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에 나온 책인데 2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 책을 읽어보면 저자들이 주장한 이야기들이 점점 더 현실화되거나 충분히 고려할만한 제안들인 것 같이 느껴진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 언급되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이 현재 사회적으로도 화두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저자들이 데이터를 강조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 하겠다. 시장에서 일어나는 거래에서도 기존의 가격에 의한 매칭을 넘어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자세한 명세를 기반으로 최적의 매칭을 제공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했다는 말이다. 사실 시장이 놀라운 힘을 발휘하려면 데이터가 막힘없이 유통되어야 하고 인간이 이러한 데이터를 이용하여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까지도 시장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주고받는 것은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었기에 차선책으로 모든 정보를 압축하여 하나의 수치인 가격으로 나타냈고 화폐를 이용하여 그런 정보를 전달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렇게 정보를 압축하는 과정에서 상세한 정보와 미묘한 차이가 사라져 최적의 거래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제공되는 상품에 대해 완전하게 알지 못하거나 축약된 정보로 인해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가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머지 않아 풍부한 데이터가 광범위하면서도 빠르게, 또 적은 비용으로 시장에 유통되게 되면 우리는 그러한 막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머신 러닝과 첨단 매칭 알고리듬을 결합하여 시장에서 최적의 거래 상대를 찾아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결국 우리가 다양하고 풍부한 데이터로 가격을 대체할 때 시장을 개선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데이터가 화폐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자본은 지금처럼 강력한 신뢰와 신용을 전달하지 못하여 금융자본주의 개념에 바탕이 되는 자본이 권력과 동일하다는 믿음을 잠식할 것이라 전망한다. 풍부한 데이터는 시장을 활성화하고 금융자본의 가치를 떨어뜨려 시장과 금융자본을 분리시킬 것이라면서 말이다. 물론 데이터 중심 시장도 데이터와 머신 러닝에 대한 과도한 의존성과 함께 데이터와 알고리듬의 다양성 부재로 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대규모 고객 기반 덕분에 상당한 양의 데이터를 통제하는 기존의 대표 기업들은 머신 기반의 혁신에 필요한 재료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데이터 독점 문제를 꼭 해결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러한 해결책 중 하나로 이 책에서는 점진적 데이터 공유 명령이란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어떤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초기 한계를 넘어서게 되면 이 명령을 발효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해당 기업은 임의적으로 선택된 피드백 데이터의 일부를 동일한 시장 안에 있는 데이터를 요청하는 다른 모든 기업과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에게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을 공급하는 기업이 모두 완벽하게 선한 기업이라 해도 데이터가 풍부한 시장에 구조적으로 단 하나의 오류라도 내장되어 있다면 외부의 공격을 허용하기 쉬워진다면서 시스템 전체에 걸쳐 재앙에 가까운 과실을 피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풍부한 시장의 참여자들이 다양한 공급자가 설계하고 관리하는 다양한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 중에서 의미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 밖에도 데이터 시대가 되면서 변화될 수 밖에 없는 다양한 이슈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정보가 일방향으로 흘러가는 위계적인 기업 구조가 탈중앙화된 의사결정 구조로 바뀔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또한 데이터 중심의 자동화로 노동자가 기계로 대체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면서 기술 친화적인 슈퍼스타 기업들이 이들 소외되는 노동자들을 위해 기본소득의 제공뿐만 아니라 데이터로 세금을 납부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저자들은 모든 데이터가 공유되어 누구나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빅데이터에 대해 많은 연구와 저서를 쓴 빅토어 마이어 쇤베르거 교수와 경제지<브란트아인스 (brand eins)>의 기술 전문 기자이자 <이코노미스트> 필자인 토마스 람게가 기술과 경제계 뿐아니라 가히 거의 모든 기업과 경영계의 거대한 화두인 빅데이터가 어떻게 자본주의에 영향을 미치며 어떻게 그 시스템을 진화시키는가에 관한 논의이다.
역자이며 쇤게르거 교수와 대담을 나눈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은 이 책을 "화폐기반의 자본주의가 데이터 기반으로 진화함을 선언하는 동시에 우리의 관심을 인간 본연의 가치로 환원시키는 출발점"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빅데이터라든지 온톨로지, 매칭 알고리즘, 머신 러닝 시스템과 같은 용어는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용어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매일 만나고 부딛는 일상에서 빅 데이터가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2016년 3월에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국을 통해 빅데이터가, 그리고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얼마나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지 심지어 의사결정과 스스로의 진화 발전에 있어서도 인간에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세계적으로 대단한 반향을 일으킨 것을 기억할 것이다.
