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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밤의 낱말들

유희경 산문집

유희경 | 아침달 | 2022년 6월 3일 한줄평 총점 0.0 (7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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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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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5일 서비스 종료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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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한밤을 수놓는 다정하고 쓸쓸한 이야기들
시인 유희경의 첫 산문집

유희경 시인의 산문집 『반짝이는 밤의 낱말들』이 아침달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근작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문학과지성사, 2018)까지, 총 세 권의 시집을 펴내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시인이 데뷔 12년 만에 선보이는 첫 산문집이다.

『반짝이는 밤의 낱말들』은 유희경 시인이 십 년에 걸쳐 쓴 산문이다. 시 쓰는 틈틈이 ‘적요’를 느낄 때마다 기록한 135편의 이야기를 한데 엮었다. 시인이 오랫동안 애정을 갖고 쌓아 올린 이야기 속엔 당신에게 다정히 건네는 사랑과 삶의 문장들이 별처럼 반짝인다. 하루의 끝에 매달리는 겹겹의 감정들을 포착해 섬세한 시인의 언어로 그려냈다. 애틋하게 ‘당신’을 호명하는 이 이야기 속에서, 독자들은 자신과 닮은 수많은 ‘당신’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목차

prologue
당신에게 16
Ⅰ. 밤의 낱말들
제1부 낯설고 먼 곳의 오래된 성당에서
걸음 24
손금 26
졸음 28
책상 30
일 초 32
왼편 34
바람 36
불안 38
목련 40
벚나무 42
벚꽃 44
첫사랑 46
자리 48
일기 50
고양이 52
주인 54
대화 56
아이 58
지움 60
웃음 62
봄날 64
얼굴 66
안녕 68
거리 70
성당 72
손톱 74
전생 76
장대비 78
우산 80
버스 83
구름 86
그늘 88
능소화 89
베란다 81
커튼 93
화분 95
향수鄕愁 97
부슬비 100
멀미 102
어둠 104
선물 가게 106
노래 108
수첩 110
늦잠 112
눈썹달 114
장마 116
선잠 118
고담古談 120
물음표 122
답장 124
공 126
퇴근 128
노크 130
테이블 132
제2부 우리는 저녁에 만났다
낯섦 136
별 138
전도傳導 140
낙엽 142
부재 144
알약 146
사직서 148
맥주 150
서운 152
기차 154
비행 156
꽃집 159
생일 161
안부 163
선풍기 165
그날 167
밤 산책 169
연필 171
불면 173
정리 176
뒷모습 178
고속버스 180
괜찮다 182
가을 184
사진 187
터널 189
첫눈 191
약속 194
입동 196
두 시 198
귀가 201
전화 203
겨울 205
다시 207
국수 212
아침 214
트리 216
허기 219
사연 221
노래 223
빈곤 225
언덕 227
엽서 229
술집 231
이어폰 233
빈방 235
머뭇 237
장면 239
감기 241
마음 243
소식 245
하얀 247
이불 249
바다 251
코트 253
사무실 255
장갑 258
컵 260
라디오 262
연주 264
이야기 266
Ⅱ. 밤의 문장들
어젯밤엔 행사가 있었습니다 270
긴 의자에 두 사람이 앉아 있어 272
두고 잊지 못하는 벚꽃의 시절이 있습니다 274
나는 주로 혼자 있고 싶어 하지만 276
보셨는지요. 오늘은 날이 참 좋았습니다 278
어린 시절엔 착하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어요 280
아끼는 가수의 새 앨범이 나온 날입니다 282
이제 우산 선물은 원하지 않아요 284
테이블이고 식탁이고 책상인 사물을 가지고 싶어요 286
색 너머 떠오른 채 가라앉지 않는 288
약병의 색만큼 묘한 것이 또 있을까 290
생일이 봄인 사람은 다정하대요 292
자는 모습을 더없이 사랑합니다 294
사진을 찍을 때 멎고 마는 무언가를 생각합니다 296
나는 새벽 두 시에 잡니다 298
한 끼 식사에도 참 많은 것을 담게 되지요 300
당신, 하고 적으니 스르르 잠드는 당신 302
어쩐지, 당신은 꿈을 잘 기억할 것만 같아요 304
오늘 아침엔 당신이 더 좋아졌습니다 306
운동장 구석에 가만한 나의 사랑 정글짐 310
epilogue
당신에게 314

