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첼 카슨 저/김은령 역/홍욱희 감수
앨릭스 코브 저/정지인 역
안데르스 한센 저/김아영 역
김정선 저 저
유시민 저
제임스 팰런 저/김미선 역
“사람을 의심하고 판단하는 데
인간에 대한 이해와 상상력이 얼마나 들어가 있을까” 피해자·민원인·피고인·증인… 이름만 달리하여 출몰하는 상처투성이인 사람들에게 생의 한 귀퉁이를 내어주는 어느 검사의 이야기 『친애하는 나의 민원인』은 현재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 부부장으로 재직 중인 16년 차 여성 검사 정명원이 쓴 첫 책이다. 저자는 검사라는 직업이 늘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듯 차갑고 공격적이고 조직 논리로 움직이는 듯 보이지만, 실상 신문이나 뉴스에 나오는 검사들은 특수부·공안부 검사 들일 뿐이며 이들은 대한민국 전체 검사 중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는 나머지 90%인 형사부·공판부 소속의, 야근 많고 재판 도중 울기도 하고 민원인과 좌충우돌하기도 하는 ‘비주류’이자 ‘회사원’ 검사들의 일상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세상이 지향해야 할 완전무결함이나, 거악 척결 등 거대한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지 않는다. 다만 늘 서늘한 바람이 부는 검찰청 한 귀퉁이에 기록으로 실려 오는 수많은 인간 군상과, 때론 ‘웃프고’ 때론 애잔하게 저자를 심적으로 괴롭히고 보람을 느끼게 했던 사연들을 이 책에 담았다. 저자가 직접 만난 사람들에게는 유죄·무죄를 넘어 회색지대가 존재했으며, 공소장에는 다 담지 못하는 이야기가 그득하게 남았다. 재판 도중 사라진 피고인, 상복을 입고 검찰청을 방문한 사기 피해자들, 법정에서 갑자기 자신의 범행을 고백한 증인 등 상처투성이인 사람들의 못다 한 이야기가 여러 편의 드라마를 보듯 전개된다. 저자는 정량의 범죄 너머 부정량까지 이 책에 모두 담고자 했다. |
2023년 04월 19일
2021년 08월 20일
추천으로 읽게 된 친애하는 나의 민원인.
막연한 이미지의 검사란 칼을 들고 똑바로 말하라는 냉혈한의 모습으로 떠오른다.
당연히 모든 검사가 그렇지 않겠지만, 미디어에서 접한 대부분의 검사들은 권력에 붙은, 약자의 편에 서지 않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소비된다.
그래서 '친애하는 나의 민원인'에서의 검사는 내가 '(미디어에서)알던' 검사와 많이 달라 새롭고 좋았다.
검사도 '따뜻한 생각'을 할 수 있구나. '이런 검사가 세상에 많았으면 좋겠다'와 '내가 만나게 될 검사가 이 검사였으면 좋겠다'라는 단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검사라는 이익집단에 대해 갖고 있었던 나쁜 감정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그렇겠지. 매스컴에 등장하는 검사들은 특수부, 공안부 소속 검사들이고 전체의 10%밖에 안된다는 말이 틀린말은 아니겠지. 대부분의 검사들은 야근도 많고 민원인들과 좌충우돌하며 지낸다는 말이 곱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목사라는 직업을 가진 종교인들의 범법 행위에 대해 일부 교회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변명을 검사에게도 적용할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목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과 검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 기대하는 의로움은 얼마나 다를까 생각해보면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이나 법치주의라는 프레임을 작동시키는 검사의 무게가 더 커보이는건 나만의 생각은 아닐것이다.
그런데 친애하는 나의 민원인이라는 부드러운 제목의 이 책은 평범한 대인공무원으로서 검사의 삶을 살고 있는 저자의 산문집이었다. 바쁜 부서갔다가 신발도 제대로 못신고 출근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다시 돌아왔다는 동료의 이야기는 특수통(?) 같은 주요부서로 가고자하는 일반적인 권력욕을 가진 검사들과는 결이 다르게 느껴진 부분. 그리고 억지스럽게 보일수도 있지만 아래와 같은 부분을 보면서도 정말 검사라는 존재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존재가 아닌가 싶었던 책이기도 했다. 어찌 곱창을 먹으며 술을 먹지 않을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인지!!?? 반쯤은, 아니 80%쯤은 농담이다. 앞서 말했듯 전반적으로 직업인으로서의 검사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따뜻한 산문집.
나는 책장을 넘기면서 정명원씨의 글품새가 좋아졌다. 쉬이 따라갈 수도 있었고, 간혹 풋하고 웃게 하는 지점이 있어서도 좋았다. 그리고 이끼같은 방식으로 삶을 살아왔다고 감히 이야기를 하는 그 태도가 맘에 들었다.
