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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진처럼 읽기

내 몸이 한 권의 책을 통과할 때

정희진 | 교양인 | 2017년 5월 22일 한줄평 총점 9.6 (30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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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 인문학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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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정희진처럼 읽기]는 어떻게 글을 읽을 것인가에 관한 정희진식 방법론을 명쾌하게 제시한다. 책과 독서에 관한 생각을 펼친 ‘프롤로그’,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저자 자신(과 자기 세대)의 독서 이력을 진솔하게 그린 ‘좁은 편력’, 독후감 쓰는 법을 말하는 ‘에필로그’는 ‘정희진처럼 읽기’의 바탕을 보여준다. 이 책은 독서란 각종 관습과 규범에 대한 도전이며 자기만의 고유한 인식을 확장해 가는 행위임을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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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롤로그 _ 나에게 책은
좁은 편력
1장 고통
저는 그분들을 위해 기도할 것입니다 _ 벌레 이야기, 이청준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_ 그날, 이성복
인간관계가 가장 어려웠다 _ 《조울병, 나는 이렇게 극복했다》, 케이 레드필드 재미슨
경험한 나, 말하는 나 _ 《수신확인, 차별이 내게로 왔다》, 인권운동사랑방 엮음
평화는 고통의 정중앙에 놓여 있다 _ 《상실 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외
한미 연합군이 강정을 침공했다, 이 말은 국보법 위반일까 _ 순이삼촌, 현기영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_ 이십세기 기수, 다자이 오사무
아무 인사도 없이 _ 《파이 이야기》, 얀 마텔
생존자라는 말도 싫어요. 내가 죽다 살아났나요? _ 《은밀한 호황》, 김기태?하어영
손 무덤 _ 손 무덤, 박노해
벼랑에서 만나자 _ 지금은 비가…, 조은
당신이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전화를 겁니다 _ 전화, 마종기
죽음의 공포는 고통의 공포보다 크지 않습니다 _ 《죽음은 내게 주어진 마지막 자유였다》, 라몬 삼페드로
2장 주변과 중심
나의 육체여, 나로 하여금 항상 물음을 던지는 인간이 되게 하소서 _ 《검은 피부 하얀 가면》, 프란츠 파농
여자가 되는 것은 사자와 사는 일인가 _ 《고정희 시전집 1·2》, 고정희
“내게 설명해줘!” _ 《이별의 기술》, 프랑코 라 세클라
숨자 살아남으려면 숨자 _ 《페미니즘, 왼쪽 날개를 펴다》, 낸시 홈스트롬 엮음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_ 《신약성서》
근친상간 금기는 가족의 보존을 위해서만 필요하다 _ 《성의 변증법》,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지금 접촉하고 있는 사람 _ 세 가지 물음, L. N. 톨스토이
공포는 존재하였기 ‘때문에’ 지금 존재한다 _ 《경제적 공포》, 비비안느 포레스테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_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그렉 버렌트 외
‘그것’ _ 《보스턴 결혼》, 에스터 D. 로스블룸 외 엮음
님의 침묵 _ 《님의 침묵》, 한용운
진보운동과 성 평등, 함께 갈 수 있을까?
_《하늘을 덮다,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의 진실》, 민주노총 김○○ 성폭력 사건 피해자 지지모임
싸우지 않고 굴복시키는 것이 최상이다 _ 《손자병법》, 손무
월간 비범죄화 _ 월간 비범죄화, 성판매여성비범죄화추진연합 발행
이 남자들의 공통점 _ 《남과 여에 관한 우울하고 슬픈 결론》, 잉에 슈테판
물고기 밥을 훔친 죄 _ 《운현궁의 봄》, 김동인
마음 솟는 대로 지껄이는 _ 《문장강화》, 이태준
2교대 _ 《돈 잘 버는 여자 밥 잘 하는 남자》, 알리 러셀 혹실드
