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
분야 전체
크레마클럽 허브

바다 위에도 길은 있으니까

스물다섯 선박 기관사의 단짠단짠 승선 라이프

전소현 ,이선우 | 현대지성 | 2022년 4월 5일 한줄평 총점 10.0 (63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  종이책 리뷰 (62건)
  •  eBook 리뷰 (0건)
  •  한줄평 (1건)
분야
에세이 시 > 에세이
파일정보
EPUB(DRM) 54.46MB
지원기기
iOS Android PC Mac E-INK

이 상품의 태그

책 소개

세상에 발 딛고 선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바다와 저마다의 항해가 있는 거니까




중학생 시절 자기 이름보다 ‘전교 1등’으로 불린 소현. ‘수재 집합소’라는 상산고에 들어가 이제 내 인생도 찬란하게 빛날 것이라고, 의사가 되어 보란 듯이 살겠다고 꿈꿨다. 하지만 결과는 첫 시험부터 전교 꼴찌에 가까운 성적. 3년 동안 약까지 먹어가며 공부했지만, 의대는커녕 수능에서도 처절히 실패했다. 그때 아빠가 내민 카드가 ‘한국해양대학교’였다. 여기가 뭐 하는 곳인지, 나와서 뭘 할 수 있는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버텨야 했고,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하지만 떠밀리듯 시작한 일이라고 해서 계속 좌절하고 싶지는 않았다. 남이 인정해주는 길, 의사 같은 직업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좋은 삶도 있다”라는 걸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이 책을 기획하고 집필한 선우도 우등생이었다. 자연스럽게 명문대를 졸업하고, 취직하고, 남들 다 하는 결혼도 했는데 어느새 정신 차려보니 그냥 아줌마가 되어 있었다. 이게 뭐지? 원래 인생이 이렇게 시시하게 끝나는 건가? 그때 소현을 만났다. 인생이 고꾸라지는 절망의 터널을 지나 바다 위에서 제 길을 찾아가는 소현을 보며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됐다. 이 글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것을. 좌절과 아픔 속에서도 자기를 믿고 자기만의 답을 찾아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인생의 막다른 길에 있는 독자들에게 큰 위로와 희망으로 다가갈 것이다.

  •  책의 일부 내용을 미리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미리보기

목차

프롤로그

1 바다가 나를 살렸다


뼛속까지 섬집 아기
K-장녀의 방은 없었다
의대 사관학교 상산고에서 뜬금없이 해양대로?
대가리 박아!
수능 망쳤다고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었다
지옥 같았던 여름방학 해양훈련
가슴이 터질 것 같았던 첫 항해
토하면서 수업하기
외국에서 연예인 되기
바이킹의 후예와 장보고의 후예
무너졌던 자존감을 세워준 바다
남들 다 하는 건 재미없지!

2 바다의 심장을 만지다

슬기로운 의사 같은 선박 기관사 생활
선박 기관사가 대체 뭐 하는 직업이야?
화장이 뭔가요?
기관실 소음 ASMR
바다 위에선 타이타닉 보지 맙시다
30명 중 29명이 남자인 세상
돈을 모을 수밖에 없는 직업
선박 기관사의 일주일은 월화수목금금금?
고소공포증에는 금융 치료가 답이지
싱그러운 바닷바람은 개뿔!
상사 옆집으로 퇴근합니다
해기사 버전 《기생충》

3 바다 위에서 살아가는 법

입영열차 타고 떠난 그녀
바다 위에서 연애하는 법
유재석 안 부러운 부캐 부자
태평양 시계는 선장님 마음대로
파도를 넘나드는 주식 열풍
생리, 그 참을 수 없는 불편함
인생 책 『라틴어 수업』
부모님이 배에 오신 날
태풍이 불 때는 말입니다
러닝머신으로 서핑 해봤니?
강제로 아날로그
당연한 것의 소중함
무늬만 선박 기관사, 사실은 잡부
해적이 나타났다!
망망대해에서도 아이돌은 끊을 수 없어

