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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오랫동안 못 갈 줄 몰랐습니다

신예희의 여행 타령 에세이

신예희 | 비에이블 | 2022년 4월 15일 한줄평 총점 10.0 (49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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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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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오랫동안 못 갈 줄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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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여행 썰을 풀다 보니 눈물이 날 것 같다.”
웃다가 울다가, 괜히 같이 설렜다가 먹먹하게 그리웠다가…
‘신예희’표 문장들로 선명히 소환되는 모두의 가슴속 ‘여행의 기억들’


느닷없는 바이러스로 발목이 잡힌 ‘이 시국’에 딱 어울리는 여행 타령 에세이. ‘이렇게 오랫동안 못 갈 줄 몰랐’던 ‘여행’ 그 자체에 관한 아주 사적이고 주관적인 25개 이야기를 담았다. 그동안 『여행, 잘 먹겠습니다』 시리즈, 『여행자의 밥』 시리즈 등으로 여행과 음식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던 작가 신예희는 이 책 『이렇게 오랫동안 못 갈 줄 몰랐습니다』에서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여행에서 깨달은 소소한 팁들과 혼자 여행하며 마주한 나 자신, 그리고 나름의 소신을 재치있게, 그러나 가볍지는 않게 풀어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하늘길이 막혀버린 지금, 머나먼 곳으로의 이륙부터 익숙한 고향으로의 착륙까지 여행이 그녀의 인생에 남긴 흔적들에 대한 아주 흥미롭고도 처절한 그녀의 ‘썰’을 듣다 보면 어느새 글로 읽는 여행의 생생한 감각에 푹 빠져들게 될 것이다.
  •  책의 일부 내용을 미리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미리보기

목차

프롤로그_ ‘여행’이라는 2글자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1 낯선 곳에서는 사소하지 않은 용기가 생긴다
하늘 위에서 먹는 밥의 맛
비행기 시간과 나이의 상관관계
ESTJ가 여행하는 방법
“배낭여행은 가지 않습니다”
노브라를 디폴트로
여기까지 와서 스벅이라니
화려한 컬러와 얼얼한 냄새가 가득한 곳
‘우리 동네’라는 과몰입의 순간
첫 레게머리와 브라질리언 왁싱
마시지는 않지만, 박카스 마인드
언젠가 변할 취향을 위하여
여행과 출장의 경계에 서서
지금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을까

2 그곳이 어디든, 난 내 삶을 잘 살고 싶다
여행지에서 머리채를 잡는 일
생활감은 포기할 수 없어
비상약품 파우치에 꼭 넣어가는 ‘그것’
디지털 노마드, 하루 딱 4시간만
언어 장벽이 뭐 대수라고
야간 열차의 로망
여행지에 두고 오는 책의 낭만
삼성, 엘지, 현대, 서울, 북한…
고독이라는 사치
여행지의 사람들과 친해지는 일
어느 여행자의 흘러가는 세월에 대하여
무사히 돌아온다는 기적

에필로그_ 나는 내내 여행을 생각했다

상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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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 : 신예희
세계를 여행하며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맛있는 거 먹고 많이 자자!’는 한량스러운 인생 모토와는 달리 누구보다 모범적이며, 누구보다 계획과 루틴을 사랑하는 ESTJ형 인간. 늘 충만한 ‘여행욕’으로 어지간한 나라의 웬만한 공항을 모두 다녀봤고 꺼지지 않는 식욕 덕분에 입맛은 나날이 고급스러워지고 있지만, 인천공항의 따스한 품과 대한항공의 기내식 비빔밥을 사랑하는 여행자다.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여행, 잘 먹겠습니다』 시리즈, 『여행자의 밥』 시리즈,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를 비롯해 다수의 책을 썼다. 여행지의 카페에서 커피와 단 것을 먹으... 세계를 여행하며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맛있는 거 먹고 많이 자자!’는 한량스러운 인생 모토와는 달리 누구보다 모범적이며, 누구보다 계획과 루틴을 사랑하는 ESTJ형 인간. 늘 충만한 ‘여행욕’으로 어지간한 나라의 웬만한 공항을 모두 다녀봤고 꺼지지 않는 식욕 덕분에 입맛은 나날이 고급스러워지고 있지만, 인천공항의 따스한 품과 대한항공의 기내식 비빔밥을 사랑하는 여행자다. 『돈지랄의 기쁨과 슬픔』, 『여행, 잘 먹겠습니다』 시리즈, 『여행자의 밥』 시리즈, 『지속가능한 반백수 생활을 위하여』를 비롯해 다수의 책을 썼다. 여행지의 카페에서 커피와 단 것을 먹으며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출판사 리뷰

“여행 썰을 풀다 보니 눈물이 날 것 같다.
이 모든 게 끝나면 제일 먼저 가고 싶은 곳을
구글 지도에 표시해본다.”

