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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

무리 짓지 않는 삶의 아름다움

박홍규,박지원 | 사이드웨이 | 2020년 10월 29일 한줄평 총점 10.0 (14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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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 인문학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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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영원한 이단아’이자 ‘르네상스적 지식인’,
박홍규에게 듣는 독서와 인간에 관한 이야기

박홍규 교수는 자신만의 특별한 아이덴티티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언제나 ‘읽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아이덴티티의 바탕에 ‘책을 읽는 일이 주는 고독과 자유’를 잉태해 둔 사람이었다. 그는 평생을 도서관에 틀어박혀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사람들이 ‘충분히 고독하지 않다’고 비판하던 사람이다. 그는 좌우와 진영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너무 무리를 짓고 다니며, 한 사람의 독립된 개인으로 살아가지 못한다고 비판하던 사람이다.

그는 이 땅 위에 살아가던 위대한 아웃사이더들을 사랑했고, 그들이 쓴 책을 옮기고 새롭게 풀어냈다. 또 그 자신도 우리 사회의 아웃사이더처럼 살고자 했다. 시작은 법학이었다. 그는 30여 년 전부터 『세계의 최저 노동 기준』, 『한국과 ILO』, 『그들이 헌법을 죽였다』 등의 법률 서적을 쓰면서 한국의 대표적인 진보적 법학자로 활동했다. 1980년대부터 국제인권법을 국내에 소개하는 일에 힘쓰는 한편, 1997년에는 한국의 사법 실태를 비판하며 사법개혁을 촉구한 책 『법은 무죄인가』로 백상출판문화상을 받은 바 있다.

박홍규 교수는 ‘영원한 이단아’이다. 집단을 사랑하는 사회에서 ‘개인’과 ‘독서’의 힘을 예찬한 사람이다. 세상이 그런 그를 불러왔던 별명은 바로 ‘르네상스적 지식인’이다.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 무리 짓지 않는 삶의 아름다움』은 이처럼 세상과 끊임없이 불화하며 스스로에게 집중했던 박홍규 교수의 삶과 생각을 샅샅이 들어보는 대담집이다. 『아이돌을 인문하다』와 『산책하는 마음』을 쓴 박지원 작가가 지난 2018년 겨울부터 2019년 여름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대구와 경산을 찾아 박홍규 교수와 길고 긴 대화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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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추천사 - 정혜윤 (CBS PD, 작가)

0. 책머리에 - 박지원

1. 들어가며: 저는 오늘도 도서관에 갑니다

2. 독서에 관하여: 책은 날씨와 공기처럼

3. 고독에 관하여: 가족, 거울, 그리고 스마트폰 너머에

4. 사회에 관하여: 우리 모두의, 수정처럼 맑은 정신

5. 인간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언제나 구체적으로

6. 나오며: 아내와 함께, 내내 읽으며 늙어갑니다

7. 대화를 마치면서 - 박홍규

저자 소개 (2명)

