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나에게 뭐 먹지? 할 때마다, 난생 처음 하는 대답처럼 하는 말이 있다. 우리, 떡볶이 먹을래?
이 동네에 이사오고, 처음으로 한 외식도 역시 '떡볶이'이다. 신랑이 여기저기 알아오는 맛집중에서 안가본 곳이 많지만, 어디 떡볶이가 맛있다고 하면 꼭 한번은 가보는, 나는 떡볶이편애자다.ㅋㅋ
아무튼 시리즈가 30개도 넘게 있지만, 아무튼 떡볶이라는 제목이 제일 먼저 끌린 것도 그때문일 것이다.
설날이나 추석에 튀김을 맛있게 먹기 위해서, 꼭 한끼는 떡볶이를 명절에 해 먹는 집이 있을까? 수많은 음식이 있음에도불구하고 꼭 빼먹지 않고 해먹는 떡볶이를 기다리는 며느리이기도하다.
친구가 2년정도 떡볶이 장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집 떡볶이가 정말 맛있었다. 차를 타고 왕복 1시간 반가량 되는 거리를 자주 친구를 만나러(사실은 떡볶이도 먹으러)그렇게 자주 드나들었다.
아직도 어느 학교 앞에 떡볶이가 맛있고, 그 동네에는 이 떡볶이가 맛있고, 어느 시장에는 원조라고 알려진 곳보다 숨겨진 맛집이 어디라고 얘기해 줄 수 있을만큼 나름의 떡볶이 맛집지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요조님의 떡볶이 이야기는 재미있게 술술 읽혀내려갔다.
떡볶이에 대한 에피소드가 이렇게 많을까? 싶을 정도로, 부모님과 외식하는 이야기, 동료들과 부산에 간 이야기, 책 계약할 때 이야기, 떡볶이집 이름들 등 떡볶이에 얽힌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읽는 내내 침샘을 자극해오는 탓에 정말 힘들었다. 집에 있는 떡볶이 2팩에 손이 얼마나 왔다갔다 했는지 모르나, 이 책을 다 읽은 의식으로 딱 한팩만 먹기로 했는데, 참지 못하고 벌써 한 팩이 사라졌다.ㅠㅠ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신선하게 다가온 부분은 사실 떡볶이라가보다는 요조님의 관계방식이다. 나는 싫고 불편해도, 우리~~같이~~뭐 이런 데에 굉장히 매어있는데 요조님은 달랐다. 어릴적 부모님과 외식때부터 아이를 혼자 돈까스집에 데려다주고, 부모님들은 본인들이 좋아하는 탕을 먹으러 간다는 게 일상이었다든지, 동료들과 부산을 놀러가면서도 서로 따로 또 같이가 아주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타인을 배려한다고 컨디션이나 마음이 내키지 않은데도 함께하며 싫은티를 내지 않으려 했던 내모습들은 한번 돌아보게 됐다. 그리고 요즘 집돌이를 시작하려하는 첫째에게도 함께가 무조건 더 재미있을 거라는 얘기를 줄여야하는구나 하고 생각도 했다.
메뉴도 간판도 없는 떡볶이를 파는 집에 수시로 드나들다 갑자기 사라진 가게에 눈물을 흘리는 요조님의 글을 읽는 내내, 초등학교시절 떡볶이집이 생각이 났다.
초등학교시절, 용돈이 부족하던 시절에 학교앞에서 파는 허~연 떡볶이가 어찌나 맛있었는지. 돈이 없는 날엔 우유랑 바꿔 먹을 수 있었던 달고 손가락처럼 가늘고 길쭉한 떡볶이. 초록색 플라스틱 그릇에 담겨나오는 야채 하나 없던 떡볶이. 아직도 그 떡볶이집 할머니의 얼굴이 생각이 난다. 그림을 잘 그렸다면, 할머니의 웃는 얼굴과 주름을 그릴 수 있을만큼...학교앞 분식집은 그시절, 무엇보다 큰 추억이었고, 강렬한 기억이었나 보다.
떡볶이라는 주제를 벗어나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것을 좋아하며 ‘기준’이 생긴 사람들은 그것에 반하는 영역을 거리낌 없이 거부했다. 멋있었다. 무엇이 옳고 그르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그들이 보여주는 딱 부러진 호와 불호의 오만함, 그 자체가 멋지고 근사해 보였다. 나도 그렇게 떡볶이를 좋아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런 오만이 없었다.(중략)다 좋아한다는 말의 평화로움은 지루하다. 다 좋아한다는 말은 그 빈틈없는 선의에도 불구하고 듣는 사람을 자주 짜증나게 한다. 또한 다 좋아한다는 말은 하나하나 대조하고 비교해가며 기어이 베스트를 가려내는 일이 사실은 귀찮다는 속내가 은은하게 드러나는 제법 게으른 말이기도 하다.
<아무튼 떡볶이, 전자책 127쪽>
떡볶이를 좋아하지만, 밀떡.쌀떡.가래떡.얇은떡.로제떡볶이.치즈유무 등 차별없이 좋아하는 나의 마음을 정확하게 대변해주는 말이었다. 떡볶이라면 불호없이 그저 호인, 아무튼 떡볶이라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