최후의 만찬은 누가 차렸을까 _ 《최후의 만찬은 누가 차렸을까?》, 로잘린드 마일스
3장 권력
(살인) 그것은 상상할 수 없는 쾌감입니다 _ 슬픔의 노래, 정찬
기혼녀의 정조 유린은 미혼녀의 그것보다 더 큰 범죄다 _ 《리바이어던》, 토머스 홉스
‘謂語助者 焉哉乎也’ 뜻은 없으나 말을 잇는 글자가 있으니…… _ 《천자문》, 주흥사
무솔리니가 집권하자 기차가 정시에 도착했다 _ 《극단의 시대》, 에릭 홉스봄
평화의 근원은 빈곤과 고립 _ 《군대를 버린 나라》, 아다치 리키야
사랑과 외경 중 어느 것이 나은가 _ 《군주론》, 마키아벨리
글로벌 시티 _ 《경제의 세계화와 도시의 위기》, 사스키아 사센
第13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_ 《이상문학전집 1, 4》, 이상
질서 잡힌 무정부 상태 _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 피에르 클라스트르
세계는 한국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 _ 《조선/한국의 내셔널리즘과 소국 의식》, 기무라 간
안보의 본질상, 합의된 정의는 있을 수 없다 _ 《세계화 시대의 국가 안보》, 배리 부잔
징병제는 차악의 선택 _ 《거짓의 사람들》, M. 스콧 펙
팍스 코리아나 _ 《팍스 코리아나 - 한국인 시대가 온다》, 설용수
사람은 누구나 두 나라를 갖고 있다 _《드레퓌스》, 니콜라스 할라즈
제1당 _ 《행복하려면, 녹색》, 서형원?하승수
4장 안다는 것
가장 중요한 환자는 바로 나 자신이었다 _ 《프로이트 1·2》, 피터 게이
독단 없이 과학은 불가능하다 _ 《방법에의 도전》, 파울 파이어아벤트
‘비상사태’는 예외가 아니라 상례다 _ 역사철학 테제, 발터 벤야민
지식인은 장인이다 _ 《사회학적 상상력》, C. 라이트 밀즈
무엇을 할 것인가? _ 《무엇을 할 것인가?》, V. I. 레닌
위대한 철학은 창시자의 자기고백, 자기기록이다 _ 《선악을 넘어서》, 프리드리히 니체
배제되지 않기 위해 포함되길 거부하라 _ 《성의 정치 성의 권리》, 권김현영 외
혁명은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을 인정하는 것이다 _ 빅 이슈, 일본어판 214호
에피소드 _ 《빼앗긴 우리 역사 되찾기》, 박효종 외
하이브리드 _ 《문화의 위치 - 탈식민주의 문화 이론》, 호미 바바
원숭이 똥구멍은 빨개, 빨가면 사과… _ 《글쓰기 홈스쿨》, 고경태?고준석?고은서
서양은 에피스테메를 말하지만 우리는 혼란을 말한다 _ 《탈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글 읽기와 삶 읽기 2》, 조혜정
“제가 공부한 것은 여성에 관한 것도 남성에 관한 것도 아닙니다. 단지 과학일 뿐입니다.”
_ 《과학과 젠더》, 이블린 폭스 켈러
포스트 _ 《포스트모던의 조건》, 장프랑수아 리오타르
중심과 주변 _ 《세계사의 해체》, 사카이 나오키 외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_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제임스 M. 케인
남성성들 _ 《남성성/들》, R. W. 코넬
무엇으로 사는가 _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안드레아 도킨
5장 삶과 죽음
물에 빠진 나를 구한 통나무가 나를 물속에 붙잡아 둘 때 _ 《달빛 아래서의 만찬》, 아니타 존스턴
미봉책 _ 《한낮의 우울》, 앤드류 솔로몬
머리카락은 탄력을 받고 꿈틀거렸다 _ 언니의 폐경, 김훈
내 행동만이 나의 진정한 소유물이다 _ 《화》, 틱 낫 한
오늘 부는 바람 _ 오늘 부는 바람, 김원일
몸은 포물선이다 _ 《병을 달래며 살아간다》, 다이쿠바라 야타로
정해진 시간에 떠나야 하는 기차보다 더 슬픈 게 있을까? _ 《살아남은 자의 아픔》, 프리모 레비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_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장승수
모든 곡식은 오래 씹으면 단맛이 나지요 _ 《태백산맥》, 조정래
이해 _ 《자살의 이해》, 케이 레드필드 재미슨
사랑은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아 _ 《러브 스토리》, 에릭 시걸
마지막 잎새를 그린 화가 _ 마지막 잎새, 오 헨리
독자가 되고 싶다 _ 누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김승옥
자유는 고립 이데올로기다 _ 《하류지향》, 우치다 타츠루
에필로그 _ 다르게 읽기와 ‘독후감 쓰는 법’
부록 _ 정희진이 읽은 책

출판사 리뷰

“책은 나를 이룬다.
독서는 내 몸 전체가 책을 통과하는 것이다.
몸이 슬픔에 ‘잠긴다’, 기쁨에 ‘넘친다’, 감동에 넋을 ‘잃는다’.
텍스트 이전의 내가 있고, 이후의 내가 있다.
그래서 독후의 감(感)이다.”

