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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의 죽음

스페인 최고의 소설가와 고생물학자의 죽음 탐구 여행

후안 호세 미야스,후안 루이스 아르수아가 저/남진희 역/김준홍 감수 | 틈새책방 | 2023년 10월 27일 리뷰 총점 10.0 (16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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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 > 생명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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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UB(DRM) 50.89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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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노화와 죽음에 대한 진화론의 대답
스페인 최고의 지성들이 전하는 죽음에 대한 유쾌하고 지적인 탐구 여행


『사피엔스의 죽음』은 최고의 소설가와 스타 고생물학자가 만나 진화론을 풀어내 화제가 된 『루시의 발자국』(원제: LA VIDA CONTADA POR UN SAPIENS A UN NEANDERTAL)의 후속작이다. 『루시의 발자국』은 2020년 스페인 논픽션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는데, 『사피엔스의 죽음』 역시 출간 직후 스페인 언론의 극찬을 받으며 독자들의 대단한 관심을 모았다. 현재 인간의 사회와 진화를 다룬 후속작까지 예고한 상태다.

스페인의 대표적인 소설가인 미야스는 전작에서와 같이 진화론 안내자인 아르수아가의 말을 어려운 과학의 언어가 아닌, 일반인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자연어’로 전달한다. 미야스는 독자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냉철한 아르수아가의 이야기를 소설과 같이 흥미진진한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이야기해 준다. 그리고 과학자 아르수아가는 미야스와 함께 생물의 진화의 흔적을 찾는 여행을 하며 과거와 현재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알려 준다.

『사피엔스의 죽음』이 다루는 주제는 인간의 노화와 죽음이다. 이 책의 저자인 소설가 미야스는 75세의 노인이다. 늙음을 체감하고 죽음을 생각해야 할 나이인 문학가는 죽음에 갖가지 의미를 부여한다. 다분히 전통적이고 낭만적인 방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과학자인 아르수아가는 자연 선택이 바라보는 관점에서 냉철하게 노화와 죽음을 설명한다. 그것은 인간의 노화와 그로 인한 죽음은 결코 자연이 준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늙어 죽기 이전에 혹독한 환경과 천적, 부상 등으로 인해 죽음을 맞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문명은 인간을 자연 상태로부터 떨어뜨렸고, 인간은 늙음을 손에 넣게 되었다. 진화의 과정에서 수십만 년은 찰나의 순간이다. 그래서 자연은 우리가 늙은 이후에 얻게 되는 노화나 질병들을 걸러내지 못한 것이다.

집에서 키우는 반려견을 봐도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10세가 넘은 강아지들은 대부분 급격하게 기운이 떨어지고 온갖 질병을 달고 산다. 이는 개들이 자연 상태에서는 지금의 반려견만큼 오래 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개가 보유한 유전자의 생존 전략이 빨리 크고 번식하는 데 맞춰져 있어서다. 다 커서 번식을 할 수 있는 나이까지는 건강해야 하지만 그 이후의 나이까지 살아남기는 어려웠을 것이고, 따라서 늙어야 나타나는 생존에 불리한 유전자는 자연 선택의 대상이 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나이 든 강아지들이 온갖 질병과 노환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인간도 마찬가지다. 즉, 인간은 자연이 미처 준비하지 못한 노화의 과정을 겪고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수많은 동물들의 진화 과정을 탐구해 온 고생물학자 아르수아가는 인간이 늙어 가고, 그로 인해 죽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은 일이라고 말한다. 보통의 인간이 죽음을 대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그의 냉정한 진단은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을 두려워하는 인간에게 위로가 된다. 진화론의 눈으로 봤을 때 인간의 노화와 죽음은 준비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선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자연 선택이 걸러내지 못한 여분의 삶은 오로지 인간의 몫이다. 죽음에 대한 온갖 철학적인 사유에도 불구하고 진화론이 정의하는 죽음이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이유는,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 선택의 결과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피엔스의 죽음』에서 진화론으로 죽음을 살펴본 미야스와 아르수아가는 인간의 사회를 진화론으로 살펴보는 데까지 여정을 이어갈 것임을 암시했다. 인간의 진화 과정을 보여 준 『루시의 발자국』과 죽음의 의미를 알려 준 『사피엔스의 죽음』에 이어 진화론으로 사회를 설명하는 후속작까지 읽는 독자들은 현재 진화론의 핵심 이슈들과 그 의미를 깨우치는 여행에 동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목차

