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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뭐길래] '안티 투어리즘, 미니멀리즘' 범주 안의 책들 - 백종민 편
2019년 09월 19일
서지사항
제목 : 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
저자소개
지은이: 배윤민정
1985년 부산에서 태어나 김해에서 자라나고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여성의 삶을 글로 쓰는 에세이스트. 내 삶의 이야기로 한국 사회의 단면을 드러내고자 한다. 결혼한 다음 가족 호칭 문제를 개선하려 분투했던 기록 『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를 출간했다. 2년 후 이혼 서류를 접수하고 『아내라는 이상한 존재』를 집필하기 시작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글 쓰는 여성들의 공유 작업실 ‘신여성’을 운영한다. 이상한 여자들의 이상한 이야기가 세상에 더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팟캐스트 〈에세이클럽〉을 제작한다. 사회의 통념에서 어긋나는 이야기,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야기를 쓰는 이들에게 언제나 애정을 품고 있다.
블로그 brunch.co.kr/@cheongori
인스타그램, 트위터 @cheongori
서평
친구가 사비를 털어서 진행하는 팟캐스트 프로그램이 있다.
그곳에 배윤민정 작가가 게스트로 출연해서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처음 깨달았다. 나도 결혼한지 10년차이다. 우리 시가에도 호칭에 대한 문제가 있었는데, 현재 호칭 기준으로 우리 '아기씨들'은 쌍둥이고 나와 나이가 같다. 딱히 호칭에 대한 문제를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이라 큰 갈등은 없었는데, 우리 '쌍둥이아가씨' 중 큰아가씨는 먼저 결혼하고, 배우자가 우리와 동갑내기 2년 뒤 작은아가씨가 결혼했는데 배우자가 우리보다 1살 많았다. 둘다 내 배우자 기준으로는 '매제' 가 되었고, 둘간의 호칭은 '형님' '동서' 였다.
정리해서 말하자면, 남자들끼리도 손아래 동서가 나이가 1살 많았는데 '형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에 대한 약간의 갈등이 있었으나 호칭이니 서로 그리 불러야 한다라고 결론이 지어지고 마무리 되었다.
여자, 남자, 사회, 계층, 가부장적인 문화 등 문제가 있지만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서 작가 본인 스스로의 이야기를 적었다. 처음엔 나도 '뭘 그렇게 까지 생각하나' 하였지만 마지막에 두현이 말했던 것에 큰 공감을 했다. 서로 자기 감정을 알아주길 바라는 측면에서 이 책을 읽으면, 서로에게 상처 뿐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감정적인 것이 아니라 제도의 변화를 바라는 것이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한다. 적당한 용어를 찾지 못해 패미니스트에게 최대의 적은 사회통념,전통에 순응하여 살아온 여성이다. 세상이 하루아침에 변화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호칭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는 것 조차도 사람들의 질타를 받게 되는 일이 아닌 세상이 오길 바란다.
이 사회에서 자라나면서 큰 불만없이 무던하게 살아오던 나는, 결혼후에도 남녀로 갈라지는 비대칭한 호칭도 당연한줄 알고 살았었다. 그 당연한 관습에 불편함을 드러내는 작가의 시위를 보고 처음에는 동의하지 못했지만 작가의 책을 읽어보니 그 자연스러워보였던 호칭이 여성들을 하대하는 관습의 시작이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호칭의 비대칭을 깨닫게되자 이 사회의 모든 불평등한 것들이 보였고,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언어라는 것은 자기도 모르게 정신을 지배한다. 하대하는 호칭과 극존칭으로 서로 부르면 호칭의 권위대로 상하관계가 되는 것이다.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호칭을 바꿔야한다는 주장도 그냥 나온것이 아니다.
이 책을 읽고나서 나의 결혼생활에서의 호칭을 돌아보니 모두 남성위주의 호칭에다가 여성들은 존중받지 못하는 호칭들로 가득했고, 그 중 며느리의 호칭에 따른 위치는 맨 아랫사람이었던 것이다.
이 책의 제목처럼 세상에 아랫사람 윗사람은 없다! 모두가 존중받아야 할 사람들이고 하대하거나 극존칭하는 위계는 없어져야 한다고 본다.
호칭 자체에 높임말이 들어간것도 건강하지 못하다.