저자 소개 (1명)

저 : 유희경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과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했다.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데뷔, 시인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오늘 아침 단어』 『당신의 자리-나무로 자라는 방법』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산문집 『반짝이는 밤의 낱말들』, 『세상 어딘가에 하나쯤』 등을 펴냈다. 시 동인 ‘작란’의 한 사람.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시인이고, 시집서점 ‘위트 앤 시니컬’의 서점지기이다. 시집을 펼쳐 잠시 어딘가로 다녀오는 사람들을 마중한다. 종종 서점에 머무는 독자들에게 머그에 커피를 담아 건네곤 한다. 종일 이 작은 서점 일의 즐거움에 대해 궁리한다.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과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했다.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데뷔, 시인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오늘 아침 단어』 『당신의 자리-나무로 자라는 방법』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산문집 『반짝이는 밤의 낱말들』, 『세상 어딘가에 하나쯤』 등을 펴냈다. 시 동인 ‘작란’의 한 사람.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시인이고, 시집서점 ‘위트 앤 시니컬’의 서점지기이다. 시집을 펼쳐 잠시 어딘가로 다녀오는 사람들을 마중한다. 종종 서점에 머무는 독자들에게 머그에 커피를 담아 건네곤 한다. 종일 이 작은 서점 일의 즐거움에 대해 궁리한다.

출판사 리뷰

한밤을 수놓는 다정하고 쓸쓸한 이야기들
시인 유희경의 첫 산문집

유희경 시인의 산문집 『반짝이는 밤의 낱말들』이 아침달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근작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문학과지성사, 2018)까지, 총 세 권의 시집을 펴내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시인이 데뷔 12년 만에 선보이는 첫 산문집이다.

『반짝이는 밤의 낱말들』은 유희경 시인이 십 년에 걸쳐 쓴 산문이다. 시 쓰는 틈틈이 ‘적요’를 느낄 때마다 기록한 135편의 이야기를 한데 엮었다. 시인이 오랫동안 애정을 갖고 쌓아 올린 이야기 속엔 당신에게 다정히 건네는 사랑과 삶의 문장들이 별처럼 반짝인다. 하루의 끝에 매달리는 겹겹의 감정들을 포착해 섬세한 시인의 언어로 그려냈다. 애틋하게 ‘당신’을 호명하는 이 이야기 속에서, 독자들은 자신과 닮은 수많은 ‘당신’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당신이랑 걷는 일. 나의 걸음은 빠르고 당신의 걸음은 느리니까 나는 언제나 걸음의 수를 센다. 어느 정도의 속도로 세면 되는 것인지, 그건 마음이 안다. 생각보다는 빠르고 마음보다는 느리게. 그러면 당신은 내 곁에 있다. (_p.24, 「걸음」 중에서)

세계의 첫 밤과도 같은 적요 속에서
당신께 속삭이듯 전하는 빛나는 서정

마냥 착해져도 괜찮을
지금은 당신의 시간 (_p.5 중에서)

『반짝이는 밤의 낱말들』은 당신의 안녕을 바라는 시인의 밤 인사가 담긴, 한 편의 시로 시작된다. 풋잠에 빠진 사람 곁에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불러주는 자장가 같은 다정한 다독임이다. “세계의 첫 밤을 생각”하며 시인은 “나도 당신도 없고 추억도 막막함도 없는” 공간을 우리 곁으로 불러와 그 조용한 세계에서 밤의 서정을 노래한다.

