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 저
신미경 저
정영욱 저
민조킹 저
오휘명 저/김혜리 그림
글배우 저
어딜 가나 을은 서러운 존재다 이는 연인관계에서도 마찬가지 서운한 일이 생겨도 차마 입을 열지 못한다 그 사람을 너무 사랑해서 나만 아쉬워서 한 마디만 해도 그 사람이 떠나버릴까봐 두렵다 두려운 만큼 기다리고 주고 또 줘도 항상 부족한 것처럼 느껴서 아낌없이 헌신한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갑인 그 사람은 제때 연락 안하고 친구와 약속이 우선이며 다른 이성에게 무한 친절을 베푼다 정작 잘해줘야 할 연인에게는 무신경하다 하지만 이 관계도 언젠가 끝나는 날이 온다 이별의 순간에도 을은 갑을 생각한다 그 사람의 손길 웃음 억양 하나하나가 눈을 깜빡일 때마다 떠오른다 마치 혼자 연애하는 것과 같았지만 그래도 그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늘 무시당하고 그 사람을 기다리는 대기조였던 연애가 너무 힘들었지만 이별 후에도 또다시 그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이 책에서는 이렇듯 씁쓸한 을의 연애를 32가지 에피소드로 고양이 그림을 통해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을은 분명 갑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다 다만 마음속으로만 생각할 뿐 연락문제 잘못에도 당당한 태도 늘 친구가 1순인 모습 뻔뻔한 거짓말 이런 갑에게 던지는 을의 속 시원한 사이다 투척 에피소드도 18가지 수록했다 이처럼 다양한 내용의 컷툰을 통해 을들은 공감과 위로를 얻고 더 나아가 스스로의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을이라는 존재 자체는 나약하지만 사랑은 그 누구보다 뜨겁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소소한 추억에서 행복을 찾아내는 것이 을이다 단지 갑 때문에 불행하기엔 을의 헌신이 너무 열렬해서 아깝다 사랑에 눈을 흘리는 갑 때문에 상처 입은 을들을 보듬어주기에 을의연애는 충분하다 저자 을냥이는 을로서 하는 연애를 멈추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사랑만으로 살아나가는 것은 그만하라고 말한다 내가 하는 무언가에 의미를 두고 스스로를 위해서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상의 모든 을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또 다시 상처받을까 두려워말고 그 사람에게 전부 맞추려 노력하는 을의 탈은 벗어버리자 그리가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사랑하자
추운 겨울날 우리집 현관문 앞에 고양이가 버려졌다. 전 연인이 키우던 고양이였다. 어릴 땐 귀엽다고 키우다가 조금 크니 귀찮아졌는지 나에게 떠맡기고 다시는 찾지 않았다.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던 나는 나름대로 인터넷을 찾아가며 용품을 샀다. 안 좋게 헤어진 전 연인이 생각나 짜증이 솟구쳤지만 얘는 잘못이 없다. 그냥 버려진 거다. - '프롤로그' 중에서
싫증나면 버리는 게 갑의 연애인가?
어디에서나 을은 서러운 존재다. 연인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마구 갑질하는 연인에게 비록 서운해도 차마 입도 뻥긋 못한다. 가슴 속에 넣고 삭이다 보니 다소 과장해서 숯 검정이 한 트럭 분량이다. 왜 그럴까? 소심한 을은 갑을 너무 사랑해서, 혹시 갑을 자극하면 미련없이 떠나버릴까봐 두려워서다. 이런 두려움 때문에 항상 지면서 살고, 주고 또 줘도 항상 부족한 것처럼 느껴서 마치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헌신과 희생을 오히려 편하게 여긴다. 을의 연애 방식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갑은 제때 연락 안하고, 친구와의 약속이 우선이며, 다른 이성에게는 엄청난 친절을 베푼다. 정작 잘해줘야 할 을에게는 무관심이 극에 달한다. 결국엔 이런 관계가 오래 가지 못한다. 하지만 이별의 순간에도 을은 갑을 생각한다. 즉 갑의 스킨십, 말, 웃음, 심지어 실수까지 머릿속에 주마증처럼 펼쳐진다. 그리고 비록 지금 헤어질지라도 그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기다림에 익숙한 게 바로 을의 연애 방식이다.
책의 저자 을냥이(필명)는 예고와 예대를 졸업, 만화가의 꿈을 가졌지만 현실적인 삶과 타협, 7년 동안 마케팅 업무에 종사했다. 업계에서 인정받는 마케터였지만 20대 후반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퇴사를 결심했다. 그간 굳어버린 손으로, 익숙지 않은 컴퓨터로 자기 자신과 우리들 모두의 이야기를 엮어서 그림으로 그려냈다.
