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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스토리] 뮤지션 안예은, 늠름하게 하루하루 나답게
2022년 11월 01일
‘인생이 내 맘같이 않더라도 할 수 있는 걸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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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SNS 플랫폼인 틱톡(Tiktok)에 <문어의 꿈>이라는 노래가 큰 인기를 얻은 적이 있습니다. 알고 보니 오디션 노래 프로그램(K팝스타 시즌 5)에서 모든 경연을 자작곡으로 결승까지 진출한 TV스타입니다. 그런 사람이 에세이를 냈다니 이거 뭐 앤디워홀의 말처럼 ‘일단 유명해져라 그럼 네가 X를 싸도 사람들이 알아본다’처럼 일단 인지도를 쌓고 이제 에세이를 쓰니 세상 살기 참 쉬워보일수도 있겠습니다. 저 역시 책 표지를 보고 처음에 그런 생각이 안들었다면 거짓이었겠죠? 하지만 저는 알고 있습니다. 세상엔 보여지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싱어송라이터 안예은의 <안일한 하루>는 바로 보여지지 않는 것을 담은 기록입니다.
저자는 초반부터 뻔뻔하지만 진솔하게 얘기합니다. 책에서 자신의 철학도, 다른 가수의 서적처럼 거창한 상상력도 내세울 수 없지만 일단 ‘출간의 기회를 얻었으나 일상의 끄적거림’으로도 책을 써보는 나 같은 사람도 있어야 겠다고. 어설픈 위로나, 있어보이지만 읽어보면 별것도 없는 서적보다 이런 접근이 훨씬 맘에 듭니다. 그리고 저자의 선언(?)그대로 본서는 자신의 생각과 삶을 끄적거린 기록이지만, 한장 한장 읽다보면 안예은이란 사람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고 삶의 유지를 넘어 고군분투해왔는지를 알게됩니다.
본서의 장점은, 어릴적 소화심장과를 다니며 5번의 수술을 받고 성인이 된 지금, 같은 질병을 안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된다보다, 이제는 자신의 흉터를 가리지 않겠다는 콤플렉스를 견뎌낸 것들보다, 우울증과 정신과 이력이라는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생을 살아가는게 내 맘같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인정입니다. ‘작가’ 안예은이 <안일한 하루>에서 그 장점을 살리는 방식은 자신의 환경과 병, 그리고 어려움에 대해 그 누구의 탓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인생에서 맞이한 돌발상황을 꾸역꾸역 이겨낸 점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면서 살아가는 방식의 문제와 돌파구를 초연하게 얘기합니다. 그 어떠한 의미없는 포장없는 1급 청정수 에세이와 다름없지요.
이 초연한 기록을 읽으면서 위로/공감에세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저는, 위안과 힘을 받지는 않았지만, 이상하게 안예은이라는 사람의 삶에 대해 인간적으로 존경심을 품게되더군요. 그리고 삶의 이력서를 하나하나 채워나가는 과정에서 비슷하지만 다른 어려움을 겪었던 동질감과 함께 결국 주어진 인생의 환경은 각자 다르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한다’는 것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올해 만난 최고의 에세이 중 하나’
심장병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큰 수술을 받았어야 했던 소아 심장병 환자였고
커서는 우울증을 치료했어야 했던 #안예은
어떻게 <k팝스타5> 준우승자가 되고
#홍연 #문어의꿈 #창귀 발표한 아티스트가 될 수 있었을까?
처음에 책을 접했을 때는 #문어의꿈 작곡자인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굴곡 있고, 힘든 삶을 살았을 줄 몰랐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편하게 읽었던 #에세이
책을 읽기 전까지 안예은은 몰랐지만
호러송인 <창귀> <능소화>는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다.
호러에 엄청 내성이 있을 줄 알았는데
<창귀> 작업을 하면서
절대로 해가 진 이후에 작업하지 않고
모니터도 서로 미뤄가면서 작업을 했다는
후일담을 읽으면서 친근하게 느껴졌다.
어렸을 때 힘든 시기를 견뎌왔지만
무겁지 않게, 이겨내기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속에 있는 이야기를 툭툭 던지는 모습에
#안일한하루 읽는 동안
친구랑 맥주 한 캔 하면서
이야기하는 것 같았던 #에세이
#책속문구
작업실에 갈 때마다 출근이라는 단어를 꼭 사용한다. ‘지금 일을 하러 가는 거야’라고 생각을 해야 집에 너무나도 가고 싶은 마음에서 초인적인 힘이 발휘된다. 그리고 작업을 끝내고 집에 갈 때는 퇴근이라는 단어도 꼭 사용한다. -p.13
‘자전거 타게 해도 될까요?’, ‘턱걸이하게 놔둬도 될까요?’ 등 걱정이 가득한 질문들뿐이었다. 여기서 박사님의 명언이 폭.발.한.다. “애들이 알아서 합니다. 그냥 내버려 두세요.” 아이들도 자신의 한계점을 스스로 깨닫고 브레이크를 거는 때를 안다는 이야기였다. 말 못 하는 갓난아이도 힘든 때가 오면 울음을 터트릴 것이라고. -p.118
그리고 치료 2개월 후쯤에, 아버지가 ‘이제 우리 딸 같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니 어렸을 때 모습이 조금씩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마음이 놓였다. 고칠 수 있구나. 고칠 수 있는 거였구나. -p.161
어떤 사람이든지 자신의 인생을 함께 보낸 듯한 프로그램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괜스레 아련해졌다. 엄마에게는 <전원일기>가, 나에게는 <무한도전>이, 내 친구에게는 <해리포터>가, 또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모를 수도 있는 각각의 장르가 있을 것이다. -p.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