『반짝이는 밤의 낱말들』은 ‘밤의 낱말들’과 ‘밤의 문장들’, 두 개의 장으로 나뉜다. 첫 장 ‘밤의 낱말들’에서는 115개의 낱말에 얽힌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낱낱의 이야기들은 사계절의 정서에 맞추어 흘러간다. 시인이 삶을 살아내며 겪었던 여러 감정을 다양한 이야기의 형태로 풀어냈다. 사계절의 온도와 맞닿으며, 어떤 날의 채비와 분주함과 흩어짐을 고백한다. 시인의 순간들을 포개어 우리 안에 맺혀 있던 밤의 낱말들을 다시 꺼내게 한다.

나의 기척은 당신 오른편에서 안녕한지. 아니, 이러한 나의 기척을 당신이 알고는 있는지. 그래서 나를 보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여전히 나는 돌아보지 않았고 여전히 벚꽃 잎은 쏟아지고 있었고 당신은, 나의 왼편에 있을 거였다. (_p.35 「왼편」 중에서)

창밖은 더 어두워질 수 없을 때까지 어두워졌고 차들은 여전히 내달리는 중이었다. 옆방에서 누가 짧게 헛기침을 했을 뿐 건물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없었다. 나는 오래 눈을 감고 있었다. 움직이면 넘칠까 봐 겁내는 한 컵의 물처럼. 가만히. (_p.186 「가을」 중에서)

두 번째 장인 ‘밤의 문장들’에는 다정한 편지와도 같은 20편의 산문을 실었다. 「두고 잊지 못하는 벚꽃의 시절이 있습니다」 「생일이 봄인 사람은 다정하대요」 「자는 모습을 더없이 사랑합니다」 「당신, 하고 적으니 스르르 잠드는 당신」 등, 글의 첫 문장으로 만든 제목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시인이 직접 말을 건네는 듯한 이야기들로 읽는 이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선다.

당신의 밤을 환히 밝히는
시의 언어로 적힌 연서

『반짝이는 밤의 낱말들』에서 시인은 자주 ‘당신’을 호명한다. 시인과 당신은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 속에서 바라봄과 기다림으로 마주한다. 시인은 그 경계를 서성이며 “깊어진 밤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것들”을 살핀다. 그리고 “어떤 것이 기억되고 또 어떤 것은 기억되지 않는지. 기억되지 않는 순간들은 어디로 사라져버리는 것인지”에 골몰한다.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 부풀어 오르는 낡은 커튼. 왁자지껄한 하교 시간의 소란이 잦아들어 찾아오는 어색한 고요. 그 뒤를 따라오는 평온. 그때만큼은 교실도 포근해진다. (…) 거기 그녀가 있다. 혼자 있다. 무심히 운동장으로 향한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_p.46~47, 「첫사랑」 중에서)

나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도저히 올 것 같지 않은 당신을. 매번 봐도 볼 때마다 기꺼운 눈 같은 당신을. 손으로 받아낸 조용한 눈송이 몇 개를 쥐고 주머니 속에 넣으면 당신이 올 것 같았다. 당신을 위한 첫눈. 그 최초의 기억. (…) 시간은 멈춘 게 아니라 한꺼번에 지나간 것이다. 왜 기억 위로 눈이 내리는 건지. 나는 통증을 지우려고 두 눈을 감았는데. 사박사박 당신이 오는 소리가 들렸고 그렇게 듣고 싶었던 소리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_p.193 「첫눈」 중에서)

깜깜한 밤이 되면 사람은 누구나 오롯이 혼자가 된다고 시인은 말한다. 그렇게 말해주고 곁에 있어 준다. 당신의 마음에서 길어 올린, 생활의 낱말들을 밤의 이불 위에 펼쳐놓고 가만히 기다린다. 그중 하나를 당신이 가리킬 때까지. 그리고 그것에 가장 어울리는 이야기를 입혀 주고 한낮의 사나운 기억과 고단함의 얼굴을 씻어준다. 오롯한 혼자처럼, 반짝이는 밤의 낱말만 남겨지도록. 밤의 고요보다 더 깊고 가만한 언어로 조용한 인사를 건넨다.