추천의 글_이정모(전 국립과천과학관장)
인류학자의 길잡이_김준홍(포항공대 교수)

0_ 카르페 디엠
1_ 불멸의 존재
2_ 빠르게 살고, 젊어서 죽어, 아름다운 시신을 남기자
3_ 에로스와 타나토스
4_ 쾌락주의자가 되자
5_ 할머니 가설
6_ 벌거벗고 신나게 먹는
7_ 문제는 크기야
8_ 나간 살, 들어온 살
9_ 사자의 먹이
10_ 속도를 늦추자
11_ 나무 인간
12_ 그들에게나 줘 버렸으면
13_ 비밀스러운 삶
14_ 샹그릴라
15_ 장점과 단점
16_ 여기엔 프로그램된 것이 없다
17_ 붉은 여왕

옮긴이의 글_남진희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저자 소개 (4명)

저 : 후안 호세 미야스 (Juan Jose Millas)
스페인 현대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다. 국내에서 출간된 《그림자를 훔친 남자LAURA Y JULIO》(2006)를 비롯해, 40만 부 이상 판매되고 스페인 문학 분야 최고 권위의 플라네타 상을 수상한 《이 세상EL MUNDO》(2007), 프리마베라 상을 수상한 《프라하의 두 여자DOS MUJERES EN PRAGA》(2002) 등을 발표했다. 비문학 분야에서도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있다. 저널리스트로서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EL PAiS〉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기고하며, 다수의 권위 있는 언론인 상을 여러 번 수상했다. 2020년에는 스페인 고생물학자인 후안 루이스 ... 스페인 현대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다. 국내에서 출간된 《그림자를 훔친 남자LAURA Y JULIO》(2006)를 비롯해, 40만 부 이상 판매되고 스페인 문학 분야 최고 권위의 플라네타 상을 수상한 《이 세상EL MUNDO》(2007), 프리마베라 상을 수상한 《프라하의 두 여자DOS MUJERES EN PRAGA》(2002) 등을 발표했다.

비문학 분야에서도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있다. 저널리스트로서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EL PAiS〉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기고하며, 다수의 권위 있는 언론인 상을 여러 번 수상했다. 2020년에는 스페인 고생물학자인 후안 루이스 아르수아가와 함께 인간 진화를 다룬 대중서 《루시의 발자국LA VIDA CONTADA POR UN SAPIENS A UN NEANDERTAL》을 출간해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저 : 후안 루이스 아르수아가 (Juan Luis Arsuaga)
스페인의 고생물학자다.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학교에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같은 대학에서 지질과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13년부터 스페인 부르고스의 인간 진화 박물관 부관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네안데르탈인의 목걸이EL COLLAR DEL NEANDERTAL》, 《다윈의 시계EL RELOJ DE MR. DARWIN》, 《루시의 발자국》(공저) 등이 있다. 스페인의 고생물학자다.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학교에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같은 대학에서 지질과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13년부터 스페인 부르고스의 인간 진화 박물관 부관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네안데르탈인의 목걸이EL COLLAR DEL NEANDERTAL》, 《다윈의 시계EL RELOJ DE MR. DARWIN》, 《루시의 발자국》(공저) 등이 있다.
역 : 남진희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중남미 문학을 연구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면서 스페인·중남미 문학 작품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우리가 99%』 『세상에서 가장 하얀 생쥐』 『돌연변이 용과 함께 배우는 유전학』 『꼬마 돈키호테』, [궁금한 그림책 몸] 시리즈, 『나의 우주에는 마법 바퀴가 있어요』 등이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중남미 문학을 연구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면서 스페인·중남미 문학 작품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우리가 99%』 『세상에서 가장 하얀 생쥐』 『돌연변이 용과 함께 배우는 유전학』 『꼬마 돈키호테』, [궁금한 그림책 몸] 시리즈, 『나의 우주에는 마법 바퀴가 있어요』 등이 있다.
감수 : 김준홍
서울대학교 인류학과에서 인류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미국 시애틀 소재 워싱턴대학교에서 생물문화인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동과 본성을 포함한 인간의 많은 형질이 유전자와 문화의 공진화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자다. 인간 협동의 진화, 문화의 계통발생도, 인간 문화의 고유성 등을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의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다. 현재 포스텍 인문사회학부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공저로 《기원, 궁극의 질문들》이 있고, 옮긴 책으로 《얼굴은 인간을 어떻게 진화시켰는가》가 있다. 서울대학교 인류학과에서 인류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미국 시애틀 소재 워싱턴대학교에서 생물문화인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동과 본성을 포함한 인간의 많은 형질이 유전자와 문화의 공진화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자다. 인간 협동의 진화, 문화의 계통발생도, 인간 문화의 고유성 등을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의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다. 현재 포스텍 인문사회학부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공저로 《기원, 궁극의 질문들》이 있고, 옮긴 책으로 《얼굴은 인간을 어떻게 진화시켰는가》가 있다.