4 바다, 그 심연 속으로

스트레스받지 않는 비결
바다에서도 코로나는 피할 수 없다
진정한 뱃사람이 되려면
적도를 지나며
미치도록 그리운 스타벅스 커피
인종차별도 막지 못한 기쁨
태평양의 밤하늘
죽은 영혼과의 조우
위대한 롤모델, 여성 최초 기관장
나의 선택을 후회한 적 있었나
더 넓은 세상을 향하여

부록 Tip : 선박 기관사 되는 법
에필로그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저자 소개 (2명)

저 : 전소현
여객선 승무원도 아니고 어부도 해녀도 아니지만 천생 뱃사람인 건 확실하다. 1년 내내 인터넷도 잘 터지지 않는 바다에서 기계가 뿜어내는 먼지와 소음에 둘러싸여 전기와 수도를 만드는 것부터 오수 처리까지 해내야 하는 3등 선박 기관사로 일하고 있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으레 그렇듯 의대 진학을 꿈꾸었지만, 세상에, 이 땅에 이렇게 공부 잘하는 애들이 많았던가? 결국, 시원하게 수능을 말아먹고 이름도 생소한 한국해양대학교에 입학했다. 그 길로 선박 기관사라는 항로를 발견했고, 바다에 와서야 비로소 내 길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 "이 책이 당신만의 바다와 당신만의 항로도 찾아주기를... 여객선 승무원도 아니고 어부도 해녀도 아니지만 천생 뱃사람인 건 확실하다. 1년 내내 인터넷도 잘 터지지 않는 바다에서 기계가 뿜어내는 먼지와 소음에 둘러싸여 전기와 수도를 만드는 것부터 오수 처리까지 해내야 하는 3등 선박 기관사로 일하고 있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으레 그렇듯 의대 진학을 꿈꾸었지만, 세상에, 이 땅에 이렇게 공부 잘하는 애들이 많았던가? 결국, 시원하게 수능을 말아먹고 이름도 생소한 한국해양대학교에 입학했다. 그 길로 선박 기관사라는 항로를 발견했고, 바다에 와서야 비로소 내 길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 "이 책이 당신만의 바다와 당신만의 항로도 찾아주기를. 그럼, All Station Stand By! Bon Voyage!"
저 : 이선우
특별한 목표는 없었지만 공부는 열심히 해서 학창시절 내내 우등생이었다. 덕분에 명문대에 입학했지만 첫 수강신청부터 충격을 받았다. 수많은 과목 중 듣고 싶은 게 없었다. 졸업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하고 싶은 일이 없었다. 그렇다고 가만있을 수는 없어서 남들처럼 취직하고 결혼도 했다. 일상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그냥 아줌마가 되어 있었다. 항상 열심히는 살아왔는데 행복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바다 위에서 차곡차곡 꿈을 이루어가는 소현을 보았다. 그 순간 신기하게도 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졌다. "이 책을 기획하고, 소현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한 자 한 자 써내려... 특별한 목표는 없었지만 공부는 열심히 해서 학창시절 내내 우등생이었다. 덕분에 명문대에 입학했지만 첫 수강신청부터 충격을 받았다. 수많은 과목 중 듣고 싶은 게 없었다. 졸업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하고 싶은 일이 없었다. 그렇다고 가만있을 수는 없어서 남들처럼 취직하고 결혼도 했다. 일상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그냥 아줌마가 되어 있었다. 항상 열심히는 살아왔는데 행복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바다 위에서 차곡차곡 꿈을 이루어가는 소현을 보았다. 그 순간 신기하게도 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졌다. "이 책을 기획하고, 소현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한 자 한 자 써내려가면서 그간 품었던 의문들이 서서히 풀렸다. 글은 잊고 있었던 꿈, 진짜 나를 찾아주었다."