“독서는 수많은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정희진, 책 읽기의 쾌락과 고통을 말하다

세상을 보는 ‘여성주의’의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던 《페미니즘의 도전》의 저자 정희진이 9년 만에 신작 《정희진처럼 읽기》로 돌아왔다. 《정희진처럼 읽기》는 이청준의 《벌레 이야기》부터 앤드루 솔로몬의 《한낮의 우울》, 파이어스톤의 《성의 변증법》, 홉스봄의 《극단의 시대》까지 79권의 책을 통해 당대 우리 사회의 고통, 권력, 주변과 중심, 삶과 죽음, 지식의 문제를 깊숙이 들여다본다. 이 책에 담긴 79편의 독후감은 책 읽기를 통한 자기 탐구의 기록이자, 우리 사회의 통념과 상식에 대한 전복적 성찰의 기록이다.

정희진은 《천자문》에서 뜻이 없는 조사 ‘焉’이 전체 문장을 지배하는 것을 보고 ‘의미 없음’의 권력을 떠올리고, “독단 없이 과학은 불가능하다.”라고 말하는 《방법에의 도전》을 읽으며 지배 규범을 ‘객관’으로 간주하고 자기 의견을 가진 집단을 편협하다고 낙인찍는 우리 사회의 인식 틀을 비판한다.
정희진에게 책 읽기란 삶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자극, 고통, 상처를 해석하는 힘을 주는 것이다.

“나에게 책 읽기는 삶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자극, 상처, 고통을 해석할 힘을 주는, 말하기 치료와 비슷한 ‘읽기 치료’다. 간혹 내 글이 어둡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내가 읽는 책은 상처에만 관여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삶에서 기쁨이나 행복은 없냐고 묻는다. 왜 없겠는가. 문제는 무엇이 행복이냐는 것이겠지. 행과 불행은 사실이라기보다 자기 해석에 좌우된다. 그리고 독서는 이 해석에 결정적으로 관여한다.” - ‘프롤로그’에서

《정희진처럼 읽기》는 어떻게 글을 읽을 것인가에 관한 정희진식 방법론을 명쾌하게 제시한다. 책과 독서에 관한 생각을 펼친 ‘프롤로그’,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저자 자신(과 자기 세대)의 독서 이력을 진솔하게 그린 ‘좁은 편력’, 독후감 쓰는 법을 말하는 ‘에필로그’는 ‘정희진처럼 읽기’의 바탕을 보여준다. 이 책은 독서란 각종 관습과 규범에 대한 도전이며 자기만의 고유한 인식을 확장해 가는 행위임을 깨닫게 해준다.

“내가 생각하는 독후감의 의미는 단어 그 자체에 있다. 독후감(讀後感). 말 그대로 읽은 후의 느낌과 생각과 감상(感想)이다 책을 읽기 전후 변화한 나에 대해 쓰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기가 없다며 독후감도 없다. 독서는 몸이 책을 통과하는 것이다. …… 터널이나 숲속, 지옥과 천국을 통과하는 것처럼 어딘가를 거친 후에 나는 변화할 수밖에 없다. 독후감은 그 변화 전후에 대한 자기 서사이다. 변화의 요인, 변화의 의미, 변화의 결과……. 그러니 독후의 감이다. - ‘에필로그’에서

“오래도록 쓰라린 책, 면역력이 생기지 않는 책,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 ‘자극적인’ 책,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좋은 책’이다.”

