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의 책] 배우 김태리가 읽은 책 - 『단어의 사연들』
2019년 12월 24일
"내가 모르는 단어는 내가 모르는 세계다"
오늘도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한국어지만, 사실 깊이 들어가면 그 의미와 역사가 무궁무진하다. <단어의 사연들>은 무엇보다 한국어에만 있는 독특한 표현과 의미를 해설해주어서 좋다. 개인적으로 '아깝다'라는 단어를 참 좋아하는데, 이 말은 영어권에는 없는 표현이란다. 그러고보니 어릴때는 특히 시도때도 없이 '아깝다'란 말을 들었다. 물자가 귀했던 한국사와 맥락을 같이 하는 단어일 테다. 이처럼 <단어의 사연들>은 우리가 몰랐던 한국어 단어의 세계를 한층 확장해준다.
<내가 모르는 단어는 내가 모르는 세계다.>라는 전제 하에 잘 모르는 단어들의 사연을 찾아가는 내용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정말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단어들도 생경하게 다가오는 것들도 많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단어에 대해 더욱 이해되는 시간을 가진다고 해야 할까? 단어가 가진 다양하고 오묘한 의미와 길을 찾아 가는 여정이 재미있고도 흥미롭다. 몰랐던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을 관람하는 것도 이색적인 즐거움이다.
단어는 말의 가장 기본 단위다. 말을 잘 하려면 단어가 깊어야 한다. 단어, 어휘량이 많을수록 이해도가 높다고 해도 될 것이다. 그리고 생각의 정리도 잘 된다. 흔히 학습이라고 하는 것도 엄밀히 말하면 단어를 이해하고 아는 능력을 길러가는 것이 아니랴 하는 생각도 든다. 단어가 그 세계를 인지할 수 있는 문이기 때문이다. 단어의 사연을 알면 사유가 깊어질 수 있다는 것도 이런 맥락이 될 것이다. 단어를 많이 알고 깊이 안다는 것은 세상을 널리 통찰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요소다.
저자 백우진은 주로 활자 매체에 기사를 쓴 사람이다. 그리고 글쓰기 강사로 생활하고 있다. 수십 년간 길어온 글쓰기 노하우를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관심을 둔 분야에 대해선 특출하기를 지향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것이 특이함으로 여겨질 때가 많다. 가령 다른 사람들은 만연필이나 볼펜, 연필 등으로 글을 쓰는데 자신은 굳이 펜으로 글을 쓴다.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근본에 접근해 파고드는 습성과 태도의 결과라 자평한다. 아울러 자신의 특이함이 특출함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런 성향으로 단어들을 만나고, 그 내용을 파고들고 있다. 상당히 흥미로운 얘기들이 많다.
저자는 4개의 큰 단위로 나눠 얘기를 전개해 나간다. 내용이 무척이나 추상적이지만 그 내용들 안에 구체적으로 사연들을 밝혀나가니 그런 대로 찾아가면서 읽을 만하다. <낱말의 문화> <낱말의 유래> <낱말의 규칙과 변화> <낱말의 재발견> 등이 그것이다. 큰 제목으론 물론 무슨 내용인지 구체적으로 잡힐 것은 없다. 찬찬히 본문을 찾아 단편적으로 제시된 내용들을 읽을 수밖에. 내용의 연결성은 없다. 한 단어나, 단어의 유형을 제시하고 그것의 연원이나 내용을 분석해 나가거나 찾아가는 내용들로 이루어진다. 그러기에 나누어 읽을 수도 있고, 부분만 읽어도 무방하다. 전체적인 내용은 책의 모형으로만 봐도 될 듯하다. 차례를 읽어도 될 듯하고.
먼저 단어가 공간에 녹아든 사연이 제시된다. 외국에 외래어와 비교하면서 제시해 나가는 것이 조금 못마땅하나 전의 학자들이 그렇게 읽었다는 데는 할 말이 별로 없어진다. 몇 개의 이야기를 해나간다. 그 중 <-슬>이 붙은 말에 대해 얘기해 나가는 부분이 있다. 흥미로운 단어를 소개하고 있다. 윤슬은 참으로 고운 우리말이다.
