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푸른숲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쓰는, 주관적 후기임을 밝힙니다.
#푸른숲북클럽 #오늘브로콜리싱싱한가요 #이용재 #푸른숲 #식재료에세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요리가 남 일이던 때가 있었다. 차려주는 대로 먹고, 있는 반찬으로 먹고, 급식 먹고 오다가다 대강 입에 맞는 데서 사먹고... 제철 식재료니 색다른 맛이니 해도 그때그때 입에 맞으면 그 뿐.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 이왕지사 먹는 거 맛있으면 좋지만 특출난 미식가도 아니니 괜찮네~싶으면 된 게 아닐까. 하던 때가 있었다.
이름 내지는 얼굴을 걸고 내세운 여러 요리사며 가게에, 세상은 넓고 천지에 널리고 널린 게 먹을거리 아닌가. 하루가 멀다하고 앞다투어 신메뉴!를 외치는 외식브랜드가 수없이 많고 밀키트도 여간 잘 나오는 게 아니다. 그런 세상에서 먹는 즐거움, 그것도 재료의 맛과 쓰임에 집중해 골라내 공을 들이는 즐거움은 어쩐지 요원한 일이 되어버리고 만다.
이 책의 저자는 식재료에 진심인 자, 먹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자다. 장르를 오가며 예찬에 가까운 온갖 지식을 풀어놓는 입담을 따라가다보면 절로 침이 고이고 괜히 냉장고 안 식재료를 흘끔 들여다보게 된다. 그렇구나. 이래서 맛이 없었구나. 중얼거리면서. 진열대 앞을 무심히 지나치며 있는지 없는지 몰랐던 재료들 또한 다이닝이 아니어도 충분히 맛있는 것이 될 수 있다. 내게는 아스파라거스(p.121)가 그랬던 것처럼.
"평범한 식재료를 더 맛있고, 향긋하게 즐기는 법!"이라는 자신만만한 문구의 의미를 몇 장 넘기지 않고도 깨달을 수 있다. 이 사람, 먹는 데 상당히 진심이구나. 직접 사온 토마토 껍질이 질기기가 너무해 그 이유가 궁금한 나머지 생산자에게 전화를 거는가 하면(p.82) 대강 색 내고 식감 더하는 재료로 취급되는 브로콜리마저 빛깔과 모양새를 따져 최고의 맛을 골라내는 방법을 소개하기도 한다(p.133).
그러나 미식을 주장하는 많은 요리서가 으레 그러하듯 듣도보도 못한 저 먼 나라의 희귀한 재료를 필수라고 하지 않는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이 저자는 먹는 데 상당히 진심이다. 끼니마다 혀가 절로 꼬이는 이국의 뭐시기만을 고집하다가는 시장이며 백화점까지 발품팔아 얻는 싱싱한 재료와는 영 연을 맺지 못하게 된다. 현란한 기술이며 엄격한 등급을 잠시 내려놓는 마음으로 어깨에 힘을 빼고, 어쨌든 도구와 관용에 맡길 것은 맡겨보자.
p.42 "따라서 나의 맛에 자리가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은 반면 가격대는 확실한 여섯 자리인 경우가 많으니 굳이 집착할 필요는 없다."
p.219 " 버릴 게 없는 가운데 여러 켜가 있으니 조금 섬세해질 필요가 있다. 우리 자신의 몫도 조금은 있지만 대부분의 섬세함은 강판이 짊어질 것이다."
에세이인듯 레시피북인듯, 가벼운 디저트부터 마지막 재료인 귀리를 응용한 식사까지 아마추어 셰프를 자청하는 현대인에게 다정하고 유쾌한 식재료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겠다. 이건 뭐고 저건 뭔지, 왜 이건 요리조리 굴려봐도 맛이 없는지 알 턱이 없는 생초보에서 벗어나 재료의 힘을 최대한 이끌어내 맛의 표정을 느껴본다면, 당신의 식세계는 이전의 삶보다 즐거움이 1.5배쯤(그 이상은 개인차가 있을테니) 상승한 곳이 될 것이다. 약속한다. 가는 손이 고와야 오는 맛이 곱다.
p.138 "에라 모르겠다고 푹 삶아버렸다가는 사달이 나지만, 약간의 섬세함을 발휘하면 방울양배추도 아름답게 익어 우리에게 화답해준다."