저 : 박홍규 (朴洪圭)
1952년 경북 구미에서 태어나 영남대학교 법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본 오사카시립대학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하버드대학 법대·영국 노팅엄대학 법대·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에서 연구하고, 일본 오사카대학·고베대학·리쓰메이칸대학에서 강의했다. 현재 영남대학교 교양학부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노동법을 전공한 진보적인 법학자로 전공뿐만 아니라 정보사회에서 절실히 필요한 인문·예술학의 부활을 꿈꾸며 왕성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회장을 지냈으며 전공인 노동법 외에 헌법과 사법 개혁에 관한 책을 썼고, 1997년 『법은 무죄인가』로 백상출판문화상... 1952년 경북 구미에서 태어나 영남대학교 법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본 오사카시립대학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하버드대학 법대·영국 노팅엄대학 법대·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에서 연구하고, 일본 오사카대학·고베대학·리쓰메이칸대학에서 강의했다. 현재 영남대학교 교양학부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노동법을 전공한 진보적인 법학자로 전공뿐만 아니라 정보사회에서 절실히 필요한 인문·예술학의 부활을 꿈꾸며 왕성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회장을 지냈으며 전공인 노동법 외에 헌법과 사법 개혁에 관한 책을 썼고, 1997년 『법은 무죄인가』로 백상출판문화상을 받았다. 세계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글을 쓰는 저술가이자 노동법을 전공한 진보적인 법학자이며 인문·예술의 부활을 꿈꾸는 르네상스맨이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아내와 함께 작은농사를 지으며 자유·자연·자치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그동안 『존 스튜어트 밀』, 『아돌프 히틀러』, 『누가 헤밍웨이를 죽였나』, 『카프카, 권력과 싸우다』, 『복지국가의 탄생』, 『헤세, 반항을 노래하다』, 『제우스는 죽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조지 오웰』, 『니체는 틀렸다』, 『인문학의 거짓말』, 『왜 다시 마키아벨리인가』, 『내 친구 톨스토이』, 『함석헌과 간디』, 『독학자 반 고흐가 사랑한 책』, 『독서독인』, 『마르틴 부버』, 『이반 일리히』, 『디오게네스와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다시 보기』, 『반민주적인, 너무나 반민주적인』, 『누가 아렌트와 토크빌을 읽었다 하는가』, 『윌리엄 모리스 평전』, 『삶을 사랑하고 죽음을 생각하라』, 『자유인 루쉰』 등을 집필했으며, 『존 스튜어트 밀 자서전』, 『유한계급론』, 『군주론』, 『산업 민주주의』, 『간디가 말하는 자치의 정신』, 『간디, 비폭력 저항운동』, 『유토피아』, 『이반 일리히의 유언』, 『학교 없는 사회』, 『자유론』, 『간디 자서전』, 『오리엔탈리즘』, 『사상의 자유의 역사』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저 : 박지원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산책을 좋아하는 출판인 겸 작가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기자와 서점 MD, 출판사 에디터 등을 거쳤고, 지금은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산책하는 마음』은 파주시 문발동에 터를 잡은 이래 2년여간 근방을 거닐며 쌓인 생각들의 기록이다. 이곳을 걷는 동안에는 ‘가을방학’과 ‘악동뮤지션’의 노래들을 가장 즐겨듣곤 했다. 도스토예프스키와 체호프, 그리고 박완서와 황현산의 팬이다. 지은 책으로는 『아이돌을 인문하다』(2018 · 도서출판 사이드웨이)가 있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산책을 좋아하는 출판인 겸 작가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기자와 서점 MD, 출판사 에디터 등을 거쳤고, 지금은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산책하는 마음』은 파주시 문발동에 터를 잡은 이래 2년여간 근방을 거닐며 쌓인 생각들의 기록이다. 이곳을 걷는 동안에는 ‘가을방학’과 ‘악동뮤지션’의 노래들을 가장 즐겨듣곤 했다. 도스토예프스키와 체호프, 그리고 박완서와 황현산의 팬이다. 지은 책으로는 『아이돌을 인문하다』(2018 · 도서출판 사이드웨이)가 있다.

출판사 리뷰

책을 너무 사랑해서 한평생 책 속에 파묻혀 살았던,
어느 노교수의 독서와 고독, 사회와 인간에 관한 이야기


여기, 한 사람이 있습니다. 한평생 도서관에 다니며 150권이 넘는 책을 쓰고 번역했던 사람. 운전면허증도 핸드폰도 없이, 자전거를 타고 시골길을 달려 학교를 오가는 사람. 아내와 함께 시골에서 600평 땅에 농사를 지으며, 오늘도 가방에 도시락을 싸든 채 묵묵하게 책을 읽고 또 읽는 사람.

그리고, 강단에 머무르지 않고 현장의 노동자들과 오래도록 부대끼던 노동법 학자. 대학 교수이면서도 전임 교수의 월급을 반으로 깎아야 한다고 주장하던 교수. 동창회나 동문회, 회식 문화, '끼리끼리'와 '패거리주의'를 끔찍하게 싫어하고, 더치페이가 왜 문제가 되는지조차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하던 사람.

오래 전부터 자기 밥값은 자기가 내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해 온 사람. 좌우를 불문하고 왕따가 되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해왔던 사람. 독재자와 재벌 체제에 분노하는 진보적 지식인으로 불리면서도, 누구보다 앞장서서 진보 좌파의 엘리트주의와 패권주의를 비판하던 사람.

그렇게 일흔의 생애를 자발적인 단독자로 살아온 사람. 외롭게 사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 사회를 비판하기에 앞서 자기의 한계를 먼저 고백해온 사람. 무리 짓지 않는 삶의 아름다움을 자신의 70 가까운 생애로 증명해온 사람.

