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천선란 저
김호연 저
백온유 저
이 책은 건축학과 교수인 작가가 어린 시절 큰집에 방문했을 때 헛간에서 느낀 신비로운 기운을 기억하며 전 세계 곳곳으로 '빛을 향한 순례'를 다니며 기록한 책이다. 총 8개의 공간이 나오고 각 공간에 대한 설명과 작가의 사색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림자단으로 활동하면서 총 다섯 개의 사유를 날짜에 맞추어 작성해야 했는데, 기간이 약 3주 정도 되기 때문에 긴 시간 동안 한 권의 책에 빠져있었다.
출판사에서 엽서 형태의 다섯 장의 사유 카드를 보내주셨는데, 문장과 사진을 어찌나 기깔나게 뽑으셨던지 책을 읽으면서 와닿았던 문장들과 인상 깊었던 공간의 사진들이 그대로 담겨있어서 너무 신기했고, 내 마음이 꿰뚫린 것 같아 조금은 부끄럽기도 했다.
건축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어서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로 읽으니 감상이 풍부해진 것 같았고, 세계의 공간을 둘러보는 느낌도 들었다. 이 시국에 아주 알맞은 방구석 건축투어를 다녀온 것 같았다.
공간에 대해서는 아주 세밀하게 묘사가 되어있었는데, 외부공간, 내부 공간, 도면, 낮에 본 모습, 밤에 본 모습, 동선, 촉감, 주변 소리, 바람, 만난 사람들과의 일화까지 담겨있어 건축물이 입체적으로 느껴졌고 한 공간 안에서 이렇게 밀도 있는 사유가 가능하구나라고 느꼈다.
볼 수 있는 곳에 보러 갔지만, 도대체 무엇을 보러 간 것인지,
빛을 향한 순례는 결국 나를 향한 순례였다는 작가의 말을 보며,
정신적 힐링이 필요한 요즘, 나 스스로를 돌아보며 사색에 잠기는 시간이
더할 나위 없이 소중했다.
이 책은 단순히 건축 순례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읽으면서 많은 사색의 시간으로 이끌어준다.
처음에는 '그림자단'이라는 서평단 활동명으로 활동하면서 다섯가지의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매회마다 사색카드에 적힌 사색의 내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어야 할 때마다, 약간의 부담감도 없지 않았고 어떤 말을 어떻게 글로 써야 하나 막막하기만 했었다. 그러나 막상 첫번째 미션을 수행하고 나니, 두번째 부터는 아주 짧은 시간일지라도, 그 주제에 대한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참 괜찮은 미션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빛과 그림자' 라는 소재로 세계의 건축물을 답사, 순례하는 여정을 독자들과 함께 하고 있는데, 건축물 자체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빛과 그에 따라 생성되는 그림자를 따라가면서 건축물을 관찰하는 시간은 지금까지 맛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이었다.
독일의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 편에서는 대도시에 상업적으로 지어진 미술관이 아닌, 자연 속의 살아있는 미술관을 짓고자 소망했던 건축주 뭘러가 건축가와 오랜 시간 그 땅을 거닐며 건축의 계획안에 대해 의논하고 고심하는 과정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뮐러는 방문객을 자신의 집에 초대한 손님이라는 생각으로, 미술관 내의 카페테리아의 모든 음식과 차를 무료로 제공한다. 정말 멋진 사고방식을 가진 건축주이시다.
표지의 장소가 어디인가 궁금했었는데 바로 이 미술관이다. 표지의 벽돌 부분은 벽돌의 촉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끔 되어 있는데 센스만점인 표지 !!!
스위스의 테르메 발스 온천장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마을 공동체가 운영해오던 온천장의 재정적, 운영 등 여러가지 문제로 인해,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사업현장으로 바뀌게 되고, 고즈넉한 알프스 시골에 381미터의 80층짜리 초고층 호텔이 검토 중에 있다고 한다.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같은 높이의 빌딩이 알프스 시골에 지어질지도 모른다니.. 제발 아름다운 알프스 마을이 대규모 개발로 피폐해지고 쓰레기 더미로 전락하지 않기를..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유지되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이다.
건축가 칸의 '건축은 인간과 사회에 바치는 봉헌' 이라는 멋진 철학에 의해 탄생한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 도서관' 은 세계에서 가장 큰 중고등학교 도서관이자, 미국건축가협회로부터 1년에 단 하나의 건물에만 수여하는 '25년상'을 받기도 했다. 이 학교의 학생들은 이런 멋진 도서관을 통해 절로 큰 세계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할 듯 하다.
건축에 대한 책에 아주 조금씩 흥미를 느끼는 단계였는데, 이 책은 이러한 나의 초보적인 관심에 큰 영향을 주었고, 이제 나는 '매우'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저자의 다른 건축책인, 공간과 예술을 소재로 한 '미지의 문' 도 꼭 읽어봐야겠다.
[ 효형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