정희진은 칼럼, 논문, 비평 등을 통해 ‘남성 언어’가 지배하는 한국 사회의 ‘통념’과 ‘상식’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논쟁적인 필자로 잘 알려져 있다. 《정희진처럼 읽기》에서도 정희진 특유의 날카로운 통찰과 전복적인 사유를 만날 수 있다. 정희진의 글은 차갑고도 뜨겁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심하게 상식으로 받아들여 온 ‘주류’(이성애자, 남성, 비장애인…)의 시각을 비판할 때에는 무섭도록 냉철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깔려 있다. 그러하기에 그는 지치지 않고 분노하고, 공감하고, 이야기할 수 있다. 언제나 현실의 문제에서 출발하는 글쓰기, 학자들의 전문 용어가 아니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일상의 언어로 풀어 가는 이야기는 독자들의 머리와 마음을 사로잡고 마침내 세계관을 뿌리째 뒤흔든다.

《정희진처럼 읽기》에서 만나는 정희진은 어느 때보다 따뜻하고 친근하다.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삶과 죽음에 대한 고통스러운 성찰, 달콤한 과자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유쾌한 고백까지, 이 책에서 독자들은 끊임없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정희진과 일상을 살아가는 정희진을 동시에 만나게 된다.
책의 본문은 저자가 2012년부터 2014년 봄까지 쓴 서평들 가운데 79편을 선정해 수정한 것이다. 지금 저자가 가장 크게 관심을 두고 있는 ‘고통’, ‘주변과 중심’, ‘권력’, ‘앎’, ‘삶과 죽음’이라는 다섯 가지 주제로 글을 나누었다. 저자가 이 책을 위해 새롭게 쓴 세 편의 글(‘프롤로그’ ‘좁은 편력’ ‘에필로그’)에는 삶으로서 책을 읽는 행위의 깊은 의미와 독후감 쓰기에 관한 정희진다운 도발적 주장이 담겨 있다.

“이런 책을 읽을 때 세상이 살 만하다고 생각한다.”
정희진은 스스로 “책에 관한 책을 쓸 자격이 있나 싶을 정도로 다독가나 애독가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말 그대로 ‘살기 위해’ 책을 읽는 사람이고 “독서의 즐거움에 중독”된 사람이다.

책을 의인화한다면, 그/녀는 정치적으로 치열하다. 그 사람(책)은 자기 내부의 모순까지 껴안는 명확한 당파성의 소유자다. 책은 나를 이룬다. 유려하되 아름답기보다 진실한 문장, 주장의 간절함과 정의감, 정확한 인식을 돕는 기가 막힌 표현력, 글쓴이의 노동이 고스란한 정직한 글처럼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은 없다. 이런 책을 읽을 때 내 삶이 진전한다고 느끼고 세상이 살 만하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문턱을 넘어서면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그런 글을 쓴 노동자들에게 감히 동지 의식을 느끼고(싶고), 욕심을 다스리면서도 의욕을 다짐한다. 그들은 좋은 사람들이므로. 좋은 사람만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13쪽)

“나는 ‘자극적인 책’만 읽는 편협한 독자다.”
저자에 따르면, 책 읽기는 생각이 입체화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누가, 어느 순간, 어떤 내용과 만나는가에 따라 다양한 사건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한 권으로 열 권을 읽어내는 사람이 있고, 열 권을 읽고도 한 권도 읽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책이 독자에게 주는 영향은 우연이자 맥락의 결과이다.

어떤 시각으로 읽느냐가 읽는 내용을 결정한다. 나 역시 기본적으로 관심 있는 주제(권력, 언어, 지식, 고통, 관계, 몸)가 있지만, 소재별로 읽기보다는 관점을 중심으로 선택한다. 남들이 보기엔 엉뚱한 책을 읽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나는 특정한 사고방식에 집중하는 편협한 독자다. 어느 누구도 아무 책이나 읽는 사람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독자는 편협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나는 ‘자극적인 책’만 읽는다. 예상 가능한 내용이나 가독성이 지나치게 좋은 책은 읽지 않는다. 그래서 나를 아는 이들은 내게 책 선물을 하지 않는다. 내가 주로 ‘이상한’ 책을 읽기 때문이다. 우리 집은 작은 서점에 가깝다. 방송통신대학 교재부터 동물행동학, 경영학, 군사학, 영어발달사, 호스피스, 코란과 이슬람 여성 연구 관련까지…… 전공을 알 수 없다. (14~15쪽)

