 성관계일 뿐이라고, 거의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여긴다. 하지만, 강간은 피해자의 신체를 훼손할 뿐 아니라 내면을 무너뜨리는 범죄다. 그 피해자들은 강간이 죽음보다 끔찍한 범죄라고 이야기한다.
강간은 일반적으로 신고가 부족한 편이다. 특히 분쟁지역에서는 신고가 훨씬 더 적다. 보복당하기 쉽고, 낙인찍히며, 증거를 모으기 힘들기 때문이다. 살인과 달리 사체가 없고, 수량화하기도 힘들다. 심지어 공포정치가 횡행하는 나라에서, 돈도 없고 교육도 받지 못한 여성들은 더욱 신고하기가 힘들다. 상담이나 배상은커녕 피해자 자신이 비난을 받는다. 손상된 신체와 평생 이어지는 트라우마 속에서 친밀한 관계를 맺지도 못한다. 공동체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거나 심지어 가족으로부터 쫓겨나기도 한다.

수십 년 동안 강간은 세계에서 가장 소홀히 다뤄지는 전쟁범죄였다. 하지만 묵인되었고,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군과 정치 지도자는 강간이 전쟁에 으레 따르는 부수적인 문제인 양 넘기거나 부인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뉘른베르크와 도쿄에 최초의 국제재판소가 세워졌지만, 성폭력 기소는 단 한 건도 없었다

1998년에 강간이 전쟁범죄로 처음 처벌되었고, 그해에 국제형사재판소 설립을 결의한 ‘로마규정’은 강간을 전쟁범죄로 규정했다. 하지만 국제형사재판소는 설립 후 21년 동안 전시 강간에 유죄판결을 한 건도 내리지 않았다. 유일하게 유죄판결이 내려진 적이 있었지만 그마저 항소로 뒤집혔다.

여성은 역사의 방관자가 아니다

“저는 두렵지 않아요. 살아남아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할 겁니다.” _ 바키라 하세치치(보스니아전쟁 성폭력 생존자)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야지디족 생존자 로지안의 말처럼 “말하기도 힘든 일이지만 사람들이 모르고 있기도 더 힘든 일”이다. 이렇게 지구 곳곳에 형언하기 힘든 전쟁 성폭력이 만연한 이유는 국제 사회와 각국의 법정이 가해자를 제대로 법의 심판대에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침묵이야말로 이런 일들에 공모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콩코민주공화국의 무퀘게 박사는 1999년 판지병원을 세운 뒤 20년 동안 5만 5000명이 넘는 강간 피해자를 치료했다. 지금도 매일 5~7명의 강간 피해자가 병원을 찾는다. 판지병원 근처에는 ‘기쁨의 도시’라는 시설이 있다. 열세 살에서 열여덟 살에 이르는 강간 생존자들의 자립을 위해 크리스틴 슐러 데쉬리버가 세운 곳이다. 이곳은 다양한 치유와 상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강간 생존자들의 자립을 돕는다.

보스니아전쟁 성폭력 생존자인 바키라 하세치치는 여성전쟁피해자연합을 세워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100명이 넘는 전범을 찾아내 법정에 세웠다. 보스니아 스레브레니차의 브란카 안티츠스타우베르는 ‘여성의 힘’이라는 의미의 스나가제네라는 단체를 운영하며 생존자들에게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처음 여섯 명이던 가족은 300명 넘게 늘어났다. 그들은 장미를 재배하며 스스로 치유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있다.

르완다의 후투족 여성인 고들리브 무카사라시는 여성들을 위해 세보타라는 단체를 설립했다. 증오를 품은 사람으로 살고 싶지 않았다는 그녀는 생존자들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녀는 대부분 학살로 남편을 잃거나 가족과 함께할 수 없는 여성들의 자립을 위해 닭과 염소를 키우도록 제공한다. 그녀는 법정에서 증언하도록 생존자들을 설득했고, 그 결과 가해자들은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의 법정에 서게 됐다.

1992년 필리핀의 로사 헨슨이라는 여성이 방송에 나와 아홉 달 동안 일본군의 성노예로 살아야 했던 과거를 증언했다. 그녀는 방송에서 더 많은 여성이 증언하기를 요청했다. 이후 200명 정도의 필리핀 여성이 증언했고, 1994년 ‘릴라필리피나’라는 조직이 세워졌다. 릴라필리피나는 일본이 전쟁 위안소 운영을 인정하고 그것을 역사교과서에 실을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배상과 공식적인 사과도 요구했다. 물론 일본도, 두테르테의 필리핀 정부도 그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

변화를 위한 첫걸음은 침묵을 깨는 것이다. 이 책에서 증언한 여성들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으로 자신의 가장 고통스러운 경험을 꺼낸 용기있는 운동가들이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는 말하기도 듣기도 쉽지 않은 이야기다. 그러나 놀라운 용기와 영웅적 행동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의 말처럼, 여성은 그저 역사의 방관자가 아니다. 이제 이야기의 절반만 말하기를 멈춰야 할 시간이다.