출판사 리뷰

죽음에 대한 진화론적 설명이 가져다주는 의외의 위로

《사피엔스의 죽음》은 인간의 진화 과정에 집중했던 전작에 이어, 더욱 흥미로운 주제와 함께 돌아왔다. 인간의 노화와 죽음이 그것이다. 문명이 만들어진 이래로 인간은 언제나 불로불사를 갈망해 왔다. 영원한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불로초를 찾고,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종교에 의지했다. 이렇게 인간은 노화와 죽음을 부정적으로 보고 극복하려고 노력해 왔다.

《사피엔스의 죽음》은 문명의 출발과 함께 인간이 만들어낸 노화와 죽음에 덧붙여진 이미지를 걷어 내고 자연 선택의 관점에서 노화와 죽음의 의미를 알려 준다. 이에 따르면 인간은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자연 상태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에게 생물학적으로 주어진 수명보다 빨리 죽게 된다. 갑자기 추워지거나 더워져서, 전염병 때문에, 배탈이 나서, 맹수의 공격을 받아서, 상처를 입어서. 이렇게 수많은 이유로 인간은 대부분 수명이 짧았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유전자는 자연 선택을 받는다. 젊을 때 질병을 유발하거나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유전자는 자연 선택을 받아 발현될 가능성이 낮아지게 된다. 반면 나이가 들었을 때 몸에 나쁜 영향을 끼칠 만한 유전자는 자연 선택의 시야에서 사라지게 된다. 대부분의 인류는 수명이 짧았고, 후손은 젊을 때 낳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뼈를 단단하게 석회화시키는 호르몬은 칼시토닌을 만드는 유전자를 보자. 이 유전자는 늙으면 관상동맥을 석회화시켜 동맥경화를 유발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류는 늙어서 동맥경화로 죽기 전에 다른 이유로 죽게 된다. 우리가 젊었을 때 건강한 이유는 자연 선택의 결과다. 하지만 자연 선택에서 벗어난 노년은 온갖 질병이 우리를 괴롭힌다. 진화론에 따르면 이것은 우리가 늙어서가 아니라 자연 선택이 늙었을 때 생존에 불리한 유전자를 배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명이 발생하고 지금처럼 상당수 인구가 노년기까지 살게 된 과정은 인간의 역사로는 긴 시간이지만 진화의 시계로는 찰나의 순간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노년은 자연 선택이 미처 따라잡지 못한 잉여의 시간인 것이다.