“모든 책은 정치적이다.”
언어는 본질적으로 권력 지향적이다. 책의 ‘적통’이라는 문학은 물론이고 연애 지침서 같은 대중적인 심리학 책부터, 힐링, 웰빙 관련 책, 요리책, 여행기, 성생활 지침서, 자기계발서, 신앙 간증기, 증권 투자서까지 정치적 입장이 없는 책은 없다. 그 입장이 간접적이냐 직접적으로 드러나느냐의 문제도 아니다. 무색무취처럼 보이는 책도 특정한 정치적 입장에서 나온 것이다. 사회과학이나 철학 책이라고 해서 정치적 입장이 분명하고, 육아 책이라고 해서 간접적인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대부분 정치색이 없어 보이는 책들은 자유주의나 기능주의적 시각에서 쓰인 것들이다. 자유주의적, 기능주의적 사고 체계에서는 입장, 관점, 시각 같은 개념 자체를 부정하고 중립성과 객관성을 지향한다. 이런 탈정치적 주장이 가장 정치적인 법이다. 게다가 정치성을 표방하는 경우보다 정치적 효과도 크다. (22쪽)

“좋은 독후감은 책에 없는 내용을 쓰는 것이다.”
정희진은 “세상 모든 글은 독후감”이라고 말한다. “책이든 경험이든 사람이든, 대상과 접촉한 후 그 이후를 적는다는 점에서 독후감에 해당하지 않은 글은 없다.” 다만 텍스트가 책일 때 특별히 독후감이라 할 뿐이다. 또 정희진은 좋은 독후감의 전제는 ‘다르게 읽기’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이 알 만한 진부한 사고방식으로는 절대 좋은 글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독후감, 내가 쓰고 싶은 독후감은 다른 시각으로 읽음으로써 ‘없는’ 내용을 만들어내는 방법, 즉 지면을 투사(透寫)하는 것이다. “행간을 읽는다.”라고도 표현한다. 다른 안경을 쓰고 읽음으로써 텍스트를 복잡하고 풍부하게 만들어서, 다양한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것은 진위 여부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경합하는 읽기이다. 경합 없는 통념(주류)의 위주로 읽는다면, 왜 다른 책을 읽는가. 경우의 수만 다를 뿐 결론은 같을 텐데. 한 권만 읽어도 세상사가 하나로 수렴될 것이다. (304쪽)

“내 몸이 한 권의 책을 통과할 때”
정희진은 독후감이란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해 쓰는 것이라고 말한다. “70억 인구에 같은 사람이 없는 것처럼, 내용이 같은 독후감도 있을 수 없다. 개인의 삶과 책이 만나서 변화가 시작되고 독후감은 그 변화의 첫 과정이다.” 그러므로 책 읽기에도, 독후감에도 정답은 없다. 책의 내용도, 책을 읽은 후의 감상과 변화도 모두 읽는 사람의 위치와 조건에 따라,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책을 읽고 책에 대해 쓰는 것은 결국 자신에 대해 쓰는 것이다. 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독후감, 책을 다시 쓰는 것, 저자가 쓰지 못한/않은 부분을 쓰는 것 그리하여 새로운 의미, 곧 새로운 정치학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렇게 읽는 사람도 있고 저렇게 읽는 사람도 있는데 그 차이는 왜 발생할까. 대개는 콩쥐한테 동일시하고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계모의 내면 세계나 아버지, 친척, 이웃 사람들은 어떤 사람인지가 궁금한 이들도 있다. 나는 팥쥐는 꼭 딸이어야만 하는가, 아들(남성)일 경우 어떻게 될까가 궁금했다. 이런 생각의 차이들은 가치 다양성, 관용, 배려 차원의 내용 확대가 아니다. 정치적 모순, 갈등, 위계의 내용을 다시 구성하는 것이다. 정치적 전선(戰線)을 이동시키는 것이다. (302쪽)

종이책 회원 리뷰 (21건)

정희진처럼 읽고 싶어서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R* | 2023.08.30

<정희진처럼 읽기>. 페미니즘의 도전을 비롯 여러 여성주의 도서 및 칼럼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정희진이라는 이름. 그런 정희진 선생님은 어떤 책을 어떤 시각으로 읽는지 궁금했다. 강의를 듣듯 각 잡고 공부하며 읽을 요량으로 이 책을 선택했고 예상대로 전자책임에도 불구하고 책은 형광펜칠 범벅이 되고 말았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얼마나 깊게 사유해버릇 해야 이 정도 깊이의 독후감을 다량으로 써낼 수 있는 걸까? 속칭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통섭적 시각으로 경계 밖에서 제도의 중심을 향해 겨누는 글들은 독서는 저항과 불복종의 시작이라는 말과 함께 네가 읽는 것이 너를 말한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사유의 도구가 될 법한 수많은 명언들은 한 번에 소화시키기는 힘들 듯하다. 물론 이후 정희진의 글쓰기 시리즈를 읽을 생각이지만. 개인적으로 사회과학 서적들을 읽는 빈도를 높여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INSTAGRAM @hppvlt

https://www.instagram.com/hppv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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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정희진처럼 읽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모**자 | 2022.08.07

