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조예은 저
지난 해 늦가을부터 마음 맞는 분들과 인생 되돌아보기 모임을 하고 있다. 2~3주에 한 번, 각자 7년의 삶을 돌아보며 나누고 싶은 일들을 이야기한다. 자서전을 소박하게 말로 쓰면서 생생하게 듣는 시간이라고 할까.
세계적으로 유명한 셰프의 자서전인 이 책의 프롤로그를 읽으며 그 모임이 떠올랐다.
나는 책에 담은 이야기를 모두 정확히 기억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 세부 사항도 여기저기 순서가 틀렸을 수 있다. 특히 2부의 시간 순서는 엉망진창이다. 생각이 바뀌었든, 사실을 불성실하게 다뤘든 이제 기억을 잘 못하고 있든, 과거에 분명히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했을 것이다. 다만 이게 내가 내미는 가장 진실한 이야기라는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다.
지금의 자리에서 지난 삶을 보고 있자면, 컴퓨터로 작성한 문서를 출력해내듯 100%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일어난 일을 말할 수는 없다. 시간에 따른 기억의 왜곡, 변하는 해석과 달라지는 의미 부여로 원래 형태에서 뒤틀린 경험을 나누지만, 심리적 진실을 진솔하게 나누는 순간에 서로 치유되고 치유를 돕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인생의 맛 모모푸쿠>를 읽으면서도 마치 저자와 함께 주거니 받거니 ‘당신 삶에는 그런 일들이 있었군요,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니 제 삶의 이러저러한 순간들이 떠오르네요.’라고 대화를 나누는 듯 했다.
억압적인 가정의 분위기와 교회, 이민 사회에서 느끼게 되는 정체성의 혼란과 차별, 주위 사람들의 죽음, 요리 현장에서의 강도 높은 노동, 사업의 부침, 사람들과의 갈등, 지독한 일 중독처럼 많은 일들이 펼쳐지고 그로 인해 양극성장애와 우울증을 심하게 앓아오면서, 약물과 알콜 의존증도 겪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사람의 이야기는, 성공한 쉐프의 미끈한 성공담이 아니라, 요리와 레스토랑을 배경으로 한 한 편의 영웅 설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단, 모든 것을 평정한 상태가 아니라 아직 진행 중인, 결말이 더욱 궁금해지고, 나도 이 책을 통해 참여하게 되는, 영웅담 말이다.
인생 돌아보기 모임에서 참여원들이 매번 성장하는 느낌을 갖는 건 지난 삶에 대해 매우 솔직하게 나눠주는 분이 계시기 때문이다. 남에게 드러내기 쉽지 않은 상처, 경험을 진솔하게 나눠주는 분으로 인해 구성원 모두의 나눔이 깊이를 가지게 되는데, 이 책의 저자 또한 그분처럼 자신의 삶을 활자화된 한 권의 책으로 펼쳐보이는 것은 대단한 용기의 산물이며, 그 용기를 넘어서는 어떤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일 거라 생각했는데, “나는 우울증과 그에 저항하려는 선택 덕분에 살아남아 이 책을 썼다.(56)”는 문장에 저절로 빅터 프랭클이 생각났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이 있고, 그 공간에 응답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있으며 그 응답에 우리의 성장과 우리의 자유가 있다는 의미 치료 창시자의 말을 그대로 담아낸 책이기 때문이다.
죽은 바닷가재를 구분하는 단 하나의 기준이 있다.
허물벗기를 멈춘 바닷가재는 죽은 바닷가재다.
우리는 고된 일에 굴하지 않을 것이며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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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나를 바닷가재에 비유한다면 허물벗기를 소망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는데, 허물을 벗고 벗고 또 벗으며 인간은 다시 일어나서 다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의 삶을 통해 보여주는 저자를 보며 한번 더 용기 내어 허물을 벗어보자는 희망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 나는 저자가 이 책에 담은 치유의 음식을 제대로 맛본 것 같다. 그리고 나 또한 특색있고 맛있는 음식으로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건네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