출판사 리뷰

인생의 방향타를 잡지 못해
수없이 흔들리고 불안할 때마다…
기억하세요.

당신만의 바다에서는 마음껏 헤엄치기만 하면 된다고,
어느 길로 가든 자신을 믿고 가면 그게 정답이라고,
결국엔 내 선택이 옳았다고 증명할 힘도 내게 있다고.

뱃사람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침착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인생에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큰 파도가 불어닥쳐도 좌절하지 않고 뚫고 지나갈 수 있을 만큼 내면이 단단한 사람, 그것이 진정한 뱃사람의 모습 아닐까.
- 본문 중에서


전교 1등에서 전교 꼴찌로,
그 막막함에서 벗어나게 해준 것들


중학생 시절 자기 이름보다 ‘전교 1등’으로 불린 소현. ‘수재 집합소’라는 상산고에 들어가 이제 내 인생도 찬란하게 빛날 것이라고, 의사가 되어 보란 듯이 살겠다고 꿈꿨다. 하지만 결과는 첫 시험부터 전교 꼴찌에 가까운 성적. 3년 동안 약까지 먹어가며 공부했지만, 의대는커녕 수능에서도 처절히 실패했다. 그때 아빠가 내민 카드가 ‘한국해양대학교’였다.
여기가 뭐 하는 곳인지, 나와서 뭘 할 수 있는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버텨야 했고,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하지만 떠밀리듯 시작한 일이라고 해서 계속 좌절하고 싶지는 않았다. 남이 인정해주는 길, 의사 같은 직업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좋은 삶도 있다”라는 걸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 선택이, 그 결심이 인생을 갈랐다. 지금은 태평양을 오가며 LNG를 실어나르는 배 위에서 3등 선박 기관사로 일하고 있다. 고소공포증이 있음에도 바람에 흔들거리는 탑브릿지에 올라가 기계를 정비해야 하고, 때로는 막힌 변기 파이프를 뜯어내다가 오물을 뒤집어쓰기도 하지만 하루하루의 삶으로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내고 있다.
이 책을 기획하고 집필한 선우도 우등생이었다. 자연스럽게 명문대를 졸업하고, 취직하고, 남들 다 하는 결혼도 했는데 어느새 정신 차려보니 그냥 아줌마가 되어 있었다. 이게 뭐지? 원래 인생이 이렇게 시시하게 끝나는 건가? 그때 소현을 만났다. 인생이 고꾸라지는 절망의 터널을 지나 바다 위에서 제 길을 찾아가는 소현을 보며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됐다. 이 글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것을. 좌절과 아픔 속에서도 자기를 믿고 자기만의 답을 찾아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인생의 막다른 길에 있는 독자들에게 큰 위로와 희망으로 다가갈 것이다.

시원한 바닷바람은 개뿔!
‘맵단짠’의 향연, 선박 기관사의 승선 라이프


선박 기관사는 항해사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직업이다. 누군가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가장 난감한 건 선박 기관사가 뭐냐고 물어볼 때였다. ‘배를 탄다’라고 하면 주변에서는 대부분 고기잡이배를 떠올린다. 배 타는 전문직이라고 하면 항해사만 떠올리는 일도 부지기수다(3년 차가 되면 대기업 부장 정도의 월급을 받는 고연봉 전문직이지만 이를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선박 기관사는 선박의 심장과도 같은 엔진과 각종 기계를 고동치게 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다. 40도가 넘는 찜통 같은 기계실에서 먼지를 뒤집어쓰며 기계를 청소하고 관리한다. 기계가 고장이 나면 배가 바다 한가운데에 멈춰서게 되고 그럼 승선한 사람들의 목숨도 위태롭기 때문에 유지보수와 관리도 매우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다.
바다 위에서 일하다 보면 육지에서 상상도 못할 에피소드도 넘쳐난다. 한번은 심한 태풍에 방에 있던 온갖 물건들이 쏟아져 내린 적도 있었다. 평소에는 흔들림에 대비해 모든 물건이 벨트로 묶여 있는데 그날따라 태풍이 심했는지 새벽에 눈을 뜨니 냉장고가 이리저리 걸어다니고 있었다! 결국 냉장고와 사투를 벌이다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뜬눈으로 밤을 새우기도 했다.
수많은 에피소드 중에서 가장 할 말이 많은 건 단연 30명밖에 없는 배에서 혼자 여자로 살면서 겪는 고충이다. 당직 날엔 출근복을 갖춰 입고 잠들거나 쓰레기 검사에서 생리대를 숨기기 위해 온갖 화려한 포장을 하기도 한다. 한 명밖에 안 뽑는 여성 사관 자리인데, 자신이 잘못했다가 내년부터 여성 사관 채용이 끊길까 봐 남들보다 두 배 세 배로 노력하면서 혼자 화장실에서 눈물 훔친 날들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소현은 능력으로 인정받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발 딛고 선 그곳이 어디든
인생은 언제나 오늘부터, 여기서부터