 서문에서 저자는 자신의 책읽기 방식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책 제목에 ’~처럼이 붙어 있지만, 작가는 이렇게 읽는다는 뜻이지, 그것이 누구에게나 그대로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스스로 자극적인 책‘, ’이상한책만 읽는다고 했다. 각자 상황마다 선호하는 책이 있고 관심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모든 독자는 편협하다고도 했다. 이 말은 정희진이 읽은 책을 보며 위축감이 드는 우리에게 묘한 위로를 준다. 그러므로 어떤 작가가 이렇게 읽는다고 해서 그것을 쫓아가려고 하기보다는 남들은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갈까, 하는 차원에서 그중 관심이 가는 책을 몇 권을 읽어보는 것도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본문 내용은, <한겨레에 게재한 정희진의 어떤 메모의 일부이며 서평이자 독후감이자 칼럼이자 비평이라고 한다.

1장 고통 2장 주변과 중심 3장 권력 4장 안다는 것 5장 삶과 죽음, 이렇게 다섯 가지 테마로 나누어져 있고 읽은 책과 그 소회를 다루고 있다. 저자가 항상 강조하듯이 책 내용보다는 읽은 사람의 생각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프롤로그에서 독서는 혼자 강을 건너는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책 읽기는 물을 건너는 것과 비슷하다. 강을 건널 때는 온몸이 젖을 수밖에 없지만 작은 개천을 건널 때는 물방울 튀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깊은 강을 건너다가는 몹시 아프거나 죽을 수도 있고, 작은 개울이라도 물이 불었을 때는 사고가 나기도 한다. 비가 온다면 어느 물가를 건너더라도 온몸이 다 젖을 것이다.‘(p18)

 

 

 처음 본 순간에는 근사하고 멋지다고 생각했지만, 내용을 읽고 나니 단순한 책 읽기가 아니라 심층의 책 읽기에 관한 것이어서 더욱 공감했다. 여성학자로서 일반적인 독자와는 다른 책 읽기를 하고 있기에 사회적인 약자나 부조리한 제도에 대해 아파하고 분노할 수밖에 없으니 이러한 지론이 나올 만도 하다. 이 책에서 다루는 책을 다 읽을 수는 어렵겠지만 관심 목록에 올린 몇 권의 책을 간단히 언급하며 리뷰하려고 한다.

 

 

1. 현기영의 순이 삼촌

 

학창시절 교과서에 익숙한 민족문학의 대표 작가다.

제목은 고향의 향수가 떠오르는데 비인간적인 현대사를 담고 있다는 대략의 내용만 알고 있었다. 제주 4.3 사건에 대해서는 여러 지면을 통해 알고 있었는데 직접적으로 다룬 문학은 읽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 책에서 다시 접하게 된 계기로 관심 목록에 올렸다.

 

 

2. 다자이 오사무의 이십세기 기수

 

 일본의 천재 작가 다자이 오사무에 대한 언급도 있어서 반가웠다. 다자이 오사무와 같은 타입의 인간형을 좋아하지 않지만 읽는 이를 무장 해제시키는 그의 치열한 절망에 어깨부터 몸부림이 온다고. 그런데 검색해보니 여기서 언급하고 있는 이십세기 기수는 나오지 않는다. 아직 읽지 못한 작품을 읽어봐야겠다.