저자가 소개하는 요리법에 살짝 변형을 주는 것도 좋으리라. 가령, (아마도) 우리들의 귀염둥이, 뽀얀 구름같은 자태를 자랑하는 콜리플라워를 툭툭 잘라 드레싱과 함께 샐러드에 올려도 좋지만, 데쳐서 으깨면 삶아 으깬 감자와 식감이 매우 유사한데다 희미한 단맛까지 돈다. 매쉬드 포테이토처럼 간만 해도 좋지만, 빵가루를 입혀 살짝 튀겨보자. 튀김은 신발을 튀겨도 맛있다고 했다. 훌륭한 저칼로리 크로켓이 된다. 고로케 말고 크로켓. 고로케는 감자고로케나 사먹도록 하자. 마지막 장의 밀가루 편을 응용해도 좋겠다. 세상 간편한 98%무반죽 레시피가 있으니(p.287).
아쉬운 점이 없지만은 않다. 저자가 여타 생활 양식에서까지 비거니즘을 지향하는지는 알 방도가 없으나, 적어도 채식을 주로 하는 사람은 아닌 듯 싶다. 다만 본문의 과반이 채소와 과일 등 비건식이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이며, 동물성 재료를 따로 다루는 챕터가 있으니 식생활에서 비거니즘을 고민하는 독자는 해당 부분을 건너뛰거나 응용해 채식 레시피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는 이 아스파라거스며 가지, 호박, 토마토, 천도복숭아(중요!) 등등에 진심인 이 저자가 채식 식재료 레시피북 내지는 안내서를 하나쯤 내주지 않을까. 작은 바람을 남겨본다.
만일 당신에게도 손가락 한 번 까딱 하면 문 앞까지 오는 배달음식으로 대강 때운 끼니에 물려 꼴도 보기 싫었던 적이 있다면, 장보기라고는 편의점에서 집어온 삼각김밥에 컵라면이 전부여서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 지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다면, 미디어 유행을 타고 우후죽순 생겨나는 음식점에 입맛이 뚝 떨어져본 적이 있다면 이 책이 제격이다. 간신히 눈뜨면 출근 퇴근하면 탈진인 현대인이 재료부터 요리까지 책임질 체력과 여유가 모두 갖춰지는 경우는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허나, 누가 말했던가. 아주 작은 기적, 밍기적이라고. 뭐라도 해본다면, 하다못해 단내에 홀려 사온 딸기에 소금후추 톡톡 뿌려 색다른 맛이라도 본다면 세상은 딸기 꼭다리만큼이라도 넓어지는 게 아닐까. 오늘날 먹고살기도 바쁜 사람들에게 특히나 그런 성취가 필요한 게 아닐까. 흙으로 돌아가자는 급진적인 외침이 아니더라도, 만져보고 고르고 때로는 이고지고메며 돌아와 땀범벅 흙범벅이 되도록 손질해 지지고볶은 재료가 음식이 되기까지 애쓴다면, 그 맛과 즐거움을 어느 진미에 비할까! (물론 사먹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자신 없으면 일단 사먹고 생각하자. 현대 식품 공학 만세!)
내 손으로 밥을 해 먹은 지 12년 차이지만 여전히 요리는 어렵다.
엄마가 해주셨던 음식은 맛있지만 그 맛을 내는 것은 어렵고, 먹고 싶은 식재료가 있어도 손질하는 법이 걱정이다. 이렇게 요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나에게 식재료 책이 도착했고 <<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라는 책을 읽었다. 책을 처음 받았을 때는 '작고 두껍다'라는 느낌을 받았고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 때는 '마트에 가서 식재료를 사서 음식을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소금을 '꼬집'이라고 표현하는 대신 '자밤'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했다.
궁금한 마음에 국어사전도 찾아보았다.