여행이 너무 가고 싶어서, 여행 이야기라도 해야 살 것 같아서 쓴
신예희의 ‘여행 타령’ 에세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좋았던 일만 떠오르니, 신기해 정말”
잠시 멈춘 동안, 다시 한번 그때를 곱씹어보자!


처음에만 해도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다. 무어라 불러야 할지조차 모르던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부터 일상이 무너진 이후, 어느덧 2년 하고도 조금의 시간이 더 흘렀다.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이 당연하지 않은 것이 되었고, 가장 큰 변화는 우리가 더 이상 여행을 떠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여행과 ‘거리두기’ 중인 이 시국, 신예희 작가는 신간 『이렇게 오랫동안 못 갈 줄 몰랐습니다』를 펴내며 그야말로 ‘여행 가고 싶어 미치겠는’ 심정을 유쾌하지만,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글에 꾹꾹 눌러 담아냈다.

러시아 항공을 처음 이용한 건 불가리아 여행을 갈 때였다. (…) 그런데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기내 서비스를 받으며 한참을 비행한 끝에 모스크바 공항 활주로에 착륙하는 순간, 갑자기 주변 승객들이 하나같이 박수를 치며 우와아아 환호하지 뭐겠습니까. 뭐야? 무슨 일인데? 알고 보니, 무사히 착륙한 걸 축하하는 일종의 전통 의식 같은 거란다. 이 거대한 기계 덩어리가 하늘에 부웅 떠올라, 먼 거리를 쭈욱 날아, 무사히 착륙했다니 축하할 만하지 않냐는 이야기.
_pp. 192~193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멀쩡히 돌아올 수 있다는 기적이 더욱 간절해진 요즘, 그녀의 생생한 이야기는 지난 여행의 기억들을 떠오르게 한다. 물론, 이 책이 여행기는 아니다. 여행지의 교통 편이나 맛집 위치, 숙박비용 같은 정보는 나와 있지 않다. 다만, 술에 취해 스트릿 미용사들에게 레게머리 시술(?)을 받았던 일, 치앙마이의 디지털 노마드를 경험했던 일, 노브라로 거리를 활보했던 일 등 여행 그 자체를 담았다. 그녀의 썰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낄낄거리며 ‘그때’를 곱씹고 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된다.


발음하는 것만으로 입에 침이 고이는 여행지의 음식,
다글다글 굴러가는 캐리어 바퀴 소리…
한 문장, 한 문장 선명히 소환되는 ‘여행의 기억들’


인천대교를 달리며 공항으로 향하는 길은 언제나 설렌다. 100번 넘게 비행기를 탔어도 매번 그럴 것이다. 기내식도 그렇다. 맛이 없네, 어쨌네 하면서도 기내식으로 나온 비빔밥은 싹싹 비벼 바닥까지 긁어먹어야 제맛이다.(12p) 노브라로 거리를 걷는 자유(42p), 발음하는 것만으로도 입에 침이 고이는 음식(57p), 하루 4시간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의 일상(133p)도 여행에서만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체득한 나름의 요령으로 여행 가방은 최대한 가볍게 싸서 무겁게 돌아온다. 이젠 딱히 살 게 없네, 한국에 다 있네, 라면서도 그냥 귀국하기는 아쉬우니까.(34p) 여행 중 고독이 밀려들어 우울해질 때면 다국적 거대 브랜드 자라와 스벅의 힘을 빌리지만(49p), 어느 순간엔 ‘우와, 나 이 동네 사람 된 것 같아!’라며 여행지에 과몰입하기도 한다.(67p) ‘여행’에 관한 별다를 것 없는 우리의 기억이다.