인간의 노년은 자연 상태에서는 이미 죽음을 맞았어야 할 인간에게 자연이 준 선물이다. 자연 선택 덕분에 인간은 활기차고 건강하게 젊은 시절을 보내고, 자연 선택이 미처 눈을 돌리지 못한 노년에는 세포의 생명이 다할 때까지 여분의 삶을 얻는다. 인간의 기준과 관점에서 노화와 죽음은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빠지는 상실감과 죽음의 공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머문다. 하지만 진화의 관점에서 인간의 노화와 죽음은 아예 노년을 겪을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다른 동물들에 비해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40대 이상이라면 이미 자연 상태의 죽음을 넘어선 시간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이를 깨닫는다면 인간의 노년은 공포스럽고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자연의 섭리라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회원 리뷰 (9건)

종이책 생물학자와 소설가, 죽음과 노화에 관한 대화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이달의 사락 n*****m | 2023-11-25 | 신고

소설가와 고생물학자는 루시의 발자국에서 진화, 주로 인간의 진화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면, 이번에는 생물학과 진화학에서뿐만 아니라 철학, 사회학, 문학 등등 모든 분야에서 매우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는 죽음(과 노화)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죽음은 성(), 이타성과 함께 신다원주의의 난제로 꼽힌다. 왜 포유류는 성을 갖는지, 왜 죽음이라는 게 존재하는지, 이타성은 어떤 이유로 진화했는지에 관한 질문은 20세기 중반 이후로 여러 가지로 설명하지만 아직도 속시원하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에 대해 100% 설명할 수 없다고 포기하고 신() 등에 그 설명을 맡기지 않는다. 현재까지의 증거와 논리를 가지고 최대한 설명하고, 그래도 모자란 것이 있으면 다음의 과제로 넘기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 우리의 고생물학자 후안 루이스 아르수아가의 태도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그 가운데서도 주로 죽음과 노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주제는 특히 70대 중반을 넘어서는 소설가 후안 호세 미야스에게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고생물학자는 생물학적으로, 진화학적으로 소설가가 이제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나이가 들어서 여러 가지 질병이 생기는 이유를 죽지 않아서라는 설명은, 사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쉽게 말하지 못하는 것인데 고생물학자는 소설가에게 여러 차례 반복해서 주입한다. 인간은 평균 수명이 50을 넘기는, 매우 특이한 종()이다. 그런 특이함은 최근 의학 등의 발달로 더욱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죽음이라는 것이 당연한 것,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매우 불행한 사태'쯤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래서 두렵기도 하다.

 

고생물학자 아르수아가가 가지고 있는 죽음에 대한 진화학적 설명은 생물학계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기도 하다. 번식 시기가 지난 이후에 발현하는 형질에 대한 자연선택의 무관심, 지속적으로 축적되는 돌연변이, 텔로미어와 같은 구조적 문제 등이다.

 

이와 같은 것은 사실 따지고 보면, 몇 개의 챕터만으로 설명할 수 있고, 또 여기서보다 훨씬 자세하게 쓸 수 있다. 그런데 왜 이런 형식의 책이 필요할까? 그건 아마도 눈높이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소설가 미야스는 자꾸만 목적론적 관점을 버리지 못하고 반복하고, 고생물학자 아루수아가는 그것을 비판하고 자연선택에는 목적이 없으므로, 개체 수준에서 자연선택이 작동한다는 것을 계속 해서 강조한다. 소설가 미야스의 관점은 많은 일반인들의 관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일반인의 보편적인 (잘못된) 관점을 이야기하고, 그것에 대한 비판, 내지는 지적을 일반인의 수준에서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수준 낮은 얘기가 아니라, 매우 수준이 높다. 전문가를 설득하는 것보다 보편적인 일반인을 설득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며, 더 가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바로 이 책은 전문성 있는 과학 설명보다도 더 수준 높은 과학 담론인 셈이다.