게다가 ‘인생의 많은 문제들로부터 담대하면서도 그 안에 숨은 작은 기쁨들과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는 사람’ 이라고 아이를 키우는 방식에 대해 명쾌한 문장으로 정의를 내려둔 것이 무지 고맙다. 나는 생각하고 있었으되 이렇듯 명쾌한 문장으로 말하지는 못했으니...
과연 정명원씨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은 대한민국 검사다. 물론 공부의 양도 많았겠지만 그의 강원도 산골에서 자란 자연의 정체성을 알고 나니 고개를 더더욱 주억거리게 되었다.
평범한 사람들은 법원에 가는 일은 아주 드물다. 그런 곳에서 마주하는 사람을 아는 사람으로 두는 일도 드물다. 드문 곳에서 드문 사람을 민원인으로 대하는 드문 직종의 사람이 쓴 글을 읽는 일은 참 인상깊다.
책을 사서 한번 읽고 폐지함에 던져버리거나, 읽은 후에 닥치는 대로 나눠주거나, 읽은 후에 며칠 동안 책상 언저리에 두고 눈맞춤을 하다가 그 책과 어울리는 사람에게 넘기거나 혹은 넘기기에는 미련이 남아 나의 책장으로 가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아직은 내 책상 언저리에 앉아있다. 책장으로 갈지 누구에게 넘길지는 아직 미지수다.
절대 영화로는 나올 수 없는 이야기. 흔한 검사 영화에서 나오는 스펙터클한 일화들을 기대한다면 그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자극적이고 누구나 관심을 가질만한 극적인 사건들보다 법률 노동자의 삶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그려낸다. 검사도 직장인이구나! 사람이었네!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이런 검사도 여기 반짝 살아있어요. 하고 외치는듯한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법정에서 법복을 입고도 ‘새파랗게 젊은 년’으로 불린 후배는 이제부터 자신을 ‘딥 블루 레이디’로 불러달라고 말하며 유쾌하게 웃었다. (...) 더더더 많은 딥 블루 레이디들이 법정에서 사무실에서 종횡무진하며 유쾌해할 날들을, 기대해본다.
딥 블루 레이디!! 새파랗게 젊은 우리끼리 잘 살아서 더 이상은 욕이 아니게 되었으면 좋겠다. 책 읽다가 광대가 뻐근할 정도로 웃었다. 세상에, 그 누가 이런 생각을 한 건지. 후배 검사분께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누가 뭐라고 할 때면 혼자서 생각하고 넘겨야지. 나는 딥 블루 레이디니까?? 수많은 편견 앞에서 견디고 살아가는 모든 딥 블루 레이들이 행복하기를 감히 바라본다.
그 너머로 보이는 것은 한순간 타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다만 범죄의 대상물로 그 공간에 놓여 있었던 여성들이다. 사람이, 여성이 대상화된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여성학 책을 들여다보아도 그다지 와닿지 않았던 개념이 마침내 이해되는 순간이다. (...) 범죄가 평준화된다는 것은 범죄 피해 역시 평준화된다는 말이다.
제일 화가 많이 났던 "범죄의 평준화". 공중밀집장소 추행 즉, 지하철 성추행 사건에 대해 다루는 장이다. 예민한 여성들에게 오해를 살까 봐 힘들다는 하소연을 나조차 수없이 들어왔지만 실제로 무고의 남성이 그로 인해 재판에 서게 되는 것은 절대 흔치 않고, 무죄판결도 참 많이 난다고 한다. 유죄 판정이 나도 벌금만 선고될 뿐이니.. 피해자에게 참 가혹한 세상이 아닌가 싶다. 피해자가 대상화된다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한 문장이 하나의 문단 역할을 능히 해낼 만큼 문장들이 대체적으로 긴 편이다. 나는 호흡이 긴 문장들을 대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어느 순간 문장의 흐름에 이끌리어 속수무책으로 끌려가는 나를 본다. 아마 한 문장 안에 담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기 때문이겠지. 콤마(,)로 연결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너무 마음에 든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서.
정량보다는 부정량의 무언가를 선호하는 편이다. 객관적인 지표로 평가하거나 평가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이다. 책 후기에 평점을 남기지 않는 이유도 그러하다. 내가 감히 누군가의 인생이 담긴 이야기에 대해 점수를 매길 수 있는가에 대한 부담감을 크게 가지고 있어서. 이 책은 무엇보다 정량으로 평가되는 범죄 너머 부정량의 것을 담고 있다.
검사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견고한 편견들이 조금씩 녹아내리는 듯했다. 나에게 검찰의 이미지는 개혁이 필요한 집단이라던가 그들만의 견고한 카르텔이 존재한다고만 생각해왔는데, 사실상 집단 내 모든 사람들이 같을 수는 없지. 검사도 결국 직업 중 하나이고, 그 안에는 정말 다양한 삶의 모습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