『반짝이는 밤의 낱말들』은 시인 유희경이 어두운 방에서 스탠드 불빛에 의지한 채 십 년을 타박타박 적어 내려간 이야기들이다. 시인은 이 이야기 속에 어두운 밤의 적요, 그 익숙한 듯 낯선, 처음인 동시에 처음이 아닌 감정들을 담고 있다. 잠 못 이루는 한밤의 적요를 당신으로 여기고 있을, 수많은 당신들에게 시인이 건네는 사랑의 낱말들이 가닿기를 바란다.

종이책 회원 리뷰 (7건)

반짝이는 밤의 낱말들/유희경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s******i | 2021.03.28

이 책이 참 희안한게 술술 읽히는 듯 하다가도 또 막혀서 다시 되돌아가고 뭔가 낱말들이 슬금슬금 읽히는 듯 해서 이게 뭔가 싶었는데 가만히 보니 산문이라고 했지만 (적어도 내게는) 시처럼 읽는게 맞다는 걸 깨달았다. 제목도 걸맞게 밤에 읽어야 그 슬금슬금한 느낌적인 느낌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그 슬금슬금한 느낌을 따라가다가 문득 어느 낱말에 어느 문장에 마음 저기 어디 한 구석이 조금 저릿해진다 싶으면 거기에 멈춰서서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며 또 읽으며 간만에 찾아온 그 저릿함을 가만히 되뇌어 본다. 신기한 책. 산문인 척 하는 시.

 

도착 예정 시간을 넘겼음에도 버스는 도착하지 않는다. 그는 버스가 올 방향을 바라본다. 그녀는 찬찬히 그의 표정을 읽어볼 수 있을 만큼 떨어져 있다. 그의 눈썹에 맺힌 작은 땀방울, 이렇게 바람이 부는데, 아직 여름도 아니고 그는 그늘에 있는데도. 그녀는 그것을 닦아주고 싶다. 봄날의 시간이 흘러간다.

그들은 아직 돌아갈 기차 시간을 알아보지 않았다. 그녀는 그렇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냥 덥네요, 하고 만다. 그는 무언가 대꾸할 말을 찾기라도 하듯, 입술을 달싹대지만 그러고 말 뿐이다. 몰래, 여름에 가까운 봄날, 낯설고 오래된 소도시에서 그녀는 그와 함께 있다. 멀리 버스가 한 대 오고 있으나, 그들이 타야 할 버스인지 아닌지, 그녀는 궁금하지 않다. 마음이 저수지인 듯 찰랑거렸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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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시인의 산문 [산문-반짝이는 밤의 낱말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책****벤 | 2021.03.03

시인의 산문을 읽을 때가 있다. 시인의 시를 읽는 게 분명히 더 좋겠지만 시보다 산문이 더 끌리기도 하는 어떤 날.

 

이 시인의 이름은 시인이 운영하고 있는 서점 덕분에 알게 되었다. 방문해 볼까 어쩔까 하는 차에 코로나 19가 확산되었고, 이제 그곳으로의 이동은 영 기약을 할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시인을 가까이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시를 즐겨 읽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행운이자 축복이자 행복을 느끼게 해 주는 일이라는 것을 시인은 알고 계실까. 이 책은 순전히 그 기분을 조금이라도 더 진하게 느껴 보고자 빌려 읽은 책이다.(구입해서 읽은 게 아니라 죄송하지만) 

 

책은 시와 산문의 경계선을 덮고 있는 글들로 채워져 있다. 시로 읽고 싶으면 시로 읽고 산문으로 읽고 싶으면 산문으로 읽고, 수필로 읽고 싶으면 수필로 소설로 읽고 싶으면 소설로 읽어도 좋을 만큼 어중간하고 묘하게 다 품고 있는 범위다. 나는, 내가 좋을 대로, 시 쪽으로 확 끌어 당겨서 읽었네. 그래서 한 줄 한 줄 찾아 가며 타이핑도 했지. 

