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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명의 눈부신 비전 열하일기

고미숙 저/박지원 원저 | 작은길 | 2016년 7월 15일 한줄평 총점 9.0 (13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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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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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명의 눈부신 비전 열하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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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열하일기』는 조선이 1780년 청나라 건륭제의 고희를 축하하기 위해 파견한 사행단에 연암 박지원이 공식임무가 없는 수행원 자격으로 5개월 간 동행하면서 남긴 연행 기록이다. 조선의 연행사들이 남긴 500권에 이르는 연행록 중에서도 『열하일기』는 백미로 손꼽힌다. 그러나 고종 재위 기간에 우의정까지 지낸 손자 박규수도 조부의 문집을 간행할 엄두를 내지 못했을 정도로 『열하일기』는 문제작이었다. 만주족 오랑캐가 명을 몰락시키고 청을 건국한 이래 조선은 명에 대한 존숭과 의리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소중화 사상과 북벌론을 지배적인 이념으로 떠받들고 있었다. 이것이 얼마나 허망한 논리인지 그 근원부터 근거가 빈약하고 한 톨의 실리조차 건질 게 없음을 꿰뚫어보고, 도도한 논리와 장대한 비전으로 이를 공략한 사상가이자 문장가가 연암 박지원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사상과 문장의 진수를 보여주는 텍스트가 바로 『열하일기』이다.

이 책은 원전의 진면목을 온전히 전하면서도 고전을 읽는 현재적 의미까지 담아내는 작은길 출판사의 ‘고전 찬찬히 읽기’ 시리즈의 첫 책이. 장장 십 년 동안 『열하일기』를 통해 연암과 우정을 나누어온 고미숙 저자는, 연암으로부터 지금도 변함없이 선물 공세를 받는다. 이번에 받은 선물은 『열하일기』라는 고원 곳곳에서 ‘채굴한’ 10편의 명문장들이다. 저자는 ‘보물찾기’를 하는 아이 같은 설레는 마음으로 숨은 보석들을 발굴하여 그 영롱한 빛을 지금여기의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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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ㆍ머리말 : 열하일기, 숨은 보석을 찾아라!
Intro 그대, 길을 아는가?
출발
벗은 ‘제2의 나’다
연암이 ‘연암’으로 들어간 까닭은?
청나라로부터 배우다 - 북학北學
검문
길은 ‘사이’에 있다
1. 소경의 평등안: 이용후생, 그리고 정덕正德
책문
여래와 소경
득룡이
정덕正德을 환기하라!
잠꼬대
‘청 문명의 장관은 기와 조각과 똥부스러기에 있다’
덧달기 - 쌍림과 장복의 대화
2. 호곡장好哭場: 아, 참 좋은 울음터로구나!
투전

말 꼬리
호곡장好哭場
갓난아기가 울음을 터뜨리는 이유는?
덧달기
3. 호질虎叱 : 너희가 ‘범’을 아느냐?
천하제일관天下第一關
[호질]의 ‘발견’
미스터리
주인공은 ‘범’
인간, 너는 누구인가?
4. 허생許生 : 황금을 보기를 뱀처럼 하라
연경 도착!
옥갑에서의 ‘야화’
변승업卞承業
허생을 인터뷰하다
5. 야출고북구기夜出古北口記 : 만리장성에 담긴 뜻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
열하로
굶주림과 잠고문
창대의 수난
혹부리 여인들
밤에 고북구를 나서며(夜出古北口記)
원혼들에 대한 비가悲歌
덧달기
6.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 : 내 이제야 도를 알았도다!
말(馬)에 대한 깊은 성찰
위태로움에 대하여
하룻밤에 아홉 번 강을 건너다(一夜九渡河記)
마음의 행로
마침내 열하!
잠과 꿈의 ‘사이’
7. 상기象記 : 코끼리를 통해 본 우주의 비의
상방 탐방기
코끼리의 형상, 코끼리의 힘
하늘이 코끼리를 낸 뜻은?
차이를 사유하라!
덧달기 - 지전설
8. 판첸라마 대소동 : 천하의 형세를 헤아리다
폼생폼사
서곡
판첸라마
황제
황금궁전
파사팔巴思八
정탐꾼
천하의 형세
9. 환희기幻戱記 : 도로 눈을 감고 가시오
호기심 제왕
신기한 요술나라
엽기적인 너무나 엽기적인
눈속임
꿈속에 또 꿈
소경의 눈물
길 위의 삶
ㆍ더 읽을 책들
ㆍ박지원 연보
ㆍ열하일기 원목차