 


 

 

그래도 아쉬움은 좀 있다. 소설가의 입장과 생물학자의 입장이 좀 더 선명했으면 어땠을까? 그리고 그 양쪽에서 서로 다가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다면 어땠을까? 생물학자의 입장은 충분히 보여주고 있지만, 소설가는 계속 궁시렁 거린다. 소설가도 죽음과 노화에 대한 자신의 인식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그것은 개인적인 경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분야에서 가지고 있는 전문성과 식견을 가지고 죽음과 노화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있는 인식을 보여주었다면 더욱 알찬 대화가 되지 않았을까

 

 
8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댓글 0 접어보기
종이책 스페인 최고의 지성들이 전하는 죽음에 대한 유쾌하고 지적인 탐구 여행 『사피엔스의 죽음』
평점10점 | p********0 | 2023-10-31 | 신고
스페인 최고의 지성들이 전하는 죽음에 대한 유쾌하고 지적인 탐구 여행 『사피엔스의 죽음』

『사피엔스의 죽음』 이 다루는 주제는 인간의 노화와 죽음이다. 문명의 출발과 함께 인간이 만들어낸 노화와 죽음에 덧붙여진 이미지를 걷어 내고 자연 선택의 관점에서 노화와 죽음의 의미를 알려 준다.

소설가 미야스는 전작인 『루시의 발자국』 에서 처럼 고생물학자 아르수아가의 이야기를 어려운 과학의 언어가 아닌, 자연어를 사용하여 독자의 눈높이에서 소설과 같이 흥미진진한 방식으로 들려준다. 평소에 보던 어려운 용어들과 딱딱한 내용들로 가득한 과학책들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난이도 높은 주제를 소설가와 과학자의 대화체로 풀어내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편이고, 두 저자 사이에 오가는 농담과 다양한 사례 또한 독자들의 가독성을 높여준다.

책에서 다룬 ‘자연 선택’에 대하여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자연 선택이란 주어진 환경 조건에서 유리한 유전인자를 가진 개체가 그렇지 않은 개체보다 생존률, 생식률이 높아진다는 진화 이론이다. ‘자연 선택’ 하면 대표적으로 ‘기린의 목이 길어진 이유’ 를 설명할 수 있다.
많은 수의 기린이 태어났고, 기린의 목 길이는 다양하였는데 목이 짧은 기린은 생존에 불리하여 죽었고, 목이 긴 기린이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목이 긴 기린이 자손을 남겼고, 이것이 반복 되어 기린의 목이 지금처럼 길어졌다.
저서에 따르면 인간은 원래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자연 상태에서는 여러가지 이유로 생물학 적으로 주어진 수명보다 빨리 죽게 된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유전자는 자연 선택을 받아 질병을 유발하거나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유전자가 발현될 가능성이 낮아진다. 우리가 젊었을 때 건강한 이유는 이같은 자연 선택의 결과다. 하지만 자연 선택에서 벗어난 노년은 온갖 질병으로 괴롭힘을 당한다. 자연 선택이 늙었을 때 생존에 불리한 유전자를 배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이미 죽음을 맞았어야 할 인간이 의료 기술 등의 발달로 살아남아 자연 선택에서 벗어나 ’노화‘라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노화와 죽음은 노년을 맞을 기회 조차 없는 동물들과는 다르게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자연이 준 선물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늙어서 병들고 죽을 날을 기다리는 것은 여전히 두려운 일이지만 노년은 공포스럽고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받아들여야 할 자연의 섭리라는 저자들의 주장을 이해하게 된다.

죽음과 노화 그리고 삶의 의미에 대해 새로운 성찰이 절실한 시대다. 그런 의미에서 『사피엔스의 죽음』 은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 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이 책을 읽고나니 전작인 『루시의 발자국』 과 현재 인간의 사회와 진화를 다룬 후속작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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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소설가와 고생물학자가 풀어내는 죽음에 대한 알쓸신잡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z****0 | 2023-10-30 | 신고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어느 글을 인용하면, 동물들에게는 죽음이라는 개념이 없다고 한다. 죽음은 기록하고 기억하는 인간이 만들어냈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다른 종과 달리 인간만이 죽음에 대한 존재를 두고 종교와 문화를 만들어내왔던 것이라 한다.