 

책은 '1부 밤의 낱말들'과 '2부 밤의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다. 1부의 낱말들에서는 제목에 해당하는 각 낱말마다 두 쪽에 걸친 글을 펴 놓고 있는데 제목 바로 아래에 본문에서 뽑은 짧은 글이 함께 실려 있다. 다음 사진의 모습과 같이. 


 

읽는 초반에는 이 구성이 내 읽기를 방해했다. 시인이 스스로 뽑아 놓은 글이 본문의 어느 지점에 있나 자꾸만 먼저 찾으려고 하는 조바심이 일었던 탓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제목 아래를 건너 본문을 먼저 읽고 내가 좋아하는 구절을 찾아 시인이 뽑아 놓은 것과 비교하는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시인이 골라 놓은 메시지와 같으면 같은 대로, 다르면 또 다른 대로 헤아려 보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으니. 그 문장들을 하나씩 타이핑하는 동안 나는 시인의 시 속으로 흠뻑 빠져들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언젠가는 그 서점에 가 볼 날이 오지 않을까. 가서 내가 좋아하는 시인의 시집을 고르고 서점 주인의 시집도 골라서 사인도 받고 이 서점을 운영해 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도 드리고 그랬으면(마지막 것은 끝내 못하겠지만). 서점이 오래도록 번창해 있기를 기원하는 마음이다.  

 

 

24

생각보다는 빠르고 마음보다는 느리게. 그러면 당신은 내 곁에 있다.

 

26

손을 내놓아보라는 소리는 참 온도 높지. 열이 열을 만나는 순간이니까.

 

29

거리가 일제히 숨을 죽이고 빛은 언제나 먼 옛날의 것이 되었다.

 

33

좁고 길고 환한 시간.

 

35

감정에도 기척이 있구나. 그럴 땐 돌아보지 않아도 되는구나.

 

36

결심은 사소하고 쓸모없지. 나뭇잎이 떨어진 자리에 동그란 새순을 내미는 저 나무처럼.

 

43

누구에게나 뽑히지도 흔들리지도 않는 이야기가 하나쯤 있으며, 깊은 밤 벚나무 같은 그것을 오래오래 잊으려 노력하는 법이다.

 

47

어째서 그 아이를 그토록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지.

 

51

궁금해하지 말아야지. 이 밤처럼, 작게 빛나는 것만 몇 흔적처럼 남아 있을 뿐 이미 지나가버린 일이다.

 

79

평생 다시 만날 일은 없겠지. 남은 삶을 다 살아보지도 않고서도 안다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81

검은빛이 다 녹아 이제는 먹빛 구름을 닮아가는 우산은 이따금 기우뚱 마음을 기울였다.

 

88

나는 곧 지나가버릴 지금을 사랑하고 있다. 

 

115

한참 서 있어도 좋은 계절.

 

129

나는 이따금 역 앞의 무수한 사람 중 하나가 되고 이따금 손을 내려다보며 낯선 자신을 발견하는 생각을 하는 그저 흔한 사람이기도 하다.

 

133

오래전에 태어나 먼 여행을 마친 빛과 함께 늦지도 이르지도 않은 점심을 그와 함께해야겠다.

 

139

숨이 마음에 닿을 때 걸음은 가벼워지고 사람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닌지.

 

153

오지 않은 것까지 오지 않으려는 것까지 떠올리고 잡았다 놓쳐버린 물고기의 자맥질을 보듯 막막하게 지켜본다.

 

163-164

두근거리던 날들과 시큰거리던 날들이 쉼 없이 지나가고 있었구나.

 

168

올 날이 아니라 가버린 나이라서. 나는 자꾸 그날을 곱씹는다. 그 저녁과 밤. 

 

177

버린 것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것이 감정일지라도.

 

182

괜찮다, 괜찮다, 비가 세 음절로 떨어진다.

 

193

시간은 멈춘 게 아니라 한꺼번에 지나간 것이다. 왜 기억 위로 눈이 내리는 건지. 

 

197

그것은 기억이 아니며 기록도 아니고 망설이며 서성이다가 삼키고 마는 사라짐 같은 어떤 것.

