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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 허블 | 2019년 7월 24일 한줄평 총점 9.2 (1,051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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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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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MD 한마디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한국과학문학상 대상과 가작을 동시에 수상하며 차세대 SF 작가의 화려한 등장을 알린 김초엽의 첫 소설집으로, 그야말로 올해 가장 핫한 작가이자 책입니다. 읽은 분이라면 누구나 "시선에서 질문까지, 모두 인상적"이란 평가에 고개를 끄덕이실 겝니다. 한국 SF의 현재이자 미래가 될 작가의 행보가 더욱 기대됩니다. - 소설MD 김도훈
우리 SF의 우아한 계보, 그 후

지난겨울까지 바이오센서를 만드는 과학도였던 김초엽 작가는, 이제 소설을 쓴다. 「관내분실」로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부문 대상을 받았다. 필명으로 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도 동시에 상을 받았다. ‘한국 SF의 우아한 계보’라 불리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초엽 작가는 그 후, 더욱 도약했다. 자신만이 그려낼 수 있는 김초엽 특유의 작품세계를 보여주었다. 투명하고 아름답지만 순진하지만은 않은, 어디에도 없는 그러나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근사한 세계를 손에 잡힐 듯 이야기에 담아냈다.

다섯 개의 위성이 뜨는 곳에서도, 지지 않는 마음

표제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는 매력적인 ‘할머니 과학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인물을 통해 소설은 어째서 어떤 고통은 기꺼이 감내할 수 있는지, 생의 끝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무엇인지를 자꾸만 묻는 듯하다. 문학상 이후 김초엽의 작품들은 더욱 확장된 세계를 그려낸다. 작가의 고민과 질문도 더 단단해진듯하다. 다섯 개의 위성이 뜨는 행성에 홀로 남겨져 외계인과 조우하게 될지라도(「스펙트럼」), 고통 없는 유토피아에서 짐짓 모르는 것처럼 질문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때에도(「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세계를, 우리의 세계를 알아야겠다고 용기 내는 마음, 우리의 사랑과 우정을 말하며 지지 않는 마음, 분투하는 태도가 김초엽의 소설에는 있다.

소녀들의 영웅이 금메달리스트일 필요는 없다

김초엽은 정상과 비정상, 성공과 실패,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끊임없이 질문한다. 미션에 실패했다고 비난받는 우주인일지라도(「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어떤 소녀에게는 그의 존재 자체가 응원일 수 있다. 무엇이 성공이고, 무엇이 실패인가. 우주 미션에는 실패했지만, 소녀를 응원하는 일에 성공했다면 그 삶을 실패한 삶이라 할 수 있을까. 소녀들의 영웅이 금메달리스트일 필요는 없다. 경계에 선 소설가 김초엽은 고민과 질문을 쨍하게 빛나는 이야기로 들려준다. 그것도 아주 재미있게.

목차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007
스펙트럼 ·057
공생 가설 ·097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145
감정의 물성 ·189
관내분실 ·219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273
해설 | 인아영(문학평론가)
아름다운 존재들의 제자리를 찾아서 ·321
작가의 말 ·337

채널예스 기사 (24개)

저자 소개 (1명)

저 : 김초엽
소설가. 1993년생. 포스텍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생화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2017년 「관내분실」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과 가작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쓴 책으로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원통 안의 소녀』 등이 있고, 함께 지은 책 『사이보그가 되다』가 있고, 여러 앤솔러지에 참여했다. 2019년 오늘의 작가상, 2020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우주에 대해 상상하는 걸 좋아하지만 우주에 직접 가고 싶지는 않은 SF 작가. 환상적인 시공간을 여행하고 외계 행성을 탐사하는... 소설가. 1993년생. 포스텍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생화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2017년 「관내분실」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과 가작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쓴 책으로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원통 안의 소녀』 등이 있고, 함께 지은 책 『사이보그가 되다』가 있고, 여러 앤솔러지에 참여했다. 2019년 오늘의 작가상, 2020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우주에 대해 상상하는 걸 좋아하지만 우주에 직접 가고 싶지는 않은 SF 작가. 환상적인 시공간을 여행하고 외계 행성을 탐사하는 이야기에 열광한다. 취미는 두 달마다 바뀌는데, 가장 오래가는 건 게임. 언젠가 집에 모든 종류의 게임 콘솔과 커다란 스크린이 구비된 게임방을 만들고, 스스로를 완전 격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출판사 리뷰