이 책은 죽음을 알고 있는 인간과 그렇지 않은 동물을 진화론적 관점으로 설명하고 있다. 스페인의 유명한 소설가와 고생물학자가 서로 만나서 나누는 죽음에 대한 썰은 마치 유명 교양 프로그램인 알쓸신잡과 비슷한 유형을 다루고 있다. 식사를 하다가 아니면 호텔 안에서 두 사람이 만나서 하는 가벼운 대화가 어느새 '불멸의 존재'로 암세포에 항원을 가진 벌거숭이두더지쥐에 대한 이야기에서 단회번식으로 생과 사를 함께하는 연어 이야기, 개체 별로 가지고 있는 죽음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 등 어디로 튕겨나갈지 모르는 이야기가 생물학은 물론 신화, 문화, 사회, 경제, 역사 등에 걸쳐 근거로서 등장한다.

 

죽음 전 단계 '노화'에 대한 신선한 관점

죽음에 이르기 전 단계인 '노화' 에 대한 언급도 꾀나 재미있다. 동물들은 늙음을 겪기 전에 자연 상태에서 기대수명에 맞춰 살아간다. 자연에서는 늙음이 있을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인간은 자연 상태에서의 죽음을 최대한 방어, 즉 의료 기술의 발달로 죽음의 외적 요인들을 줄여왔다. 그로 인해 이전에는 없었던 노화로 인한 질병을 갖게 된다. 물론 동물들도 스스로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동면을 해서 신진대사를 최소로 줄이는 행위를 한다고 한다.


 

죽음에 대해서

미야스에 말하길 신은 '죽음'을 심어 놓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신의 창조물인 인간인 만들어낸 것이 죽음이라는 것이다. 신의 입장에서는 죽음은 '생명 내부로의 이동'이라고 한다. 얼마나 신의 관점의 표현이 아닌가. 그에게는 생명과 죽음은 같은 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인간은 '죽음'을 인지하면서 스스로 '불멸'을 꿈꾸는 유일한 개체인 것이다. 하지만 이를 달리 생각하면 인간을 제외한 유기체는 '죽음'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에 적어도 죽음이 주는 공포나 강박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점은 부럽기 그지 없다.

 

학습만화로도 훌륭한 과학 서적

우리가 과학 시간에 동물의 특정 행위나 습관에 대한 지식들은 번식을 위해서 어떤 행위를 한다를 배웠지 그게 어떤 의미를 지닌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배우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은 왜 그런 행태를 하는지를 두 저자를 통해 설명해준다. 이 책은 학습만화로 만들어져도 꽤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듯 하다. 두 작가는 캐릭터로서 너무나 확고한 특징이 있는 훌륭한 주인공이다.

 

인문사회 영역의 경우에는 주로 스페인 문화권에 대한 예시가 많아서 낯선 느낌이 없잖아 있었지만, 과학 서적이라기에는 어렵지 않고 알기 쉬었다. 거기다 누가 바도 MBTI가 F인 작가와 극T인 고생물학자와의 대담은 서로 평행선에 있을 것 같지만 묘하게 대화가 이어지는데 이 갭이 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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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구매 사피엔스의 죽음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x******6 | 2025-11-27 | 신고
소설가와 고생물학자가 함께 책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담는다. 영상 없는 다큐멘터리나 대담집 느낌이 난다. 초반에 지나치게 소설적으로 스토리텔링을 풀어나가서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긴 했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주문한 음식 이야기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묘사하고, 웨이터 이름까지 알려준다. 소설가의 컨디션이 안 좋아져서 스케줄을 취소하고, 고양이를 잃어버린 순간까지 담는다. 처음엔 군더더기처럼 느껴졌으나 읽다보면 맥락을 갖춰 잘 짜여진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다양한 생물의 생태를 살펴보면서 노화와 죽음에 대한 흥미로운 관점을 보여주기에 그리 유명한 책은 아니지만 올해 읽은 책 중에 가장 인상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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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구매 사피엔스의 죽음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b*****1 | 2025-11-21 | 신고
후안 호세 미야스, 후안 루이스 아르수아가 저/남진희 역/김준홍 감수 작가님의 <사피엔스의 죽음(스페인 최고의 소설가와 고생물학자의 죽음 탐구 여행)>작품을 읽고 감상을 작성하는 리뷰 게시물입니다. 현 인류에 대한 흥미로운 탐구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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