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책이 뭐길래] '안티 투어리즘, 미니멀리즘' 범주 안의 책들 - 백종민 편
2019년 09월 19일
이 사회에서 자라나면서 큰 불만없이 무던하게 살아오던 나는, 결혼후에도 남녀로 갈라지는 비대칭한 호칭도 당연한줄 알고 살았었다. 그 당연한 관습에 불편함을 드러내는 작가의 시위를 보고 처음에는 동의하지 못했지만 작가의 책을 읽어보니 그 자연스러워보였던 호칭이 여성들을 하대하는 관습의 시작이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호칭의 비대칭을 깨닫게되자 이 사회의 모든 불평등한 것들이 보였고,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언어라는 것은 자기도 모르게 정신을 지배한다. 하대하는 호칭과 극존칭으로 서로 부르면 호칭의 권위대로 상하관계가 되는 것이다.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호칭을 바꿔야한다는 주장도 그냥 나온것이 아니다.
이 책을 읽고나서 나의 결혼생활에서의 호칭을 돌아보니 모두 남성위주의 호칭에다가 여성들은 존중받지 못하는 호칭들로 가득했고, 그 중 며느리의 호칭에 따른 위치는 맨 아랫사람이었던 것이다.
이 책의 제목처럼 세상에 아랫사람 윗사람은 없다! 모두가 존중받아야 할 사람들이고 하대하거나 극존칭하는 위계는 없어져야 한다고 본다.
호칭 자체에 높임말이 들어간것도 건강하지 못하다.
특히 며느리 입장에서 남편 형의 와이프를 부르는 '형님'이라는 호칭과 아가씨, 도련님이라는 극존칭의 단어는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나쁜 호칭이다.
세상의 호칭들을 생각해봤다
사장을 높여부르고 싶으면 사장님, 선생을 높이고 싶다면 선생님, 선배와 선배님 등 나이와 상관없이 '님'자를 빼고도 단어가 되어야 하는 것이 호칭이 되어야 한다.
'님'과 '씨'는 부르는 사람의 의지에 따라 붙일 수 있는 단어가 호칭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님이라는 단어가 아예 붙어있는 단어를 찾아보니 며느리 입장에서 부르는 대부분의 호칭이었다.
형, 언니는 나이에 따른 호칭이다. 그런데 남편 형의 와이프를 부를때 나이가 적던 많던 '형님'이라고 불러야한다는 호칭에 따를 수 없다.
예전에는 호칭대로 나이순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그랬을까?
요즘은 나이순대로 가족이 형성되지 않는 다양한 사회가 되어서 이런 호칭들과 나이가 꼬이면 한없이 불편해진다.
형님이 나보다 나이가 많다면 뭐 불러줄 있겠다. 하지만 나보다 어리다면 '님'자를 뺀 '형'이라고 불러야하는데 '형 자체에도 나이높임의 의미가 들어가있어서 어색하다.
남편을 여동생을 너무도 극존칭인 '아가씨'라고 하는 것도 정말 불편하다. (내 기분에 따라 도련, 아가 라고 부를수 있어야한다)
아마 여동생의 입장에서도 오빠의 와이프 나이에 상관없이 '새언니'라고 부르는 것에 나이가 꼬여있다면 부르기 불편할 것이다.
남성들이 가족내에서 부르는 호칭들은 대부분 한자어인걸보니, 한국에 한자가 유입된 이후에 처제, 처남, 처형 등의 호칭을 남자들끼리 모여서 만든것이다.
우리 여성들도 호칭이 불편하다는 생각을 모아서 이제는 스스로 바꾸는 운동을 해야한다. 누군가의 허락을 받아야하는 것도 아니다. 호칭을 바꿔서 다같이 그렇게 부르기 시작하면 그것이 호칭이 될것이다.
최근에 만난 가부장적인 '형님'의 입에서 "요새는 서로 '-씨'를 붙여서 부르는 분위기라며?"라는 말을 들었다. 배윤민정 작가님의 고군분투했던 외침이 우리 사회에 변화를 주고있다는 신호인 것이라 반가웠다.
우리나라의 호칭 제도에 관한 문제를 다루는 배윤민정의 이 책은 제발 사회 교과서나 도덕 교과서에 실렸으면 좋겠다.
이 책은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슬로건을 훌륭하게 보여준다.
지극히 개인적인 서사를 다루지만 너무나도 사회학적이고 정치학적인 주제를 다루기 때문이다.
논문이었다면 아무도 굳이 찾아읽지 않았을 내용을 에세이 형식으로 공론화 시킨 작가의 필력이 정말 존경스럽다.
책이 얼마나 재미있었냐면 몇달 전부터 고대하던 드라마 시즌2가 드디어 올라왔는데 이 책을 다 읽기 전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일하러 가기도 싫었다.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ㅋ
나도 한국의 호칭과 서열 문화를 오랫동안 고민하고 불편해 했지만 이걸 직접 바꾸려고 시도하는 것은 또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인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작가의 용기가 더욱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특히 공감을 많이 했던 부분은 가족들이 문제의식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실제로 호칭 바꾸자고 구체적으로 제안하는 순간 뭐 이런 것 가지고 예민하게 구냐, 제일 아랫사람이 나대니까 불편하다, 사과해라 라는 모습을 묘사한 부분이었다.
