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저리 휘갈겨 쓴 원고지
수북이 쌓여 있는 책들 자욱한 담배 연기와 위스키 한 잔 오직 상상 속에서만 존재해 왔던 작가의 루틴을 엿보다! 흔히 ‘작가’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글씨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휘갈겨 쓴 수많은 원고들과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책 무더기, 자욱한 담배 연기와 함께 한 모금 마시는 독한 술. 베일에 가려져 있던 작가의 서재를 엿볼 수 있다면? 이 책은 우리가 이제껏 상상만 해 오던 작가의 루틴을 모았다. 몇 시에 일어나고 몇 시에 잠드는지,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무엇인지, 산책은 주로 오전에 하는지 오후에 하는지 등 사소한 것들이 모여 작가의 루틴을 이룬다. 일상 속에서 순간적인 이미지를 포착하는 시인의 일상부터 자신이 만든 정교한 세계 속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소설가의 일상까지. 그들의 창작의 원천은 무엇이며 또 어떤 과정을 거쳐 눈부신 작품들이 탄생하는지 소박하면서도 특별한 작가의 루틴을 소개한다. |
이번 연도 들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루틴이다. 루틴이 있어야 삶을 원활하게 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여러 책을 통해 깨달았다. 그리고 도움이 될 법한 몇 가지를 생활에 적용해 보니 확실히 없을 때보다 있는 게 좋았다. 좋다고 느낀 루틴들은 꾸준히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장치를 설치하며 실천하고 있다.
그래서 밀리의 서재 책 목록을 둘러보다가 이 책을 발견했을 때 마음이 끌렸다. 제목부터 키워드가 루틴이라니. 게다가 내용은 더 흥미로웠다. 여러 작가가 자신들의 루틴을 에세이로 소개하는 내용. 그중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도 있어서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5월 책으로 선정했다. 막상 읽을 때는 어떤 작가가 쓴 에세이인지 확인 안 하고 냅다 읽었지만.. 읽다 보니 내용이 마음에 들어 작가 이름을 확인해 보면 역시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쓴 글이어서 더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글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은 이런 루틴으로 삶을 이어가는구나. 이런 점을 알 수 있어서 좋았고, 읽다가 괜찮다고 느낀 문장은 일기에 적어두었다. 다 읽으면 내 일상 루틴도 글로 적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해둔 루틴은 사실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적용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조금씩 늘리는 중이다.
내 루틴은 아래 내용에서 거의 변동이 없다.
책 내용 중에 깨진 루틴도 깨진 대로 우리 삶에서 작용하고, 그것도 그거 나름대로 우리의 인생이라고 말하는데 위로 받았다. 위의 루틴을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안 지켰다고 내가 망가지는 건 아니니까 이게 내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낙담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파워 J형 인간으로서 늘 '루틴'자체에 관심이 아주 많기에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호기심에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소설가 7인의 루틴을 그들만의 문체로 담담하게 엮은 에세이다. 문장이 쉽게 읽히고, 챕터 7개의 단편 구성, 작은 사이즈로 출퇴근길에 읽기 딱 좋았다.
책 속의 작가들은 각기 다른 '루틴'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정형화 된 FM루틴을 늘 지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루틴이 없는게 루틴인 사람, 너무나 당연히 해야하는 일과를 루틴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다들 그렇게 살고 있었다.
나는 그동안 '나 오늘 루틴 지켰네 / 깨졌네'라는 자체에 강박을 가지고 있었다. 오늘의 루틴을 지켰으면 스스로 완벽한 하루를 보냈다고 생각했고, 좋은일이 생기면 루틴을 지킨 완성형 하루에 보너스가 생겼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지키지 못했다면 좌절했다. 근거나 이유는 없지만 왠지 하루를 망쳐버린 것 같기도 했고, 아니면 못 지킨 루틴때문에 망쳐버릴것 같았다.
