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획] 2022년 바르셀로나 도서전을 가다 (4)
2022년 12월 20일
[젊은 작가 특집] 친애하는 나의 젊은 작가들에게 - 한소범 기자
2022년 10월 07일
2022년 06월 29일
2022년 06월 02일
2022년 03월 11일
[예스24 소설/시 MD 박형욱 추천] 2021 작가들 문장들
2021년 11월 12일
2021년 11월 05일
집콕 이어진 방학·휴가 시즌, 어떤 책 끝까지 읽었나?
2021년 09월 02일
[독립 북클러버] 왠지 클래식한 떡볶이 - 『아무튼, 떡볶이』 외
2021년 03월 04일
[스테디셀러가 궁금해] 동아시아 : 교양의 대중화를 꿈꾸다
2020년 09월 09일
[월간 채널예스 5주년 특집] 미치도록 섭외하고 싶었다 - 조남주, 김초엽 외
2020년 07월 16일
2020년 05월 12일
[윤덕원 칼럼] 나의 첫 전자책은 SF 소설(Feat. M83)
2020년 04월 28일
2020년 02월 27일
[책이 뭐길래] 내 기대를 가뿐히 뛰어넘는 책 - 조지현 편
2020년 02월 13일
2020년 02월 10일
[책이 뭐길래] 보기 좋은 표지의 책이 내용도 좋다 – 허남웅 편
2020년 01월 09일
2020년 01월 02일
[예스24 소설 MD 김도훈 추천] 최근 주요 문학상 수상작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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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북클러버] 김겨울 “어슐러 르 귄, SF의 빼놓을 수 없는 작가”
2019년 12월 05일
[책이 뭐길래] 저자, 출판사 서평, 표지가 중요합니다 – 박주연 편
2019년 12월 05일
2019년 10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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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9월 19일
이번 9월에는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을 읽어보았다.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상을 받은 책이라 워낙 유명해서 되려 읽으려 마음을 먹는 것에 시간이 걸렸던 책이기도 하다. 다른 거창한 이유때문은 아니고, 너무 엉엉 울게 될까봐.. (…) 그만큼 기대도 했던 책이라 따로 정보도 찾아보지 않았더니 단편 모음집인 것도 읽기 시작하고 두 번 째 소설이 나올 때 깨달았다. 장편소설이라고 생각해서 오잉? 이 얘기는 앞 얘기랑 다른디? 하면서 여러번 뒤적이고 나서야 '아, 단편이구나..;' 했던 책.
모든 단편들의 내용은 작가의 말에 쓰여진 "탐구하고 천착하는 사람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무엇을 이해해 보려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로 관통당한다. 그래서 철학적이란 생각이 더욱 짙게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단편들이 사람이 가진 감정이라거나 무의식, 사랑 등을 이야기한다. 각 이야기마다의 색도 짙고 하나 하나가 가슴에 크게 와닿는 이야기들이라 무척 신기했다. 영화 매트릭스가 생각나는 첫 번 째 이야기(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부터 읽은 뒤 여운이 짙게 남았던 마지막 이야기(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에 이르기까지 감동과 놀라움이 켜켜이 쌓였다.
인상 깊었던 단편들은 무척 많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과 "스펙트럼", "공생 가설", "나의 우주 영우에 관하여" 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써놓고 보니 대부분이라 조금 민망하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속에는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안나의 대사가 나온다. "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 게 아닌가.". 처음 이 대사를 봤을 때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감정이라는 것은 늘 개인적으로 치부되어 왔고, 감정의 총합이란 표현 자체가 너무 새로웠고 놀라웠다. 떠나는 이보다 남겨진 이들에게 집중하는 작가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또한, 백년이 넘도록 이미 폐쇄된 우주정거장에서 남아있을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이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의 여생을 우주공간에 내몰 정도로 사람에게 있어 그리움과 외로움은 죽을 때까지 뗄 수 없는 감정일까? 혹은 그 감정을 사랑이라고 말해야할까? 등등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는 이야기..
[스펙트럼]에서는 생명과 죽음, 그리고 순환에 대해 풀어가고 [공생 가설]에서는 이타심과 배, 사랑 등이 외계의 어떠한 존재에 의해 인간 속에 싹트이는 이야기 등이 펼쳐진다. SF소설 중 단연코 가장 철학적인 책이라고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인간을 이루는 모든 것들에 대해 한 번 씩 질문을 던지고, 이후에 해당 주제로 심도 깊은 대화까지 가능한 책이라 정말! 추천한다.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그때그때 달라요.