특히 며느리 입장에서 남편 형의 와이프를 부르는 '형님'이라는 호칭과 아가씨, 도련님이라는 극존칭의 단어는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나쁜 호칭이다.
세상의 호칭들을 생각해봤다
사장을 높여부르고 싶으면 사장님, 선생을 높이고 싶다면 선생님, 선배와 선배님 등 나이와 상관없이 '님'자를 빼고도 단어가 되어야 하는 것이 호칭이 되어야 한다.
'님'과 '씨'는 부르는 사람의 의지에 따라 붙일 수 있는 단어가 호칭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님이라는 단어가 아예 붙어있는 단어를 찾아보니 며느리 입장에서 부르는 대부분의 호칭이었다.
형, 언니는 나이에 따른 호칭이다. 그런데 남편 형의 와이프를 부를때 나이가 적던 많던 '형님'이라고 불러야한다는 호칭에 따를 수 없다.
예전에는 호칭대로 나이순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그랬을까?
요즘은 나이순대로 가족이 형성되지 않는 다양한 사회가 되어서 이런 호칭들과 나이가 꼬이면 한없이 불편해진다.
형님이 나보다 나이가 많다면 뭐 불러줄 있겠다. 하지만 나보다 어리다면 '님'자를 뺀 '형'이라고 불러야하는데 '형 자체에도 나이높임의 의미가 들어가있어서 어색하다.
남편을 여동생을 너무도 극존칭인 '아가씨'라고 하는 것도 정말 불편하다. (내 기분에 따라 도련, 아가 라고 부를수 있어야한다)
아마 여동생의 입장에서도 오빠의 와이프 나이에 상관없이 '새언니'라고 부르는 것에 나이가 꼬여있다면 부르기 불편할 것이다.
남성들이 가족내에서 부르는 호칭들은 대부분 한자어인걸보니, 한국에 한자가 유입된 이후에 처제, 처남, 처형 등의 호칭을 남자들끼리 모여서 만든것이다.
우리 여성들도 호칭이 불편하다는 생각을 모아서 이제는 스스로 바꾸는 운동을 해야한다. 누군가의 허락을 받아야하는 것도 아니다. 호칭을 바꿔서 다같이 그렇게 부르기 시작하면 그것이 호칭이 될것이다.
최근에 만난 가부장적인 '형님'의 입에서 "요새는 서로 '-씨'를 붙여서 부르는 분위기라며?"라는 말을 들었다. 배윤민정 작가님의 고군분투했던 외침이 우리 사회에 변화를 주고있다는 신호인 것이라 반가웠다.
우리나라의 호칭 제도에 관한 문제를 다루는 배윤민정의 이 책은 제발 사회 교과서나 도덕 교과서에 실렸으면 좋겠다.
이 책은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슬로건을 훌륭하게 보여준다.
지극히 개인적인 서사를 다루지만 너무나도 사회학적이고 정치학적인 주제를 다루기 때문이다.
논문이었다면 아무도 굳이 찾아읽지 않았을 내용을 에세이 형식으로 공론화 시킨 작가의 필력이 정말 존경스럽다.
책이 얼마나 재미있었냐면 몇달 전부터 고대하던 드라마 시즌2가 드디어 올라왔는데 이 책을 다 읽기 전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일하러 가기도 싫었다.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ㅋ
나도 한국의 호칭과 서열 문화를 오랫동안 고민하고 불편해 했지만 이걸 직접 바꾸려고 시도하는 것은 또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인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작가의 용기가 더욱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특히 공감을 많이 했던 부분은 가족들이 문제의식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실제로 호칭 바꾸자고 구체적으로 제안하는 순간 뭐 이런 것 가지고 예민하게 구냐, 제일 아랫사람이 나대니까 불편하다, 사과해라 라는 모습을 묘사한 부분이었다.
사과하라니… 왜 무엇에 대해 사과해야 하는걸까.
결국 ‘윗 사람 심기를 건드린 것에 대해’ 사과하라는 의미니까 정말 그 대목은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82년생 김지영, 며느라기, 내 가족 안에서의 몇몇 장면들이 스쳐지나갔다.
호칭 문제가 크게 보면 (폭력적인) 서열 문화의 일부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이런 불평등한 문화를 바꿔보고자 시도하고, 끝마무리가 어떻게 되었든 간에 가족 내에 분열을 일으킨 것 자체가 용기있고 의미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잔잔한 호수 위에 떨어진 물 한방울이 전체의 색깔을 바꿀 수도 있다.