자밤
나물이나 양념 따위를 손가락으로 모아서
그 끝으로 집을 만한 분량을 세는 단위
나는 <<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라는 책도 읽었고, 국어사전도 찾아보았으니 앞으로 소금을 표현할 때, '꼬집'이라는 말 대신 '자밤'이라는 말을 사용하게 될 것 같다. 유명한 연예인이나 요리에 관심 있는 사람들 중 누군가가 이 책을 읽고 텔레비전에서 '자밤'이라는 말을 사용하면 '꼬집' 대신 이 '자밤'이라는 표현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빨리(?) 알려지고 널리 사용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기 며칠 전에 우리 집에서도 설탕을 대체할 단맛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우리 집 요리에는 일반 설탕을 주로 사용하고, 음식을 찍어 먹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자일로스 설탕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단맛에 대한 다른 것으로 검색했을 때 '알룰로스'라는 성분이 괜찮다고 해서 구입을 생각하던 중이었다. (성분은 괜찮으나 설탕의 70% 당도라서 구입을 망설였다) 그러나 작가는 설탕을 무조건 피하기보다는 '적절히 쓰기 = 잘 쓰기'라는 개념으로 접근하길 권한다. 디저트를 즐기고 싶다면 끼니에서는 좀 덜먹어야 한다고!
그래서 나는 지금처럼 집에서 요리할 때 설탕을 사용하되, 설탕의 양을 조금 더 줄여보기로 했다!!
매년 딸기의 끝물이 되면 하는 고민.
'딸기잼을 만들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 책에 나와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딸기는 생식에 초점을 맞춤 품종이라 수분 때문에 잼을 만들면 묽은 수프처럼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노력에 비해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못할 수 있다고 한다. 오래전에 엄마가 만들어 주셨던 딸기잼이 상한 것처럼 흘렀던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 지금처럼 잼은 구입해서 먹는 먹자..!!
이 외에도 책을 보고 나서 따라 하고 싶은 것들이 생겼다.
이미 몇 가지는 해보았고, 일부 식재료를 보면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 생각나서 웃음이 나기도 한다.
1. 여름 날 외출할 때 판매하는 얼음컵을 구입해서 음료를 따라 오래오래 시원하게 먹기
2. 비빔면을 만들 때 헹굴 물에 미리 얼음 넣어서 시원하게 해놓기
3. 면에 물기 뺄 동안 면 헹궜던 물을 대접에 담아서 그릇까지 시원하게 하기
4. 레몬즙이 들어가는 것 때문에 망설였던 코티지치즈 만들기 (레몬즙 없이 만드는 레시피)
5. 가을에 베니하루카 고구마 주문해서 먹어보기
6. 내가 좋아하는 홍옥을 마트에게 보기 힘들어졌으니, 보게 되면 무조건 사 먹기!
7. 엄마가 좋아하시는 홍합탕 끓여보기
8. 작가님이 추천하는 방식으로 달걀 삶아보기
9. 작가님이 추천하는 방식으로 양파 잘라보았음....!
10. 스러스트류(귤, 오렌지 같은 아이들)의 가계도를 그려보고 싶다. 등등
누군가 보기엔 '이런 것들을 책 보고하나요?'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요리에 미숙한 나 같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서 이런 다양한 것들을 얻는 앎이 되고 기쁨이 된다면 나는 이 책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이렇게 좋은 책이었지만, 조금 아쉬웠던 점은 우리에게 생소한 몇 가지 식품에 대한 사진 안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앞 쪽에 나오는 허브 파트와 양파와 같이 나오는 샬롯. 같은 아이들은 낯설기도 하고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어떤 식재료인지 검색해 보았다. 글로 설명해 주는 것도 좋지만 사진으로 보여주는 것도 훨씬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이 책처럼 매달 연재했던 이야기를 묶어서 책으로 출판한 것을 읽었는데 그 책에는 사진이 엄~청 많았던 것을 생각해 보면, 오히려 이 책이 실속(?) 있는 책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제 요리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 혹은 어떤 음식을 해먹을까.. 혹은 마트에서 어떤 재료를 사볼까... 고민될 때 이 책을 펴놓으면 식재료를 고르기에 즐거움을 주는 책이 될 것 같다. 먹고 싶은 식재료를 고르고 그것으로 맛있는 요리를 해서 먹는 것만큼 삶에 즐거움을 주는 일을 없을 테니까 말이다!
*미자모 카페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