“젊은 소설가의 첫 작품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끄럽게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내가 생각하는 소설가의 눈과 입을 발견했다. 시선에서 질문까지, 모두 인상적이다.”
-김연수(소설가)

“마음을 다 맡기며 좋아할 수 있는 새로운 작가를 만나서 벅차다.”
-정세랑(소설가)

★우리 SF의 우아한 계보, 김초엽 첫 소설집


지난겨울까지 바이오센서를 만드는 과학도였던 김초엽 작가는, 이제 소설을 쓴다.
어디에도 없는 그러나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상상의 세계를 특유의 분위기로 손에 잡힐 듯 그려내며, 정상과 비정상, 성공과 실패,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끊임없이 질문해온 신인 소설가 김초엽. 그의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출간되었다.
2017년, 「관내분실」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부문 대상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가작을 동시에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심사를 맡았던 소설가 배명훈, 김보영으로부터 “작가는 스스로 질문을 던져야 하고, 작품을 통해 그 질문을 다른 사람들의 코앞에까지 내밀 수 있어야 한다. 그 일을 거친 결과, 작가와 작품은 스스로 쨍하게 아름다워진다. 이 글 「관내분실」처럼” “슬픔에 좌절하지 않고, 어쩌면 영원히 갈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자신의 인생과 생명을 걸고 그 의지를 끝까지 관철하려 한다는 데서 이 작품(「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감동을 준다”는 평을 이끌어냈다.
등단작 「관내분실」은 “모성애라는 쉬운 답을 피해 이 어려운 길을 택한 것만으로도 흡족한데, 그 과정 끝에 놓인 장면이 정말이지 ‘SF적’으로 참 아름다워서, 적어도 우리가 ‘이런 SF’마저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게으르지는 않다고 항변하고 싶어졌다”(문학평론가 황현경, 『문학동네』 2018년 여름호)라는 평을 받으며 SF문학에 대한 비평가들의 관심을 이끌기도 했다. 그 결과 신인소설가로서는 드물게 등단 일 년여 만에 《현대문학》 《문학3》 《에피》 등 여러 지면을 통해 발표한 작품으로 첫 소설집을 출간했다.

★시선에서 질문까지, 모두 인상적이다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희로애락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뿐, 섣불리 판단내리지 않을 때 소설가의 눈은 더없이 맑고 투명해진다. 명징하고 광대하게, 이 세계를 바로 볼 줄 아는 이 시선에서만 ‘인간이란 무엇이며, 인류는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생겨난다. 젊은 소설가의 첫 작품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끄럽게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내가 생각하는 소설가의 눈과 입을 발견했다는 사실이다. 시선에서 질문까지, 모두 인상적이다. - 김연수(소설가)

김초엽의 소설은 상상의 세계를 그려내면서도 소설가 김연수가 추천의 글에서 말한 것처럼, 현실의 세계를 섣불리 판단내리지 않고 투명하게 담아낸다. 그 세계는 아름답지만 순진하지 않고 어디에도 없지만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는 뛰어난 과학자 릴리 다우드나로 인해 ‘완벽한’ 유전자의 선택이 가능해진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그곳에서 완벽함의 범주에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경계 밖으로 밀려난다. 한편, 소설에는 장애도, 차별도, 혐오도 없는 그리고 사랑도 없는 행성인 ‘마을’이 함께 그려진다. 이 아름답고도 평화로운 ‘마을’은 일종의 ‘유토피아’를 상상케 한다. 성년이 되면 순례를 떠나는 이들 중 일부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의문을 빼면 말이다.
“마을이 유토피아라면,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이 물음은 장애를 비장애로, 디스토피아를 유토피아로, 불완전함을 완전함으로 간편하게 뒤집는 대신 오히려 그 이분법적인 항들의 관계를 사유하게 한다”(작품해설 중)라고 문학평론가 인아영은 말한다. 무엇이 우리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혐오와 차별, 모순으로 가득 찬 세계를 분투하며 살아가게 하는지. 이 소설은 이야기를 통해 질문한다.