사과하라니… 왜 무엇에 대해 사과해야 하는걸까.
결국 ‘윗 사람 심기를 건드린 것에 대해’ 사과하라는 의미니까 정말 그 대목은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82년생 김지영, 며느라기, 내 가족 안에서의 몇몇 장면들이 스쳐지나갔다.
호칭 문제가 크게 보면 (폭력적인) 서열 문화의 일부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이런 불평등한 문화를 바꿔보고자 시도하고, 끝마무리가 어떻게 되었든 간에 가족 내에 분열을 일으킨 것 자체가 용기있고 의미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잔잔한 호수 위에 떨어진 물 한방울이 전체의 색깔을 바꿀 수도 있다.
작가는 사람들이 아무리 뭐라하든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2019년에 출간된 책인데, 2022년에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고 느껴진다. 어쩌면 코로나를 거치면서 제사와 가족만남이 줄어들고, 그래서 호칭문제에 비판의식을 가진 사람도 많아졌을까? 누군가 희생하고 불편해야 유지되는 문화는 하루빨리 개선되길 바라며...
"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라는 제목에 확~끌려서 읽은책.
2년전쯤인가 가족내 호칭이 남녀차별적이라는 기사를 보고, 그제서야 아. 싶었는데, 아마도 이 책의 저자분이 올린 글을 본듯 싶다. 그때쯤 회사분이 "추석엔 시가에 가세요?"라고 묻는걸 듣고는 시가? 라고 뭔가 어색한 기분이 들었을때쯤 이 글을 보고, "시댁"과 "처가"의 차이를 알게되었다.
며느라기, 며느리사표,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였나 등등 아무튼 시가에서의 며느리라는 위치가 어떤 것인지를 적나라하게 이야기하는 책이나 희화한 프로를 보면서 그 위치가 호칭에서조차 차별적이라는 것은 생각치 못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그런 저자의 가족 호칭에 대한 저자의 경험담이자, 입장의 차이, 서로간에 무엇이 불편함을 만들어냈는지를 담담하게 써내려갔다. 담담하게 써내려갔다고 말은 했지만, 개인적으로 읽는 동안엔 답답했다가 끄덕끄덕했다가, 반문했다가, 힘들어했다가 정말 온갖감정이 다 들게 하는 책이였다.
이 책을 다 읽고서 내가 그동안 봤던 드라마가 떠올랐다. 시댁이 주가 되는 그런 드라마. 둘째 아들이 같은나이의 여자와 결혼을 했는데, 첫째아들의 부인은 둘째 아들에게 도련님이라 부르며 존대를 하는데, 그 와이프에게는 동서라 말하며 반말은 한다. 굉장히 당연한것 처럼.
결혼한 며느리는 남편의 여동생에게 아가씨라 부르며 존대를 하는데, 남편은 아내의 남동생에게 처남이라 부르며 반말을 한다. 이것도 굉장히 당연한 것처럼. 세상 당연한것은 없었는데 말이지.
누군가의 말은 누군가 그 자체를 대신한다. 말을 통해서 사람의 인격을, 그 사람의 성품을 알 수 있는데, 우린 가족 내에서 그 말을 왜 위계를 정해놓고 하는 것일까. 하물며 사회에서도 안그러는데,
당연히 써왔던 것이란건 없다. 개인적으로 전통이라고 포장하고, 그게 가족간을 돈독하게 만든다고 하는데, 대체 누굴위한 것이고, 무엇이 전통이란 말인가. 원시시대부터 그렇게 썼나?
"일상에서 그렇게 따져들어가는게 무슨소용이야? 자격지심 아니야?"라는 그말 그 자체를 그말을 하는 이에게 돌려주고 싶다. 가족이라면서 이름에 '님'자 붙여 부르자는게 그렇게 화낼일이냐고, 그렇게 따질일이냐고, 그 이름에 '님'자 붙이자는거에 그리 부르르 할일이면 그게 너의 자격지심 아니냐고, 되돌려 묻고 싶다.
가족 구성원간의 질서는 위계에 의해서 잡혀가는 것이 아니다. 가족 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 전체는 서로간의 예의와 존중에서 잡혀가는 것이다. 사회가 바뀌어가고, 인식이 바뀌어가는 중인데, 왜 가족은 그대로인지,,
저자의 분노가 그치지 않길 바란다. 나도. 나의 위치를 다시 돌이켜본다. 나이들어간다고 모두 어른이 되어가는게 아니고, 그저 노인이 되어가는 것 뿐이라는 어느 드라마의 대사를 다시 떠올린다.
#withyou 배윤민정님. 인내하지마세요. 당신과 함께 합니다.
"한국에서는 이 권력자의 질서가 문화라는 이름으로, 예의범절이나 도리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곤 한다. 자식은 부모의 말을, 제자는 선생의 말을, 나이가 어린 사람은 연장자의 말을 따르는 것이 규범으로 정해져있다. '아랫사람'은 할 수 없는 말을 '윗사람'은 할 수 있고, '아랫사람'이 요구할 수 없는 것을 '윗사람'은 할 수 있다는 관념이 온 사회에 팽배하다. 이런 위계 구조 안에서 폭력이 발생할 것인가 아닌가는, 오직 서열의 위에 자리한 자의 의지에 달려 있는 것이다." p. 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