저자 소개 (2명)

저 : 고미숙 (Ko Mi Sook,高美淑)
작가 한마디 소박하고도 근원적인 질문들로부터 도망가지 말자. 정녕 사무치게 마주칠 수 있다면, 그것은 다시 세상을 밝히는 촛불이 될 수 있으리라.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되는 것처럼. 고전평론가. 20대에는 청년 백수, 30대 중반에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40대 초, 중년 백수가 되었다. 혼자는 너무 심심하고 외로워서 공부공동체를 꾸렸다. 현재 [감이당] & [남산강학원]이 나의 본거지다. 2080세대가 함께 꾸려가는 지성의 네트워크라 생각하면 된다. 주요 활동은 ‘읽고 쓰고 말하기’. 이렇게 살아도 밥벌이가 되고 수많은 벗들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신기하다. 이 행운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다. 그동안 낸 책으로는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삶과 문명의 눈부신 비전 열하일기』,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 고전평론가. 20대에는 청년 백수, 30대 중반에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40대 초, 중년 백수가 되었다. 혼자는 너무 심심하고 외로워서 공부공동체를 꾸렸다. 현재 [감이당] & [남산강학원]이 나의 본거지다. 2080세대가 함께 꾸려가는 지성의 네트워크라 생각하면 된다. 주요 활동은 ‘읽고 쓰고 말하기’. 이렇게 살아도 밥벌이가 되고 수많은 벗들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신기하다. 이 행운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다.

그동안 낸 책으로는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삶과 문명의 눈부신 비전 열하일기』,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 사주명리학과 안티 오이디푸스』,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 : 동의보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바보야, 문제는 돈이 아니라니까” : 몸과 우주의 정치경제학』,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 『낭송의 달인, 호모 큐라스』, 『계몽의 시대 : 근대적 시공간과 민족의 탄생』, 『연애의 시대 : 근대적 여성성과 사랑의 탄생』, 『위생의 시대 : 병리학과 근대적 신체의 탄생』, 『윤선도 평전』, 『두개의 별 두개의 지도 : 다산과 연암 라이벌 평전 1탄』, 『청년백수를 위한 길 위의 인문학 : 임꺽정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고미숙의 로드 클래식, 길 위에서 길 찾기』, 『고전과 인생 그리고 봄여름가을겨울』,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고미숙의 글쓰기 특강: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 등이 있고, 함께 옮긴 책으로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전2권)이 있다.
원저 : 박지원 (朴趾源, 호 : 연암)
호는 연암이며 조선 후기의 문신, 실학자이다. 청나라의 선진 문물을 배우고 실천하려고 하였던 북학 운동의 선두 주자였으며 많은 문장을 후세에 남긴 작가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출생하여 자랐으며, 할아버지는 지돈녕부사(知敦寧府事) 박필균(朴弼均)이고, 아버지는 박사유(朴師愈)이며, 어머니는 함평 이씨이다. 아버지가 벼슬 없는 선비로 지냈기 때문에 할아버지 박필균이 양육하였다. 1765년 처음 과거에 응시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자 이후로는 과거나 벼슬에 뜻을 두지 않고 오직 학문과 저술에만 전념하였다. 박제가(朴齊家), 이서구(李書九), 서상수(徐常修), 유득공(柳得恭), 유금(柳琴... 호는 연암이며 조선 후기의 문신, 실학자이다. 청나라의 선진 문물을 배우고 실천하려고 하였던 북학 운동의 선두 주자였으며 많은 문장을 후세에 남긴 작가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출생하여 자랐으며, 할아버지는 지돈녕부사(知敦寧府事) 박필균(朴弼均)이고, 아버지는 박사유(朴師愈)이며, 어머니는 함평 이씨이다. 아버지가 벼슬 없는 선비로 지냈기 때문에 할아버지 박필균이 양육하였다. 1765년 처음 과거에 응시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자 이후로는 과거나 벼슬에 뜻을 두지 않고 오직 학문과 저술에만 전념하였다. 박제가(朴齊家), 이서구(李書九), 서상수(徐常修), 유득공(柳得恭), 유금(柳琴) 등과 학문적으로 깊은 교유를 가졌다. 홍대용(洪大容), 이덕무(李德懋), 정철조(鄭喆祚) 등과 ‘이용후생에 대해 자주 토론하였다. 생활이 어려워지고 파벌 싸움의 여파까지 겹쳐 황해도 금천의 연암협으로 은거하였다. 1780년(정조 4년) 친척인 박명원(朴明源)이 사신으로 북경에 가게 되자 수행원이 되어 6월부터 10월까지 북경과 열하를 여행하고 돌아왔다. 이때의 견문을 정리해 쓴 책이『열하일기(熱河日記)』이다. 저서로는『열하일기(熱河日記)』, 작품으로는「허생전(許生傳)」,「민옹전(閔翁傳)」,「광문자전(廣文者傳)」,「양반전(兩班傳)」,「역학대도전(易學大盜傳)」,「봉산학자전(鳳山學者傳)」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우수교양도서
-대한출판문화협회 선정 올해의 청소년도서
-‘책읽는청주’ 대표도서
-‘행복한아침독서’ 추천도서