인생이 항상 장밋빛이 아니라는 것은 조금만 살아보아도 알 수 있다. 스물다섯 소현도 상산고 시절부터 이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하지만 불평한다고 변하는 건 없다는 사실도 일찍 깨달았다. 세상은 견디고 버티는 자에게 그만큼의 선물을 되돌려주기 마련이다. 누구보다 성실하고 치열하게 살아낸 날들이 새로운 기회로 돌아옴을 소현은 경험했다. 파도에 몸을 내맡기고 물길을 몸소 통과하다 보면 어느새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바다가 펼쳐지기도 한다. 남들이 정해준 길이 아닌,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열어온 바다가.
바다야말로 삶과 가장 닮아 있는 곳이다. 어디에선 파도가 세차게 불고 어떤 곳은 바람이 전혀 불지 않는다. 그렇게 각기 다른 작은 바다가 모여 큰 바다를 이룬다.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찬란한 인생의 맛을 소현은 모두 바다에서 배웠다. 잠시 큰 파도를 만났다고, 무풍지대여서 배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고 섣불리 좌절할 필요는 없다. 그 구간을 견디어내면 또다시 새로운 길이 펼쳐질 테니까. 그렇기에 소현의 인생도 이제부터 시작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펼쳐질 그 무한한 가능성을 탐색하며 오늘도 배 위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기계들과 사투를 벌인다.

“바다는 더 넓은 세상으로 가기 위한 디딤돌이다.” - 본문 중에서

종이책 회원 리뷰 (62건)

바다위에도길은있으니까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n**t | 2022.12.11
배를 탄다고 하면 사람들은 고기잡이 선박을 떠올린다. 하지만 세계를 움직이는 배에는 컨테이너선, 일반화뭉선, 탱커, LNG선 등등 엄청 다양하다. 이 책은 선박 기관사 전소현 양과의 인터뷰를 정리한 책이다.

선박을 운항하고 기계를 점검하는 직업으로서의 선원의 모습은 상상 가능하다. 하지만 그 외 선상 생활, 퇴근 이후 선원, 특히 여성 선원의 삶은 짐작이 되질 않았다. 육상에서야 퇴근하면 개인의 삶을 누릴 수 있지만 배라는 공간은 업무와 개인일상이 제대로 구분되지 않을 수 있고 장기간 선내에 머물러야 할 수 있다. 세탁기를 쓰면 남성 선원들의 속옷이 들어 있을 수 있고 변기는 막히고 머리카락이 길면 셀프컷을 하거나 서로 잘라줘야 할 수 있다. 생리라도 할 때면 신경이 곤두서고 엄청 시끄러운 공간에 적응을 해야 한다. 그 모든 낯선 공간에서의 생활이 잘 담겨있다. 선원의 일상이 궁금한 사람은 읽어도 좋겠다.

