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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이 책은 벽에 걸어놓고 바라봐도 참 좋을 것 같아요
2020년 06월 25일
숲노래 숲책 2022.6.2.
숲책 읽기 175
《새는 건축가다》
차이진원
박소정 옮김
현대지성
2020.3.4.
《새는 건축가다》(차이진원/박소정 옮김, 현대지성, 2020)를 읽었습니다. 새를 곰곰이 보고서 글하고 그림을 담아낸 얼거리는 반갑습니다. 다만 새를 ‘새’로 바라보기보다는 자꾸 ‘조류’라는 틀에 가두려 하면서 ‘새가 살아가는 마음’하고는 먼 듯싶어요. 새를 알려면 새를 지켜보기도 해야 할 테지만, ‘새바라기(탐조)’에서만 그치기보다는 ‘새하고 이야기를 할 노릇’이라고 느껴요.
새하고 어떻게 이야기를 하느냐 되묻지 말아요. 어버이는 아기하고 어떻게 이야기를 할까요? 바닷사람은 바다하고 어떻게 이야기를 하나요? 숲사람은 숲하고 어떻게 이야기를 하지요?
그대가 어른이라면 어린이하고 어떻게 이야기를 하는지 돌아보면 됩니다. 어른 눈높이로만 말한다면 혼잣말이나 억누르기일 뿐입니다. 아이하고 이야기하고 싶은 어른이라면 모름지기 아이 눈높이로 바라보면서 마음을 틔워 말을 섞을 노릇이에요.
새바라기를 넘어 새랑 동무나 이웃으로 사귀고 싶다면, ‘새말’로 이야기를 펴려고 나서면서 ‘새마음’으로 만날 노릇입니다. 그런데 《새는 건축가다》를 읽다 보면 자꾸 “새 둥우리”란 말이 나옵니다. ‘둥우리 = 새집’인데, 이런 겹말을 왜 자꾸 쓸까요? 그만큼 옮긴이(또는 글쓴이)가 새를 모를 뿐 아니라, 새하고 사귀거나 마음을 못 섞는다는 뜻입니다.
사람 눈높이로만 서서 ‘생물학·과학’이라는 틀을 붙잡으려고 하면 새를 겉훑기로는 읽을는지 모르나, 새를 새로서 알 길이란 없습니다. 새를 알고 싶으면 생물학도 과학도 내려놓기를 바랍니다. 그저 새를 새로 마주하면서 사랑이라는 마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새가 바늘과 실을 이용한 재봉술로 둥우리를 지을 수 있다면 믿겠는가? 놀랍게도 사실이다. (33쪽)
야외에서 만약 새 둥우리를 발견한다면, 설령 우듬지에 붙은 빈 둥우리라고 해도 마음이 들뜬다.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새 둥우리는 매력적인 존재다. (137쪽)
보통 사람들이 새 둥우리를 만나는 건 정말 예상치도 못하는 일이다. 봄의 산림은 온갖 새들이 지저귀고 번식의 기쁨으로 왁자지껄하지만, 동시에 그 새들은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온 신경을 기울여 은밀히 둥우리를 짓는다. (14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둥지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풀이나 나뭇가지 따위를 바구니처럼 엮어 만든 새의 보금자리를 말하고, 또 하나는 한데 모여 사는 일부 벌레나 짐승의 집을 말한다. 둥우리는 세 가지 뜻이 있는데 가장 앞선 것을 보면 새 따위가 알을 낳거나 깃들이기 위하여 둥글게 만든 집이다. 새가 알을 낳고 키우는 새집을 뜻하는 말로 둥우리보다는 둥지가 더 적절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새집 모양이 둥근 모양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모양이 많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내내 둥우리라는 번역이 거슬렸다.
차이진원은 새를 관찰하고 그림과 글로 기록을 남김으로써 새와 자연의 경이로움을 나눈다. 둥지는 대다수 새들이 의지할 수 있는 거처로서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알을 한데 모아주는 역할 이외에도 알을 따뜻하게 만들어서 부화시킬 수 있게 해주며, 알에서 갓 깨어난 새끼가 포식자에게 발견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기능도 하니, 저자에게 둥지는 一生之計在於巢(일생의 계획은 둥지에 있다)라 여길 만큼 각별하다. 아울러 새 둥지는 새가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모습을 기록하는 동시에 인류가 환경을 변화시켜온 과정을 기록한다고 여긴다. 새 둥지는 대자연의 일기장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새 둥지를 이해하면서 인류는 스스로를 이해하는 셈이라고 한다.