저자가 5년 전 청소년 독자들에게도 열하일기의 진수를 선물하고자 썼던 '삶과 문명의 눈부신 비전 열하일기'의 개정판이다. 한성에서 연경으로, 연경에서 열하로, 다시 연경으로 돌아와 한양에 이르는 장장 5개월 간의 장대한 여행기가 한 장의 지도 위에 펼쳐지듯 선명하게 그려진다. 이처럼 '열하일기' 26편의 전모가 한 편의 로드무비이자 길 위에서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모험, 그리고 사유의 대여정으로 생생히 되살아난 것은 오래도록 연암과, 또한 '열하일기'와 ‘찐한’ 우정을 나누어온 저자 고미숙의 애정과 편력이 살아 숨쉬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번 개정판을 통해 230여 년 전 연암의 여행길에 동행하는 행운을 누리시길 바란다.

유목적 여정이 탄생시킨 "오천 년래 최고의 문장"

조선 후기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연암의 글들은 1900년이 되어서야 창강 김택영에 의해 '연암집'으로 묶여 간행되었다. 김택영은 '열하일기'에 수록된 [야출고북구기夜出古北口記]를 삼국사기의 [온달전]과 더불어 "오천 년래 최고의 문장"이라 평했다. 이 같은 평가의 근거는 무엇인가. 반드시 한문으로 쓰인 원전을 읽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그때 그 자리의 연암이 되어 보는 것이다. 상현달마저 고개 너머로 떨어져 천지가 괴괴한 때, 곁에는 아무도 없고 오직 한 필의 말에 의지하여 깊은 골짜기를 내려다보며 장성을 넘어간다.

