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스 한센 저/김아영 역
조던 피터슨 저/김한영 역
레이첼 카슨 저/김은령 역/홍욱희 감수
앨릭스 코브 저/정지인 역
톰 필립스 저/홍한결 역
최종엽 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베스트셀러의 귀환
100만 독자를 사로잡은 ‘이야기의 힘’ 1988년 초판 출간 이후 스테디셀러로 굳건히 자리를 지켰던 유시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가 절판 이후 새 얼굴로 출간됐다. ‘전면개정’이라는 수식이 무색할 정도로 30년 넘게 축적된 정보를 꼼꼼하게 보완하고, 사건에 대한 해석을 바꿨으며, 같은 문장 하나 두지 않고 고쳐 쓴 ‘새로운’ 책이다. 그럼에도 제목을 그대로 쓴 이유는 초판에서 보였던 ‘거꾸로 읽는 자세’를 전부 거둬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를 보는 편향된 시각에 균형을 맞추려 했고, 여전히 소홀하게 취급받는 몇몇 사건도 비중 있게 다뤘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유시민에게 여러 모로 ‘첫 번째’로서 갖는 의미가 많다. 처음으로 ‘작가’라는 이름을 달아준 책이자, 저서 중 가장 먼저 단시간에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인 동시에 가장 오랫동안 독자 곁에 머문 책이다. 지식소매상 유시민을 본격적으로 알린,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20』(돌베개 2021), 『역사의 역사』(돌베개, 2018)를 있게 한 ‘유시민의 역사 3부작’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책의 수명이 점점 더 짧아지는 요즘, 33년 전에 출간된 책이 생명력을 잃지 않고 이렇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해보고 싶다. 20대 청년의 지적 반항으로, 중고등학생의 보조 교재로, 대학가의 교양 필독서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책은 이제 어디로 가닿게 될까? 부디 지나온 시간만큼 다시 한번 잘 건너가기를 희망한다. |
'예스24 2022 올해의 책' 24권의 주인공이 보내온 수상 소감
2022년 12월 06일
교양 세계사부터 전쟁 역사서까지, '세계사' 독서 바람
2022년 06월 27일
2022년 05월 04일
1914년 6월 28일 일요일, 사라예보 거리에 총성이 몇 발 울렸다. 지붕을 연 호화로운 승용차가 시내 한복판 밀랴츠카강의 라틴 다리에 천천히 진입했을 때 근처 카페에서 뛰어나온 남자가 뒷좌석에 탄 두 사람을 권총으로 쏘았다. 경찰은 범인을 현장에서 체포했고 피해자는 병원으로 후송했다. 저격범은 열아홉 살의 세르비아계 청년 가브리로 프린치프, 피해자는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황태자 부부였다. 황태자비 조피는 즉사했고 황태자 프란츠 페르디난트는 병원에서 사망했다. 이 암살사건을 사라예보 사건이라고 한다. 이 사건은 바싹 마른 들판에 던진 불씨였다. 그때까지 본 적 없는 화염을 일으켜 유럽을 불태우고 세계를 피바다로 만들었다. 프린치프의 총알은 전쟁 폭발의 계기였을 뿐 원인은 아니었다. 그날이 반드시 1914년 6월 28일이어야 할 필요도 없었고 황태자가 죽어야만 했던 것도 아니다. 장군들의 자존심을 전쟁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견해도 있지만 그들의 자존심이 1914년 여름에 유독 강했다고 볼 근거는 없다. 전쟁을 처음 시작한 나라가 꼭 오스트리아여야 했을 필연성도 없다. 자본주의 강국들이 남의 것을 빼앗지 않고는 식민지를 넓힐 방법이 없었다는 점을 전쟁의 원인으로 보는 견해는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제1차 세계대전은 어는 정도 필연적인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은 돈과 권력을 향한 탐욕이 과학혁명의 날개를 달고 벌인 참극이었다. "과학 기술은 발전하지만 인간정신은 진보하지 않는다." 독일 역사가 레오폴트 폰랑캐의 말은 경청할 만한 가치가 있다. 사라예보 사건과는 아무 관련 없는 국가와 민족도 전쟁에 뛰어들거나 휘말렸다. 아시아와 태평양, 대서양도 영향권에 들었다. 제1차 세계대전은 제국들의 무덤이었다. 위대한 조국을 들먹이며 민중을 현혹해 싸움터로 내모는 권력자와 정치인들은 지금도 있다. 역사는 반복되기 때문에 역사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안목과 능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유시민은 개쩔어..