바로 영남대학교 명예교수 박홍규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용기 있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외롭게 사는 것이 가치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박홍규라는 사람이 한국 사회에서 의미가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는 언제든, 또 누구든 타인지향적이고 타인의존적으로 살아가기 쉬운 한국사회에서, 박홍규 교수의 단독자적인 삶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입체적으로 밝혀두고 있다. 박홍규는 강인한 단독자였다. 그는 자신이 자발적인 단독자의 길을 택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그는 좌우를 떠나 모든 진영과 집단의 패거리 문화를 진심으로 싫어하며 자기 삶의 구체적 궤적으로 그러한 거부를 실천해왔다. 그는 늘 왕따를 자처했다. 그는 독재자에 분노했고, 사법부에 분노했고, 재벌에 분노했으며, 동시에 겉으로 사회 정의를 외치면서도 뒤로는 제 이득을 챙겨오던 모든 민주 인사들에 분노했다. 그는 198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진보 명사들과 함께 민주주의법학연구회란 단체의 회장을 지내며 우리나라의 독재 체제와 보수적인 사법 현실을 비판했던 바 있다. 또한, 그는 한국의 민주화를 이끌었던 진보 지식인들과 문단 권력의 폐쇄적인 엘리트주의와 패권주의를 가장 앞장서서 비판했던 한 사람의 지식인이었다.

그는 자신이 소속되었던 영남대학교와 싸웠고, 노동법학회와 싸웠으며, 동료인 대학의 전임교수들과도 싸웠다. 그는 보수적인 지역사회와 싸웠으며, 전쟁의 기억을 되살리려는 군국주의자와 싸웠고, 일본 위안부 문제와 한국의 가부장주의를 외면하는 여성혐오주의자들과 싸웠다.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는 그 외로운 싸움의 기록이다. 이 책 안에선 고독한 삶의 가치와 한국 사회의 병폐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박홍규 자신의 다채로운 고백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는 현실 사회의 쟁점들을 피하지 않는 책이다. 비정규직 문제와 지방 문제, 청년 문제와 소셜 네트워크 담론, 한국 사회의 엘리트주의와 양극화 문제, 그리고 젠더 이슈와 페미니즘 운동 등에 이르기까지, 박홍규 교수는 이 대담에서 자신이 오랫동안 생각해오던 한국사회의 현실에 대해서 발언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그간 두루 쌓아온 교양과 지성을 통해서 이 문제들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세상에 이리저리 휩쓸리는 대신, 자기의 삶을 고독하고 단단하게 채워왔다. 그는 아내와 함께 경북 경산의 시골에서 600평의 땅에 농사를 지으며 사는 농부 겸 지식인이기도 하다. 박홍규 교수는 휴대폰도 쓰지 않고, 매일 도시락을 싸 들고 책을 읽으러 다니며, 주말이면 아내와 함께 영화를 보러 대구 시내에 다니고 있다. 그는 자기 삶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힘껏 쳐내고,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면서 단순하고 집중력 있게 살아가는 일을 긴 시간 동안 행동으로 옮겨왔다.

책과 활자 속에 파묻혔던 힘을 통해서
이 사회를 가장 날카롭게 성찰할 수 있던 사람


세상의 모든 책과 활자에 관심을 갖고 두루 공부했던 그는, 자신의 지적인 토대와 역량을 바탕으로 책과 언론을 통해서 우리 사회의 병폐를 오랫동안 비판했다. 그렇지만 그는 동시에 자신이 한 사람의 지식인으로서 얼마나 부족하고 보잘것없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백과 성찰도 보여주었다. 자기의 한계, 자신의 모순을 알고 있는 그는 그래서 언제나, 매번 다시 책의 세계로 돌아간다. 그래서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에는 빈센트 반 고흐와 조지 오웰, 헤르만 헤세와 루쉰과 몽테뉴, 례프 톨스토이와 마하트마 간디, 이반 일리치와 한나 아렌트와 헨리 데이비드 소로, 미셸 푸코와 프란츠 카프카와 알베르 까뮈…. 등등의 수많은 작가들의 많은 작품들이 등장한다. 그들 모두 자기의 세상에서, 자기의 시대에 맞서, 자신의 한계를 응시하며 나름으로 힘껏 분투하며 글을 썼던 이들이었고, 그들이 살아가던 세계의 이방인이자 단독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10대 시절부터 읽고 매혹된 사람들을 펴들며 자기 나름의 삶을 치열하게 살았고, 비로소 노년의 삶에 당도했다. 그래서 이 책은 평생을 도서관에서 보낸 노인이 자신이 읽었던 책들을 되짚는 기록이고, 그 책들을 향해 보내는 따뜻한 회고의 기억이기도 하다. 그는 책의 세계 안에서 훌륭한 작가들을 만나 이 현실의 세계를 살아갈 힘과 위안을 얻을 수 있었을 뿐이다. 역사에 남은 단독자들의 몸부림을 바라보고, 자신이 얼마나 그들을 열렬하게 좇아 왔는지를 확인하면서.