★소녀들의 영웅이 금메달리스트일 필요는 없다

김초엽의 소설에는 정상과 비정상, 성공과 실패, 주류와 비주류 등 경계를 향한 응시가 있고, 질문이 있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에는 실패한 여성 우주인이 등장한다. ‘우주 너머’를 항해하기 위한 우주인 선발에 뽑히지만 내로라하는 ‘스펙’이 없는, 무엇보다 나이 많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비난받는 ‘재경 이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난 때문에 좌절하지도 낙담하지도 않는다. 누군가의 기대에 부흥할 생각도, 누군가의 기준에 의한 성공을 향해 질주할 생각도 않는다. 소설은 마치 잃어버린 역사를 쓰는 젊은 역사가를 떠올리게 한다. ‘여성사’를 쓰는 젊은 역사가의 질문과 닮아 있는 것도 같다. 왜 어떤 기록은 기록되지 않는가, 왜 역사는 언제나 남성의 서사이고 성공의 롤모델 또한 남성인 경우가 대부분인가. 소수자에게 그들 역사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있는 것이지, (누군가의 기준에 따른) 성공의 역사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 미션에 실패했다고 비난받는 우주인일지라도, 어떤 소녀에게는 그의 존재 자체가 응원일 수 있다. 무엇이 성공이고, 무엇이 실패인가. 우주 미션에는 실패했지만, 소녀를 응원하는 일에 성공했다면 그 삶을 실패한 삶이라 할 수 있을까. 소녀들의 영웅이 금메달리스트일 필요는 없다. 이 소설에서는 여성들로 이루어진 대안 가족의 모습도 그려내는데, 우리의 가족제도가 반드시 당연한 것은 아니라고, 우정과 연대의 공동체로서 가족의 가능성을 말하기도 한다. 작가의 고민과 질문을 “쨍하게 빛나는” 이야기로 들려준다.

★다섯 개의 위성이 뜨는 곳에서도, 지지 않는 마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주인공은 매력적인 ‘할머니 과학자’이다. 가족과 생이별하고, 아득한 우주에서 재회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삶을 그리고 있다. 「스펙트럼」에도 ‘할머니 과학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동안 왜 서사의 주인공은 남성이거나 여성이어도 젊은 여성인 소설이 주가 되었을까? 문학평론가 서영인은 ‘할머니’가 서사의 주인공으로 등장함을 김초엽 소설에서 포착한다. 그러면서 이 소설 「스펙트럼」에서 다룬 ‘언어’에 관해 주목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외계 생명체들의 언어다. 문자 대신 색채로, 문서나 책 대신 그림으로 기록을 남기는 그들의 언어. 그러니 풍경이 말이 되고 빛과 어둠이 말의 의미를 결정할 터였다.”([할머니 우주인 할매 시인], 《한겨레신문》)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마음이 느슨해졌다. 눈앞의 루이가 바로 며칠 전까지 함께 지내던 바로 그 루이처럼 느껴졌다. 루이는 희진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희진의 뒤로 펼쳐진 노을을 보고 있었다.
“그럼, 루이. 네게는…….”
희진은 루이이 눈에 비친 노을의 붉은 빛을 보았다.
“저 풍경이 말을 걸어오는 것처럼 보이겠네.”
희진은 결코 루이가 보는 방식으로 그 풍경을 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희진은 루이가 보는 세계를 약간이나마 상상할 수 있었고, 기쁨을 느꼈다.
- 「스펙트럼」 중에서