외국어에 비해 우리말의 특징이나 독특한 부분이 있다. ‘서슬’도 그런 단어다. 서슬은 ‘쇠붙이로 만든 연장이나 유리 조각 따위의 날카로운 부분’을 가리키고, 여기에서‘ 강하고 날카로운 기세’를 비유하게 되었다. 영어에 이런 말은 없다. 더 흥미로운 것은 ‘서슬’에 ‘파랗다’ ‘퍼렇다’고 표현한다는 점이다. 슬로 끝나는 순우리말은 서슬, 사슬, 벼슬을 빼는 예쁘다. 이슬과 구슬이 있고 윤슬이 있다. 윤슬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단어다.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을 뜻한다.(p50) |
우리말이 오랜 시간동안 한자에 침식당해 있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최만리부터 홍만종까지 우리 글자를 부끄러워했던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심지어 <언문> <반절> 등의 용어로 불리기까지 했으니까. 그러기에 과거에서도 모두 한자를 공부해 응시케 했고, 학자들은 한자를 공부하지 않으면 행세를 하지 못했다. 이런 사정이 우리말에도 여실히 잘 나타난다. 우리말이 한자의 일부분을 수용해 어휘를 늘여가기도 한 것이다. 우리말 단어의 70%가 한자어로 되어 있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다음의 단어들은 고유어로 착각하기도 할 수 있는 단어들로 보여 진다. 지금 한글세대들은 이 단어들의 한자 찾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한자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고 넓게 우리말에 스며들었다. 다음 단어들이 한자에서 유래했음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으리라. 더욱이 각각에 대해 해당 한자어를 쓸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시금치, 우엉, 대패, 사공, 주렴, 보배, 비단, 무명 등(p120) |
일제 시대를 거치면서 일본어의 영향도 무시하지 못한다. 우리들의 삶 속에 일본어가 공공연히 사용되었다. 특히 건설 현장이나 부엌에서 이런 말들이 많이 사용되었다. 벤또, 사시미, 오뎅, 다대기, 냄비 등의 부엌 용어, 만땅, 노가다, 가라, 단도리, 쇼부 등의 건설에서 사용되는 용어들,........ 이외에도 우리들의 생활이 많은 부분 일본어를 사용해 하게 되다 보니 그런 용어들이 많이 남아 있다. 이런 용어들은 우리말을 거칠게 만들어 가는 요인이 된다. 이를 순화해 나가는 작업이 지금 많이 이루어지고, 행하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초짜이거나 손이 맵지 않은 기자는 보고 베끼는 우라까이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틀린 기사를 우라까이하거나 고유명사나 사실 관계를 틀리게 받아쓰는 경우가 보인다. 우라까이도 훈련이 필요하다. 우라까이를 잘하면 베낀 결과가 원칙보다 그럴 듯해 보일 수도 있다. ‘언론계에서 기사를 가장 잘 베끼는 기자의 이름은?’이라는 넌센스 개그가 있다. 답은 ‘우라까이 하루키’다.(p134) |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있다. ‘깃들다’는 말은 <아늑하게 서려들다.> <감정, 생각, 노력 따위가 어리거나 스미다>의 뜻이다. 이처럼 우리말엔 접사들이 발달하여 깃든 의미가 파생된 용어들이 많다. 이런 말들을 찾아가는 일은 언어 탐구에서 무척 행복한 일이다. 이 부분에서 단어 생태계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단어들의 세계에서도 적자생존의 법칙은 적용된다. 같은 의미의 다른 용어들이 사용되다가도 방언이 되기도 하고 아예 사라지기도 한다. 고운 말들이 세력을 잃는 것을 보는 일은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2,30년대 소설 속에서 사용되었던 말들이 지금은 의미를 잃고 있는 말들도 많이 있다. 여기의 ‘다스름’도 그런 상태가 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어스름은 조금 어둑한 상태나 때를 가리키고, 으스름은 침침하고 흐릿한 상태를 뜻한다. 다스름은 이와 갈래가 다르다. 다스름은 국악기를 연주하기 전에 음률을 고르게 맞추려고 짧은 곡조를 연주하는 일이다. 다스름은 아마 ‘다스리다’의 명사형이리라.p154 |
또한 저자는 옛글 속에서 사용되었던,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단어 찾기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그래서 그들이 어떻게 해서 관계를 상실해 가게 되었는가를 생각해 보고 있다. 좋은 느낌의 말들은 다시 사용할 수 있었으면 하지만, 언어는 생물이라 선택하는 자의 몫이지 궁구하는 자들의 몫은 아니다. 언중이란 말이 있다. 그들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 언어 사회요 그것은 단어다.