그러므로 박홍규 교수의 대담집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는 ‘책들에 관한 책’과도 같다. 이 대담집에는 총 100권이 훌쩍 넘는 책의 제목들이 등장하며, 그 책의 범위는 과거의 고전에 머무르지만도 않는다. 그가 번역해서 한국의 지식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던 『오리엔탈리즘』과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 등의 책들부터, 최근 많은 인기를 끌었던 『편의점 인간』과 『복학왕의 사회학』, 『모멸감』 등의 책에 이르기까지, 이 책의 대담에서는 박홍규 교수와 박지원 작가의 독서 이력이 종횡무진 펼쳐진다. 나아가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는 인간의 본질에 관해서 묻는 책이다. 박홍규 교수와 박지원 작가는 서로의 독서 이력을 나누며 폭력에 관해서, 진보에 관해서, 사회의 변화에 대해서, 인간의 접촉에 대해서, 홀로 또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관해서 긴 시간 대화를 나누었다. 그들은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를 비롯한 많은 지성들을 되돌아보며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심도 깊은 대담을 진행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에 담겨있다.

자신의 허물을 드러내는 데 부끄럼이 없던,
어느 노교수의 가장 겸손한 자기 고백


경상북도 경산의 영남대학교 도서관과 박홍규의 자택에서 1년 가까이 이루어진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의 대담 기획은 어느 고독한 독서인 박홍규 교수의 삶과 사상을 알 수 있는 한 권의 책이다. 독서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크게 봐선 고독한 삶의 가치, 한국 사회의 병폐, 그리고 인간의 자유와 평등에 관한 총 4가지 주제로 파생되었고, 이 대담집은 그 이야기를 ‘독서’, ‘고독’, ‘사회’, ‘인간’이란 4개의 키워드로 재구성한 기록이다. 박홍규 교수는 이 한 권의 대담집으로 자신의 삶을 잘 들려주고 있지만, 그는 전혀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그는 자신이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이 책의 모든 장에서 자신의 허물과 실수, 약점과 한계를 지적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기성세대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선 자기 한계를 숨김없이 드러낼 수 있는 사람, 자기 허물을 내보이는 데 거리낌이 없는 그 세대의 어떤 사람이 필요하다. 박홍규는 적어도 그 일을 충분히 감수하려는 사람이었다.

즉,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는 한 사람이 고독한 길을 선택하고, 실패하고, 또 다시 자신만의 길을 찾아서 치열하게 노력했던 기록이다. 박홍규 교수는 자신의 삶이 얼마나 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었는지를 전혀 숨기지 않고, 박지원 작가에게 자신의 고민과 실패의 경험들을 낱낱이 고백하고 있다. 그는 자기 자신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고백할 수 있어야만 사회에서 학문으로 밥 벌어 먹고사는 지식인으로 불릴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 믿음을 실천으로 옮길 만큼은 용기가 있는 지식인이었다.
그래서 이 대담엔 칠순 무렵의 ‘할아버지 명예교수’가 아니라, 다만 조금 더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던 한 사람, 한 학자의 소탈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책의 마지막 장, ‘아내와 함께, 내내 읽으며 늙어갑니다’에는 그와 함께 41년을 살아온 아내 서현숙 선생이 대담에 참여하여 박홍규 교수의 정체성을 되짚고, 이 책의 여러 쟁점들에 대한 더욱 풍성한 관점을 들려주고 있기도 하다. 요컨대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는 박홍규 교수가 이 사회를 비판하기에 앞서 자기의 한계를 먼저 고백해온 사람이고, 그가 무리 짓지 않는 삶의 아름다움을 자신의 일흔 가까운 생애로 증명해온 사람이라는 사실을 진중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종이책 회원 리뷰 (13건)

인문책시렁 173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숲*래 | 2021.03.31

숲노래 책읽기 2021.3.30.

인문책시렁 173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

 박홍규·박지원 이야기

 싸이드웨이

 2019.12.5.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박홍규·박지원, 싸이드웨이, 2019)는 열린배움터에서 길잡이 노릇을 하는 삶을 이루기까지 무엇을 보고 느끼고 읽고 생각하면서 하루를 지으려 했는가 하는 발자국을 들려줍니다. 글님으로서는 틀(법) 곁에 꽃(예술)을 놓아야 비로소 이 나라가 거듭나리라 여기는 배움길이자 가르침길이었다고 합니다. 틀을 반듯하게 세우더라도 꽃을 곁에 놓지 않을 적에는 그저 딱딱하거나 차가운 쇳덩이에 그친다고, 꽃이 피어날 틈을 두는 틀이어야 하고, 꽃을 돌보는 손길로 삶을 가꿀 줄 아는 틀이어야 한다고 여긴다지요.

