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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과학은 그저 과학이었다. 아니,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과학은 항상 그저 과학이었다. 독립되고 고립된 학문. 그렇게 들어왔고 그렇게 배워왔다. 다양한 범주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인문학과 달리, 과학은 그저 과학, 언제나 고립된 학문이었다.
근래에 들어 그 인식의 변화를 꾀하려는 시도들이 부쩍 늘어나는 듯 비친다. 현대 물리학을 철학 및 종교와 연결 지어내려는 노력들이 결실을 맺고, 대중을 상대로 과학을 일상 속에 녹여내는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다수 등장한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책, ‘떨림과 울림’ 같은 교양서들이 과학을 고립된 영역의 학문으로부터 끌어내기 위해 부쩍 힘을 실어주고 있다.
‘떨림과 울림’은 다양한 장점으로 무장된 책이다. 친숙한 설명,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진입장벽을 낮추는 예시, 다채로운 주제 및 이야기 거리 등 다양한 장점 혹은 매력이 지면 구석구석 가득하지만 내게 있어 가장 큰 이 책의 장점 혹은 매력은 ‘과학의 인문학화’가 아닌가 싶다. 과학의 범위를 다시금 곱씹어보게 하는, 과학의 역할을 나아가 생각해보게 하는 ‘떨림과 울림’을 리뷰 작성 기회를 통해 소개 및 추천 드려본다.
작게 삶으로 025 귀청을 찢는 소리
《떨림과 울림》
김상욱 지음
동아시아
2018.10.30.
지지난 십이월에 귀에 소리가 나서 애를 먹었다. 잠이 들려고 하면 귀에서 챙챙거리는 소리가 터지고 잠을 못 이루었다. 약을 먹고 좀 나아지는 듯하더니 요즘 들어 또 말썽이다. 귀에 바람이 꽉 차는 듯하다. 윙윙거리는 소리가 찌릿찌릿 흐르는 듯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귀가 터지려는 듯싶다. 하품을 하면 뭔가 확 뚫리고, 자면서 귓바퀴를 돌아가며 쭉쭉 잡아당기면 한결 낫다.
바닥에 눕거나 자리에 누워 잠들려고 가만히 있으면 집이 흔들린다. 나뭇가지가 바람에 휘청이다가 제자리로 온 듯하다. 늦은밤에는 길에 차도 많이 다니지 않는데 집이 흔들린다. 어느 날은, 이렇게 흔들린다고 생각하면 집이 무너질까 걱정스러웠다. 짝한테 말을 하니 헛소리로 듣는다. 어떤 날은 글을 쓰는데 책상도 흔들린다. 아주 여리게 팔로 느낀다. 지하도 건너 기차가 달리거나 지하철이 세게 달려서 우리 집이 살짝 떨리는 줄 알았다.
지난해 봄에 장만한 《떨림과 울림》을 다시 읽었다. 멈추었다고 여기지만, 알고 보면 다 떤다고 한다. 이집트 피라미드도 떨고, 집도 떨고, 사람도 떤다고 한다. 온누리가 떨림이고, 떨림은 소리이다. 빛도 떨림이고 우리가 말하는 동안 바람도 떨고 눈에 보이지 않는 떨림이 가득하다고 한다.
보이는 빛이 있고, 보지 못하는 빛이 있겠지. 눈에 보이거나 귀에 들리더라도 다가 아니듯, 아주 작게 떨기에 우리가 못 느낄 뿐이다.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작은 초음파가 있다. 이 떨림소리로 뱃속 아기가 콩콩 가슴이 뛰는 소리를 듣는다. 그야말로 모든 것은 떨림이라 여길 만하다. 떨림을 받아들이면 문득 크게 나아가면서 함께 울린다. 라디오 주파수도, 수신기도, 여러 채널도, 함께 울리는 셈이라고 하더라.
가만히 생각해 본다. 내가 귀로 듣는 떨림이나 울림은 라디오 주파수 같다. 여러 갈래 소리가 차츰 세게 퍼지는가 싶으면, 찌릿찌릿 머리끝으로 파지직 일으켜 손끝으로 반짝이는 결이 빠져나가는구나 싶기도 하다. 고요하다가 갑자기 소리가 세게 터져서 귀가 찢어질 듯하기도 하고, 귀청을 콕콕 찌르듯 아프기도 하다.
짜증스러운 일이 있으면 바로 드러난다. 병원에 가 보니, 귀도 머리도 마음도 잘못된 곳이 없다지만, 바람이 차는 느낌은 그대로이다. 바람이 밖에서 안으로 좁혀들듯, 막다른 자리에서 펑 터지는 듯하기도 하기에 가끔 깜짝깜짝 놀란다. 누가 귀에 입을 대고 아주 크게 소리칠 때처럼 귀청이 아파서 몸을 움찔하기도 한다.
요즘은 밤에 잔잔한 노래를 틀어 놓고서 잔다. 하늘과 땅에 흐르는 온갖 소리가 밤마다 서로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여기면서, 귓가로 스미는 떨림하고 울림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아직 알아듣지 못하는 말이 많겠지만, 어쩌면 저 먼 곳에 있는 다른 별에서 들려오는 소리일 수 있을 텐데, 그저 받아들여 본다.
그나저나 《떨림과 울림》은 어렵다. 너무 어렵다. 책을 다 읽고도 떨림과 울림이 무엇인지 머리로도 마음으로도 영 안 들어와서 강의를 따로 듣기도 했다. 글쓴이가 들려주는 강의를 들으니, 좀 알아듣기 쉽더라. 잘 모르겠지만, 글쓴이도 아직 떨림과 울림이 무엇인지 잘 몰라서 책을 너무 어렵게 쓰지 않았을까? 글쓴이가 나처럼 언제나 귀청이 찢어질 듯한 소리나 떨림이나 울림을 느껴 보는 삶이 아니라서, 너무 어렵게 책을 쓰지는 않았을까?
‘파동’이나 ‘진동’이나 ‘입자’나 ‘원자’ 같은 말을 쓰고서, 이 말을 다시 우리말로 풀어내는 듯하다. 과학책을 보면 다 그렇다. 처음부터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말을 안 쓴다. ‘양자물리학’이란 이름에서 ‘양자’는 뭘까? 왜 우리말로는 이름을 안 붙일까? 과학자들이 아직 떨림이나 울림을 귀나 머리나 마음으로 안 느꼈기에, 굳이 우리말로 이름을 붙일 까닭을 못 느낄 수도 있겠지.
내 삶을 쪼개고 쪼개서 더 작게 작은 삶으로 작은 소리를 귀를 기울이다 보면, 귀에 들어오는 소리와 떨림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까? 그때에는 종소리처럼 멀리 맑게 울려퍼질까?
2023.09.03. 숲하루
김상욱 작가님이 쓰신 떨림과 울림을 읽고 쓰는 리뷰 입니다. 물리학자의 책이라 어렵게만 생각했는데 오히려 굉장히 쉽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작가님의 감수성과 따뜻한 마음이 잘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읽을 수록 차분하게 세상을 관조하는 기분이 들어서 신기합니다. 한분야의 대가는 세상을 보는 눈이 남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