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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京都]는 한국에서 직항도 없고, 오사카 여행의 당일치기 코스로만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토만의 여행 가이드북은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교토 여행에 대한 수요가 충분히 있는 것 같은데…….
이번에 고른 교토 가이드북인 <일단 멈춤, 교토>는 기존 가이드북과 약간 다른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정토진종(淨土眞宗)의 총본산인 니시혼간지[西本願寺], 일본에서 가장 높은 오층탑으로 유명한 토지[東寺],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 1925~1970]의 소설 <금각사>의 무대로 유명한 킨카쿠지[金閣寺], 키요미즈데라[淸水寺], 일본미의 정수(精髓)를 보여주는 가마쿠라[鎌倉]시대 선종(禪宗) 사찰의 마른 산수[枯山水, 가레산스이] 정원으로 유명한 료안지[龍安寺]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을 다루지 않는다.
사진 찍기에 급급한 보여주기 방식의 여행을 지양(止揚)한다는 뜻이다.
대신 저자가 제안하는 것은 느릿하게 교토 골목을 둘러보자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여행 책방 ‘일단 멈춤’을 운영했던 저자의 취향도 반영되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제안된 것이 천년고도(千年古都) 교토가 아니면 만나기 어려운, 개성 있는 공간 113곳이다.
예를 들면, 2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청소용품 전문 노포(老鋪)인 ‘나이토 쇼텐[內藤 商店]’, 정식 식당명도 간판도 없어 ‘이름이 없는’이 이름이 된 라멘 식당인 ‘나마에노나이라멘야[名前のないラ メン]’처럼 기존 가이드북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간판 없는 가게가 있다.
모든 가구와 장식이 1900년대의 것으로 되어 있어, 을지로에 있는 ‘커피 한약방’처럼 복고감성을 자극하는 카페 겸 숙소인 ‘긴세료칸[きんせ旅館]’과 같은 가게도 있다.
이와 비슷하지만 다소 다른, 옛 건물을 개조한 가게도 있는데, <Tripful Issue No. 5 교토>에서 소개된, 주차장 한 켠에 위치한 70년 된 건물을 개조해 2015년에 문을 연 ‘니조코야[二 小屋]’와 1928년에 지어진 소학교 건물 교무실을 개조한 ‘트래블링 커피’ 등이 유명하다.
또한 멋스러운 외관의 목조건물에 위치해 있어 인증샷을 찍으려는 관광객이 붐비는 리사이클 편집숍인 ‘패스 더 바톤 교토 기온’ 같은 곳도 인상적이다.
물론 어쩌면 느긋하게 걸어 다니며 전통가옥이 늘어선 고즈넉한 골목에서 이 책에 소개된 가게들을 들려 바쁜 일상에 작은 쉼표 하나 찍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까짓 것 남들이 다 가는 유명한 곳에 들려 사진 한 장 찍지 않는다고 큰일날 것 없다. 기껏 돈과 시간을 들여 해외여행을 왔는데 하는 마음에 쉬기는커녕 피로만 잔뜩 얻어가는 여행이라면 굳이 갈 필요가 있을까? SNS의 발달로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여행이 더 늘어난 것 같은데, ‘나’의 휴식을 위한 여행이라면 관광지 대신 이런 책을 들고 골목 구석구석을 쉬엄쉬엄 거니는 것이 더 나을 듯 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책에 소개된 공간들이 카페에 치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여행을 소재로 하는 책들은 하나의 주제를 특별히 돋보이도록 보여 주는 것도 괜찮겠다. 기행문의 3요소가 여정, 견문, 감상이라고 오래오래 전에 꼭꼭 새기면서 배웠는데, 이제는 이 가운데 하나만 택해서 잘 편집해 보여 줄 수도 있을 것 같으니까 말이다.
이 책은 기행문의 여러 요소 중에 어디에 집중했다고 할 수 있을까? 교토에서 본 것 위주로? 거기에 아주 약간의 감상을 좀 보태고. 이 정보가 필요한 독자에게는 퍽 유용한 책이 될 것이고, 나처럼 여정이나 감상을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많이 서운할 것 같으니 미리 알아두면 착오가 없을 것 같다.
교토에는 한번 가 본 적이 있다. 일본에 처음 갈 때 패키지 상품으로 방문했던 것인데 아득하면서도 몇몇 풍경은 인상에 깊이 남아 있다. 교토에 다시 가 볼 생각은 아직 없고, 이 책은 교토가 아니라 다른 의도로 빌린 것이다. 교토가 우리나라의 경주와 비슷한 위치라는 말에 경주에 가기 전 도움이 될 만한 마음가짐을 얻어 볼까 하고.
결과적으로 지금의 나는 실패한 셈이다. 책장마다 펼쳐져 있는 많은 가게 사진들을 보면서 작가는 일일이 들어가서 가게의 모든 정보를 취재하고 담은 것일까? 다리도 아팠겠고, 시간도 많이 걸렸겠고,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정보를 주겠다는 사명감은 있었겠지 하는 이런 류의 생각만 했다. 정보의 주인은 따로 있는 것이다.
별점을 2개와 3개 사이를 고민했다. 블로그 검색으로는 찾기 힘든 교토만의 매력적인 색깔을 가진 장소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게 목적이면 3개, 교토 자체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다면 2개를 줄 책이었다. 일단 나는 후자를 생각하고 구매했기 때문에 별점 2개를 줬다.
제목만 보고는, 멈춤(휴식)이 필요한 우리들에게 교토의 느긋함과 여유를 전달해주는 에세이겸 여행 서적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고, 교토 골목 사이사이에 숨어있는 맛집이라던지, 교토의 색깔을 간직한 상점들을 주로 소개하는 책이었다. 저자가 소개해주는 곳들은 단순한 키워드로 검색해서는 찾기 힘든 곳들이 많아서 교토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겐 상당히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근데 나는 그런 여행정보도 좋지만, 교토 자체가 주는 그 느낌을 받고 싶었었다. 물론 먹는 걸 즐기는 여행을 하는 사람에겐 해당되지 않는 말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나로서는 교토의 느낌을 받기 위해 주구장창 음식점이나 카페만 소개하는 이 책은 재밌지가 않았다. 교토의 여유라는 건 특정 공간에 가서 구매해야만 즐길 수 있다고 강요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여행 맛집 정보지 수준이라는 거다.
그러니까 이 책을 통해 '교토 감성'을 느끼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 페이지 속에 하나의 상점(대부분 먹거리)을 소개하는 짧은 글과 몇 안되는 사진, 그리고 연락처를 적어 놓은 게 전부인, 정말로 정보 전달에만 투철한 책이니까...
그래도 다음에 다시 교토를 간다면, 이 책 덕분에 가보고 싶은 가게가 한 둘 정도 생겼다는 건 좋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