신예희 작가의 이야기는 공항으로 향하는 길부터 여행지가 ‘우리 동네’처럼 익숙해지는 순간, 그리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는 때까지를 다채롭게 그려낸다. 25년 차 프로 여행자이자 음식과 여행, 관심 있는 기타 등등에 관한 다수의 책을 쓴 신예희 작가는 텍스트만으로 여행의 기억을 소환하는 힘이 있다. 그녀의 글을 읽다 보면 홀린 듯 사랑하게 된 여행지가 떠오르고 선호하는 여행지의 날씨나 꼭 가져가야 하는 필수품 같은 나의 여행 성향도 되짚어보게 된다. ‘여행 썰을 풀다 보니 눈물이 난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시국에 곱씹는 여행의 기억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그나저나 터키에선 하루에도 몇 번씩 “꼬레(kore)?”라는 소리를 들었다. 한국인이냐고 묻는 것이고, 아주 높은 확률로 질문자는 남성이다. 정말로 궁금해서 묻는 것 같진 않지만 무시하고 쌩 지나가려니 뼛속까지 유교걸은 마음이 불편해진다. (…) 그래서 마법의 앱 구글 번역기에서 ‘규네 꼬레(Guney Kore)’를 찾아냈다. 사우스 코리아의 터키어 표현이다. 요걸 외워두었다가, 다음번에 누군가 “꼬레?”라고 말을 걸 때 세상 시크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것이다. 흥, 규네 꼬레거든? 상대방이 헉, 하고 놀란다. 터, 터키어 할 줄 아세요? 물론 못 하지만, 어깨 한 번 으쓱해주고 가던 길을 계속 간다. 아… 방금 나 너무 멋있었어….
_pp. 148~149

물론, 길거리 희롱과 인종차별, 맞지 않는 음식이나 아픈 몸처럼 여행에는 불쾌한 기억들도 있다. 어쩌면 굳이 다시 끄집어내서 곱씹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삶도, 여행도 투덜거리며 어떻게든 해나가고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여전히 잘 살아가고 싶고, 잘 여행하고 싶다. 투덜거리면서도 눈 딱 감고 덤빌 만큼 여행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분명 진한 여행의 향수를 불러일으켜 줄 것이다. 그리고 다시 여행을 떠나게 될 때까지 여러 번 꺼내어 읽을 수 있는 자그마한 위로의 글이 되어주기도 할 것이다.

종이책 회원 리뷰 (45건)

잊혀져가는 여행의 기억을 담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눈* | 2022.08.17

3년 전까지만 해도 한해 두어 차례는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그런 우한폐렴이 확산되면서 출입국이 까다로워진 것도 있고, 감염으로 인한 개인적인 피해는 물론 국내에 전파하게 될 위험도 있어서 해외여행을 자제해오고 있습니다. 이집트를 구경하고 202111일 입국한 것이 마지막 여행이었으니 생각보다 길어진 셈입니다.

 

해외여행에 나서지 못하는 답답한 심경을 담은 신예회님의 이렇게 오랫동안 못 갈 줄 몰랐습니다을 읽으면서 공감을 느껴보려는 취지의 책읽기였습니다. 여행을 떠나지 못해 속이 울컥울컥 버글버글 끓다 못해 콧구멍에서 허연 김이 나오는 것같은 심경으로 일기라도 써보려고 시작한 글쓰기가 한권의 책이 되었고, <이렇게 오랫동안 못 갈 줄 몰랐습니다으로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글 내용을 보면 해외여행을 떠나지 못해 앙앙불락하는 심경은 서문에만 담았을 뿐 본문의 내용은 여타의 여행기와 크게 다를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여행과 관련된 책들을 내신 바 있습니다만, 자신의 여행에서 얻은 느낌과 생각을 담은 책은 처음이었던가 봅니다.

 

하늘 위에서 먹는 밥의 맛이라는 시작 글은 기내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비행기에 탑승하여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맨 순간부터 모든 정신이 기내식에 쏠려 안절부절 못한다고 하셨는데, 저와는 상당히 다른 면인 듯합니다. 어디를 가더라도 먹는 것에 목을 매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만, 저는 어떤 음식이 되었던 한끼를 때우는 것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는 편입니다. 탑승 후에 기내가 정리되면 영화를 보기 시작하거나, 볼만한 영화가 없을 때는 음악을 들으면서 들고간 책을 읽기 시작합니다.

 

40대 중반이라고 하시는 작가는 젊은 탓인지 자유여행을 즐기는 듯합니다. 그 나이 무렵에는 주로 출장이나 학회 등으로 여행을 떠났기 때문에 저 역시 공항에 내려서 숙소까지 이동하는 방법까지도 사전에 챙겨가지만 가끔은 돌발 사태로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젊어서는 출장 등 공무로 해외여행을 다녔기 때문에 빠듯한 일정으로 소화해야 했기 때문에 구경은 엄두도 내지 못하였습니다. 요즈음에는 구경하러 해외여행에 나서게 되었는데, 주로 여행사의 상품을 이용하기 때문에 별 고민을 하지 않고 여행에 나서기 마련입니다.