운동장 서편에는 노송 한 그루가 푸른 잎과 검붉은 보굿을 자랑하며 개교 68주년이 지난 지금도 모교를 지키고 있다.
보굿은 ‘굵은 나무줄기에 비늘 모양으로 덮여 있는 겉껍질’을 부르는 말이다. 소나무 줄기를 덮고 있는 것이 보굿이다. 오랜 세월 노동한 손의 등에는 깊은 부름이 파이고, 그런 손등은 보굿을 떠올리게 한다. p220 |
보굿, 거의 사장된 말이다. 껍질이란 말에 밀려 거의 상용되지 않는다. 그러니 아이들이 알 까닭이 없다. 차츰 잊혀져 가는 낱말이 되고 있다. 학자들이나 문학가에 의해 한 번씩 얼굴을 내미는 단어가 되고 있는 게다. 이 책은 이런 낱말까지 찾아보면서 언어의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많은 배움이 되는 글이다.
책이 언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겐 충분히 참고가 될 만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의 궁구와 찾음이 그런 자료를 만들고 있다. 읽으면 단어의 중요함과 단어 속에 스민 의미, 정서, 혼 등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고 사명감까지 마음에 담을 수 있을 듯하다. 단어는 그 언어의 얼굴이다. 가장 작은 의미를 가진 단위로 그 언어를 대표해 나간다. 이런 단어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전해져 내려왔는가? 지금은 어떤 지위를 가져야 할까? 등을 생각해 보게 하는 고마운 책이었다. <단어들의 사연> 그 제목처럼 사연도 많다.
'단어의 사연들'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들의 기원과 변천사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이다. 단어를 둘러싼 역사적 배경과 한국인의 사상을 일반적인 한국사를 통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 단어를 매개로 파고들어가는 내용이 흥미로웠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한국어 만의 독특한 표현들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나에 대해 다루고 있는 부분을 개인적으로는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
백우진의 '단어의 사연들'을 이북으로 구입하였다. 이 책은 우리가 우리말 단어에 얽힌 역사적 사실과 단어의 사용방식에 대해 심층적으로 파고든 책이다. 이 책에는 우리가 평상시에 사용하는 단어도 등장하고, 이제는 더이상 사용하지 않아 사라져 버린 단어들도 다루고 있다. 단어를 통해 한국인만의 문화와 사상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는 흥미있는 내용의 책이다.
백우진저자의단어의사연들입니다.이책은우리말에우리의생각이어떻게담겨져있고,이생각이어떤소리로실려있는지에대한이야기다.즉단어가가진사연을단서로제공해서더욱더입체적으로이해할수있게도와주는데예를들어사랑은레드다.국방색은카키색이다.등과같이언어는환경에따라서그의미가달라지는데언어라는건사회를비추는거울이기때문이다.우리말속에는나도모르지만언제부턴가그사연을자연스럽게읽히고있는것을발견하게되고또알수있다.언어의단어가품고있는그런사연들이저절로떠올리게되어서조금은흥미롭게읽은책이다.그렇지만저마다사연이있는우리말로우리의생활이더풍요롭고아름다워질수있다는저자의말은조금이해하기가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