아, 슬프다! 여기는 예로부터 수많은 전쟁이 벌어진 곳이다. ... 그토록 길길이 날뛰며 싸우던 전쟁터건만 지금은 온 천하가 태평하여 군대를 일으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사방으로 산이 둘러싸고 있어 수많은 골짜기들이 쓸쓸하고 적막하기만 하다. ... 벌레 소리가 사방에서 일어나고 긴 바람이 싸늘하다. 숲과 골짜기가 함께 운다. 짐승같이 가파른 산과 귀신같이 음산한 봉우리들은 창과 방패를 벌여 놓은 듯하고, 두 산 사이에서 쏟아지는 강물은 사납게 울부짖어 철갑으로 무장한 말들이 날뛰며 쇠북을 울리는 듯하다. - 본문 174~175쪽

고북구가 어떤 곳인가. 연경에서 열하로 가는 길목이자, 새외로 통하는 관문 가운데 험하기로는 고북구만한 요새가 없다. 이곳을 통과하면 산천의 풍경과 지세, 풍속 따위가 자못 달라지는 북방 오랑캐의 땅이기도 한 터, 고북구는 중국 역사 내내 치열한 전쟁터이기도 했다. 이곳에서 스러져간 전쟁의 원혼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짙은 어둠과 기괴한 기운이 어우러진 가운데 "연암은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감회에 휩싸"여, 남은 술에 먹을 갈아 천고의 명문장을 써 내려간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어찌 보면, 그것은 연암의 것이라기보다 장성에 깃든 원혼들이 연암을 통해 말을 건넨 것인지도 모른다."고.

비단 [야출고북구기]만 그렇게 탄생한 게 아니다. '열하일기'를 장식하는 명문들은 모두 같은 방식으로 연암을 통해 세상으로 흘러나왔다. 동쪽 변방 조선의 지식인 연암은 조선을 규정하는 어떠한 주류적 가치와 통념에도 걸림이 없었던 인물이다. 그랬기에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분사되는 청문명의 정수를 다각도로 포착할 수 있었다. 그중 단연 으뜸은 "청 문명의 장관은 기와 조각과 똥부스러기에 있다"는 명제이다. "기와 조각과 똥오줌, 가장 낮고 천한 것에서 가장 깊고 근원적인 것을 찾아내는" 연암의 통찰력이 구축한 "탁월한 문명론"이기 때문이다. 연경을 유람하고 돌아온 선비들이 요동의 백탑, 산해관, 유리창 따위를 제일 장관이라며 열거하고, 일류 선비들은 왕후장상, 서민 가릴 것 없이 모조리 머리를 깎았다는 이유로 개돼지와 마찬가지 취급을 한다. 이에 연암은 삼류 선비를 자처하며 깨진 기와 조각을 모아 천하의 그림을 그려내고, 똥거름마저 각양으로 쌓아올려 금덩어리처럼 모시는 저 제도를 본받아야 진정한 북벌이 가능하지 않겠냐고 역설한다. 정말 근원적이고도 통쾌한 논리가 아닌가. 장자가 말한 붕새의 눈이나 불가에서 말하는 여래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일 게다.

연암의 편견 없는 안목과 전복적 사유는 열하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했다. 천자의 고희를 축하하기 위해 천하의 모든 진귀한 종족과 산물들이 열하로 몰려들고 있었다. 길들이지 않은 각종 야생동물들이 우리 안에서 눈빛을 번득인 채 수레에 실려 간다. "붉은 굴레를 씌워 말을 끌고 가듯 하는" 사슴이 있는가 하면, 키가 거의 말만 한하고 용맹하기가 호랑이와 맞먹는 개도 있다. 난생처음 타조를 목도하기도 한다. 이미 연경에서 한번 마주친 코끼리를 열하에서 다시 볼 기회를 얻는데, 이번에 본 코끼리의 행동거지와 활약상은 연암의 상상력과 사유를 "우주적 차원으로" 비약시키면서 [상기象記]라는 명문을 낳게 한다.

우리가 배운 것이라고는 생각이 소 말 닭 개 정도에 미칠 뿐, 용 봉 거북 기린 같은 짐승에게까지는 미치지 못한다. 코끼리가 범을 만나면 코로 때려 죽이니 그 코야말로 천하무적이다. 그러나 쥐를 만나면 코를 둘 데가 없어서 하늘을 우러러 멍하니 서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쥐가 범보다 무서운 존재라 말한다면 조금 전에 말한바 이치에 어긋나고 만다. 대저 코끼리는 오히려 눈에 보이는 것인데도 그 이치를 모르는 것이 이와 같다. 하물며 천하 사물이 코끼리보다 만 배나 더한 것임에랴. - 본문 215쪽

저자는 여기에 ‘코끼리 철학’이라는 이름을 부여하면서 [상기]가 설파하는 건 ‘차이’에 대한 사유라고 지적한다.