여호와는 한 민족과 약속을 했습니다. 너희들에게 약속한 땅을 주겠다. 우상을 믿지 말고 나 만을 믿어라. 나를 믿고 따르면 영원히 살 것이다. 하나님과 약속한 민족은 유토피아를 꿈꾸며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찾아 길을 나섰고 마침내 하나님이 약속한 땅에서 왕국을 이룹니다. 그들은 천년왕국이라고 확신했지만, 확신과는 달리 나라는 갈리고, 서로 싸우다 다른 신을 믿는 나라에 의해 두 나라는 멸망하고 맙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며, 모든 왕의 왕이신 하나님이 선택하고 언약을 맺어 미래를 보장한 나라도 흥망성쇠의 타임루프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우월한 유전자 조작을 통하여 만들어진 사람들로 이루어진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성년식에 맞춰 성년이 될 사람들을 순례자로 잠시 떠나게 합니다. 순례자는 돌아올 날을 정하여 출발하는 사람들이지요. 하지만 출발했던 사람들 중 일부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 주인공이 왜 순례자들이 돌아오지 않는지 해답을 찾아 떠난 여행기가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입니다.
자기들을 존재하게 한 곳, 시초지로 떠난 주인공은 우월한 유전자로 개조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비개조인이 구분되어 차별이 일상화된 곳을 확인합니다. 주인공이 사는 세상과 너무 달랐고, 너무 달라서 주인공이 사는 세상을 만든 이유를 이해하게 됩니다. 차별 없는 세상, 태어날 때부터 개조의 필요가 없는 우수한 유전인자를 가진 사람들만 있는 세상, 그러나 그런 세상에서 사는 사람들이 차별이 있고, 고통과 슬픔이 있는 세상에 가서는 바로 돌아서 뛰어나가지 않고, 거기에 눌러사는 경우는 어떤 이유 때문일까? 그 답은 우리 모두가 산 세월 속에 있을 것입니다. 10대의 당신도 60대의 저도 답은 다르고 선택한 세상도 다를 것이지만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는 것도 수긍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오늘도 여호와 하나님은 예수님을 통하여 구속한 사람들이 다 차지 않아 세상의 심판일을 연기하시고 있습니다. 심판일이 도래하면 그 이후는 천년왕국이 온다고 하지만 그 천년왕국에서도 선택이 주어진다면 심판일 전의 이 땅으로 돌아올 사람이 없다는 말은 쉽게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너무 갔나요?
김초엽 작가의 다른 글도 읽어볼 요량입니다. 재미있습니다. 끝.
경제성은 인간성을 갈아서 만듭니다
우리 회사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있습니다. 전문성이 없는 단순 근로자들입니다. E-9으로 분류된 근로자들입니다. 열심히 일을 하면 본국에서 버는 월급의 10배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먼 이국 땅에 가족들과 헤어져 근로를 제공합니다. 처음 입국하면 3년의 기간을 체류할 수 있고, 한 번 1년 10개월을 연장하여 줍니다. 모두 4년 10개월입니다. 젊은 나이에 갓 결혼을 하고 오는 경우도 있고, 일을 하다 잠깐 귀국하여 결혼을 하고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내가 딸을 낳았다면서 직접 보지도 만지지도 못한 아이의 사진을 휴식시간마다 보면서 혼자 울고 웃는 근로자들을 보게 됩니다. 훨씬 더 경제적인 근로자들이 웃는 날은 오늘은 아닙니다. 귀국하는 그날 이후라고 기대는 하지만 인생이 그렇게 계획된 대로 흘러갈지는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경제성의 비정함을 보여줍니다. 주인공은 장거리 우주여행에 필요한 필수 연구과제를 완성하기 위하여 가족들이 함께 가는 행성이민에서 이탈한 후 다음 우주선을 타기로 합니다. 잠깐의 기간이라 짐작했습니다. 얼마 걸리지 않아 딥프리징(냉동수면)을 완성시킵니다. 하지만 그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기술은 발전하여 행성 간의 항해방법인 워프 항법은 경제성을 잃었고, 이제는 웜홀 통로를 이용한 행성 간 이동으로 바뀌었습니다. 딥프리징이 이제는 우주여행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우주여행은 빨라졌습니다. 하지만 웜홀은 모든 행성 간에 다 있는 통로가 아닌 것이 문제였습니다. 