저자는 씁쓸한 을의 연애를 32가지 에피소드로, 고양이 그림을 통해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을은 분명 갑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다. 다만 마음속으로만 생각할 뿐… 연락 문제, 잘못에도 당당한 태도, 늘 친구가 1순위인 모습, 뻔뻔한 거짓말, 이런 갑에게 던지는 을의 속 시원한 18가지 '사이다 투척' 에피소드도 담고 있다.
연락은 내가 늘 먼저한다
사귀는 연인이 있으면 뭐 하나? 늘 먼저 전화하고 연락하는 건 상대방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그렇다고 나누는 통화가 뭐 그리 심각한 것도 아니다. "밥 먹었어?" 또는 "뭐하고 있었어?" 등과 같이 가벼운 일상의 동향을 묻는 정도이다. 이렇게라도 물어봐야 겨우 "친구들이랑 술마시러 가"라고 반응한다. 이런 식의 관계라면 바로 당신은 '을의 연애'를 하는 것이다.
상대는 뭘하고 있는지 먼저 말해 주는 법이 없다. 왜 먼저 말해 주지 않고 게다가 왜 맨날 술을 마시러 가는지 묻고 싶지만 감히 그런 행동을 못한다. 왜냐고? 전에 한 번 물어보았더니 그런 나 때문에 상대는 "숨이 막힌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를 자극하지 않으려 한다. 아무튼 내가 연락하지 않으면 상대도 연락하지 않는다. 마냥 기다리는 동안 많은 생각이 교차된다. '헤어질까, 말까' 그런데, 타이밍 한 번 기똥차다. 이 연락 하나에 그 많던 번민이 봄 눈 녹듯 사라지고 만다.
"내일 데이트 할까?"
항상 대기조
상대는 친구들이 더 좋고 술이 더 좋다. 결코 우선순위가 아닌 나는 겨우 상대가 남는 시간에 만나는 사람일 뿐이다. 나 만날 시간이 없냐고 말하면 상대의 반응은 더 냉정하다. 정말 상대는 남는 시간에만 나를 찾는다. 결코 원하지고 않는 나는 대기조가 되고 말았다. 만날 친구도 있고, 술 마시는 것도 좋아 하지만 상대가 언제 나를 만나자고 할지 모르니 항상 기다리기만 한다. 상대는 언제쯤 온전히 나를 위해 시간을 비워줄까
"우리 일주일에 한번만 봐도 되잖아. 나 과제도 많단 말이야"
"친구들이랑 술을 내내 마시면서 나 볼 시간은 없어?"
"너도 친구 만나서 놀아. 나만 바라보고 사냐? 너 만나고 나중에 친구들 만나러 가야해"
꿈을 꾸었다
"미안했어. 우리 다시 잘해보자"
"응!"
꿈마저도 을의 입장이다. 다시는 안보겠다며 떠난 상대가 미안하다며 다시 교제를 시작하자고 말하는 꿈이었다. 이때 난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알겠다고 대답했다. 정말 난 바보같다. 상대가 먼저 다시 시작하자고 연락해주면 바로 이를 받아들이니 말이다. 지금도 떠난 그 사람이 다시 와주기를 간곡히 기다리는 내 심정이 꿈에 나타난 셈이다.
연인이 이별을 고할 때
"니가 너무 착해서 내가 만날 자격 없어. 나보다 좋은 사람 만나"(다른 사람 생겼어)
"나 이제 공부하려고"(너보다 좋은 사람 만날려고)
"일이랑 사랑 동시에 안 되겠어"(니가 일보다 힘들다)
"혼자 있고 싶어"(더 이상 니가 감당 안 돼)
"그냥. 이유 없어. 헤어져"(여태 수도 없이 말해왔어)
대부분 연인들이 이별할 때, 그 이유가 뭐냐고 상대에게 물으면 이런 식으로 답한다. 그렇다. 속마음은 그게 분명 아닌데(괄호 안을 보라), 진짜가 아닌 거짓으로 답한다. 그저 상대에게 끝까지 잘 보이려고 사탕발림 소리를 늘어놓는 셈이다. 이런 행동을 그대로 믿고 속을 태우는 사람이라면 바로 '을의 연애'를 하고 있는 셈이다. 정말 싫어졌다면 시시콜콜하게 이별의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있겠는가 말이다.