 

작가는 교육방송의 여행관련 편성에 참가한 적도 있는 상당한 경력의 여행작가로 여행기를 쓰는 방법을 가르치는 강사로 활동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몇 권의 여행기를 출간한 기성 여행작가가 강의를 맡게 되는데, 수업을 하는 건지 회식을 하려는 건지 헷갈리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기성작가와 친분이 있는 출판사의 편집자를 연결시켜주기도 하는 모양이라서 저도 관심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저도 여행을 다녀오면 여행기를 정리하는데, 여행기를 출판해보려고 출판사에 문의를 하면 대부분 거절받기 일쑤였습니다.

 

다양한 여행관련 수필들을 읽어보았습니다만, 우리나라 작가들의 여행수필들은 천편일률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젊은 독자들을 겨냥한 듯 필체는 물론 내용 역시 가벼운 편이라는 생각입니다. 이 책의 작가는 여러 권의 책을 내셨다고는 합니다만, 문장의 기술이 일관성이 없는 듯합니다. 서술체와 구어체가 뒤섞이고, 높임말과 낮춤말이 뒤섞여 있기도 합니다. 글의 형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독자의 입장을 고려한 것입니다. 제 경우는 책을 읽는 흐름이 부드럽게 넘어가면 집중도 되고 이해도 쉽게 되는 책읽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여행을 통하여 얻는 경험은 사람마다 다르고 느낌도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의 여행기가 일반화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느낌을 적은 여행기보다는 여행지에 관한 특별한 정보를 담은 책을 즐겨 읽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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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이렇게 오랫동안 못 갈 줄 몰랐습니다] 프로 여행러의 여행의 기억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키* | 2022.07.06


 

엔데믹이라지만,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확진자 수를 보면 아직 안심할 때가 아닌 것 같다.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도, 예전에 비해 턱없이 높아진 여행 물가를 내 텅장이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 않고... 그래서 요 며칠 동안 여행 에세이를 열심히 읽었다. 제일 먼저 완독한 책은 신예희 작가님의 <이렇게 오랫동안 못 갈 줄 몰랐습니다>. '여행 타령 에세이'라는 부제답게, 팬데믹 시기에 여행을 가고 싶어도 못 가는 마음을 담아서 쓴 책이다. 

 

이 책에 실린 글은 크게 두 개의 주제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저자의 여행 이력이다. 대학생 때 한 달 동안 유럽 배낭 여행을 떠난 것을 시작으로, 그동안 수많은 나라를 수많은 형태로 여행해온 저자.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진짜' 첫 번째 여행은 1999년 11월의 태국 방콕 여행이라고 한다. 살면서 처음으로 혼자서 2주라는 긴 시간을, 그것도 한 도시 안에서 보낸 이후로 여행 스타일이 크게 달라졌을 뿐만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까지 바뀌었다고. 대체 태국에 어떤 매력이 있길래, 다들 태국에 갔다 온 후로 인생이 달라졌다고 하는 걸까. 나도 가보고 싶다...! 

 

두 번째는 저자의 여행 취향이다. 사람마다 개성이 다르고 취향이 다른 만큼, 여행 스타일도 다를 수밖에 없다. '엄격한 관리자'로 불리는 ESTJ 유형인 저자는 출발하기 전에 숙소를 싹 다 예약해두지 않으면 마음이 안 놓이고, 가고 싶은 곳과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일의 목록을 미리 만들어놔야 직성이 풀린다고. 계획에 없는 일, 즉흥적인 일을 싫어하지만, 여행을 마치고 기억에 남는 일은 대체로 바로 그 계획에 없는 일, 즉흥적인 일인 걸 깨닫고, 요즘은 융통성 있게 일정을 짠다. 

 

여행은 다른 나라, 다른 지역의 문화와 풍습을 경험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일이기도 하다. 여행 초보 시절, 저자는 다른 사람들의 조언에 따라 배낭을 매고 맥가이버 칼을 가져갔다. 여행 경험이 쌓인 지금은 무겁고 불편한 배낭 대신 캐리어를 애용하고,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현지에서 조달하는 편이다. 한국에선 시도해 본 적 없는 노브라와 레깅스를 시도해 봤고, 이제는 여행지에서 입던 화려한 드레스를 한국에서 평상복으로 입고 다닌다. 이런 즐거움과 깨달음을 주는 여행을 언제 다시 떠날 수 있을까. 떠나고 싶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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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으로 써 내려간 글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q*****2 | 2022.05.05

“어행 썰을 풀다 보니 눈물이 날 것 같다. 구글 지도를 열고, 이 모든 게 끝나면 제일 먼저 가고 싶은 장소를 표시해본다”

 

<이렇게 오랫동안 못 갈 줄 몰랐습니다>를 펼치기 전 표지에 적힌 이 문장을 읽었더라면 다른 방향의 전개를 기대했을 듯하다. 제목만을 읽고 나서 성급하게도 난 지난 여행의 경험이 담긴 책일 거라고 짐작했다. 어느 정도는 맞으나 동시에 이는 틀리기도 했다. 특정 나라에서 방문한 매력적인 장소들, 맛난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적었으며 구체적이지도 않았다. 대신 어떠한 과정을 거쳐 자신이 프리랜서 여행작가가 됐는지, 흐름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쪽에 가까웠다.