우주의 변화는 실로 무상한 것이어서 하나의 단일한 척도로 수렴되지 않는다는 것. 닭이나 개를 보고 산출된 가치는 닭이나 개에게만 적용될 뿐, 그것을 용이나 거북에게까지 적용하려고 들면 바로 탈이 난다. 즉, 아무런 의미가 없거나 아니면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동일성의 폭력’이 자행되기 때문이다. ‘동일성의 폭력’이란 단 하나의 기준에 의거하여 차이들을 완전 무시해 버리는 사고방식을 말한다. 그럴 때 그 기준은 그저 하나의 기준이 아니라, 모든 가치들을 압도하는 초월적 지위를 획득한다. - 본문 216쪽

이렇듯 이 책은 독자들이 책을 읽는 내내 명문장과 명해설의 멋들어진 향연을 즐기게끔 한다. 그 비결은 원전을 성실히 독해하고 현재적 맥락에서 새롭게 변주하는 저자의 내공일 것이다.

유쾌한 시공간 그리고 눈부신 비전

고미숙 선생은 손수 창안한 고전평론가라는 타이틀을 걸고 의미있는 고전을 발굴하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열하일기'가 그 첫 성과물이었음은 웬만한 독자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왕복 장장 6천여 리, 5개월의 여정에서 탄생한 역작을 재발견하고 리라이팅한 책이 출간된 해가 2003년이었다. 민족문화추진회가 국역한 총서가 간행되어 거기에 '열하일기'가 포함된 것이 1968년이었고, 그것이 1997년 현대적인 장정으로 재출간되기 전까지 변변한 완역본도 없던 때였다. 전문 연구자의 정석적인 해설서는 애초부터 고려하지 않았다. 존재가 세상에 태어날 때 이유가 있듯, 글이란 것도 세상에 내놓을 때는 저작의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고미숙 선생의 글쓰기 지론은 ‘나는 왜 이 글을 쓰느냐’에 답해야 한다는 것! 더군다나 먼지냄새 나는 고전이 21세기 지금까지 읽힌다는 건 시대마다 독자의 요구가 추동한 결과이다. 그렇다면 고전평론가 혹은 고전을 다시 쓰려는 작가라면 자신만이 가진 ‘특이점’의 그물로 포획한 고전의 의미를 통역해주어야 마땅할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의미에 충실한 저작일 뿐 아니라, 전작에 대한 탁월한 변주라고 할 만하다. 전작이 '열하일기'를 탈근대적 사유가 충만한 텍스트로 분석한 과감한 시도였다면, 이 책은 원전의 텍스트와 보다 밀착하여 대화를 나누듯 써가면서도 그 고유한 사유의 편력 또한 놓치지 않고 있다. 또한 청소년 독자들도 부담없이 읽기에 적합하도록 썼기 때문에 폭넓은 독자층이 두루 함께 탐독해볼 만하다.

고전 찬찬히 읽기, ‘고찬찬’ 시리즈!

고전이 교양인의 필독목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깊이 있는 해설서와 공들여 번역한 완역본들이 출간될 때마다 고전 독자들은 고마움과 설레임을 동시에 느낀다. 풍요로운 고전의 바다에 이제 여기, 고전읽기의 새로운 모범을 제시하는 시리즈를 내놓는다. 수많은 독자들이 공감하겠지만 고전읽기에는 다른 왕도가 없다. 고전이라는 텍스트가 본래 그렇게 쓰였듯, 그 느린 걸음과 깊은 호흡을 온전히 음미하며 ‘찬찬히’ 읽은 것만이 최상의 방법이다. 점자를 배우듯 시대의 낯선 언어와 이질적인 삶의 요철들을 나의 손끝으로 하나하나 더듬어 실감해보자. 고찬찬 시리즈는 찬찬히 읽는 방법에 딱 맞춤한 장편고전 텍스트를 첫 탐사지로 선정했다. 고미숙 선생님의 '열하일기'를 필두로, 남산강학원의 패기 넘치는 필진들이 가세하여 장편고전 세계로의 탐사여행에 멋진 길동무가 되어줄 것이다.