 

  이야기를 들려주는 님은 틀(대학교) 쪽에 서서 일합니다. 그곳에서 마주한 딱딱하고 차가운 쇳덩이를 바꾸거나 고칠 만한 길을 생각하지만, 좀처럼 틈이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틀(권력) 쪽에 서고 나면 주머니를 그득히 채울 만하기에, 숱한 사람들이 겉으로는 바른말(정의·진보)을 내놓지만 속은 빈 겉발림이기 일쑤라고 합니다.

 

  틀이 아닌 쪽은 어떤 삶일까요. 틀에 들어서지 않기에 가난하거나 고되거나 벅차거나 아프거나 슬픈 삶일까요. 틀에 서서 주머니를 꿰차기에 외려 마음이 가난하고 고되고 벅차고 아프거나 슬픈 길이지는 않을까요.

 

  2021년에 고흥군청 코앞에 높다란 잿빛집(아파트)이 잔뜩 들어섭니다. 전라남도에서도 귀퉁이라 할 이 시골자락 군청 코앞 잿빛집은 한 칸에 3억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놀랍지요. 시골 읍내에 높다란 잿빛집까지 올려야 할 만큼 ‘시골에 집이 없’을까요. 시골에서도 잿빛집을 올려야 ‘서울을 닮은 살림(세련된 도시문화)’이 될까요.

 

  틀이 나쁠 까닭은 없습니다. 그저 틀만 있고 꽃이 없다면, 풀 한 포기가 돋을 틈이 없고, 풀꽃을 둘러싼 숲이 없다면, 그 틀은 언제나 딱딱하고 차가운 나머지 아무런 숨결(생명)을 못 낳습니다. 숨결을 못 낳는 곳에는 사랑이 없기 마련이고, 사랑이 없는 데에는 새롭게 날갯짓할 생각이 자라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집이 모자라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책이 모자라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돈이 모자라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일꾼이 모자라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 햇볕이나 비나 바람이나 바다나 들이 모자라지 않습니다. 누구나 넉넉히 누릴 만큼 다 있습니다. 틀을 세워서 혼자 주머니에 쑤셔넣으려 하니 모자라 보일 뿐입니다.

 

  살림하는 사람은 틀을 세우지 않아요. 살림을 하기에 삶을 지어요. 사랑하는 사람은 틀에 서지 않아요. 사랑을 하기에 사람다이 하루를 노래해요. 돈·힘·이름은 나쁘지 않습니다. 오직 돈만 밝히고 오로지 힘만 움켜쥐고 그저 이름에 얽매이니 바보가 될 뿐입니다. 꽃돈이 되고 꽃힘이 되고 꽃이름이 될 노릇입니다. 꽃손이 되고 꽃눈이 되고 꽃몸이 될 삶입니다. 틀(법·사회·정치·권력)은 이제 그만 읽고서 틈(꽃·풀·숲·사랑·살림)을 읽으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그저 제가 읽은 책들을 저 나름으로 소화하고 정리했을 뿐입니다. 전혀 대단한 것도 아니고 자랑할 만한 것도 아니에요. (18쪽)

 

우리나라는 교보문고 정도 되는 대형서점에서도 대학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라든가 전문적인 학술서를 찾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에요. 일본은 후쿠오카만 하더라도 그런 방면의 다양성은 훨씬 낫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교보문고만큼의 규모는 아니더라도, 그런 다양성을 꾀하면서 훌륭한 내실을 보여주는 서점들이 몇 군데 있어요. (56쪽)

 

중학교에 올라온 제게 대구라고 하는 공간은 너무나도 외로운 곳이었어요. 제 마음을 이해해 줄 이가 아무도 없었던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 집에 일찍 들어가기 싫으니 하굣길의 헌책방에서 정말 많은 시간을 보내곤 했었죠. 그때 헌책방 주인 분들은 저 같은 학생이 책을 샅샅이 헤집고, 몇 시간이나 구석에 앉아서 줄곧 그 책들을 읽는 것을 눈감아 주었던 것 같아요. (60∼61쪽)

 

우리나라의 법률 교육이라고 하는 게 철두철미 폐쇄적이고 도그마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런 교육을 받은 사람이 법률가가 되어도 개방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하기란 대단히 힘든 법입니다. (92쪽)

 

서구의 경우 르네상스 이후엔 일반적인 지식 사회, 지식의 세계에서 ‘절대적인 책’이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바로 근대적 지식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교육에서 교과서라고 하는 것이 미신적 권위를 품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95쪽)

 

저는 바깥세상에 대곤 정의와 진보를 얘기하면서 자기가 속한 학문, 대학, 가정, 학연, 지연, 혈연을 너무 존중하고 아끼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봤던 것 같아요. (125쪽)

 

우리나라의 대다수 학자는 번역을 통하여 더 많은 사람이 한글로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노력하려는 의식 자체가 없는 것 같아요. 심지어는 그런 걸 꺼리는 것 같은 인상까지 받을 때가 많았습니다. (1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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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 저두 내내 읽다 늙는게 소원이 되었습니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b*******e | 2021.01.20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내내 읽다 늙었습니다>입니다.