문학평론가 인아영은 스펙트럼에서 외계생명체인 ‘루이’와 주인공 ‘희진’이 첫 소통을 하는 장면을 인용한다. “이해 불가능성에 대한 이렇게 아름다운 장면을 본 적이 있던가. 루이는 희진에게 언제까지나 “마음을 다해 사랑하기에는 너무 빨리 죽어버리는, 인간의 감각으로는 온전히 느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완전한 타자”이다. 그러나 그 앞에서 희진은 이들을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불가능을 알면서도 믿으려고 하며, 그들의 존재를 받아들이려고 한다. 지구에 돌아온 희진이 평생 수집했던 유리가 “보통의 감각으로 볼 수 없는 대상을 보게 하는 도구”라면, 이 아름다운 장면을 가능케 하는 외계 생명체와 다른 행성을 그릴 수 있는 SF소설은, 우리로 하여금 지금 여기의 세계를 새로운 감각으로 보게 하는 또 하나의 유리일 것이다.“(《현대문학》 2018년 9월호)
김초엽의 소설은 근사한 세계를 그려내는 상상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질문을 던진다. 타자를 알고자 하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의 다른 말이 아니겠느냐고.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는 상대를 완전하게 이해하는 방법이란 없는 거냐고 애타게 묻는 누군가에게. 김초엽의 소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문학평론가 인아영의 말로 갈음할 수 있을 것 같다. “불가능성을 껴안는 것”, 불가능성을 껴안고 고군분투하는 인물을 통해, 김초엽의 소설은 정답이 없는 불가능한 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다섯 개의 위성이 뜨는 행성에 홀로 남겨져 외계인과 조우하게 되더라도(「스펙트럼」), 고통 없는 유토피아에서 짐짓 모르는 것처럼 질문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때에도(「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세계를, 우리의 세계를 알아야겠다고 용기 내는 마음, 우리의 사랑과 우정을 말하며 지지 않는 마음, 분투하는 태도가 김초엽의 소설에는 있다.

종이책 회원 리뷰 (472건)

인간의 본질과 감정, 철학적인 것들에 대하여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김*앙 | 2023.09.25

 이번 9월에는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을 읽어보았다.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상을 받은 책이라 워낙 유명해서 되려 읽으려 마음을 먹는 것에 시간이 걸렸던 책이기도 하다. 다른 거창한 이유때문은 아니고, 너무 엉엉 울게 될까봐.. (…) 그만큼 기대도 했던 책이라 따로 정보도 찾아보지 않았더니 단편 모음집인 것도 읽기 시작하고 두 번 째 소설이 나올 때 깨달았다. 장편소설이라고 생각해서 오잉? 이 얘기는 앞 얘기랑 다른디? 하면서 여러번 뒤적이고 나서야 '아, 단편이구나..;' 했던 책.

 모든 단편들의 내용은 작가의 말에 쓰여진 "탐구하고 천착하는 사람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무엇을 이해해 보려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로 관통당한다. 그래서 철학적이란 생각이 더욱 짙게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단편들이 사람이 가진 감정이라거나 무의식, 사랑 등을 이야기한다. 각 이야기마다의 색도 짙고 하나 하나가 가슴에 크게 와닿는 이야기들이라 무척 신기했다. 영화 매트릭스가 생각나는 첫 번 째 이야기(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부터 읽은 뒤 여운이 짙게 남았던 마지막 이야기(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에 이르기까지 감동과 놀라움이 켜켜이 쌓였다. 

 인상 깊었던 단편들은 무척 많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과 "스펙트럼", "공생 가설", "나의 우주 영우에 관하여" 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써놓고 보니 대부분이라 조금 민망하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속에는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안나의 대사가 나온다. "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 게 아닌가.". 처음 이 대사를 봤을 때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감정이라는 것은 늘 개인적으로 치부되어 왔고, 감정의 총합이란 표현 자체가 너무 새로웠고 놀라웠다. 떠나는 이보다 남겨진 이들에게 집중하는 작가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또한, 백년이 넘도록 이미 폐쇄된 우주정거장에서 남아있을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이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의 여생을 우주공간에 내몰 정도로 사람에게 있어 그리움과 외로움은 죽을 때까지 뗄 수 없는 감정일까? 혹은 그 감정을 사랑이라고 말해야할까? 등등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는 이야기.. 

 [스펙트럼]에서는 생명과 죽음, 그리고 순환에 대해 풀어가고 [공생 가설]에서는 이타심과 배, 사랑 등이 외계의 어떠한 존재에 의해 인간 속에 싹트이는 이야기 등이 펼쳐진다. SF소설 중 단연코 가장 철학적인 책이라고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인간을 이루는 모든 것들에 대해 한 번 씩 질문을 던지고, 이후에 해당 주제로 심도 깊은 대화까지 가능한 책이라 정말!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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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소설집. 허블간행 3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m*******m | 2023.09.21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그때그때 달라요.

