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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의 밤

박솔뫼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29일 한줄평 총점 9.4 (54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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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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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도서 소개



나이, 성별, 지역……
우리는 “주민등록에서 도망칠 수 있을까”

“일단 어디든 다녀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책처럼.”




올해로 등단 10년을 맞은 박솔뫼 작가의 여덟 번째 작품집 『인터내셔널의 밤』이 아르테에서 출간되었다. 부산으로 향하는 기차에서 만난 한솔과 나미 두 여행자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내셔널의 밤』은 심드렁하게 읊조리는 혼잣말들이 의미를 내포하고 소설의 형상을 갖추며 그리하여 깊이 숨겨져 있다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다각적으로 단서를 드러내고 마는 박솔뫼 소설만의 매력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자신을 옥죄던 교단에서, 현실에서, 성역할에서 도망쳐 나온 이들의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사실 벗어나려 하기보다는 좀 더 자신의 근본에, 정체에 다가가려 애쓰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한솔은 자꾸 배제되고 밀려나는 세상에서 숨으려 하기보다는 눈에 띄고 싶고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을 인정하며 사회적 사람이, 인구의 일부가 되는 일을 견디려고 노력한다. 나미는 언제나 더 나은 자, 다른 차원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지만 자신을 구원하는 목소리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 듣게 된다. “시간은 길고 시간은 많고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을 거야. 그냥 살면 된다”는 유미 이모의 말은 도망쳐 나온 세상을 등지고 새로운 관문 앞으로 발을 떼볼 용기를 갖게 해준다.
항구와 커다란 여객선 사진을 함께 바라보던 두 사람은 이제 각자의 새로운 여행지로 다시 떠나려 한다. 두려움을 딛고 하나의 새로운 관문을 통과하면서 한솔은 가뿐한 발걸음과 함께 센티멘털을 느끼며 수첩에 한 문장을 남긴다. “모든 것이 좋았다”고.



*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는 소설을 읽는 삶은 그렇지 않은 삶과 어떻게 다른지, 소설이 어떻게 삶을 자극하는지 고민합니다. 인간성을 탐구하고 인간성을 지키는 것이 소설의 본질이라면, 지금 우리 시대에 맞는 소설을 찾아 더 많은 독자와 나누려 합니다. 가볍게 지니지만 무겁게 나누며 오래 기억될 ‘작은책’ 시리즈에 담긴 소설은 e-북과 함께 오디오북으로도 제공될 예정입니다.




“당신은 보편시민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되돌아가세요”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남쪽으로 남쪽으로 향해도
당신은 열 시간을 이틀을 사흘을 기차에서 보낼 수는 없다.
사람들은 내리고 당신은 어디론가 가야 한다.”_ p. 9



우리는 몇 시간만 달려도 길이 끝나고 마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 고유한 이름과 고유한 번호를 부여받았으며, 한 도시의 ‘시민’으로서 살아간다. 보편시민으로서 사회가 마련한 여러 장치들을 특별한 두려움 없이 통과해 나간다. 한편, 어떤 관문 앞에서 단순해 보이는 질문에도 쉽게 답하기 어렵고 자신을 증명하기가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작고 큰 관문들, 지역 관공서에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일에서부터 국경을 넘나드는 일, 혹은 어떤 관계와 굴레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로 나가는 일까지 많은 시간과 과정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태어난 이후 줄곧 우리는 이 사회 안에서 규정되고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자신의 세계에서 인정받지 못한 한솔과 나미는 각자의 자리에서 떠나 “신기하고 무섭고 이상한 기분”의 심리 상태에서 기차의 옆자리 사람으로 마주하게 된다. 왜 혼자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몇 살인지, 이름이 무엇인지 말해주어도 잘 기억할 수 없는 ‘관계없는’ 사람들이 스쳐 지나는 가운데 이들은 서로의 불안을 감지한다. 불안했기 때문에 말을 걸고 대화를 나누게 된다. 마치 벽 앞에 선 것처럼,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관문을 통과하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 하던 두 사람은 알 수 없는 끌림에 말을 걸고 대화를 나누게 되면서 다시 세상으로 조금씩 나아가게 된다.
한솔과 나미가 만나듯 우리는 작은 대한민국 안에서도 같고 또 다른 사람들을 언제나 새롭게 만날 수 있다. 다른 조건 다른 상황을 가진 사람을 이해하는 일은 남들과 다른 나를 이해시키는 가장 쉬운 방법일 것이다. 보편시민의 둘레가 조금 더 넓게 그려져야 하는 이유이다.