 

 

3. 이상문학전집1, 4

 

 이상 시인 하면 오감도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학창시절 국어 교과서에 난해한 시로 유명하다. ’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낯설지 않은 문장이다. 저자는 에이왁스(AWACS)를 언급하며 이상을 언급하기 시작한다. 수백 킬로미터 거리 밖을 볼 수 있어서 서울에서 평양 거리의 자동차 번호판까지 보인다는. 일제 강점기 감시 속에서 살아야 했던 민중, 그 상황에서 오감도가 나오고, 시에 은유, 메타포(metaphor)가 담겨있으니 난해한 건 당연하다. 더구나 일본어처럼 띄어쓰기도 없는 문장들이 반복되고 있다. 당시 시대 상황이나 시인의 시작 배경을 알지 못하면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시다. 1934년 이태준이 추천하여 30제 예정으로 조선중앙일보에 게재를 시작했으나 독자들의 거센 항의로 중단되었다 한다. 그리고 오감도가 조감도(鳥瞰圖)‘의 오타라고 생각한 이들도 많았다 한다.

 

 

 <오감도에 대해 초현실, 절망, 환상, 난해, 공포, 아방가르드, 심지어 민족 독립을 위한 병법까지 다양한 해석을 하고 있지만 저자는 공포외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역 도서관에서 검색해보니 다행히 시편 한 권이 있었다. 지금 읽어도 역시 온전히 이해하는 건 무리겠지만, 시를 다루고 읽는 1권이라도 읽어봐야겠다.

 

 

4. 프리모 레비의 살아남은 자의 아픔

 

 평균 생존 기간 3개월인 아우슈비츠에서 110개월 버티고 살아남은 프리모 레비의 저서다. 수용소 이야기를 담은 책은 많지만 가장 유명한 것이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가 아닌가 한다. 레비는 어머니 등 가족에 대한 죄책감과 수용소 트라우마로 우울증을 앓다가 1987411, 자택의 층계참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고 한다. 겪어보지 못한 타인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을까.

 

 

 정희진 작가의 책을 기회가 될 때마다 한 권씩 읽어나가고 있다. 평소에 익숙한 분야의 책만 읽기보다는 다양한 저자의 생각을 접하기 위해서는 의도적인 독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독서 내공과 글쓰기의 신장으로도 이어질 테니 말이다. 에필로그에는 다르게 읽기와 독후감 쓰는 법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좋은 독후감을 쓰려면 다르게 읽기가 필수라고 했다. 물론 다르게 읽는다고 저절로 좋은 독후감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이 알만한 진부한 사고방식으로는 절대 좋은 글이 나올 수 없다고 했다. 책을 읽고 책에 대해 쓰는 것은 결국 자신에 대해 쓰는 것이라고 했다. 같은 책을 읽었다고 해도 같은 독후감이 나올 수 없는 이유다. 나만이 쓸 수 있고, 저자가 쓰지 못했거나 쓰지 않은 부분을 써서 새로운 주장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부지런히 읽고 써야 그런 경지에 다다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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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정희진처럼 읽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나**보 | 2020.04.08

나는 페미니즘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사유하는 법도 깊지 않았다.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교수님께서 강조하는 부분이 '다양한 관점'이다. 새롭게 보기, 눈여겨 보기, 다시 보기, 뒤집어서도 보기, 멀리서 보기, 가까이서 보기, 딴지걸고 보기 등을 위해서는 나의 틀에 박히고 견고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훈련이 필요했다. 그러한 면에서 이 책은 내게 다양한 관점을 갖게 하는데 충분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나는 한나 아렌트가 말하는 무사유와 일관성 없는 복수성을 가진 인간이었다. 중국의 양명학자 탁오, 이지의 말처럼 한 마리의 개처럼 살아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은 생을 '잘' 살기 위해서는 가끔은 무작정 '열심히'만 살아온 삶을 반성하고 사유를 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내게 충분히 정신이 번쩍 들 새로운 시각을 안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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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회원 리뷰 (1건)

구매 정희진처럼 읽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닉***음 | 2021.03.19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떄 조금 놀랍다. 저자가 자기 이름을 내걸어 자기 처럼 읽기라니! 어떻게 보면 굉장히 자신감 넘치는 거니까! 뭔가 식당도 자기 이름 걸고 자기 사진 걸고하면 되게 맛집일것 같고 모르긴몰라도 먹은 사람들을 기만하지 않을 것 같고, 재료 깨끗하게 쓰고 그럴거 같으니까?

고백하건데 나는 이 책의 반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이 살면서 하나의 책을 여러번 읽는 경험을 몇번이나 할까. 세상엔 책이 그렇게나 많은데! 이 책은 곱씹으며 여러번 읽게 될 책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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