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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명쾌하고 통통튀는 인문학 평론가 고미숙의 신간. 무조건 구매해서 읽어봐야 할 책이었다.
일단 그는 '백수'란 단어가 가진 잉여적 의미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금전적인 이윤을 창출하지 못할 뿐 스스로의 가치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스펙을 쌓는 그들 150만 명을 백수라는 이름에 가두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 아울러 진정한 백수가 읽어야 할 고전들을 추천했다. 조선의 진정한 백수 연암 박지원을 멘토삼아 고전을 통해 이 시대를 꿰뚫어보자는 그의 의지가 이 책 한권에 충분히 담긴 것 같다.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에서 발췌하고 필사한 내용입니다.
연암은 체질상 그런 식의 격식과는 당최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다. 격률을 지키기 싫어 사대부의 기본 교양인 한시도 극소수만 남겼고, 중년에는 사대부의 교제에 필수인 경조사도 폐했을 정도다.
이 청년의 말대로, 우리 시대 삶의 척도는 '안정'이다. 대학에 가야 하는 이유도, 취업을 해야 하는 이유도 가 거기에 있다. 정말 그런가는 일단 제쳐두고라도, 대체 언제나 '그놈의' 안정이 가능한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위의 청녕이 토로한 대로 그 모든 과정을 순탄하게 통과한 다음에도 '결코 안정은 없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나처럼 고전평론가라는 직업을 만들면 된다. 이 직업은 읽기와 쓰기와 말하기기 핵심이다. 읽고 쓰고 말하는 것처럼 평범한 활동이 어디 있는가. 어차피 일자리는 더더욱 줄어들 것이고, 대부분의 노동을 기계가 대체한다면, 사람은 자신의 처지와 능력에 맞는 '경제활동'을 하면 된다. 임금노동이 아닌 경제활동! 예측건대, 주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영역에서 많은 직업이 탄생할 것이다. 특별한 재능보다는 평범한 활동이 더 요구되는 이유다. 또 두세 달 정도의 수입만 있어도 절대 불안하지 않다. 어차피 10년, 20년 뒤라는 개념은 추상이다.
그래서 분명히 알게 되었다. 자립의 최고 걸림돌은 소비와 부채라는 사실을. 소비는 정기를 소모시키고 부채는 기혈을 탁하게 한다. 빚을 짊어지고 살면 존재가 무거워진다. 몸 안에 담음이 쌓인 거나 마찬가지다. 담음은 당장 나를 병들게 하지는 않지만 무의식 안에 차곡차곡 새겨져 지속적으로 발목을 잡는다. 일종의 중력 장치인 셈이다. 자존감이 떨어지는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쇼핑은 충동이고 부채는 의존성이다. 충동에 휘둘리고 의존성이 강화되면 멘탈은 점점 불안하고 나약해진다. 백수에겐 자존감이 생명인데, 이게 어떻게 작고 사소한 문제일 수 있겠는가
백수는 노동의 소외에서 벗어난 존재다. 백수의 경제는 노동의 대가가 아니라 활동의 산물이다. 당연히 소비와 부채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동시에 투기 자본에도 포획되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건 철학이다. 돈과 삶의 관계에 대한 인식론적 태도! 그게 바로 백수의 생명 주도권이다.
4차산업혁명이란 인류가 비로소 노동에서 벗어났음을 의미한다. 핵심은 화폐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화폐의 증식에 골몰할 게 아니라 화폐를 어떻게 운용할까를 깊이 성찰해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소비 충동, 나아가 한탕주의에 대한 유혹에서 벗어나게 된다. 한마디로 '자기 삶의 매니저'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자립을 하고 나면 이제 챙겨야 하는 것은 일상과 신체다. 핵심은 중독이냐 아니냐에 있다. 낮에는 활발하게 움직이고, 밤에는 숙면을 취한다.