가족들이 먼저 간 행성 근처에는 웜홀이 없어 항해할 우주선 노선이 사라지고 맙니다. 워프 항법을 이용한 우주선의 경제성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딥프리징을 하고 오랜 시간 우주를 여행하는 방법은 비경제적이 되었습니다. 간간이 있던 우주비행선도 완전히 사라지고, 불필요한 우주 정거장은 철거되기에 이릅니다. 불규칙적인 우주선을 기다리기 위해 주인공은 딥프리징을 이용해 수면을 하고 깨어나길 여러 차례 하면서 우주정거장에 나와 가족이 있는 행성으로 가는 우주선을 확인합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우주선을 탈 확률은 0에 수렴합니다. 주인공은 노파가 되었고 우주 정거장이 철거된다는 소식에 행성 간의 여행에는 적합하지 않은 셔틀을 타고 가족들이 있는 행성을 향해 출발합니다. 세월이 흘러 가족들은 이미 죽었겠지만 노파의 마음속에 가족은 아직도 살아 있습니다. 주인공은 본인의 의지와는 달리 경제성을 이유로 가족을 잃었고, 고립되었고 소외되었습니다.
경제성은 인간을 배려하는 척하지만 인간을 배제합니다. 인간을 소외시킵니다. 돈 되는 곳에만 인간이 있는 것도 아닌데, 돈 되지 않는 곳의 인간은 고립됩니다. 고립된 인간은 소리치지만 그들의 말은 들리지 않습니다. 그들의 항변은 경제성을 구비하지 못한 이유로 파기됩니다. “경제야~~ 경제야~~” 김영삼 정부 시절, 망가진 경제를 찾아 헤매던 경제의 어머니처럼 외환위기가 닥쳐 경제가 망가지고 세상이 다 깨어질 것 같은 공포가 전제되어야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나의 조그만 이익을 위하여 눈을 감을 수 있고 귀를 닫을 수 있는 세상이 행성 간의 여행을 하는 미래에도 그대로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소름이 돋습니다. 경제성은 인간성을 갈아서 만듭니다. 작가는 우주로 날아가는 미래에도 그렇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 yes24xebs 10분 독서 프로모션 들어갔을 때 도서관에서 대여해서 읽었던 작품입니다.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터라 아예 소장으로 구매했습니다. sf 장르를 별로 좋아하진 않는 편이라서 보통 여러 번 끊어서 읽거든요. 근데 이 작품은 앉은 자리에서 술술 읽었습니다. 모든 이야기들이 다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스펙트럼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너무 잘봤어요.
허블에서 출판된 김초엽 작가님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을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스포일러와 개인적인 감상이 포함될 수 있으니 민감하신 분들은 열람에 주의해주시길 바랍니다. 다양한 SF 에피소드들이 수록되어 있고, 하나같이 따뜻한 울림을 주는 내용이라 잔잔한 여운이 남습니다. 지극히 판타지적인 내용을 다루면서 현실적인 메시지를 주는 작품입니다. 추천합니다!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수년간 간간히 들어오다가, 작년 아내가 이 책을 샀었는데... 거 참, 그 책을 자신은 읽고서 누구 선물로 줘버렸다네. 그리하여 부득이하게 ebook 구매
아직도 여러모로 부족한 점들은 많지만, 이제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한국 이름을 가지고, 한국의 기술적 환경을 배경으로 하는 SF 작품들은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김초엽 작가도 그 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 있을 정도로 탄탄하고 트랜디한 작품들이 많았다. 더구나, 작가 스스로 여성으로서 가지는 사회의 불평등에 대한 여러 문제의식들을 SF의 형식으로 다양하게 풀어내고 있는 것 또한 이 작가가 가진 힘이 아닌가 싶다.
더 많은 작품들을 기대해보겠고, 다른 책들도 있다고 하기에 좀 더 접해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데... 한가지, 적어도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작품들의 끝맺음이 너무 자신의 스타일을 전형화하는게 아닌가 싶다는 느낌이 들더라. 김초엽 작가가 장편을 쓸때에는 어떠한 마무리를 가질지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