#바다위에도길은있으니까 #전소현 #이선우 #현대지성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접어보기
포토리뷰 꿈을 가진 두 사람의 기분 좋은 항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푸**우 | 2022.08.27

추천 지수는 ★★★★☆ (9/10점 : 읽으면 안다. 두 분 다 정말 멋지시다.)

 

 

소중한 추억은 험난한 인생길에서 그만큼의 힘을 발휘한다. (p.74)

 

 

뭐든지 잘하려면 공부가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진리는 돈에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p.180)

 

 

하지만 주어진 환경과 상황을 탓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어차피 이 일을 그만둘 게 아니라면 어떻게든 적응하는 건 자기 몫이다. 분노하고 실망하고 원망하며 시간을 보내면 거기에 쏟아부은 감정과 에너지만 아까울 뿐이다. 그럴 시간에 오히려 스스로 바꿀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p.241)

 

 

 

'선우'는 어느 날 스물다섯 살 선박 기관사 '소현'을 만납니다. 배 위에서 3등 선박 기관사로 생활하는 그녀의 독특한 일상과 자신만의 꿈을 펼쳐나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문득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는데요. 학창 시절 나름 공부를 잘했으나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그러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바다에서 자신의 길을 찾은 '소현'의 이야기를 엮었습니다. '소재는 있는데 글을 써보지 않은' 소현과 '글은 써봤는데 마음에 드는 소재가 없던'(p.11) 선우의 조합이 주목할 만합니다.

 

 

 

바다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다

전소현 기관사님이 소재를 제공하고, 이선우 작가님이 글로 옮긴 <바다 위에도 길은 있으니까>입니다. 처음에 책을 집었을 때 내용이 많이 궁금했는데요. 배 위에서의 전반적인 생활은 어떨지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고, 여성으로서 선박 기관사의 길을 선택한 전소현 기관사님이 과연 어떤 분이실지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습니다.

책에서 작가님은 뛰어난 필력을 바탕으로 인물이 살아온 생애와 직업의 생활상을 있는 그대로, 재미있게 엮어주셨습니다. '소현'이 해양대학교에 입학하면서 느낀 감정들, 데이터도 잘 터지지 않는 배 위에서의 생활, 여기에 바다 위에서의 연애, 덕질 등등 공식적인 인터뷰에서 잘 볼 수 없을 법한 사사로운 일상들도 그려지고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브런치 작가와 선박 기관사, 두 사람의 탁월한 조합

책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지만 공동 작가로 표기된 두 사람의 조합이 상당히 탁월했습니다. 프롤로그에 밝힌 대로, 한 사람은 '소재는 있는데 글을 써보지 않은' 3등 선박 기관사이며, 다른 한 사람은 '글은 써봤는데 마음에 드는 소재가 없던' 브런치 작가입니다.

이러한 전략이 이 책을 읽기 좋은 책으로 만들어주었는데, 일단 소재를 제공하는 사람과 글 쓰는 사람이 따로 존재하기 때문에 개인의 가치관에 치우친 부담스러운 에피소드가 존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에세이의 단점 중 하나가 본인의 이야기를 쓰다 보니 자칫 독자들에게 통하기 힘든 부담스러운 견해를 전달할 수도 있다는 점인데, 이 책은 소재 제공자와 편집자가 서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적당히 거리를 유지한 채로 '소현'이라는 인물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언니'를 써 내려간 작가의 탁월한 치고 빠짐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전소현 기관사님 본인이 쓰신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가는 '소현'의 시점에 거의 완벽하게 빙의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간에 '소현은'으로 시작하는 문장을 읽을 때에야 비로소 이 책이 인터뷰를 바탕으로 쓰인 글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선우'가 '소현'을 바라보는 시선 덕분이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했습니다. 프롤로그에서 '선우'가 '오늘부터 소현은 내게 '언니'다'(p.20)라고 말한 바가 있는데, 언니라는 단어는 동질성과 존경의 의미를 동시에 포함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선우'는 자신과 같이 학창 시절에 일정한 불행을 겪은 '소현'에게 동질성을 느끼면서, 동시에 젊은 나이에 꿈을 개척해나간 '소현'을 멋있다고 여깁니다. 이와 같은 시선이 '빙의'를 가능하게 했을뿐더러, 이 책을 과도한 찬양이 아닌 순수한 존경의 의미만을 담은 알맞게 읽기 좋은 글로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선우'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만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며 무대에 비유하자면 사회자 역할을 수행하는데, 본문에서는 무대 뒤로 숨어 '소현'을 연기함으로써 독자들이 오로지 본편인 해양 위에서의 생활상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이끌었습니다. 각 에피소드에 대한 '선우'의 의견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독자들은 주도적으로 작품의 내용을 수용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이러한 치고 빠짐이 탁월했기 때문에 에세이적인 성격을 지닌 이 책을 읽으면서도 부담스러운 느낌이 전혀 없었고, 그러면서도 두 작가가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꿈에 대한 의식은 설득력 있게 전개되어 인상 깊은 글을 만드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바다는 더 넓은 세상으로 가기 위한 디딤돌이다. (p.294)