“나는 혼자 서 있는 사람이 아니야”


“우리는 어른이 되고 뭔가 빼먹은 얼굴이 돼서 만난다.
그건 못 보는 것과 같지 않을까.
그게 아니라면 전혀 새로운 사람과 만나는 것이 아닐까.
새로운 사람으로 다음 장면 같은 장소에서 만나는 것이겠지.”_ p. 26



한솔에게는 “인생에서 무언가 사건이 있었고 그 이후, 이전의 삶을 회복할 수 없”게 되었다. 멀리 일본에 가 있는 친구에게서 청첩장을 받고 갈 수 없을 것 같아 거절하려 하지만, 조금씩 변해갈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지금의 자신과, 이십 년 전 친구의 결혼식에 가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중년이 된 자신을 상상하며 결국 참석하기로 마음먹는다. 한 사람이 내리는 하나의 결정에도 이렇게 여러 자신의 모습이 겹쳐져 있다. 한 사람이지만, 십 대의 한솔과 이십 대의 한솔이 겹쳐 있고, 매일매일의 한솔들이 모두 포개져 홍한솔이라는 한 인물이 되었다는 작가의 존재론적 성찰을 따라가는 일은 이 작품이 품고 있는 또 하나의 재미이다.
한편 나미는 자신을 보호해준다고 믿던 곳에서 도망쳐 나온 뒤 쫓기는 불안 속에 괴로워하며 그동안 아끼며 보살피던 아이들을 두고 나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것 때문에 가슴 아파한다. 커서, 다 자란 후에 다시 만나면 되지 않느냐는 한솔의 질문에 나미는 지금의 모습은 다시 볼 수 없는 모습이라고 단언한다. 한 사람을 좋아하고 알아봐주는 일은 여러 모습을 모두 지켜봐주는 일이 아닐까. 여기서 작가의 성찰은 조금 더 깊어진다.
자신을 증명할 수 없는 곳에서 도망치듯 떠나온 두 사람은 여행 중에 그동안 살며 거쳐온 자신의 모습들을 떠올려본다. 또한 지금은 혼자 있지만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 자기를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을 떠올리며 자신의 두터운 존재감을 인식하게 된다. 오는 길을 상세하게 알려주는 친구의 메시지를 읽으며 한솔이 자신도 모르게 “나는 내가 혼자 서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혼자 서 있을 때가 있지만”이라는 말을 내뱉게 되는 장면에 이르러 독자들은 소설을 따라가며 느끼던 불안감에서 벗어나 안도하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이제 부산을 떠나 다른 곳으로 향해야 하는 한솔은 호텔방에서 창밖을 내다본다. 불을 반짝이는 야경이 보이다 눈에 힘을 풀면 또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한눈에 보이는 두 가지 모습을 보며 한솔은 자신과 자신이 살아갈 세계가 한 장면에 겹쳐져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이 장면은 단연 소설 속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손꼽을 만하다.


◎ 본문 소개

하지만 점점 빨라지는 것에 맞춰 사람들은 계속 옮겨질 것이다. 그게 주요한 것을 잃게 되는 것이라면 중요한 것을 잃은 사람인 채로 길 위를 지나가고 기차가 멈춘 곳에 도착할 것이다. [……] 그런 식으로 뭔가를 잃은 사람으로 길 위에 자신의 중요한 것들을 흘려버린 존재로 살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 길을 지나는 사람들이 잘 주우면 되지 않을까. (p. 11)

인생에서 무언가 사건이 있었고 그 이후, 이전의 삶을 회복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어떻게 보편시민에서 박탈당했는지 또한 배제라는 말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 반복해서 설명했다. 그러고 나서야 서류에 필요한 도장을 받을 수 있었다. (p. 55)

책들은 만나고 헤어지고 사라지고 지나간다. 어떤 함께하던 책들은 시간이 지나면 헤어지게 되는데 그걸 슬퍼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어떤 것들은 이미 변해버려 흔적이 없어졌을 수도 있다. 그래도 헤어짐은 있다. 한솔은 열여섯 열일곱에 읽던 책들을 지나가며 아 이미 헤어졌군 우리는 헤어지고 다시 만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p. 89)

나는 혼자 서 있고 가끔 벼랑 끝에 서 있고 지금도 혼자 있다. 외롭거나 고독한 것, 처참하고 우울한 것과 무관하게 모든 개인처럼 혼자 서 있다. (pp. 91~92)

어디든 일단 다녀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책처럼.
그게 나미의 리추얼이 될 것이다. (p. 103)