작가는 사람들이 아무리 뭐라하든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2019년에 출간된 책인데, 2022년에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고 느껴진다. 어쩌면 코로나를 거치면서 제사와 가족만남이 줄어들고, 그래서 호칭문제에 비판의식을 가진 사람도 많아졌을까? 누군가 희생하고 불편해야 유지되는 문화는 하루빨리 개선되길 바라며...
배윤민정의 에세이 『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는 제목에 끌려서 읽었다. 책의 부제 '가족 호칭 개선 투쟁기'는 보지 못했다. 제목만 봤을 때 직장에서 겪는 상하관계에 따른 고충을 다룬 책이라 짐작했다. 요즘의 단상은 호칭으로 인한 거북함이었다. 나름 직급이 있음에도 무슨 무슨 씨라든지 누구야로 불리고 있어서. 자리 욕심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불리니 기부니가 좋지 않았다.
『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는 부제 대로 시가 쪽 식구들의 호칭을 바꿔보자는 '가족 호칭 개선 투쟁기'를 그린다. 결혼. 요즘 또 결혼에 대한 단상. 가을이라 결혼을 많이 하더군요. 그래요. 축하해요. 축하는 하는데 너무 먼 곳에서 식이 열리네요. 훌쩍.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배윤민정은 동거인 두현과 결혼을 하면서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 호칭 때문이다. 남편의 형에게는 아주버'님', 남편의 형의 아내에게는 형'님', 남편의 남동생에게는 '도련님', 남편의 여동생에게는 '아가씨'로 불러야 한다. 왜? 오랫동안 그렇게 불렀으니까. 언어의 사회성으로 말미암아. 아주버님, 형님, 도련님, 아가씨로 부르기로 했으니까.
민정은 의견을 제시한다. 호칭 대신 이름 뒤에 님자를 붙여서 부르자고. 자신은 아주버님으로 부르는데 아주버님은 민정을 제수'씨'로 부른다. 아무래도 '씨'라는 호칭은 다소 낮춤의 경향이 있기에 공평하게 서로를 님을 붙여 부르기로 말이다. 민정은 남동생의 부인을 부르는 호칭도 바꿔보기로 한다. 이 같은 경우에 민정은 남동생의 부인을 올케라고 부른다. 허나 올케의 기원은 '오라비+겨집'이 줄여서 된 말이다. 허허. 오라비의 계집이라니.
며느리의 뜻도 알고 나면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며늘+아이'의 줄임말인데 며늘은 덧붙여 기생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며느리는 아들에게 덧붙여 기생하는 아이라는 의미이다. 시부모가 며느리를 부를 때 쓰는 새아가 역시 하대의 의미가 있다. 남자는 새 아가로 불리지 않는데 여자는 새 아가로 불린다. 새 아가는 가르치고 품어줘야 하는 정서가 깔린 말이다.
단지 결혼을 했을 뿐인데 남편에게 덧붙여 기생하고 가르치고 품어줘야 하는 존재가 되다니. 민정은 며느리, 새 아가, 제수씨라는 호칭 대신 이름 뒤에 '님'자를 붙여 달라고 시가에 이야기한다. 민정님으로 불러 달라고 자신 역시 이름 뒤에 님을 붙여 부르겠다고.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될까. 『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는 호칭 하나 바꾸자고 했을 뿐인데 이야기가 스펙터클하게 흘러간다. 장르는 가족액션심리스릴러.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정말 이렇게 전개된다고? 『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를 다 읽고 작가의 다른 책도 읽고 싶어서 찾아보았다. 다음 책의 미리 보기를 하고 올해 가장 놀랐다. 진짜 이렇게 흘러갔다고? 투쟁 이후의 날들이 이렇다고?
『아내라는 이상한 존재』, 주문 갈겼다. 민정은 시가에서 민정 님으로 불릴 수 있게 되었을까. 약간의 스포를 하자면 민정은 포기하지 않는다. 민정 님으로 불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한다. 누군가의 고군분투를 보는 것만큼 힘들고 슬픈 일이 없다.
힘들고 슬프기 때문에 응원한다. 남들도 다 그렇게 부르니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지 말고 의문하고 공론화해보자. 제가 왜 그렇게 불러야 하죠? 제가 왜 그렇게 불려야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