 

 

에세이와 인터뷰 기록의 성격을 두루 갖춘 <바다 위에도 길은 있으니까>는 멋지게 자신의 삶을 가꿔나가고 있는 두 지은이의 조합이 만들어낸 기분 좋은 책이었습니다. 구성에 있어서 에피소드의 구분법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는 점 등 사소한 아쉬움은 있습니다만, 읽으면서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며 또한 꿈으로 인해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인상 깊게 전달될 구절도 많아,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바다가 '소현'에게 있어서 하나의 디딤돌이 된 것처럼, 이 책도 독자들이 보다 넓은 세상으로 시선을 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디딤돌 역할을 수행해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저희 서재에서 추천해요. :)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접어보기
듣도보도 못하고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낯선 직업, 여자 선박 기관사. 그 일상을 낱낱이 소개하고 있는 책.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r*****1 | 2022.05.14


듣도보도 못하고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낯선 직업, 여자 선박 기관사.
그 일상을 낱낱이 소개하고 있는 책.
솔직 담백 명랑 밝은 기운이 넘쳐난다.

브런치 작가 이선우가 3등 선박 기관사 전소현을 만나
그녀의 삶의 여정과 일상, 항해 이야기를 이야기로 담아냈다.
두 사람의 독특함과 긍정 에너지가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을듯.

p87
남들이 안 가는 길을 가보고 싶었다.


낯선 한국해양대학교에 입학하여 훈련(?)받고
항해사 대신 기관사를 선택하여
30명 중 29명인 남자들과 몇달씩 항해하며
월화수목금금금인 나날에
퇴근해도 상사 바로 옆방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그런 생활을
어찌 이리도 환하게 긍정적으로 그리고 있는지.

읽다보면 전소현의 생각인지, 이서우의 관점인지 헷갈린다.
두 사람이 교감을 나누며 글을 썼음을 느낄 수 있는 부분.

읽는내내 그 힘들었을 과정이 느껴지면서도
결코 괴롭거나 슾프지 않았을 소현이의 모습이 그러져
입가에 미소가 절로~~

p272
보름달이 뜨면 별들이 바다에 그대로 비친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없어지면서 바다는 하늘이 되고 하늘은 바다가 된다. 그 속을 지나가노라면 꼭 우주선을 타고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별 사이를 가르고 항해하는 기분이다. '환상적이다', '경이롭다' 인간이 만들어낸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대박이다.

p294
바다는 더 넓은 세상으로 가기 위한 디딤돌이다.

가볍게 읽으며 긍정에너지 듬뿍!
바다 위 자신만의 길을 찾아 항해하는 배처럼
미래를 향한 항로을 찾아 헤매는 이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책.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접어보기
  •  종이책 상품상세 페이지에서 더 많은 리뷰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한줄평 (1건)

0/50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