 


 

이 책은 주책공사 인☆그램을 보고 알게 된 책입니다. 처음 인☆그램 사진을 보고 제가 넘 좋아하는 김영하 작가님으로 착각을 해서 팔로우를 하게 되었답니다^^*

 

<내내 읽다 늙었습니다 > 이 책은 무조건 읽으셔야 합니다.

라는 게시글을 보고, '어? 김영하작가님이 이렇게 강하게 말하실 분이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 정말 무조건 읽어야 겠다는 마음으로 읽었는데, 알고 고니 김영하작가님을 1초 닮은 주책공사 책방지기님이었어요^^*

 

 

하지만, 후회하지 않았던 건. 책이 정말 좋았고 알찼다는 것입니다. (그 뒤로는 주책공사 책방지기님이 무슨 책을 추천하는지 꾸준히 참고하고 있어요^^ 팬입니다.)

 

이 책은 아주 어릴 때부터 독서에 사로 잡혀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어느 순간 돌아보니 나이가 든, 책 제목 그대로 내내 읽다가 늙게 된 독서가, 박홍규 교수님과의 대담을 엮은 책입니다.(제목이 너무 멋진 것 같아요)

 


 

박홍규 교수님은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책인 <<오리엔탈리즘>>을 번역하신 분으로도 알려져있습니다. 책 중간에 오리엔탈리즘이 어떻게 번역되었는지 그 과정이 나와있는데 읽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음..이분을 알면 알수록 "진짜다"라는 느낌입니다. 아는 것과 행함이 일치되는게 정말 어렵기 때문입니다. 소로우에 감명을 받아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하는 삶을 실천하고, 서점에서 소소한 시간을 보내며 행복해합니다. 평생동안 차를 소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 시간을 걸어 이동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자식들의 출세에 관심을 쏟기보다 물질적인 사람이 될까봐 걱정하는 아버지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독서로 지낸 한평생의 삶이 존경스러웠습니다. 딱딱한 법을 가르치는 교수였지만 예술과 인문학, 역사, 철학 다방면에 깊은 소양을 가지고, 법대에서 [품위있는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생각해보니, 한 사람을 재판하여 죄의 무게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법학책을 달달 외우는 것으로 100프로 완벽한 판결을 내릴 수 있을까 싶어요. 이론에 인문학적인 시각이 더해진다면 한사람의 행동이 다르게 평가될 수 있지 않을까요.더 나은 인생을 살수있지 않을까요.

 


 

이 분이 깊게 감명받은  <소로우의 월든>을 다시 정독해보아야겠습니다. 필사하면서 느릿느릿 꼭꼭 씹어서 읽고 싶어요. 이 책에 대한 리뷰도 남기겠습니다.

 

 

실천하는 독서가가 되고 싶은 분께 꼭 추천하고 싶은 책, <내내 읽다 늙었습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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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 _ 박홍규, 박지원 저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청**구 | 2020.02.23

대학시절, 지금으로부터 벌써 십수년전이네요. 금요일 수업이 일찍 끝나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영남대를 다니는 친구에게 여행 겸 놀러를 갔다. 아직 친구 수업이 끝나지 않아 친구가 다니는 법정관(? 오래 되서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다)을 찾아갔다. 

나는 이미 <몽테뉴의 숲에서 거닐다>, <법은 무죄인가> 책을 감명깊게 읽어서 영남대에 재직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 그 시절 대학생이라면 다들 한겨레 신문 정도 읽어주고 스스로 진보라고 생각하듯이. 박홍규 교수님의 말이, 그 폼나는 고독이, 아웃사이덕적인 사고와 생김이 좋아보였다. 무턱대고 대학 사무실에 물어 수업을 하는 교실로 찾아들어갔다. 

비록 책을 가져가지 못해 사인을 받지 못했지만 스타를 만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덥수룩한 수염의 법학과 교수와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행색이 기억에 남는다. 

전공인 노동법보다 다른 수많은 교양서적 저작으로 왕성한 저술활동을 하는 법학계의 이단아 같은 교수님이다.  