'루틴', 규칙은 내 삶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오늘의 루틴'이 아니라 '인생의 루틴'임을 배우게 해준 책이다. 완벽한 하루가 모이는 것이 완벽한 인생을 만드는 방법이 되기도 하지만, 결국 완전한 인생만 된다면 오늘 하루 자체가 좋은 방법인 것임을 다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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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내키는대로 사세요. 좋아하는 걸 더 좋아하고, 하기 싫은 걸 하지 않으면서 살아 보세요. 하루하루의 루틴은 와장창 깨지겟지만, 먼 훗날 당신 인생 전체의 그래프를 그렸을 때는, 거기에 분명 어떤 규칙이 보일겁니다. 그게 당신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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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틴을 만들기 위해서는 분명 그때까지의 일상을 바꾸어야 한다. 그러나 최대한, 일상을 '깎아 내는'것이 아닌, 일상을 '다듬는'정도에서 시작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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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으로만 일상을 채우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인생에 채워 넣는 것은 다른 문제다. 좋아하는 것으로만 일상을 채울 순 없어도, 좋아하는 것을 좀 더 인생에 촘촘히 채워 ㄴ허을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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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소설을 쓰고 싶어 소설을 쓰는 사람들은 어떻게 글을 쓰고 있는지 궁금해 찾아보았다.
그들이 글을 쓰는 방법은 다 달랐다. 5분을 쓰고 30분을 구상하는 사람이 있으면, 30분을 쓰고 5분을 쉬는 사람이 있고, 누군가는 아침 일찍 일어나 글을 쓰고, 누군가는 새벽 시간에 글을 썼다.
중요한 것은 나에게 맞는 루틴이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망에 언제, 어떻게 써야 맞는 것인지 고민하던 나에게 아주 좋은 해답이 되었다. 내가 아침에 글을 잘 써지면 아침에 글을 쓰고, 오후나 저녁에 글이 잘 써지면 그 때 쓰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꾸준해야 한다. 글을 쓰는 시간과 루틴은 모두 달랐지만 모두가 꾸준함을 강조하였다. 누군가 이런 말을 한 기억이 난다. 작가라고 하면 보통 천재적으로 아이디어가 떠올라 미친 듯이 쓰는 걸 상상하지만, 창의적이기 위해서 꾸준한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글 쓰는 것이 습관이 되어야 무엇이든 쓰게 된다고.
언제나 이상과 현실은 거리가 멀 듯이 내가 상상한 작가와의 삶과는 다른 부분이 있었다. 전업 작가로 수입을 유지하기 어려워 행사에 나가는 것이 필수불가결적인 요소가 되며, 프리랜서기에 안정적이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고 쓰는 것이 즐거워 그 행위를 오랜 시간 하기 위해 생활에 녹여 지속하고 있는 그들이 멋있으면서도 부러웠다.
나도 언젠가 그들처럼 멋진 글을 쓸 수 있을까. 창작하지만 누군가가 알아주기 전까지는 눈에 보이는 성과(수입과 같은)가 없기에 불안함을 느낀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그들 또한 나와 같은 감정을 느꼈다는 것. 그래서 위로를 받고, 희망을 얻었다.
또 공통적인 것은 모두가 걷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몽상과 산책은 어떠한 관계성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다. 나 또한 산책을 즐긴다. 실외배변하는 강아지를 키우기에 하루 3번에서 4번 정도 틈틈이 걷는 편이다. 생각에 골똘히 빠지기도 하고, 냄새를 킁킁 맡는 강아지를 바라보며 천천히 걷기도 하는 시간이다.
나를 위한 자발적 산책이 아닌 강아지를 위한 강제성 산책에 더 가깝기에 가끔은 걷기 싫은 날도 어쩔 수 없이 걸어야 해서 터덜터덜 걷는 시간도 많았지만, 구상을 위해 걷는다고 생각하니 그 시간마저 글 쓰기의 하나의 작업이 되었다.
맨 땅에 헤딩 하듯 막연히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꿈 꾸기에 부족한 부분이 훨씬 많다. 하지만 나 또한 그들과 같이 읽고 쓰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잘 쓰려고 욕심 내지 말고 먼저 꾸준함을 갖고 시작해보려 한다.