종이책 회원 리뷰 (20건)

구매 관통당한 몸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t*****2 | 2023.09.08

<읽은기간: 2023.8.31~9.8>

 

오래 전 전쟁 관련된 책에서 기억나는 문구인 전쟁은 인간의 모든 것을 파괴한다가 생각나는 책이다.

 

종군기자가 쓴 전시 강간범죄의 기록을 담은 책으로 서술한 피해자의 증언, 그에 따른 재판에 관한 기록이다. 일어난 사건대로 증언이 배열된 것은 아니고 강간범죄가 조직적으로 그리고 악랄하게 진행된 국가를 모아 서술했다. 저자가 서문에 읽기 힘들겠지만 그래도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말을 했는데, 책을 읽다보면 그 참담한 증언에 할 말을 잃는다. 인간의 잔인함에 그리고 종교와 돈에 눈이 멀어 같은 인간을 저렇게까지 죽이고 괴롭힐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증언도 가슴 아프고 재판도 무죄 판결이 많아 답답하지만 다른 전쟁 관련된 책을 읽은 것이 있기 때문에 예상이 가능했다. 우리나라에도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가 인간보다 못한 대접을 받았던 기억이 있으니까.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고 또 내 무릎을 탁 쳤던 구절은 전쟁에서 총이나 칼 이런 것만 무기가 아니라 남성의 성기도 하나의 무기가 된다.”라는 구절이었다. 나도 무의식중에 강간범죄를 성욕이나 공포에 의한 반응 때문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강간은 성욕이나 공포보다 그 마을을 초토화시키고 공동체를 와해하는 무기로 생각하여 조직적이고 집단적으로 저지른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그 증거로 IS에서 여자를 납치하고 노예로 사용하면서 소유증을 가지고 인신매매를 한다는 것으로 보여준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범위가 크고 군 지휘부에서 강간범죄를 명령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전쟁의 무기로 삼는구나 하는 생각에 여성으로 태어난 것이 비참했고 또 피해자들이 겪었을 상처에 너무 가슴 아팠다.

 

더 안타까운 것은 강간범죄는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가 더 비난을 받는다는 점이고 또한 그들의 결혼생활, 경제 상황 등 인생의 대부분의 인생이 망가진다는 것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재판소에서는 살인이나 납치 등의 행위를 더 크게 인정하기 때문에 강간범죄를 유죄로 판결하는 비율이 낮다는 글을 보고 너무 암담했다. 여러 단체 에서 애쓰고 있으나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런 일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작은 것이라도 찾아서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도 일본강점기 시절 일본군 성노예로 여러 여성들이 납치되어 고통을 받는 일이 불과 100여년도 안된 시점에 있었다. 최근 신냉전 시대가 되면서 일본과 화해모드를 청하고 있는 우리나라 정치권이 일본에게 일본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 사과를 받기는 힘들 것 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럴 때 일수록 포기할지 말고 다음 세대가 기억하면서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 그 것이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할머니들, 룰라 할머니들, 야지디족 소녀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강간을 당하고 있고 또 강간 범죄로 인해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피해자들이 원하는 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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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관통당한 몸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l*****0 | 2023.09.03

각 지역의 전시강간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다 보니, 읽는도중 여러번 쉬어가며 읽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먼 과거도 아니고 현재 이시간에도 고통받는 피해자들이 있는데, 범죄단체나 종교갈등, 민족갈등 등 그 원인도 한두가지가 아니여서 참담했습니다.

피해자들이 사회로부터 보호 받지 못할 뿐 아니라 배척당하고 손가락질 받는 분위기 또한 씁쓸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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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관통당한 몸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화**잽 | 2023.01.01


#전북 #익산 #독서모임 #네이버밴드 #펼침 #지정도서

의식의 흐름이었을까 아니면 준비된 것들이었을까?
준비된 시작은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책을 펼치고 난 후...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중간중간... 그 사이사이에는...
분명 놀람과 흥분 그리고 분노가 존재한다.

그렇지만... 그 분노가 단지 누군가를 향한 표출이 아니라,
자신이 몰랐던 부분들에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이 되어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관통당한 몸>은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작가가 실제 피해자들을 만나서 들은 내용들을 중심으로 우리가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과연 기자라는 직업의 목적이 무엇일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해 '언론인'과의 구별을 해보기도 한다. 또한 작가의 국적과 책 표지에 대한 불만도 표출되기도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면서 억지스러운 논리일지도 모르지만, 살인과 강간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한다.

책이란...
우리가 몰랐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는 말처럼
그 이야기들을 듣고 자신만의 생각들을 다른 사람들의 생각들을 이어가는 것은 아닐까?
또한 그것은 결코 상대방을 설득하고자 함이 아닌 서로의 생각들을 나누어 가는 것이 아닐까?

<관통당한 몸>을 통해 나 자신도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과 함께 인간의 민낯은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관통당한몸 #크리스티나램 #강경이 #한겨레출판 #제노사이드 #전시강간 #쉬운과녁 #죽어서걸어다니는여자들 #느린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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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회원 리뷰 (1건)

구매 [eBook]관통당한 몸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t********1 | 2022.09.04

[저작권 침해의사 없음]

「[eBook]관통당한 몸」의 리뷰입니다. 