결국 이 대국에서 알파고는 이세돌을 4승 1패로 대파하였다. 이세돌이 천재적인 프로기사였기 때문에 그 충격은 더 컸다.
저자도 이 책에서 제이슨 레스라는 세계적인 헤즈업 노리미트 텍사스 홀덤 선수와 리브라투스와의 대결을 통해, 리브라투스 시스템은 토너먼트가 계속되는 동안 적응되어 실력이 계속 향상되었으며, 특히 학습을 통해 인간의 속임수를 감지하는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고 그 결과 어떤 패가 주어지더라도 최적의 베팅을 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시스템의 장점은 결과에 전혀 영향 받지 않고 전략도 흔들리지 않는다. 감정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이 갖고 있는 감정적인 약점을 넘어서고, 거래와 계약에 있어서도 전략을 세우고 의사결정을 하고 의사소통을 하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라고 여겨져 왔던 일들을 인간을 대신하여 할 수 있으며 심지어 인간보다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아날로그 시대에 그리고 지금도 시장은 사회 혁신의 산물이며 우리의 경제활동을 효과적, 효율적으로 조정 조율하는 메커니즘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장에서 우리는 많은 정보를 스크린하고 압축하고 정리하는데 있어서 주로 화폐와 가격이라는 단위를 활용한다. 그러나, 풍부한 데이터가 아주 저렴하고 광범위하게 시장에 들어오면서 시스템이 이러한 데이터를 머신러닝과 첨단 알고리듬을 결합시켜 시장에서 데이터에 기반한 효과적인 거래 결정, 최적의 상대를 찾는 일들을 할 수 있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획기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매칭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이러한 알고리즘들은 정확한 예측을 제공하고 있다.
네트워크 효과 덕분에 다양한 인터넷을 통한 디지털 정보의 흐름을 지배하게 되었고 많은 기업들이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또한, 컴퓨터 시스템이 피드백 데이터를 이용하여 학습을 할 때 우리가 네이버나 구글에서 자동완성기능을 사용할 때 우리의 사용에 따라 피드백 데이터가 발생하여 이 기능을 개선한다.
규모효과는 중요하다. 이는 규모의 경제 이론에서처럼 비용을 감소시키고 네트워크 효과는 효용을 증대시키고 피드백 효과는 제품을 개선시킨다. 결국 이러한 효과들은 결합하여 상품과 서비스를 개선시키고 또한 진화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풍부한 데이터의 존재 또한 집중화라는 모순을 발생시킨다.
주로 영미에서 발생하는 집중화를 방어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었지만 근본적으로 이를 금지하기 보다는 대기업이 시장의 힘을 남용하지만 않는다면 용인되어왔다.
창투회사가 증가하고 금리가 낮아지고 자금유치가 과거보다 수월해지면서 스타트업도 규모와 범위관점에서의 성장이 용이해졌고 초기 투자비용도 산업시대보다 훨씬 감소했으므로 규모효과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네트워크 효과의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점진적 데이터 공유 명령" 같은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데, 시장점유율의 초기 한계치를 넘을 경우 시장 내의 다른 기업과 데이터를 공유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많은 국가에서 시행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시장정책이 될 것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인공지능이 더 진화하면 일자리가 줄어들까? 빅 데이터는 근본적으로 우리 시장을 어떻게 변화시킬까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어왔고 최근에 이에 대한 여러 책을 읽었는데 사실 저자마다 생각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로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제안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저자는 비경합적인 데이터를 마치 세금과 같이 납부하게 하는 것을 제시한다. 가치있는 정보를 의무적으로 다른 기업들에게 제공하게 하는 것이다.
화폐기반 시장에서 데이터가 풍부한 시장으로의 변환하는 가운데 수 많은 철학자와 경제학자들은 이성과 윤리, 시장의 협업, 그리고 존 롤스 같은 학자는 정의에 관해 고심했다.
인류의 미래는 지식과 통찰의 미래가 될 것이다. 우리가 그런 미래를 바란다면 말이다. 이건은 이전에 신뢰했던 수 많은 단순화를 버리고 세상의 다양함을 수용한다는 것이다. (책 290 페이지)
인공지능이 발달하고 시장이 근본적인 변화의 시기를 맞이해도 우리의 미래는 사회적이고 지극히 인간적일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 이 리뷰는 예스 24 리뷰어클럽을 통하여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