- 앞으로 나올 책들 : '레 미제라블'(빅토르 위고), '서유기'(오승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마르셀 프루스트), '데카메론'(조반니 보카치오) 등.

종이책 회원 리뷰 (9건)

포토리뷰 [서평] 열하일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참****빵 | 2020.11.04

내용보다는 제목이 익숙한 책이다. 어디선가 '열하일기'라는 제목은 자주 들어서 낯설지 않다. 반면에 내용을 생각해보면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맞다. 나는 아직 '열하일기'를 읽어 본 적이 없다. 그러니 생각이 나지 않는 게 당연하다. 익숙하지만 낯설어 읽고 싶었다. 거기에 저자의 이름 세 글자가 눈에 띄었다. 일전에 유튜브 여기저기서 강의를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인상적이었는데... 그래서 읽게 됐다.

창피하게도 책을 읽기 전까지는 '열하일기'라는 책이 단순히 여름날을 담은 일상 에세이쯤으로 알고 있었다. 왠지 제목에서 여름과 일상의 향기가 나지 않는가? 아무튼 예상 밖이었다. 에세이에 포함은 되겠지만 엄밀히 말하면 기행문에 가깝다.

조선의 조정에서는 청나라 황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사절단을 보내게 된다. 당시 박지원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왕성했으나, 마땅히 하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그저 책 읽고 공부하는 벌이 없는 프리랜서? 그래서 사절단 선발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종국엔 혈연 찬스를 통해 사절단으로서 중국에 방문하게 된다. 사절단의 종착지는 중국 연경이었으나 중국 '열하'라는 도시로 피서를 간 황제 탓에 사절단의 최종 목적지 또한 그곳으로 바뀌게 된다. '열하일기'는 저자 박지원이 중국 '열하'까지 다녀오면서 겪은 일들을 기록한 책이다.

'열하일기'는 기행문이지만 기록 곳곳에 저자 박지원의 사상적 색채가 짙게 묻어있다. 명분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저자의 모습이 기록 곳곳에 등장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중국의 제일 장관은 저 기와 조각에 있고, 저 똥덩어리에 있다'라는 구절이다. 지금이야 자주 해외여행을 갈 수 있었지만, 당시만 해도 해외로 나간다는 것은 큰 의미를 지녔을 것이다. 당연히 국내에서 보지 못한 다양한 문물들도 있었을 테고. 그런데도 중국 제일의 장관으로 기와 조각과 똥덩어리를 뽑다니 지금의 나로서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만큼 한낱 하찮은 것을 최대한의 효용으로 처리하여 '정덕'을 실현하는 중국인들에게 깊은 감명을 받은 듯하다. 어느 한 극단에 머물지 않고 제3의 대안을 유연하게 창조해낼 수 있는 능력. 박지원은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이 시대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용후생'에 목매고 있다. '쓰임을 이롭게 함으로써 삶을 도탑게'만 하는데 혈안 되어 있다. '이용후생'과 한 세트가 되어야 할 '정덕'의 가치는 사라져버렸다. '정덕'은 삶을 충만하게 만드는 능동적 가치쯤으로 규정할 수 있는데, 이는 이용후생과 병렬의 관계가 아니라 공존의 관계로 규정할 수 있다. 삶을 이롭게 한다는 명분으로 자연은 응당 파괴되어도 괜찮은 것쯤으로 치부하는 행태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이외에도 박지원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술과 관련된 일화가 기억에 남는다. 술집에서 마주친 몽골, 이슬람인들에게 기죽지 않기 위해서, 오히려 그들이 자신을 두려워하게끔 술을 퍼마신다. 연거푸 독한 술을 원샷을 한 탓에 휘청휘청 거리면서도 폼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 장면만큼 인간적일 수가 있을까. 웬만한 남자들은 공감할 듯하다.