내 경우에는 여행 작가에 대한 일종의 동경심 같은 게 있다. 속사정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하면서, 좋아하는 여행을 즐기고 책까지 출판해 돈을 버는 직업이라 참 좋을 거라 생각했다. 모두의 상황이 동일하진 않겠으나 책을 읽으며 이 부분이 가장 크게 다가왔다. 어디에 관한 책을 출판해 주었으면 한다며 거금을 여행비로 제공하는 출판사 따위는 세상이 없다. 개인 돈을 들여 여행을 다니고, 자신의 경험 중 출판사가 원하는 무언가가 있으면 그걸 책으로 출판한다. 현실이 이러므로 여행 작가라면 최대한 많은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어야만 한다. 상대가 무얼 자신에게 요구할지 미리 알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현지에서도 마냥 여유롭거나 우아하진 못했다. 하루의 경로, 에피소드, 자신이 느낀 점 등이 달아나지 않도록 하루하루 치열하게 정리해야만 했다. 수첩을 들고 다니며 일일이 기록하고, 저녁이면 이를 노트북에 옮겨가며 하나의 문장으로 풀어 적고. 태블릿을 간혹 들고 외출할 경우 어깨와 허리가 부서질 듯 눌려 괴로운데, 우리나라도 아닌 해외 여행을 하면서 노트북을 들고 다닌다고 생각하니 끔찍했다. 물론 기록을 꼭 노트북으로 하란 법은 없고, 저자 또한 자신만의 방법을 고안해 내가 언급한 고통으로부터 조금 자유로워지기는 하였지만.

삶이 참 우연으로 뒤덮여 있다는 걸 여행 작가의 길로 접어든 저자의 경로를 읽으며 느꼈다. 예고치 않은 해고의 충격을 해소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 게 계기였다. 어찌 보면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것인데, 그 시점에서는 앞으로 자신의 삶이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지를 전혀 알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혼자서 해외에 나간다는 게 주는 두려움도 그 무렵엔 상당했다. 긴 시간동안 바삐 움직이지 못했고, 한국인들이 주로 찾는다는 장소에서 한 치도 벗어나질 못했다. MBTI의 틀에 갇혀 사람을 판단해서는 곤란할 테지만 ESTJ 라는 저자에 대해서도 살짝은 상상해 보게 됐다. J는 하나부터 열까지 계획을 세우는데 능한 유형으로, 나 또한 때론 숨이 막힐 정도로 깨알 일정을 작성해 이로부터 조금이라도 벗어날라 치면 스스로를 괴롭히는 편이다. 근데 저자의 에피소드에선 즉흥적인 성격이 엿보였다. 레게머리에 브라질리언 왁싱까지, 과연 이를 계획하고 했을까 싶었다. E 부분도 왠지 성향이 강하지는 않을 듯했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스타벅스, 익숙한 장소에 들러 듣던 음악을 들으며 비로소 되찾는다는 마음의 안정은 왠지 E 성향에겐 어울리지 않을 듯도 했다. 어쩌면 주어진 환경이 각자의 행동을 낳는 주된 요인일지도 모르겠다. 만일 저자가 계속해서 우리나라에서 직장을 다닌다면 여행을 떠나기도 힘들뿐더러, 혹 가능하더라도 한 나라에 오랜 기간 머무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과감하게 노브라 상태로 활보하는 일 역시 어찌 보면 아무것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거창한 결심을 필요로 하는 일이기에 힘들었을 것이고.

아직은 현재 진행형으로, 코로나19 의 종식을 논하기란 이르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는 뉴스를 접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도 숨통이 꽉 막힐 것만 같은 통제로부터 차츰 멀어지고 있고, 저자가 즐겨온 여행 또한 조금씩 활기를 뛸 듯하다. 가고픈 곳이 많고, 그 중 몇몇은 역사의 뒤안길로 아예 사라졌을 수도 있다. 그래도 기다리면 다시 여행할 수 있는 시절이 눈 앞에 펼쳐질 것이다. 저자의 첫 여행 장소로 선택 받는 곳이 어디가 될지 궁금하다. 이후로는 과거를 그리워하며 내뱉는 타령이 아닌 생생한 여행기를 쓸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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