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 저
제임스 팰런 저/김미선 역
김상욱 저
슈테판 츠바이크 저/안인희 역
웬디 미첼 저/조진경 역
원종우,김상욱 공저
실패가 위대할 수 있을까? 성공은 실패의 어머니라는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내가 이 책의 부제를 보고서 실패의 위대함을 가장 먼저 의심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책을 읽는 동안 그 의심은 차츰 녹았고, 나는 내가 가야 할 길을 이 책을 통하여 명확하게 구하지는 못하였어도(그 어떤 책도 길의 방향을 제시할 뿐 정답을 알려줄 수는 없으니 당연하겠지만) 적어도 그 과정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것들에 대해서는 분명한 답을 구한 기분이 들었다. 실패는 위대하다. 과정이란 그런 것이다.
텔레비젼에서 나오는 책소개를 보고 구매하여 읽게 되었습니다. 리더에 관한 이야기라고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사진이 정말 많았습니다. 극한 상황 속에서도 사진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사진과 이야기를 읽으면서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고는 있지만 살아가면서 눈에 보이는 결과에 치중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이 더 많다는 걸 다시한번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남극 탐험의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은 1912년 1월 남극점 도달 경쟁에서 노르웨이 탐험가 아문젠에게 패한 영국 탐험가 스콧 탐험대의 마지막이다. 에드워드 라슨은 『얼음의 제국』에서 밝히고 있듯이 과학적 성과에 맞춰졌던 스콧에 대한 차분한 경의는 그가 최후에 쓴 편지가 공개되면서 감동의 물결로 이어졌고, 스콧은 영웅이 되었다. 장엄한 비장미가 감동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냉정히 봤을 때는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못한 탓에 대원들 모두를 죽음으로 몰고 간 ‘패배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것은 몇 년 후 최초로 남극 횡단에 나선 어니스트 섀클턴 탐험대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두 차례의 실패 이후 최초의 남극점 도달은 이미 다른 사람(아문젠)이 이뤄버린 상황에 그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같은 나라 출신의 스콧의 방식이 아닌 아문젠의 방식을 적극 도입했다) 인듀어런스호를 타고 남극 횡단을 위해 대륙에 접근했다. 하지만 남극 대륙에 내리기도 전에 배가 부빙에 갇히고 말았다. 그게 1915년 1월 20일이었다. 그때까지도 섀클턴 대장과 대원들은 낙천적으로 생각하고 나름의 질서를 유지해나갔다. 얼음이 녹으면 빠져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인듀어런스호는 1915년 8월 부빙에 갇힌 채 기울어지면서 끝내 침몰하고 만다. 그때부터 진짜 사투가 벌어졌다.
떠다니는 얼음 위에서 지냈고, 조그만 배 셋에 나누어 타고 천신만고 끝에 엘리펀트 섬에 도착했지만, 구조는 가망이 없었다. 결국 섀클턴은 본인을 포함한 여섯 명이 배 한 척을 타고 사우스 조지아 섬의 포경기지까지 가기로 결정한다. 위치도 제대로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여전히 빙산이 떠다니고, 예고도 없이 푹풍우가 몰아치는 남극해에서 1,000km가 넘는 거리를 갑판도 임시로 만든 배를 타고 간다는 것은 거의 자살 행위에 다름 없었지만 그것밖에 길이 없다고 여기고 배를 띄운다. 그리고 온갖 고난을 겪으면서 죽을 고비를 숱하게 넘기면서 그야말로 기적처럼 포경기지에 도착하고, 결국 엘리펀트 섬에서 4개월 동안이나 여전히 질서를 유지하며 간절히 구조를 기다리던 대원들을 모두 다 구출해내고야 만다. 모두 630일이 걸린 탐험 아닌 탐험이었다. 섀클턴은 남아메리카의 푼타 아레나스에 도착한 후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 다음과 같이 그 감격을 표현했다.
“드디어 해냈소...... 한 사람도 잃지 않고, 우리는 지옥을 헤쳐나와소.”
캐롤라인 알렉산더가 대원들의 일기를 기반으로 글을 쓰고, 탐험대의 사진사였던 프랭크 헐리의 사진이 곁들여진(이 책의 가치는 바로 이 사진이 크게 더한다) 『인듀어런스』는 “섀클턴의 위대한 실패”를 다루고 있다. 이후로 섀클턴의 리더쉽에 대한 분석이 많이 이뤄졌다. 섀클턴과 스콧은 무엇이 달랐을까? 섀클턴은 실패를 견딜 줄 알았다. 그는 성공이라는 성취보다 대원들의 목숨이 더 소중했고, 그것이 결국 성공으로 이끌 것이라 생각했다. 만약 남극점 경쟁에서 스콧이 아니라 섀클턴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도중에 돌아와서 아문젠에게 축하 파티를 열어주었을 거라는 어떤 이의 평가가 그가 어떤 인물인지를 잘 보여준다.
섀클턴도 자신도 죽고, 대원들도 잃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낙천적이었으며, 그 낙천성을 대원들에게 납득시켰다(대원들을 뽑을 때부터 그런 걸 고려했다. 경력보다는 노래를 크게 부를 수 있는지, 소리를 지를 수 있는지 등을 질문했다). 카리스마를 갖추었으면서도 민주적이었으며, 솔선수범했다. 그도, 그의 대원들도 모두 우러러볼 수밖에 없는 처절하지만 위대한 실패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