제비의 조상은 원래 나무 구멍이나 바위굴에 둥우리를 틀고 번식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인류의 농경 생활로 인해 자연환경이 바뀌면서 자신들의 먹이인 곤충의 수에도 변화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농지가 있는 곳에는 곤충도 많았다. 제비는 더 많은 먹이를 잡아 다음 세대를 기르기 위해 점차 인류 생활에 적응해나갔다. 오래지 않아 제비, 퍼시픽스왈로우, 귀제비는 자연을 등지고 인류의 건축물에서만 둥우리를 틀게 되었다! 닭과 오리가 인류의 먹고사는 생활과 가장 밀접한 조류라고 한다면, 제비와 참새는 인류와 가장 친밀한 반려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48쪽)
초급동소조는 숲의 생태에 매우 중요한 존재다. 이들이 만드는 구멍 둥우리는 차급동소조를 행복하게 해주고, 다람쥐나 날다람쥐같이 구멍을 둥우리로 삼는 다른 동물에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 밖에도 딱따구리는 ‘나무 의사’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만큼 해충을 막아내는 데 탁월한 역할을 한다. 딱따구리는 대개 고목이나 마른 나뭇가지에 구멍을 뚫어 둥우리를 짓는다. 고목은 수분 함량이 낮아 쉽게 곰팡이가 피거나 벌레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66쪽)
물꿩은 일처다부제를 따른다. 번식철이면 수컷은 각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다. 그러면 아내가 자유롭게 순회하며 영역 안에 있는 남편들 처소에 일일이 ‘행차’하고, 모든 남편들의 둥우리에 알을 낳는다. 물 위에 떠 있는 물꿩의 둥우리는 아주 얇아서 수면 아래로 잠길 때도 있다. 다행히 물꿩의 알은 방수가 되어 물에 몇 번을 잠겨도 부화에 전혀 지장이 없다. (82쪽)
도시에서 둥우리를 짓는 제비는 일반인이 조류의 둥우리 건축 및 번식을 관찰하는 일에 입문하기 가장 좋은 조류다. 현관에 느긋하게 앉아 제비가 둥우리를 짓고 새끼를 기르는 모든 과정을 관찰할 수 있기도 하고, 털털한 제비는 당신을 괴물로 여기지도 않으니까 말이다. (160쪽)
새는 건축가다
나무 가지로 아무렇게 지은 것처럼 보이는 둥지, 그 속에 건축이 숨어 있다. 자연에서 인간이란 동물은 혼자서 집을 짖기를 힘들어하는 희귀한 생명체 일 것이다. 대부분 동물들은 스스로 자신의 보금자리를 만들고, 유지, 보수하면서 가족과 함께 한다. 자연 곳곳에 살아가는 새들이지만, 우리에게는 새를 잘 모른다. 새에 대한 지식이 적은 것 같다. 흔히 볼 수 있는 까치집 말고는 별로 본적이 없다. 물론 새소리에 귀를 기울려 보지만 새 찾기도 힘든데, 그 새가 그 새인 것 같이 보인다. 거기다 그 새가 사는 보금자리 찾기는 더 힘든 것 같다.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자연의 한 부분을 채우고 있다. 우리는 대부분 좁은 새장속의 이쁘거나 아름답거나 노래소리가 예쁜 새들 말고는 별로 본적이 없을 것이다. 가끔 울어 대는 새를 봐도 저 새의 이름이 무엇인지,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모르니 그냥 스쳐 지나가 버린다. 새들은 동물원에서나 만날 수 있는 생물이 되었는지도.
새 둥우리를 짖는 것은 과학이다. 생태적이라고 할까? 일단 주위에 풍부한 재료를 중심으로 자신들의 무게를 지탱하고 숨기 좋은 곳이며, 암수가 만나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기 좋은 곳이겠지만, 새에 따라 그런 곳은 다양하다. 땅바닥과 절벽, 나무위나 물위 등 곳곳에 자신에게 적합한 둥우리를 만든다. 물론 새들도 둥우리를 짖는 노력을 많이 들어는 새와 기능적으로 단순하게 짖거나 심지어 아름답게 짖는 새들도 있다.
200페이지가 안되는 책이지만, 많은 그림들이 새들의 특징과 둥지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둥우리의 관찰과 분류가 잘 정리되어 있다. 그림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정말 다양한 방식의 둥우리 건축의 재료와 공법을 보여주고 있다. 새에 대해 알고 싶은 분이라면 추천하고 싶다.
새들도 기후환경에 적응하느라 여념 없는 것 같다. 어렸을 적에는 쉽게 제비 둥지를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정말 본적이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발견한 적이 없다. 우리들의 생활방식의 변화에 따라 제비가 집을 지을 곳이 부족해지고, 기후가 바뀌어서 그런 것 같다. 물론 새에 대한 인간의 관심이 많이 줄어들어서 일지도 모른다. 어렸을 때 새집 달아주기 운동도 있었던 것 같다. 삶의 여유가 줄어서 편안하게 즐기기에 급급하기에 숲 속과 산에 가사 새의 울음소리와 멋진 비행과 다양한 모습을 볼 기회가 줄어 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새를 관찰한다는 것은 어쩌면 인내와 시간이 필요한 힘든 일인지도.
이 책을 보고 집은 무엇일가 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단순히 보면 그냥 부부가 자식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곳인데. 기회만 된다면 내손으로 지어보고 싶다. 물론 엄청난 노력이 들겠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곳이기에. 아름다운 곳에서 자연을 바라보며 행복한 미소를 짖고 바라볼 수 있는 곳을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