 

 여호와는 한 민족과 약속을 했습니다. 너희들에게 약속한 땅을 주겠다. 우상을 믿지 말고 나 만을 믿어라. 나를 믿고 따르면 영원히 살 것이다. 하나님과 약속한 민족은 유토피아를 꿈꾸며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찾아 길을 나섰고 마침내 하나님이 약속한 땅에서 왕국을 이룹니다. 그들은 천년왕국이라고 확신했지만, 확신과는 달리 나라는 갈리고, 서로 싸우다 다른 신을 믿는 나라에 의해 두 나라는 멸망하고 맙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며, 모든 왕의 왕이신 하나님이 선택하고 언약을 맺어 미래를 보장한 나라도 흥망성쇠의 타임루프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우월한 유전자 조작을 통하여 만들어진 사람들로 이루어진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성년식에 맞춰 성년이 될 사람들을 순례자로 잠시 떠나게 합니다. 순례자는 돌아올 날을 정하여 출발하는 사람들이지요. 하지만 출발했던 사람들 중 일부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 주인공이 왜 순례자들이 돌아오지 않는지 해답을 찾아 떠난 여행기가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입니다.

 

 자기들을 존재하게 한 곳, 시초지로 떠난 주인공은 우월한 유전자로 개조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비개조인이 구분되어 차별이 일상화된 곳을 확인합니다. 주인공이 사는 세상과 너무 달랐고, 너무 달라서 주인공이 사는 세상을 만든 이유를 이해하게 됩니다. 차별 없는 세상, 태어날 때부터 개조의 필요가 없는 우수한 유전인자를 가진 사람들만 있는 세상, 그러나 그런 세상에서 사는 사람들이 차별이 있고, 고통과 슬픔이 있는 세상에 가서는 바로 돌아서 뛰어나가지 않고, 거기에 눌러사는 경우는 어떤 이유 때문일까? 그 답은 우리 모두가 산 세월 속에 있을 것입니다. 10대의 당신도 60대의 저도 답은 다르고 선택한 세상도 다를 것이지만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는 것도 수긍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오늘도 여호와 하나님은 예수님을 통하여 구속한 사람들이 다 차지 않아 세상의 심판일을 연기하시고 있습니다. 심판일이 도래하면 그 이후는 천년왕국이 온다고 하지만 그 천년왕국에서도 선택이 주어진다면 심판일 전의 이 땅으로 돌아올 사람이 없다는 말은 쉽게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너무 갔나요?

 

 김초엽 작가의 다른 글도 읽어볼 요량입니다. 재미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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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소설집. 허블간행 2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m*******m | 2023.09.21

경제성은 인간성을 갈아서 만듭니다

 

 우리 회사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있습니다. 전문성이 없는 단순 근로자들입니다. E-9으로 분류된 근로자들입니다. 열심히 일을 하면 본국에서 버는 월급의 10배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먼 이국 땅에 가족들과 헤어져 근로를 제공합니다. 처음 입국하면 3년의 기간을 체류할 수 있고, 한 번 1년 10개월을 연장하여 줍니다. 모두 4년 10개월입니다. 젊은 나이에 갓 결혼을 하고 오는 경우도 있고, 일을 하다 잠깐 귀국하여 결혼을 하고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내가 딸을 낳았다면서 직접 보지도 만지지도 못한 아이의 사진을 휴식시간마다 보면서 혼자 울고 웃는 근로자들을 보게 됩니다. 훨씬 더 경제적인 근로자들이 웃는 날은 오늘은 아닙니다. 귀국하는 그날 이후라고 기대는 하지만 인생이 그렇게 계획된 대로 흘러갈지는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경제성의 비정함을 보여줍니다. 주인공은 장거리 우주여행에 필요한 필수 연구과제를 완성하기 위하여 가족들이 함께 가는 행성이민에서 이탈한 후 다음 우주선을 타기로 합니다. 잠깐의 기간이라 짐작했습니다. 얼마 걸리지 않아 딥프리징(냉동수면)을 완성시킵니다. 하지만 그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기술은 발전하여 행성 간의 항해방법인 워프 항법은 경제성을 잃었고, 이제는 웜홀 통로를 이용한 행성 간 이동으로 바뀌었습니다. 딥프리징이 이제는 우주여행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우주여행은 빨라졌습니다. 하지만 웜홀은 모든 행성 간에 다 있는 통로가 아닌 것이 문제였습니다. 가족들이 먼저 간 행성 근처에는 웜홀이 없어 항해할 우주선 노선이 사라지고 맙니다. 워프 항법을 이용한 우주선의 경제성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딥프리징을 하고 오랜 시간 우주를 여행하는 방법은 비경제적이 되었습니다. 간간이 있던 우주비행선도 완전히 사라지고, 불필요한 우주 정거장은 철거되기에 이릅니다. 불규칙적인 우주선을 기다리기 위해 주인공은  딥프리징을 이용해 수면을 하고 깨어나길 여러 차례 하면서 우주정거장에 나와 가족이 있는 행성으로 가는 우주선을 확인합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우주선을 탈 확률은 0에 수렴합니다. 주인공은 노파가 되었고 우주 정거장이 철거된다는 소식에 행성 간의 여행에는 적합하지 않은 셔틀을 타고 가족들이 있는 행성을 향해 출발합니다. 세월이 흘러 가족들은 이미 죽었겠지만 노파의 마음속에 가족은 아직도 살아 있습니다. 주인공은 본인의 의지와는 달리 경제성을 이유로 가족을 잃었고, 고립되었고 소외되었습니다.

