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20여 년에 걸쳐 삼국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우리 역사를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로 정리해온 저자는 조선이 유교적 이성만큼이나 성적 본능에 충실했던 나라라고 말한다 공자 왈 맹자 왈을 읊던 양반들이 기생을 차지하려 길 한복판에서 멱살잡이를 벌이고 애첩의 베갯머리 송사로 법과 원칙을 어기는 건 예사였다 어을우동이나 유감동처럼 여러 사내와 자유연애를 즐긴 여인도 있었고 동성애에 빠진 세자빈도 있었다 한 가문이 단체로 근친상간을 저지르고 양갓집 규수가 집단 난교를 주도한 일은 지금의 상식에 비춰보아도 놀라울 정도다 조선의 낮이 냉철한 윤리의식에 따라 돌아갔다면 조선의 밤은 뜨거운 본능으로 꿈틀거렸다 오랫동안 봉인된 조선의 에로티시즘을 되살리는 이 책은 유교의 나라라는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조선을 새롭게 바라보는 프레임을 제공한다
오래도록 금단의 영역에 묶여 있던 만큼 성은 인간의 가장 큰 관심사다 시대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우리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조선시대라면 더욱 눈길에 가기 마련이다 방자전 미인도 음란서생 스캔들 같은 영화의 야릇한 정사 장면을 보며 한 번즘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조선시대에 저런 성애가 존재했을까 그들의 밤일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에로틱조선은 그간 베일에 싸여 있던 조선의 성 풍속도를 내보이며 독자들의 은밀한 호기심을 속 시원하게 풀어준다 풍속화가 김홍도와 신윤복의 춘화 그리고 조선시대의 대표 육담집 어면순 등 역사적으로 검증된 사료를 통해 바라본 조선인들의 성생활은 과감하다 못해 의외의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담뱃대를 입에 문 기생은 관능적인 몸짓으로 한량을 사로잡고 대갓집 마나님과 승려는 밀애를 나누느라 여념이 없다 밝은 대낮에 세 남녀가 뒤엉켜 혼교를 행하는가 하면 야심 가득한 여종은 바깥주인의 흑심을 받아들이며 신분 상승의 꿈에 젖어 있다 오럴 섹스부터 여성 상위까지 성애를 즐기는 방식도 다양하다
조선 사회에서 성애는 누군가에게는 일상의 문제이기도 했다 금술 좋은 부부가 자식들 몰래 정을 나누려다 곤욕을 겪고 발기가 되지 않아 쩔쩔매는 노인의 모습은 웃음을 절로 자아낸다 새신랑에게 어른들이 성관계를 맺는 법을 넌지시 귀띔해 주고 규방의 여인들이 아이를 임신하기 위해 눈물겹게 노력하는 장면들은 오늘날의 풍경과도 묘하게 겹쳐 보인다 그 밖에도 남편의 바람기를 단속하는 부인 들판에서 운우지락을 즐기다가 주인에게 발각된 노비 부부 남근의 크기를 따지며 남편감을 고른 여인 등 관능과 해학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민초들의 성생활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조선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유교의 나라, 선비의 나라, 동방예의지국 등이 떠오를 겁니다.
신분제가 존재하고 엄격한 유교사상을 강조했기에 조선은 경건하고 예의 바르며 형식을 중요시했습니다.
겉으로는 이렇게 반듯한 모습을 가진 조선이지만, 그렇다면 조선인들의 성생활은 어떠했을까.
생각해보면 어떤 역사시간이나 시험에서도 가르쳐준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 궁금증을 해결시켜 주기 위해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완조실록'으로 유명한 박영규 작가가
춘화, 조선왕조실록 등의 자료를 통해 그 면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선의 기생들은 길가의 버들이나 담장 밑의 꽃이라는 뜻의 노류장화,
혹은 말을 알아듣는 꽃이라는 뜻의 해어화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류장화라고 불릴 때는 누구나 품을 수 있는 여자라는 의미로 사용되지만,
해어화라고 불릴 때는 모든 사내들을 사로잡는 선녀처럼 인식되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기생에 대한 조선 남성들의 열망은 강렬했죠.
마음에 드는 기생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경우도 허다했고,
서경덕, 율곡 이이, 송강 정철 등 유명한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작품이나 역사서로 배우던 위대한 인물들도 그저 한 명의 인간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다는 게 흥미롭네요.
춘화는 에로틱 아트의 일종으로 남녀가 성교하는 모습을 그린 것입니다.
춘화는 봄꽃이라는 뜻으로 성관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우리에게 민화로 유명한 김홍도와 신윤복도 춘화를 그렸다고 합니다.
춘화 속에는 당시 조선인들의 성에 대한 인식이나 열망, 생활 모습 등이 담겨 있습니다.
이를 분석해 보는 것도 조선인들의 삶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군요.
조선왕조실록에는 조선을 뒤흔들만한 스캔들도 여럿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희대의 난봉꾼으로 유명한 양녕대군인데요.