책 소개에도 박홍규 교수는 ‘영원한 이단아’라고 소개한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집단을 사랑하는 사회인데 그 속에서 ‘개인’과 ‘독서’의 힘을 예찬한 사람이다.

세상에서 부르는 별명은 바로 ‘르네상스적 지식인’이다.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 무리 짓지 않는 삶의 아름다움』은 세상과 끊임없이 불화하며(불화까지는 아니다, 의외로 단단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스스로에게 집중했던 박홍규 교수의 삶과 생각을 돌아보는 대담집이다. 정년을 마치고 이제는 진정으로 유유자적 '개인'의 삶을 즐기고 있는 교수님을 『아이돌을 인문하다』와 『산책하는 마음』을 쓴 박지원 작가가 2018년 겨울부터 2019년 여름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대구와 경산에 있는 교수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70을 바라보는 명예교수이면서도 오늘날까지 자전거를 타고 학교 도서관에 박혀서 책을 읽고 쓰는 사람, 박홍규 교수다.

그는 대학교수이면서도 대학의 교수가 누리는 기득권을 싫어했다. 그러나 그는 교수직을 그만두지 않은 채 평생을 살아왔다. 그는 노동의 존엄과 가치를 말했지만, 정작 그 자신이 현장의 노동자였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는 한국사회의 가족주의와 가부장주의를 통탄했지만 동시에 그는 한 가정의 장남이자 한 가정의 가부장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한국 보수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경상북도의 정치와 문화를 비판했다. 박홍규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그 땅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물론 유학시절이나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말이다)

그는 자신의 이런 모순적인 정체성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자유를 얽매는 둔중한 중력을 알고 있고, 고독이 품은 위태로운 역설을 알고 있다. 그는 무리 짓지 않는 삶의 아름다움을 꿈꿔왔지만 그의 발은 족쇄처럼 이 땅위에 묶여 있다. 이상을 꿈꾸되,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 현실을 살아가되, 이상을 노래하는 사람, 자유인이고 싶되 자유롭지 못하고 자유인을 염원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언제나 매번 책의 세게에 묻혀 살았다. 10대부터 책에 천착했고, 이제는 노년의 삶에 당도했다.

그의 손을 거쳐간 빈센트 반 고흐, 몽테뉴, 조지 오웰, 헤르만 헤시와 마하트마 간다, 알베르 카뮈와 카프카 등 선인들에게서 자기 자신에게 또 우리 모두에게 박탈된 자유의 흔적을 발견한다. 어떤 권력과 군중의 대세에도 휩쓸리지 않았던 자유의 흔적을.

 

박홍규의 삶을 가장 명료하게 간추릴 수 있는 키워드는 바로 '독서'다. 수많은 정체성으로 살아왔지만 그는 항상 '읽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150권이 넘는 책을 썼다. 2/3는 자신이 저술했고, 나머지는 번역한 책이다.

 

이 책은 박지원 작가와 박홍규 교수님이 10여 차레 만나 고독한 삶의 가치, 한국사회의 병폐, 그리고 인간의 자유와 평등에 관한 총 네가지 주제에 관해서 '독서', '고독', '사회', '인간'이란 네개의 키워드로 재구성하고 있다.

박홍규는 결코 완벽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허물을 내보이고, 자신의 한계를 숨김없이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

 

추천평 중에 정말 박홍규 교수를 잘 드러낸 일화 소개가 재미있었다.

박근혜 정권의 일이었다. 총리 물망에 오른 사람들의 면면을 알면 알수록 참담함을 느껴야 했던 그 시절, 그는 어딘가에 다녀오는 길에 어느 역의 대합실에서 총리 후보자에 관한 뉴스를 봤던 것 같다. 선생님은 “저 사람 누구요?” 주위 사람들에게 물었고 사람들이 “총리 후보인데요. 그 사람은…” 하는 순간 박홍규 선생님이 했던 말이 있다. “아! 내가 또 몰라야 할 것을 알고 말았구나!” 그때 이 칼럼을 읽다가 포복절도했다. 정말 가슴에 새겨둘 명언이었다.고 하는 추천평을 보고 나 역시 모처럼 만에 웃었다.

저 촌철살인의 말과 해학이란.

 

철저한 경상도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부딪쳤던 박홍규. 하지만 퇴임과 함께 호 초암을 따서 초암평화사상연구소를 만들었다.

그는 1980년대 노동법 교수로 학회에 참여하지도 않고, 스스로 주류의 삶을 걷어차고 진보적 사상으로 노동법 교과서를 발간하고 노동법에 관한 연구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법학을 전공한 나는 그의 교과서를 비록 보지는 못했지만 간간히 내가 읽던 교과서에 소수설로 소개되기는 했다.