 

201

집으로 가는 길은 언제 시작되는 것일까.

 

206

설령 잊더라도, 조금만 잊어야지. 아주 까맣게는 아니게. 더듬대면 언제든 찾을 수 있게.

 

210

당신은 구름처럼 가장 멀고 아득하려다가 흘러간다.

 

215

사람들로부터. 나의 일상으로부터. 내가 발붙이고 살아가고 있는 이곳으로부터. 점점 더 멀리. 곧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 만큼. 

 

225

아무리 애를 써도 사람은 사람 곁에 있을 수 없고 멀리 떨어져 있는데.

 

227

어느 집의 생활은 물에 씻겨 내려가는 중이어서 너무 늦은 밤은 너무 늦은 것이 아니 되기도 한다. 



 

236

여전히 아무것도 쓸 수 없었지만 그래도 저녁이라니, 이 속절없음이 그래도 좋았다.

 

237-238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내가 몰랐던 것은 세상에 없는 것이고 내가 몰랐던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게 될지도 모른다.

 

240

그것을 사랑하기 위해 단숨에 일생을 써버리는 어떤 사람은 겨울을 산다. 

 

244

적지 않은 글자를 받지 않은 당신을 조금 미워했다가 아니 그럴 수 없으므로, 없는 일이니까 나는 깜깜한 창밖보다 더 깜깜해져서, 어떤 소리든 안으로 건너왔으면 바라고 있다. 

 

247

왜 매번 눈은 사람을 혼자로 만드는 것일까.

 

250

귀에는 먼 소음이 닿았다 사라지고 들렸다 사라지길 반복하고 아무도 어떤 일도 나를 깨우지 않을 거라는 믿음에 눈을 뜨지 않는 그런 꿈.

 

270

모두 각자 자신의 쓸쓸을 감추기 위해 누군가는 친구를 만들고 이 일 저 일에 참견하면서 쓸쓸로 쓸쓸을 덮는 것이 아닐까.

 

273

누구도 말하지 않고 무엇도 말해지지 않습니다. 사이에는 오직 기대만이, 언어의 몸을 갖기 전, 짐작만이 맴돌고 있어요.

 

277

당신도 모르게 당신이 된 당신은 듣고 있을까.

 

279

오늘 내겐 뒤가 없었고 세상은 종잇장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나는 그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끝없이 그 앞으로만 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285

생각해보니 우산에게는 정말 못 할 짓이지만 여행하지 않는 우산 하나쯤은 있어도 좋은 일인 듯합니다. 

 

288

그렇게 매번, 돌아보게만 만드는 단어, 청춘.

 

293

나의 무탈함이 누군가에겐 큰, 커다란 선물일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299

어떤 것도 분명해지지 않는 두 시에, 어젯밤 두 시에, 내가 참 좋아하는 두 시에. 

 

3006

발견하는 순간 생이 환해지고 조금은 살아 있구나 하게 만드는 그런 구름의 기분.

 

317

미래의 일과 과거의 일이 만나 그것이 사람을 간절하게 만들다니. 오지 않은 일들이 오지 않을까 봐서 안달하는 마음이 그만 깊어지고 말았지요. 

반짝이는 밤의 낱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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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제목 표지 모두 너무 예쁘고 잘 어울려요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v****3 | 2021.01.04
잠이 오지 않는 밤 읽기 좋은 책이에요.

괜찮다가 아니라 괜찮지 않다가 되어서 그림자를, 딱 그만큼의 그림자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내 것이 아니다. 빛의 것이며 그것은 슬프지도 아프지도 무섭지도 않으며 다할 때까지만 것이다. 이런 저녁에. 다음 저녁에도. 아마득한 먼 옛날과 미래에도 저녁은.

p.39


한여름 커다란 나무의 부서질 듯 흔들리는 잎사귀 아래서 느낄 수 있는 기쁨을 당신은 내게 준다. 당신과 나의 사이에 바람이 분다. 작은 것들 흔들리고 나는 그것들보다 당신이 좋다.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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