세자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여인에게 손을 뻗었다고 합니다.
태종은 세자가 반성하도록 여러 번 기회를 주었으나 양녕대군의 습관은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태종은 다음과 같이 말하며 세자 폐위를 결심합니다.
"세자 제는 간신의 말을 듣고 여색에 빠져 옳지 못한 행동을 함부로 저질렀다. 훗날 살리고 죽이며,
주고 빼앗는 권한을 차지하게 되면, 어떤 형국으로 치달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조정에서는 정당한 절차를 밟아 시행하라."
태종의 결심을 눈치 챈 대신들은 세자 폐위를 청하는 상소를 잇달아 올려 양녕대군은 폐위됩니다.
아무리 자식이고 세자여도 나라의 앞 날을 위해 과감한 결심을 한 태종의 면모가 인상적이네요.
이처럼 조선은 유교의 나라, 선비의 나라,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성생활에서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유교를 강조하기 때문에 오히려 뒤에서 그 욕구를 분출하는 것 같네요.
평소에 전혀 보지 못했던 조선의 모습이라 흥미로우면서도 인간은 어느 시대든지 그리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욕은 그저 인간의 보편적인 욕구 중 하나이므로 시대나 환경에 따라 차이는 있을지라도 본질은 같으니까요.
조선왕조실록을 바탕으로 역사적인 내용을 직접 살펴보니 이해가 더 잘 되었습니다.
그 기록 너머에는 단순히 사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논쟁이나 당시의 생활상이 담겨 있었습니다.
저자가 이를 잘 풀이하고 설명해 주어서 어려움 없이 그 관계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그렇게 또 하나의 조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조선인들의 성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조선왕조실록과 그밖의 다양한 문헌 속에 등장하는 그 시절의 성적 스캔들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생과 궁녀를 비롯한 조선시대 특수직 여성들의 삶을 조명하고, 그들이 처했던 적나라한 현실들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다루고 있는 소재는 조선시대의 성담론이지만, 그속에서 그려지는 여성들의 처지는 매우 열악하게 비춰지고 있었다. 강고한 성리학적 질서를 지키기 위해 남성중심의 사고에 긴박되어 있던 조선시대의 상황에서는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은 또한 여성이 주체적인 인간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던 조선시대의 비뚤어진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는 요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체 3부로 이뤄진 목차에서, ‘에로틱 심벌이 된 여인들’이란 제목의 1부에서는 조선시대 기생과 궁녀 그리고 의녀와 첩 등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궁녀를 제외하면 사회적으로 천대받는 신분으로 여겨졌고, 궁녀들 역시 품계는 있었지만 왕의 정점으로 한 궁중에서 별로 주목받지 못하던 존재였던 것은 마찬가지라 하겠다. 특히 기생이나 첩의 존재는 남성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생겨난 직역이라 할 수 있으며, 남성중심 사회에서 그들은 때로는 비인격적인 처사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된 존재들이라 할 수 있다. 의녀는 처음에는 여성들의 치료를 위해 생겨난 직역이었는데, 때때로 지배층 남성들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대상으로 전락하기도 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2부에서는 남성들의 노골적인 성적 욕망을 담고 있는 내용을, ‘춘화와 육담의 에로티시즘’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포르노 문화’가 존재하고 있듯이, 조선시대 남성들 역시 이에 대한 욕구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책에서는 조선 후기의 춘화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지만, 흔히 음담패설로 지칭되던 ‘육담(肉談)’은 조선 전기부터 꾸준히 유행했었다. 특히 사대부 남성들이 흥미 위주로 편찬했던 <태평한화골계전>이나 <어면순> 등의 저작이 유행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조선 후기로 갈수록 각종 야담집의 형태로 성적인 담론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고금소총>으로 대표되는 육담집들도 등장했던 것이다. 이 역시 남성 중심 문화의 산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3부에서는 ‘조선의 섹슈얼리티와 스캔들’이라는 제목으로, 실록과 각종 문헌에 나타난 성적인 스캔들을 소개하고 있다. 왕족들의 스캔들로부터 당대 민중들 사이에서 발생했던 다양한 내용들이 이 항목의 내용들을 채우고 있다. 대체로 성 스캔들에 있어 여성들은 ‘음녀(淫女)’로 평가되지만, 남성들은 때때로 별것 아닌 일로 치부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역시 남성중심의 문화가 만들어낸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미투 운동’의 영향으로 남성들의 성폭력에 대해서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지만, 불과 한 세대 전만 하더라도 남성들의 성적인 비위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대하게 대했었다고 한다. 그러한 관념이 일시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아주 오랫동안 뿌리 깊게 형성되어 왔다는 것을 조선시대의 성담론을 다룬 이 책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는 그러한 문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때문에 조선시대의 성담론 자체를 소개하기보다 그것이 남성중심적인 문화의 소산이며, 당대 여성들의 처지를 잘 헤아리면서 의미를 천착하는 것이 덧붙여질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