 

대학시절 허름한 잠바 한두벌 외에 양복한 벌이나 구두 한결레도 산적 없이 책을 사모아서 대학 3학년때 쯤에는 만권(과장이라고 하지만)을 모았다고 한다.

아, 역시 세상에 독서 고수는 많다. 나도 직장인이 아닌 교수나 교사로 인생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나이가 마흔인 지금도 가끔(아니 많이)한다.

교수나 교사가 되어 책을 읽으며 고독을 즐기면서 살고 싶다. 사실 직장인에게는 그런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 솔직히 동양고전을 별로 읽을 필요도 없거니와, 사람들과 단절하면 너무나 힘들다. 선생님과 교수님도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조금 덜하다. 그들은 독립적인 연구실이나 강의실을 가지고 있고. 형식상 직급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직장인은 조직과 멀어지는 순간 직급과 연봉을 포기해야 한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 그러할 수 없음이 슬프다.

책을 좋아한 것도 읽은 것도 고독과 관련이 깊다고 한다.

그렇다. 가끔은 정말 집에 가서 혼자 편안하게 책 읽고, 생각하고 싶은데 회사에서는 그렇게 놔두지 않는다.

 

우리가 정말 ‘고독하다’라고 하는 것, 즉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고독함에 대해서 혈연과 지연 등의 관습적인 관계, 즉 이미 맺어지거나 맺어지도록 운명지어진 인간관계가 아니라, 그런 것들과 관계없이 내가 당연히 뿌리칠 수도 있고 외면할 수도 있는 관계이면서도, 내가 그 사람을 도와주어야 하겠다, 내가 그 사람과 같이해야 하겠다, 이러한 결단과 자성, 자각과 함께하는 미덕을 이야기한다. 그런 결단을 자발적으로 내릴 수 있을 때 우리는 어느 사람이 ‘고독을 선택했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교수님은 비록 주목받는 대학생이고 열혈 독자팬이 있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이단아였고, 외로움과 함께 했다.

 

제사를 싫어했고, 아내에게도 욕이나 폭언을 한 적이 없는 당시의 기준에 진보적인 사람, 아내와 싸우고 도서관으로 가출한 사람.

이제는 동양에서 말하는 어떤 말을 들어도 귀에서 알아서 순하게 들린다는 이순을 넘어선 나이에 아직도 동양철학과 고전을 좋아하는 사람. 대학 교수를 떠나 농부로 돌아간 사람. 하지만 그는 2019년 꽤 많이 지쳤다. 촛불정신으로 탄생한 정권이 무너지는 꼴을 봤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수와 진보로 나뉘다 결국 진보가 정권을 잡았고, 이제는 꽤 오랫동안 승기를 잡은 것 같이 보였다. 하지만 진보도 보수만큼 더러웠다.

아니 진보이기 때문에 더 나빴다고 교수님은 평했다. 최근에 진중권 교수처럼 진보에서 진보를 비판하면서 고립되어 있는 그처럼.

한국의 붕당이나 정당은 특정한 사건으로 생각을 달리하며 분열했다. 이제 진보도 그런 시점이 왔다. 솔직히 교수님같은, 유시민, 진중권, 조국 前장관 같은 사람들의 글을 너무 좋아해서 거짓말 보태지 않고 우리집에 100여권은 이들의 책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책의 진실에 대해서 나 역시 의심하기 시작했다.

어찌보면 조국 사태가 우리 사회에 위선적인 얼굴을 하고 있던 진보의 참모습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그들 역시 이미 기득권이었다.

저자 역시 그런 진보의 진영에 있었던 자신의 삶마져 부정하고 더럽다고 했다. 아니다. 적어도 교수님은 그러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에도 그런 사람이 한 두명은 있어야 한다.

 

저자 박홍규 교수님은 이제 인도로 떠나서 간디의 자취를 더듬어보기로 했다고 한다. 작년 11월에 쓴 글이니까 두어달 여행하고 돌아왔을 수도 있다.

시골에서 닭도 키우고, 들깨도 심을 거란다. 그리고 한 시간을 걸어서 도서관에 가서 한 권의 책이라도 읽어야 할 책이 남아 있다면 읽을 것이고, 그리고 한 줄이라도 써야한다면 계속 써내려 갈 것이라고 한다.

 

교수님의 글을 앞으로도 더욱 자주 읽고 싶다. 이 대담집으로 교수님의 생활과 생각에 다가간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영남대 도서관으로 달려가 사인 받고 말씀을 나눠보고 싶다.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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