“그냥 내키는 대로 사세요. 좋아하는 걸 더 좋아하고, 하기 싫은 걸 하지 않으면서 살아 보세요.”
하나밖에 없는 짧은 인생인데 좋아하는 거 좋아하고, 하기 싫은 거 하지 않는 게 뭐 이리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다. 부양할 가족도, 빚도 없는데 걱정과 고민만 많다. 지금 당장이 그렇다. 좋아하는 걸 더 좋아하기 위해 떠나고 싶은데 현실이라는 벽을 넘기가 참 어렵다. 이럴 땐 미래의 내가 영화 ‘인터스텔라’처럼 어떠한 신호를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지금 가, 지금 안 가면 너 후회해.’ 하며 내 이북 리더기를 툭 건드려주면 지금 당장 짐을 싸서 떠날 텐데. 내가 선택한 대로 미래가 만들어지는 것이 어떨 때는 희망적이지만 지금 같은 때는 막막하기만 하다.
“생각하고 계획한 대로 해 나가면 좋겠지만 그게 늘 생각처럼 되는 것도 아니고 초조해한다고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시간이 지나며 점점 더 느끼게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맞다. 당장 해결될 수 없는 문제로 생각하고 초조해봐도 달라지는 건 없다. 내 마음만 불안해질 뿐이다. 나는 그저 묵묵히 내가 해야할 일을 하면 되는 걸 알면서도 잘 안 된다. 걱정한다고 걱정이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늘 걱정하고 있다.
사람마다 몰입하는 상황이 다르다. 자신의 투지와 의지에 따라서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가 하면, 일정한 시간과 장소 등이 구비되어야만 결과물 창출이 가능하기도 하다. 직장 출근 후, 텅빈 사무실에서 하루 일과를 바로 시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출근하는 과정만으로도 에너지를 소비하여 즉각적인 카페인 수혈 후 비로소 업무를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 작가 대부분 정해진 시간과 장소, 정형화된 업무틀이 없는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작가가 작업에 몰입하고 글을 쓰는 환경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소설쓰는하루 처럼 글을 쓰는 #작가의루틴_이 궁금하다. 저자 7명 작품을 한 편 이상은 읽었고 작가마다 나름 색깔과 영역이 있어서 글의 탄생 과정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표지 소개대로 #우리가사랑하는작가의하루 #훔쳐보고싶은비밀스러운시간들 이야기다.
일 년에 200여 권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기는데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노력하여 시간을 확보하지 않으면 유지할 수 없다. 유지하는데도 나름 #루틴_이 있다. #천선란 작가의 말을 빌어 철칙, 루틴과 같은 질서가 내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면 스스로 갉아먹게 된다.
■ 내가 좋아하는 일이 나를 갉아먹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야금야금 먹히다 보면 언젠가 나 자신이 너덜너덜 해질 것 같았고, 그럼 나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일을 잃을 것 같았다. 그러니 이 철칙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을 지키기 위한 보호벽이었을지도 모른다. -183쪽 (천선란)
#에세이 속 작가들은 하나같이 글 쓰는 일이 좋지만 스스로 잘한다고 말하지 않고,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쓰기 위해 무던히 애써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나름 만들어진 #작가의루틴 이야기를 듣다보면 사람 사는 모양새가 비슷하다고 위로 받으며 천재 같고 대단한 사람의 속내도 결국 노력하고 애쓴 결과라는 것이다. 어쩌면 그들의 그 애씀이 담긴 글이라서 이야기에 좀 더 녹아들고 산책하고 책을 읽으며 정해진 시간에 잠을 자기 위해 노력하며 공들여쓴 문장이기에 독자의 마음 안에 새겨지는지 모르겠다. 그들의 고백 같은 에세이가 사람 냄새 나고 노력하는 일상이라서 배우고 닮고 싶어진다. 좋아하는 작가의 이야기라서 더욱 응원하며 읽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