우리에게도 이런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다. 한 건축학자의 말을 빌리면, 우리나라에는 집이 너무 많다. 그런데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우리도 조만간 일본처럼 도시가 공동화될 것이다. 집이 애물단지가 되는 시대가 온다는 뜻이다. 그때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집을 사다니, 바보 아냐?" 집의 기능이 최소화되고 집이 도처에 넘친다면 유목민처럼 6개월 혹은 1년씩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울러 '걷기'야말로 최고의 양생술이다. 양생이란 정기신을 잘 순환시켜 생명력을 보전하는 의학적 비전이다. 아프다는 건 생리든 심리든 어딘가 꽉 막힌 것을 의미한다. 우울증, 암, 치매, 중풍 등 현대인이 가장 무서워하는 질병들이 다 거기서 비롯된다. 그래서 걷기는 거의 모든 병의 치유법에 속한다. 두통을 없애려면? 걸어라! 소화가 안 된다고? 걸어라. 현대인의 가장 치명적 질병인 불면증을 없애려면? 역시 걸어야 한다! 만병통치냐고? 거의 그렇다! 약간 촌스럽긴 하지만, 걷기에 관해서는 아직도 이 표현이 가장 확실하다. '걸음아, 나 살려라!' 병법 가운데 삼십육계 줄행랑을 표현하는 말이지만 현대인한테도 꼭 필요한 생존 전략이다. 속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속도의 기준은 내 신체다. 한 걸음이건 1만 보건 간에.
특히 걷기와 수면은 뗄 수 없이 결합되어 있다. 잠은 소중하다. 낮에 생성된 암세포들을 소멸시키는 것도, 온갖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흘러가게 하는 것도, 무의식을 통해 우주적 흐름과 연결하는 것도 다 잠이다. 잠만 잘 자도 대부분의 병은 치유된다. 거꾸로 불면증은 모든 병의 원인이자 출발에 해당한다. 거꾸로 불면증은 모든 병의 원인이자 출발에 해당한다. 숙면이 양생의 포인트가 되는 건 그 때문이다. 숙면을 취하려면 햇빛 속에서 하체를 움직여야 한다.
조선의 박지원의 삶에 빗대어 현대 백수의 삶을 논하는 책이다.
청년실업으로 또는 낡아빠진 사회시시템에 벗어나고자 많은 사람들이 일정기간동안 백수삶을 살게 된다. 이 책은 그들에게 백수의 삶이 진정한 어떠한 시간으로 채워야 하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지 알려준다.
현대 사회의 백수의 정의는 무능력과 쓸모없음에 상징이다. 하지만 반대로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백수만큼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삶은 없다. 그리고 이런 가능성이 곧 배움과 성장의 시작이라고 볼수 있다. 백수되어야 자신을 관찰하고 돌볼시간이 생긴다. 그러면 그동안 안보이던게 보인다. 나를 돌아보고 제대로 보아야 성장의 힘이 생긴다.
나도 최근에 백수되어서야 나의 삶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배움과 성장을 해야겠다는 다짐이 섰다. 우선 독서. 저자도 강조하지만 배움에는 독서가 반드시 뒤따른다. 나도 경험을 해보니 세상에 이런 배움과 성장이 고작 책을 통해서도 얻을수 있구나 하고 놀라웠다. 정말 의지만 있다면 상상 이상으로 많이 성장이 가능하고 그동안 답이 없는 문제들의 해답도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정말 독서를 종교로 여기고 싶을 때가 문득 들정도 였다.
백수가 되고서야 진정으로 나의 삶을 살고 있는구나를 느낀다. 이 책은 이런 삶을 위로하고 앞으로 더 나아가는 희망을 준다. 그래서 현재 나에게는 너무 유익한 책이었다.
하지만 현대 사회를 치열하게 사는 이들에게 이 책의 울림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단 백수 준비단계이거나 현재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은 꼭 한번 읽어 보기리 추천한다.
백수는 하루가 1분 1초라도 다 내가 계획하고 설계한대로 움직이며 살아간다. 백수만이 가능한 이 축복을 어떻게 활요하는지가 백수의 비젼이자 곧 내 삶으니 비젼이 된다.
앞으로는 많은 일자리가 로봇과 기계로 대체되고 인간의 노동이 없어지므로 백수가 직업이 되는 사회가 온다고 한다. 물론 너무 먼 이야기 같지만 분명 극소수의 사람은 현재 그런 삶을 누리고 있으며 앞으로는 그들이 더 많아 질것이다. 이책을 통해 미래사회의 조금이나마 마인드를 느낄 수 있었다.
백수, 누굴 탓하고 원망하고 핑계될수 없는 삶이다. 이것이 진정으로 내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