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민 글/주형 만화
오봉근 저
완자오양 저/이지은 역
김범준 저
한상아 저
김용무,손병기 저
이 책에서 '솔로 워커(solo worker)'란 프리랜서나 1인 기업가, 나아가 코로나 상황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까지 포괄하는 혼자 일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12년간 솔로 워커로 일해 온 저자가 솔로 워커라는 노동 방식이 가져오는 다양한 측면들을 때로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때로는 그 분야의 전문지식을 공부해서 독자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머지 않아 파트타임 근로자나 긱 노동자가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 솔로 워커의 입장에서 다양한 상황들을 미리 공부하기 위해 읽었다.
솔로 워커라는 말을 들으면 먼저 자유로움이 떠오른다.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에서 조직이 주는 제약과 부담없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우버 택시 기사의 이야기를 통해 많이 들어왔듯이 긱 경제(gig economy)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데에는 수많은 애로와 불안과 문제점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형태의 근로 형태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 진실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일은 점점 중요해진다.
자신의 노력과 성과에 따라 수입이 결정되고, 장래수입을 좌우할 인지도가 결정되는 상황이라 효율적으로 일해 제대로 성과를 내는 일이 솔로 워커에게는 가장 중요하다. 저자는 솔로 워커가 짧게 일하면서도 더 많은 성과물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선택권을 최소화시키기, 루틴 세우기, 내적 동기 부여하기, 업무시간 조절하기, 할 일 목록 작성법 등이 설명된다. 이뿐 아니라 가격 협상 기술, 입금 독촉 방법, 소셜 미디어 활용법, 혼밥 노하우, 업무성과를 높이는 공간 꾸미기까지 솔로 워커에게 필요한 노하우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들려주고 있다.
솔로 워커에게 또 중요한 것의 하나는 혼자 일하면서 느끼는 고독감 문제이다. 회사와는 달리 옆자리 동료도, 모르는 걸 물어볼 사수도 없는 상황이라 외로움은 필수적 동반자라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어떻게 이를 받아들일지, 외로움을 방치했을 때 나타나는 해로운 반응들은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를 상세하게 알려준다. 핵심은 혼자 있는 능력을 기르고, 고독을 제대로 수용하며, 사소한 연결감을 쌓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고독이 오히려 외로움이란 감정으로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창조성을 키우는 원천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독자들을 다독인다.
정말 중요한 것은 어떤 방식이나 형태로 일을 하느냐의 문제보다는 어떻게 일을 통해 자신의 행복과 보람을 찾아가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특별한 외부적 규율이 없는 상태라 한정적인 시간과 의지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자신만의 루틴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 일반 직장과 차이나는 점이다. 그 다음으로는 일을 위한 일, 돈을 벌기 위한 일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을 실현하는 일, 보람과 가치를 느끼는 일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에서는 일반 직장과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나는 프리랜서(였던 것)
아주 잠시 프리랜서처럼 산 적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영상을 맡기면 나는 자막을 달아주는 식이었다.
구독자 천 명에서 만 명 사이의 유튜버부터,
음대생 과제, 유명한 자기계발 강의 사이트의 영상까지.
아무튼, 영상 자막을 달기 위해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되었다.
처음엔 잠깐 고생하면 돈이 들어오니까 좋았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눈이 아파오고, 놀고 싶어졌다.
이쯤 되니 프리랜서로 사는 것도 고달프다는 걸 알았다.
체계가 전혀 없고 되는 대로 일하다보니 금방 지쳐버리는 것이다.
지금은 아주 가끔 영상을 만지고
평상시에는 글쓰기와 일, 고정된 스케줄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프리랜서로 지낼 때처럼 고달프게 지내고 있다.
매일 글을 쓰고 고쳐야 하는데 어느날엔 하고, 또 어느날엔 안 하고.
가끔은 힘들다고 유튜브를 보느라 하루를 날린다.
이런 생활이 지긋지긋했다.
이것을 극복하고자 <솔로워커>를 읽게 되었다.
루틴의 중요성과 만드는 법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여러 가지지만
'집중력'에 관한 부분을 유용하게 읽었다.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으니 이 부분을 중점으로 글을 쓰려고 한다.
내 문제는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파악이 안 돼있고,
확실히 알고 있더라도 집중하지 못한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생각 중 하나가
'그래서 오늘 뭐 해야 하지?'다.
