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차라리 솔직하기라도 했다면 어땠을까 싶다.
나는 책을 볼 때 저자 약력, 서문, 목차, 맺음말 순으로 살펴본 뒤 본문을 읽기 시작한다. 내용의 얼개를 파악하고 내용에 대한 접근 방식을 수립하는 내 나름의 방법이다. 요즘은 검증 안된 책들이 너무 많다. 책 한권을 읽는데 들어가는 기회비용 - 시간과 금전비용은 만만한게 아니다. 특히 투자서적은 더욱 그렇다.
책을 읽고 아주 많이 실망했다.
저자 스스로의 투자 다짐을 위한 책을 내가 왜 봐야했을까. 책에서 밝혔듯, 저자의 주식투자 경력은 2년이다. 2년간 저자는 얼마나 몸으로 시장을 겪어봤을지. 저자의 노고에는 죄송하지만, 책 내용은 유명 투자자들의 의견을 요약하고 본인 나름의 이해를 정리한 것으로 밖에는 안보였다. 저자의 실제 투자사례에서 본문의 다른 챕터와 맥락 상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읽고나서 궁금했다. 그래서 저자가 생각하는 투자란 무엇일까? 투자와 투기의 차이는 무엇일까?
내 억측일 수 있겠다. 다만 저자의 이력을 모르고 이 책을 사봤을 독자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어떨런지. 누군가는 아무것도 모른 채 이 책을 사서 읽었을 것이다. 투자경력 2년의 저자가 쓴 투자서적을 말이다.
물론 책을 내는 것은 저자와 편집자, 출판사의 의지이다.
다만 독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집필은 자유지만 내용에 과장은 없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저자와 출판사가 이 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책의 취지는 공감한다. 경력 2~3년 내외의 신참 투자자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을 담겠다는 뜻은 좋다. 그러나 의도에 부합하기에 내용이 너무 아쉽다. 시중에는 이보다 좋은 초보용 투자안내서가 넘치고 넘친다.
17년도 말, 이 책과 비슷한 시기에 '35세, 1억으로 내 아파트 갖기'라는 책이 출간 되었다. 시기가 겹쳐 동시에 두 권을 읽었다. 분야는 달랐지만 읽으며 많이 비교됐다. 30대 중반의 기자가 쓴 부동산 책은 기자가 정확히 아는만큼, 노력한만큼 쓰여졌다. 화려함은 부족했지만 불필요한 노이즈나 과장, 섵부른 의견이 없었다. 그 덕에 읽고도 남는 것이 있었다. 아주 실용적인 책이었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귀가 얇은 존재이다.
어떤 이의 말과 글에 의해, 누군가의 삶이 크게 변화할 수 있다. 나비효과를 생각해서, 대중에 대한 책임감을 더 크게 가져줬으면 한다.
오랜 침체 끝에 코스닥은 900선을 넘었고, 코스피는 신고점을 돌파했다. 암호화폐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자산에 거품이 끼기 시작한 요즘이다. 이 책도 그 신호 중 하나라 생각한다. 지푸라기 한 올에 낙타 등이 부러진다. 모쪼록 예민하고 위험할 수 있는 이 시기, 책임있는 작가들의 책이 더욱 많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