이 책 「[eBook]관통당한 몸」은 이라크에서 버마까지, 역사의 방관자이기를 거부한 여성들의 이야기로,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고발한 르포입니다.

이 책 「[eBook]관통당한 몸」은 르완다 정글에서 독일 베를린까지, 제2차 세계대전 위안부부터 21세기 IS의 성노예까지 전쟁이 일어나면 가장 큰 피해자가 되는 여성들의 삶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책 「[eBook]관통당한 몸」은 오랫동안 종군기자로 활동한 크리스티나 램 작가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위안부부터 독일 군대에 대한 소련군의 성폭행, 1994년 르완다 집단 강간, 보스니아의 강간 수용소, 보코하람의 나이지리아 여학생 납치까지. 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역의 여성들이 겪은 참담한 역사를 그린 유용한 책입니다.

 

이 책 「[eBook]관통당한 몸」의 내용은 매우 충격적이고 끔찍하며 심오한 내용이지만 감동도 주는 유용한 책입니다.

 

이 책 「[eBook]관통당한 몸」은 2000년대 들어 세계 곳곳에서 행해진 전시 강간 피해자들과의 인터뷰를 담은 유용한 책입니다.

 

이 책 「[eBook]관통당한 몸」은 전쟁에서 강간이 얼마나 끔찍한 범죄인지 알려주는 유용한 책입니다.

 

저자 소개

크리스티나 램(Christina Lamb)

외국작가 인문/사회 저자

영국 출신의 저명한 언론인이자 작가입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분쟁지역 전문기자로 중동, 아프리카, 유럽, 동남아시아, 남아메리카 등 대륙과 국가를 가리지 않고 가장 위험하고 치열한 사건이 벌어지는 곳에서 활동하면서 전쟁의 매커니즘과 참상을 보도해 왔습니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철학, 정치, 경제학을 공부했으며 22세 때인 1987년 우연한 기회에 파키스탄에 가게 된 이후 본격적으로 분쟁지역 전문기자로 활동했습니다. 이듬해인 1988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점령을 보고하여 '올해의 젊은 기자상'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모두 다섯 차례 '올해의 기자'로 선정되었고, 유럽 최고의 전쟁 보도상인 바이외칼바도상을 비롯해 15개의 주요 언론상을 받았습니다. 2013년에는 언론 활동에 대한 공헌을 기려 영국 왕실로부터 대영제국훈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라크에서 리비아, 앙골라에서 시리아 등 국가 간 전쟁이 벌어지는 곳뿐 아니라 에리트레아와 짐바브웨 등 내전이 일어나는 곳을 취재

했습니다. 브라질 원주민에 대한 탄압을 취재하기 위해 아마존 오지에 가기도 했습니다. 파키스탄 정부로부터 추방을 당하기도 했고, 탈레반의  매복 공격을 받아 간신히 살아남은 적도 있습니다. 2007년에는 베나지르 부토 파키스탄 총리가 폭탄 테러로 사망했을 당시 같은 버스에 있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나이지리아 보코하람에 의해 납치된 소녀들과 이라크의 야지디족 여성을 비롯해 버마와 르와다, 아르헨티나, 독일, 세르비아 등 전쟁 상황에 처한 여성들의 현실을 고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말랄라 유사프자이와 함께 쓴 <나는 말랄라 I Am Malala>를 비롯해 <아프리카 하우스 The Africa House>, <카불이여 안녕 Farewell Kabul>, <알레포의 소녀 The Girl from Aleppo> 등을 썼습니다. 현재 런던에 거주하며 비영리단체인 전쟁&평화보고여구소(IWPR)와 아프간커넥션의 이사이자 옥스퍼드대학교 유니버시티칼리지 명예교수로 있습니다.

 

최신작

[ebook] 관통당한 몸

[도서] 관통당한 몸

[직수입양서] Our Bodies, Their Battlefields: War Through the Lives of Women

 

저자 소개 출처> YES24

 

http://www.yes24.com/Product/Search?domain=ALL&query=%ED%81%AC%EB%A6%AC%EC%8A%A4%ED%8B%B0%EB%82%98%20%EB%9E%A8&authorNo=380092&author=%ED%81%AC%EB%A6%AC%EC%8A%A4%ED%8B%B0%EB%82%98%20%EB%9E%A8

 

역 : 강경이

대학에서 영어교육을, 대학원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했습니다. 좋은 책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번역공동체 모임인 펍헙번역그룹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옮긴 책으로는 『나는 히틀러의 아이였습니다』, 『예술가로서의 비평가』, 『철학이 필요한 순간』, 『절제의 기술』, 『프랑스식 사랑의 역사』, 『걸 스쿼드』, 『길고 긴 나무의 삶』, 『과식의 심리학』, 『천천히 스미는』, 『그들이 사는 마을』, 『오래된 빛』, 『아테네의 변명』 등이 있습니다.

 

역자 소개> YES24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8192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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