 

 경제성은 인간을 배려하는 척하지만 인간을 배제합니다. 인간을 소외시킵니다. 돈 되는 곳에만 인간이 있는 것도 아닌데, 돈 되지 않는 곳의 인간은 고립됩니다. 고립된 인간은 소리치지만 그들의 말은 들리지 않습니다. 그들의 항변은 경제성을 구비하지 못한 이유로 파기됩니다. “경제야~~ 경제야~~” 김영삼 정부 시절, 망가진 경제를 찾아 헤매던 경제의 어머니처럼 외환위기가 닥쳐 경제가 망가지고 세상이 다 깨어질 것 같은 공포가 전제되어야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나의 조그만 이익을 위하여 눈을 감을 수 있고 귀를 닫을 수 있는 세상이 행성 간의 여행을 하는 미래에도 그대로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소름이 돋습니다. 경제성은 인간성을 갈아서 만듭니다. 작가는 우주로 날아가는 미래에도 그렇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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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미* | 2023.08.12

얼마 전에 yes24xebs 10분 독서 프로모션 들어갔을 때 도서관에서 대여해서 읽었던 작품입니다.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터라 아예 소장으로 구매했습니다. sf 장르를 별로 좋아하진 않는 편이라서 보통 여러 번 끊어서 읽거든요. 근데 이 작품은 앉은 자리에서 술술 읽었습니다. 모든 이야기들이 다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스펙트럼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너무 잘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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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리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p*****3 | 2023.04.15

허블에서 출판된 김초엽 작가님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을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스포일러와 개인적인 감상이 포함될 수 있으니 민감하신 분들은 열람에 주의해주시길 바랍니다. 다양한 SF 에피소드들이 수록되어 있고, 하나같이 따뜻한 울림을 주는 내용이라 잔잔한 여운이 남습니다. 지극히 판타지적인 내용을 다루면서 현실적인 메시지를 주는 작품입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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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탄탄하고 트렌디한 SF 작가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e****s | 2023.03.19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수년간 간간히 들어오다가, 작년 아내가 이 책을 샀었는데... 거 참, 그 책을 자신은 읽고서 누구 선물로 줘버렸다네. 그리하여 부득이하게 ebook 구매

아직도 여러모로 부족한 점들은 많지만, 이제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한국 이름을 가지고, 한국의 기술적 환경을 배경으로 하는 SF 작품들은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김초엽 작가도 그 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 있을 정도로 탄탄하고 트랜디한 작품들이 많았다. 더구나, 작가 스스로 여성으로서 가지는 사회의 불평등에 대한 여러 문제의식들을 SF의 형식으로 다양하게 풀어내고 있는 것 또한 이 작가가 가진 힘이 아닌가 싶다.

더 많은 작품들을 기대해보겠고, 다른 책들도 있다고 하기에 좀 더 접해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데... 한가지, 적어도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작품들의 끝맺음이 너무 자신의 스타일을 전형화하는게 아닌가 싶다는 느낌이 들더라. 김초엽 작가가 장편을 쓸때에는 어떠한 마무리를 가질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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