귀에 들리는 외국어를 음악처럼 들으며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했다. 손에 든 수첩에 방금 떠오른 말을 썼다. ‘모든 것이 좋았다’고. (p.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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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목차
인터내셔널의 밤
작가 노트_ 코모도 호텔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저자 소개 (1명)

저 : 박솔뫼
2009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그럼 무얼 부르지』, 『겨울의 눈빛』 『사랑하는 개』, 『우리의 사람들』, 장편소설 『을』, 『백 행을 쓰고 싶다』, 『도시의 시간』, 『머리부터 천천히』, 『인터내셔널의 밤』, 『고요함 동물』, 『미래 산책 연습』 등이 있다. 김승옥문학상, 문지문학상, 김현문학패 등을 수상했다. 2009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그럼 무얼 부르지』, 『겨울의 눈빛』 『사랑하는 개』, 『우리의 사람들』, 장편소설 『을』, 『백 행을 쓰고 싶다』, 『도시의 시간』, 『머리부터 천천히』, 『인터내셔널의 밤』, 『고요함 동물』, 『미래 산책 연습』 등이 있다. 김승옥문학상, 문지문학상, 김현문학패 등을 수상했다.

종이책 회원 리뷰 (49건)

인터내셔널의 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k*****8 | 2022.12.29

 

<인터내셔널의 밤>은 기차 안에서 옆자리로 앉게 된 한솔과 나미의 이야기이다. 성 정체성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한솔과 사이비 종교로부터 도망쳐 온 나미. 일면식도 없는 이들이 나누는 대화는 솔직하고 담백하다. 한솔이 왜 트랜스 젠더로 살아가는지, 나미가 속했던 교단은 어떤 부조리함이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저 현재를 지나가는 이야기다. 아는 사람이 아니기에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도 없고, 하기 싫은 이야기는 하지 않아도 된다. 모르는 사이이기 때문에 솔직해질 수 있는 게 아닐까. 잠깐 머무르는 여행지에서 스쳐가는 사람에게 속내를 터놓는다면, 과거의 짐을 버리고 후련한 마음이 들 것 같다. 후련함까지 가지 않아도 매듭을 지을 순 있을 것이다. 그러면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지.

 

박솔뫼 작가의 책은 처음인데 초반을 읽을 때 꿈같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무슨 말이냐 하면은 몽롱하고 모호하다. 그저 의식의 흐름 같다. 시처럼 함축적이기도 하다. 처음엔 이러한 문체와 진행 방식이 난해하고 당황스러웠는데 점점 마음에 든다. 마음이란 게, 삶이라는 게 언제나 명확할 순 없지 않은가. 그렇지 않은 때가 대부분이다. 순간의 모호한 마음들을 잘 표현하는 문장들이 위안이 되었다.

 

"나는 내가 혼자 서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혼자 서 있을 때가 있지만."

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지만 혼자 있는 것도 좋다. 혼자 있는 게 언제나 외롭고 우울한 것은 아니다. 나는 혼자 서 있을 때가 있지만 틀린 것은 아니고 다른 사람과 동떨어져있는 것도 아니다. 같은 문장이지만 다른 뜻을 지닌 중의적인 표현처럼 언어를 잘 다루는 문장을 발견하면 작가가 막 천재 같고 신이 나고 그렇다..

 

소설 속에 주인공들이 잠시 머무르는 공간으로 부산이 등장한다. 두어 번 다녀온 곳이고 반년 전에도 다녀왔기에 나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인터내셔널의 밤> 속 부산은 매우 낯설다. 가본 적 없는 나라의 한적한 동네처럼 차분하고 생경하게 느껴졌다. 홀로 부산 여행을 갈 때 이 책을 읽으면 정말 완벽할 거야... 꼭 부산이 아니고 혼자가 아니더라도 여행지에서 읽으면 무척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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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인터내셔널의 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J* | 2022.02.16

arte (아르테) 출판사에서 출간한 박솔뫼 작가님의 인터내셔널의 밤 도서를 읽은 후 작성하는 후기입니다.

박솔뫼 작가님의 소설 정말 궁금했는데 인터내셔널의 밤을 통해 처음 읽게 되었습니다!