여행기이기 때문에 지극히 개인적인 글들이 많다. 또한 내가 직접 겪은 것처럼 생생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도 1년간 교환학생으로 외국에 체류한 적이 있었는데, 그간의 기록을 기록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 며칠간의 기록으로 이토록 사람을 끌어당길 수도 있다니... 박지원의 '열하일기'도 인상적이었지만, 본문 중간마다 등장하는 저자의 해설 또한 좋았다. 본래 청소년을 대상으로 박지원의 매력을 널리 알리기 위해 집필했다고 하니 전혀 어려운 느낌은 들지 않았다. 고전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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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연암 박지원에 대한 흥미로움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노* | 2020.10.29
삶과 문명의 눈부신 비전 열하일기 이 책은 연암 박지원에 대해 잘 몰랐던 내게 그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켜 주었다. 열하일기 3종세트중 1편인데 저자인 고전평론가 고미숙이 열하일기를 실고 해설을 달아 놓았다. 고미숙 평론가의 글을 읽으니 이해가 빨랐다. 열하일기 완역본도 있던데 도전해 볼까 하는 겁없는 생각까지 들었다. 박지원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듬뿍 담겨 있는 책이다. 또한 책구성이 지루하지 않게 편집된 것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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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삶과 문명의 눈부신 비전 열하일기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김*수 | 2020.05.05

삶과 문명의 눈부신 비전 열하일기(고미숙)>를 읽었다. 연암 박지원이 쓴 옛날이야기를 마치 사랑하는 사람에게 소곤거리듯이 고미숙이 풀어놓았다. 읽다가 잠시 눈을 떼기가 힘들다. 오줌이 마려워야 겨우 책을 뒤집어놓고 일어섰다. 쉽게 풀어놓으니 쉽게 스며든다. 아무튼 박지원도 대단하고, 고미숙도 대단하다.

 

조선의 박지원은 글을 읽고 닦으면서 우물 안 개구리라고 느꼈고, 당시 문명국인 청나라를 다녀온다. 고미숙은 박지원의 흥미로운 호기심, 지식 탐구심, 여행자의 느낌을 풀어놨다.

 

고미숙은 무던히 열하일기를 좋아하나 보다. 이런 저런 부분을 재밌게 알려주기도 하고, 어쩔 때는 혼자 감동에 젖어 글을 써 내려갔다. 진짜 열하일기를 찾아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받으려는 듯. 그런데 재미와 감동이 그대로 스며들고, 나 또한 감동한다. 그리고 열하일기를 찾게 만들었다. 고미숙 성공!

 

넓은 요동 벌판을 보고서 멋진 울음 터로 보고, 한 번쯤 울어볼 만하구나, 이 정도 맘보(스케일)가 커야 하지 않을까. 압록강을 건너면서 그대 길을 아시는가물으면 저 강과 언덕 사이에 길이 있지’, 이 정도 답은 해야 하지 않을까.

 

책을 덮고 앞 메()를 오른다. 메라고 하기엔 낮은, 고작 1시간이면 꼭대기에 올라서는, 쬐끔(조금) 더 가까워진 하늘을 우러러 보면서 우쭐거리기 딱 좋은. 올라가면서, 지난 10년 나는 이 앞 메를 멋진 울음 터사랑스러운 뒤뜰이니 이런 맘을 가진 적이 있는가. 내려오면서, 앞으로 10년 나는 저 벌판의 길을 알 수 있을까, 찾을 수 있을까. 연암의 학문 사랑, 미숙의 연암 사랑쯤 되어야 찾을 수 있갔지, . 나를 다그치고 깨우치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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