옥스포드 세계사를 읽고 이 난독증 생기게 만드는 문장들은 원작자의 문제일까 역자의 문제일까를 고민하던 차에 거꾸로 읽는 세계사가 e북으로 나온걸 알고 고민없이 구매했다.
역시 글 잘쓰는 사람은 글 잘쓰는 사람이다.
서문부터 재밌으면 사기 아닌가..? 천재가 자기반성하며 유명한 본인의 책을 재구성해서 책을 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일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어쨌든 구성이나 필력은 당연히 최고였고, 20세기 세계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 중에서 작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몇개의 굵직한 사건을 추려 만든 책이었는데 각 챕터를 이루는 사건을 왜 선택하게 됐는지, 기존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에서 빠진 챕터와 추가된 챕터는 무엇인지를 서론에서 다루게 되는데 그 선택에 대해서도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는 합당한 이유들이 있었다.
근현대 세계사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아주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흔히 역사를 승자의 기록이라고 한다. 과거에 일어난 일들을 모두 그리고 공정하게 기술한다는 것이 사실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래서 기록을 담당하는 사관이나 글을 쓰는 저자는 권력자의 요구에 따라 또는 자신의 판단에 따라 많은 사실을 자신의 시각에서 선택해 적을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올바른 역사 바라보기를 위해서는 때로는 패자의 시각에서, 때로는 일반 서민의 시각에서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 제대로 된 교훈을 얻고 또 우리의 미래를 설계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된다.
유시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란 제목 자체에서 저자의 현재 역사의 기록에 대한 문제의식이 드러난다. 저자는 우리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준 20세기에 일어난 역사적 사건에 촛점을 두고 결정적 장면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을 골라 구체적 사건의 스토리를 들려준다. 20세기의 개막을 알린 드레퓌스 사건에서 시작해 1,2차 세계대전을 촉발시킨 사라예보 총성, 히틀러의 등장, 러시아 혁명, 대공황, 중국공산당의 대장정 등 굴직굴직한 사건들을 다룬다.
또한 지금까지 강조되지 않았던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고, 한쪽으로 기울어진 이야기를 바로세워 보려는 저자의 의도가 들어있다. 예를 들면, 8장에서는 두 차례 진행된 베트남 전쟁의 발발과정과 미국, 프랑스, 남북베트남 간의 권력관계를 풀어낸다. 하지만 결론 부문에서 저자의 강조점은 베트남에서 퐁니·퐁넛 학살 등을 저지른 가해자로서의 미국과 한국의 모습과 전쟁수행 과정에서의 미국정부의 거짓과 조작에 맞추어져 있다. 또 9장은 미국의 흑인민권운동을 다루는데 제목은 ‘맬컴 엑스’이다. 흑인 인권운동자인 마틴 루서 킹과 맬컴 엑스의 업적을 함께 서술하지만 킹 목사에 비해 덜 알려진 맬컴 엑스의 생에 촛점을 두어 기려보는데 의도가 드러난다.
저자는 33년전에 나온 책을 최근에 다시 썼다고 한다. 젊은 혈기에 의해 한쪽으로 기울어져 쓰여진 부분들이 있는지를 살펴보고, 우리글 바로쓰기 차원에서 만연체 문장의 표현들을 많이 순화했다고 이야기한다. 역사에 대한 공부가 우리의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제대로 된 사실을 알아간다는 기쁨에 작가로서의 삶을 계속해 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