깨진 접시 다시 붙일 수 없다
접시를 내던지면 그 접시는 당연히 깨질 것이다. 깨진 접시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면 다시 원위치가 될까? 결코 그렇지 않다. 이게 바로 사람과의 관계이자 사람의 마음인 것이다. 한번 깨지고 나면 미안하다는 한마디로 돌아오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서로의 마음을 잇는 신뢰도 이와 같다. 한번 깨진 사이는 억지로 붙여봤자 살짝만 건드려도 산산조각나기 마련이다. 깨진 조각을 붙들고 후회해봐야 이를 잡은 손에 상처만 날 뿐이다. 상대의 마음과 신뢰를 깨뜨린다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라. 제발 술에 취해 헤어진 연인에게 전화하지 마라.
싸구려 친절은 필요 없다
"피곤할까봐 사왔어~"
연인이 나를 챙겨주는 건 분명 사랑하는 마음의 발로이다. 하지만 다른 이성에게도 동일한 상황에서 똑같이 이렇게 챙겨준다면 이는 그냥 친절한 행동일 뿐이다. 연인이라면 특별하고 싶기 때문에 당연히 특별한 사람이고 싶은 것이다. 누구에게나 행동하는 그런 수많은 친절 중 하나를 나에게 하는 것이라면 굳이 계속할 필요 없다. 소위 치마 입은 사람에겐 늘 이런 식인데 말이다. 이런 싸구려 친절은 휴지통에 버려라.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사랑하자
늘 을의 자세로 사랑하다 보니 그만큼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았기에 나의 마음을 연인에게 모두 말할 수 없고 보여줄 수 없었다. 그래서 가면을 쓴 채로 연인에게 척하면서 지냈다면 이젠 새롭게 사랑을 해보자. 이제껏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연인에게 모두 맞춰주려던 탈도 벗어버리자. 나의 참모습 그대로 연인과 사랑하자. 지금껏 '을의 연애'를 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인터넷을 보다가 왠지 공감가는 4컷 만화를 발견했다. 그림체가 엄청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내용도 나름 진지하다. 연애에 있어서 과연 갑과 을이 존재하는 것일까 생각했었는데, 마음의 균형이 맞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갑과 을이 생기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을보다는 갑이 더 좋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곰곰히 생각해보면 과연 갑이 을보다 더 좋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을에서 바라본 갑이란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이 별로 크지 않은 건데, 계속 그런 태도만 취한다면 정말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할 수 있을까. 갑은 연애하기는 편할지 몰라도 왠지 평생 마음 한 구석이 외로울 것 같다.
이 책은 철저하게 을의 입장에서 바라본 연애의 모습이다. 연락이 잘 되지 않아서 답답하고 나를 우선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서 초라하게 여겨지는 을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정말 누구를 진심으로 좋아해봤다면 한 번쯤은 을의 연애를 해보지 않았을까.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충분히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내용들이 많다. 이 책은 비록 을의 연애에 대해서 쓰고 있지만, 사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어떻게 좋은 연애를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의도치 않게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었을 수도 있고, 상대방은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겠지만 나도 상처를 받은 경우도 있다. 정말 솔직하게 서로의 마음을 열어보지 않는 이상은 상대방의 상처를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모든 상처들을 다 꺼내놓는다는 것은 더 큰 상처를 만들수도 있어서 선뜻 내키지 않는다.
사실 나는 갑을 관계에서 갑이 되고 싶지 않다. 혹시나 갑처럼 보인다면 그건 그냥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 뿐이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잘 하는 사람은 없으니 말이다. 잘 하지 못하는 것이라도 천천히 다듬어나간다면 나중에는 잘 할 수 있다. 상대방의 호의를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처음부터 배려하지 않았으니 지금도 배려하지 않아도 생각한다면 그것은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다. 그런 사소한 것들이 쌓여서 서로에게 마음의 상처가 된다. 설사 괜찮다고 말해도 진심은 정말 괜찮지 않을 수도 있다.
좋은 연애를 하려면 타이밍과 마음의 균형이 잘 맞아야 하는 것 같다. 아무리 좋은 두 사람이 만나서 연애를 한다고 해도 내가 원하는 그 타이밍에 맞지 않으면 그 진심은 전해지지 않는 것이니까. 그래서 사람의 인연은 따로 정해져있다고 하는가보다. 밀고 당기는 연애보다 둘 다 을이 되는 연애가 더 좋다. 연애를 하는 것이 꼭 누군가 우위를 차지해야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이 책을 보면서 건강한 연애에 대해서 좀 더 많이 생각해보고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많이 아팠던 마음이 이 책 덕분에 많이 치유된 듯 하다. 일방적인 연애에 지친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아마 이 책을 다 읽을 때 즈음이면 조금은 더 튼튼한 마음으로 치유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