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선란 저
김초엽 저
델리아 오언스 저/김선형 역
이미예 저
박완서 저
2020년 05월 28일
2020년 05월 06일
에세이라고 해서 마냥 쉽게 쓸 수 있는 글은 아니지만, 또 에세이라서 다른 장르의 글보다는 조금 더 쉬운 마음으로 접근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요즘처럼 에세이스트라고 자칭타칭 이르는 시절이 일찍이 없었던 것도 같고(내가 앞선 모든 시대를 다 살아본 것도 앞서 나온 에세이들을 모조리 읽어 본 것도 아니라 함부로 말해서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워낙 많이 출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니). 에세이라는 게 아무나 쓸 수 있을 것 같아도 아무나 좋은 글을 쓰는 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읽을 때마다 이 생각을 곱씹고 있는 나도 참 한결같이 둔하다.
에세이는 자신을 소재로 쓰는 글. 그래서 에세이를 읽고 있으면 쓴 사람에 대해 알게 된다. 어떤 성격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떻게 해서 이런 글을 쓰게 되었는지, 앞으로 어떤 삶을 이어가고 싶다는 것인지 등등. 또 작가가 쓴 내용을 바탕으로 읽고 있는 자신의 사정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과정도 생긴다. 비슷한 점, 다른 점, 배우고 싶은 점, 나무라고 싶은 점 등. 그리고 곧 알게 된다. 이 작가, 스스로를 퍽 사랑하는구나, 이만큼 사랑하고 있으면서 더 아끼고 사랑하려고 글을 쓰고 있구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글쓰기를 통해 배우고 실천하고 있구나... 하는 것들을.
작가는 자신이 말하는 최소 취향을 갖게 되기까지의 과정과 더불어 그렇게 익힌 삶에 대한 태도를 말하고 있다. 근사해 보인다. 근사해 보인다는 건 부러운 면이 있다는 것이고 내 쪽에서 어느 정도 따라 하고 싶은 것도 있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리라. 그래서 그런가, 작가가 풀어 놓은 글에서의 모습이 독자인 내 입장에서는 자랑으로 읽힐 때도 있고 자부심이나 사명감을 늘어 놓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나, 이렇게 잘 하고 있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이제는 사는 일에 자신감이 생긴다, 글을 읽는 당신에게 내 진심이 가서 닿는다면 이렇게 해 보시라 당부도 하고 싶다...'와 같은 말들도 들려 오고.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될 말이리라.
TMI. 너무 몰라도 너무 많이 알아도 피곤해진다. 나는 이쯤해서 이 피곤의 경계선 안으로 들어가 있고 싶다.
진짜 휴식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고 몸과 마음에 뭉치고 쌓인 것을 풀어내야 생기는 것임을 예전에는 몰랐다.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면서 사는 잡지 편집장 아줌마의 자신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짧막한 에세이들이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이런 류의 책 치고는 작가에게 개인의 취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존재했기에 가볍게 읽을만은 했다.
거창하게 인생이라고 말할 것 까지도 없이 생활이라는게 어쨌든 계속해서 굴러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먹은대로 리셋하는 건 쉽지 않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항시적인 개선의 시도 뿐이다.
내가 좋아하는 구절이 두 개 있다.
나는 일이 좀 안 풀린다 싶으면 집에 있어서는 안 될 게 있는지 샅샅이 수색한 뒤 버린다. 관계가 틀어져버린 사람이 준 물건을 버리고, 신고 나갔다가 발이 너무 아파 두 번 신을 일이 없는 그러나 아까워서 버리지 못했던 신발도 정리한다. 내게 고통의 기억을 안긴 거슬리는 물건을 없애고 나면 늘 마음이 편안해진다. 내가 부정적으로 느낀 기운이 사라지면 어느새 막힌 운이 뚫려 원활히 순환되는 느낌. 매우 미신적인 접근이지만 불행한 기분이 들 때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다.
살면서 ‘언젠가’로 미뤄두고 가끔 꺼내 보는 일이 있다. ‘언젠가는 박물관에서 일하며 고미술에 둘러싸여 살고 싶다’처럼. 누군가 그 꿈을 위해 모든 시간을 바쳐가며 준비하고 있다는 건 일단 생각하지 않고 나도 마음먹으면 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한다. 보통 간절하지도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일이 그랬다. 그렇다고 포기하는 건 아니었고, 마르크스는 종교를 일컬어 인민의 아편이라 말했다. 그렇다면 나의 종교는 모호한 꿈이다. 그 꿈을 위해 죽도록 노력하지 않지만 단지 꿈을 가진 것만으로도 힘들 때 마음을 기댄다. 지금이 괴로울수록 꿈은 또렷하게 다가온다. 절벽 끝에 매달린 기분에서 벗어나게는 해 주지만 나는 결코 그 꿈을 이룰 수 없을 테다. ‘언젠가는 오늘이고, 언젠가는 지금 당장’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그렇다. 시인이 되고 싶다고 말하지만, 시를 한 줄도 쓰지 않는 사람은 시인이 될 수 없다. 그리고 돈을 벌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 현실은 잠시 잊어야 계속할 수 있다.
이외에도 많은 구절들을 기록 해 두었는데, 나만의 보물이라고나할까?
개인적으로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추구하기 때문에 더 관심이 갔던 책입니다. 미니멀라이프를 꿈꾸기에 책을 구매하기보단 전자책으로 읽는데 마침 이 책이 100% 페이백 대여 이벤트로 나와서 더 반가웠고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읽으면서 공감하면서 읽기도 하고 깨달음을 얻기도 하며 재밌게 읽었습니다. 취향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나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리뷰는 신미경작가님의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를 보고 쓰는 글입니다. 본편의 대략적인 내용과 개인적인 감상이 포함되어 있으니 참고하시기바랍니다. 사실 저는 스스로의 취향을 잘 가려내고 잘 알고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좀 더 되돌아 보게 되었습니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부분에만 초점을 맞췄는데 건강하고 바르게 나의 미래를 위해 건강한취향을 가져야겠다가 생각했습니다.
신미경 작가님의 <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 리뷰입니다. 좋아하는 게 없어 하루하루 의욕 없이 살아갈 때 내 마음과 삶에 균형이 필요할 때 나를 위한 취향수집 이라는 문구에 이끌려 읽게 됐어요. 작가가 최소 취향을 갖게 되기까지의 과정과 그렇게 익힌 삶에 대한 태도를 말하고 있는데, 공감되는 이야기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이야기도 있었지만 별 관심없던 미니멀리즘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됐어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