그걸 고민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만다.
용케 생각해내더라도 유튜브를 보느라 시간을 낭비하곤 한다.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다.
이에 대한 저자의 답은 '루틴을 만들어라'였다.
루틴은 말그대로 습관을 말한다.
습관은 의지력을 아끼는 데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는 매일 수백 가지를 선택하는데
아침부터 밤까지 무엇을 할지 결정하고 실천한다.
이때 다른 일에 의지력을 낭비해버려서
정말 필요한 일에 쏟지 못한다면 아깝다.
그래서 저자는 루틴이 필요한 이유를
'최소한의 의지력으로 그 행동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매일 오전 8시가 되면 책상에 앉아 일하는 습관을 들이면
아무때나 일할 때보다 훨씬 쉽게 집중할 수 있다.
모두가 이 말에 공감하면서도 질문할 것이다.
'맞아요, 좋은 습관은 필요하죠. 근데 어떻게 만드나요?'
저자는 습관에 대해 자세히 말하진 않는다.
습관이 메인주제는 아니니까..
하지만 각종 사례로 간략하게 설명해준다.
먼저 자기가 추구하는 가치와 목적을 정한다.
루틴은 그 가치와 목적을 달성하는 도구가 되어줄 것이다.
가령 나의 경우는 매일 꾸준히 글을 연습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꾸준히 연습'을 목적으로 삼았다.
그런 다음, 어떤 루틴을 짜야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나 생각해본다.
가령 매일 오전 8시부터 1시간 정도 글을 쓴다든지.
이렇게 구상하고 나서 일단 실천해본다.
일주일 정도 실천해보면서 데이터를 쌓아야 한다.
오전 8시가 글쓰기에 집중하기 좋은 시간이었는지,
1시간은 적당한 시간이었는지 등등.
내 경험으로는 아침에 글을 쓰는 일은 별로 좋지 못하다.
피곤해서 바로 누워있고 싶게 된다.
그렇다고 늦은 밤에 쓰면 눈이 아파오고 피곤해서
모니터를 쳐다볼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데이터가 쌓이면 다음엔 다른 방식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가령 아침과 늦은 밤 모두 글쓰기 좋은 시간이 아니니까
점심쯤에 써본다든지.
계속 수정해 나가면서 나에게 최적화된 루틴을 찾아나가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건 매일 똑같은 루틴으로 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언제부터 글쓰기를 시작하고, 언제부터 쉴지 이런 큰 틀만 고정해두고
나머지는 상황에 맞게 조절해도 된다.
나는 자기 전에 내일 할 일을 계획하는 편이 좋았다.
아침에는 정리하는 게 머리아프고 귀찮다.
반면 자기 전에 해두면 아침에는 그것만 확인하고 움직이면 되기 때문이다.
또 읽으면서, 집중해서 일하다가 방해받았을 때 대처하는 팁도 유용했다.
글을 쓰다가 전화가 온다든지,
혹은 컴퓨터로 자료를 정리하던 중 집에 누군가 찾아온다든지.
그러면 집중하던 흐름이 끊기고 만다.
이럴 땐 전화를 받거나 손님을 맞이하기 전에
내가 뭘 하고 있던 건지 적어놓는 것이다.
이걸 적지 않은 사람은 뭘 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고
집중하느라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반면 적어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적은 시간 안에
다시 집중할 수 있었다.
예전에 편의점 알바할 때 주로 겪었던 문제라
이 방법을 그때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당시에 쓰레기통을 비우러 가거나
라면국물통을 세척하러 가려고 할 때 손님이 오시면,
그분이 나간 뒤에 내가 뭘 하려고 했는지 까먹곤 했다.
그때 만약 미리 적어놨었다면 바로 그 일을 하러 갔을 텐데 말이다.
마무리
책에서 루틴에 대해 자세히 다뤄주진 않아서 아쉽다.
하지만 간략한 설명들이 충분히 도움됐다.
루틴뿐만 아니라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방법이나
외로움을 해결하는 법, 업무를 받을 때 가격 협상하는 법 등도 알려줘서 좋았다.
아무래도 내 방에 늘어놓은 책들이 많다보니
해야 할 일들보다 '이 책을 언제 다 치우지..' 같은 고민에 더 눈이 갔다.
책에서 나온 방법대로 하나씩 실천해본다면
아주 조금 나아진 나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