작가님 특유의 문체 덕에 더 쉽게 이입하고 장면을 그렸던 것 같아요

처음 읽을 때는 뒤로 갈수록 감동하면서 읽었는데 여운이 너무 짙어서 다시 읽으니까 처음부터 인물의 생각 흐름이 이해가 되네요

두번 읽으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너무너무 좋았어요 인생책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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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도서] 인터내셔널의 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양***추 | 2022.01.19

2018년 12월 arte(아르테)출판사에서 출간된 박솔뫼작가님의 인터내셔널의 밤를 읽고 작성한 후기 입니다. 이 글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스포일러에 예민하신 분들은 참고해주시기 바라며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된 글이므로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여행을 가는 길 기차에서 읽었던 책인데, 여행길에 타지에서 느끼는 감흥들이 섬세하고 예민하게 서술되어 있어 떠나는 여행길에 아주 적절한 책이었습니다. 박솔뫼작가님의 책은 초면이었는데, 다른 작품이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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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회원 리뷰 (2건)

구매 서사 보다는 분위기의 매력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로얄 닥**마 | 2021.12.28
주목 받는 젊은 작가로 알려진 소설가 박솔뫼의 작품 중에서 처음 읽은 책이다. 그녀의 이름을 어디서 들었을까? 아마 빨간 책방에서 김중혁 작가가 진행하던 젊은 작가들의 소설 소개 코너에서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땐 몰랐지만 김중혁 작가가 참 보석같은 후배 작가들을 소개해줬구나 하고 느끼게 되었다.

이 소설은 100페이지가 조금 넘는 분량의 중편 소설인데, 부산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만난 두 사람 한솔과 나미의 상황과 내면에 집중하고 있다. 소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서사 보다는, 작가 특유의 분위기가 주는 매력이 느껴졌다. 역시 스토리 보다는 독특하면서도 강한 인상을 남기는 분위기로 승부하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와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다.

부산 코모도 호텔에 직접 투숙하며 이 소설을 썼다는 작가의 말을 읽고 보니, 부산의 거리를 배회하며 자신의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한솔과 나미의 심리가 조금 더 이해되는 것 같았다. 러시아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부산역에서 러시아 사람을 보고서는 소비에트 러시아의 인터내셔널 찬가를 떠올리는 한솔의 모습에서 제목을 가져온 것이 아닐까 혼자 생각해보았다.

한솔은 일본에서 살고 있는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기위해 부산으로 가는 기차에 오른다. 사실 그는 일본까진 비행기를 타고 갈 생각인데, 기차가 주는 여행의 매력에 끌려 일단 부산까지 기차로 이동하기로 한다. 기차에서 그는 옆자리에 앉은 나미와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창가 자리로 바꿔 달라는 나미의 부탁을 받고선 선선히 들어주는 한솔은 한술 더 떠서 읽던 탐정 소설책까지 나미에게 선물로 건네준다.

부산역 근처의 한 호텔에 투숙하는 한솔은 부산역 근처와 해운대를 정처없이 걸어다니면서 자신의 내면에 자리잡은 불안과 계속해서 마주한다. 학원에서 영어강사를 하던 한솔은 사실 얼마전에 모은 돈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것으로 소설 속에서 암시된다.

사이비 종교 단체의 공동시설에서 도망친 것으로 묘사되는 나미는, 그들이 쫓아올까 두려워하며 이모가 살고 있는 부산으로 무작정 찾아온 것으로 그려진다. 나미는 한솔이 묵고 있는 호텔에 쪽지를 남기며 두 사람은 부산항 여객 터미널에서 만나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이 정도가 전부인 것 같다. 김승옥 문학상을 받은 작가라서 그런지, 1960년대 감수성의 혁명이자 무진기행으로 대표되는 김승옥의 소설들과 그 스타일이나 분위기가 흡사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물론 홍상수 영화처럼 남녀간의 연애에 집중하는 김승옥과 달리 박솔뫼는 등장 인물들의 내면에 조금 더 중점을 두는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어딘가로 훌쩍 떠나려고 하지만 결국 진정한 나 자신을 찾는 과정을 여행에 비유하는 작품으로도 읽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소설을 다읽고나선 나의 어린 시절 추억이 있는 코모도 호텔에 언젠가 한번 찾아가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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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인터내셔널의 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D****e | 2021.12.10

아마도 이 책은 그런 내용을 다루려고 하는 건 아니었겠지만

기승전결 구조로 이루어진 글은 아니다보니 결국 그들이 어떻게 했는지 알 도리가 없어

등장인물들의 행보에 대한 궁금증이 남는 책이었어요.

그리고 뒤의 작가의 글에 보면 '여러 가지 것을 먹었고 등장인물들에게 여러 가지 것을 먹였다'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대로 이 짧은 글에서 야무지게 이것 저것 먹이시더라고요. 이런 소소한 부분이 꽤 귀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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