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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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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저
2022년 01월 05일
[올해의 책] 작가, 출판인, 기자, MD 50인의 '올해의 책'
2020년 12월 01일
2020년 09월 04일
아이 없이 살기로 한 딩크 여성 18명의 가족, 친구, 일, 사회에 대한 이야기.
인터뷰 형식이라 마치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것 처럼 생생하게 전달됐다.
또, 챕터 하나하나 읽으며 다양한 생각을 향유하고, 공감할수 있음에 감사한 책이였다.
안 낳은게 기본적인 형태니까 왜 낳았냐고 물어봐야지,
왜 안낳냐고 물어보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 않나요?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 라고 항상 생각을 해왔고, 누군가 "왜 안낳게?"라고 물어보면 대답해줄 이유들은 너무나 많지만, 머릿속에만 가득하지 정리가 안된 느낌이였는데, 이 책을 읽으며 정리가 딱 되었다.
사실 가장 큰 이유는 "내 몸을 희생해서까지 남편의 성을 가진 아이를 낳(아주)고 싶지 않아서"이고,
가장 큰 두번째 이유는 "엄마가 아닌 '나'자신으로 존재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사실, 그들에게 이유를 말하다 보면, 내면에서 의구심이 든다.
'내가 왜 내 몸으로 낳기 싫은 이유를 타인에게 설명해줘야하지?'
'낳음'을 정답으로 제시하는 세상에 살다보면, 그 답에 대한 의문을 갖는 것 조차 차단당하기 쉽다.
'고민되면 일단 낳아봐.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낳고나서 생각해. 애 낳으면 외벌이 월급으로도 어떻게든 살아져. 부부가 살다보면 사이가 나쁠때가 있는데 애가 없으면 헤어지게 돼.'
"사이가 나쁠 때 애가 없으면 좀 더 수월하게 이혼하고 나는 더 행복할수 있겠죠."
아이를 낳음으로써 불행해질 거라 생각하지 않고,
저기에 행복이 있을 수 있지만 그 행복은 내 것이 아니라는 거죠.
나는 아이를 낳을 준비를하고, 출산해 시간적 여유와 경제적 여유를 포기하면서 육아노동에 시달리는 다수의 엄마들을 존경한다. 그러나 그들이 아이를 보며 갖는 행복을 그들만 만끽했으면 좋겠다.
사람의 생각이란 정말 다양하고, 좋고 싫음이 있듯, 그들이 행복하다고 아이를 낳지 않은 여성들이 불행할 이유는 없다. 각자의 행복을 각자의 자리에서 빌어주었으면.
나는 내 아이의 이익보다 나의 신념을 우선해 지킬 수 있을까?
내가 과연 아이의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과도한 사교육을 지양하며, 아이가 자신의 길을 자연스럽게 찾아가도록 지켜볼 수 있을까?
나와 같이 사교육계에서 일을하는 분의 인터뷰가 인상깊었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아이에게 굉장히 폭력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막상 아이를 키우면 선생님 마인드로 훈육하게 될 것 같아요.'라는 말에 엄청 공감이 됐다.
위에 서술한 아이를 낳지 않을 가장 큰 이유는 '나'의 기준으로 정했다면, 그다음 큰 이유는 아이 때문이다.
내가 아이를 보육하게 된다면 아이가 과연 행복할까? 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인 엄마 밑에서 학교, 학원이 아닌 집에서조차 선생님과 함께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
나는 욕심이 많고, 완벽주의 성향과 강박을 가지고 있다. 나는 내 자신을 너무 잘 알아서 아이가 내 밑에서 크게 되면 힘들것이다 자부할 수 있다.
또한, 나는 철저한 계획주의자이기 때문에, 아이라는 거대한 불확실성을 견딜수가 없다. 내가 낳을 그 애가 어떤 아이일지 모른다는게 나에게는 너무나 큰 공포로 다가온다.
우리나라 드라마 대부분 모성애, 부성애, 고정적 젠더 역할 같은 걸 계속 강요하잖아요.
엄마가 처음부터 끝까지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그림이 있으면 피해요.
세계를 너무 평평하게 그린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누군가는 그가 '어려서' 다시말해 미성숙한 사고 때문에 일시적으로 비출산을 원할 뿐이라 여길 수도 있지만, 나는 그동안 한국 사회가 아이를 원하지 않는 기혼 여성들의 욕망을 무시하고 억압해왔다고 본다.
아 이 구절은 진짜 할말이 많다. 28살 어리다면 어린 나이에 결혼을 했고, 결혼전에도, 한 후에도, 지금도 나는 철저하게 '아이 생각이 없다'고 이야기 하고 다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아직 어려서 그래ㅎㅎ "
"아직 신혼이라 그래 ㅎㅎ"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과연 내가 28이 아닌 38살에 결혼을 했어도, 48살에 결혼을 했어도 이런말을 했을까?
앞으로도 출산과 비출산을 결정할 여성들이 어떤 결정을 하던, 그가 지금까지 가져온 욕망과 태도가 충분히 존중되어야 한다.
우리에겐 출산을 선택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아이를 낳지 않는 여자는 '못됐고',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합의한 남자는 '착하다'고 평가되는 것은 '애도 안 낳아주는 여자랑 살아주는 남자는 참 관대하다'는 인식에서 나온다.
남자들이 아이라는 존재 자체를 갈망해서라기보다 자기 몸 하나 상하지 않고 자기 성까지 따르는 아이를 편하게 얻을 수 있으니 쉽게 아이를 바란다는 쪽에 가까울 것이다.
'아이를 안 낳을거면 왜 결혼을 했어요?
나는 이 질문이 제일 이상하다.
결혼을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본질적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고 싶다' 그 외적인게 이유가 된다는게 이상하다.
결혼생활을 '오래' 유지하는 것만이 결혼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자 행복의 의미는 아니다.
현재의 생활에 충분한 행복을 느끼고 있고,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은 이 행복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중 하나일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아이를 낳아서 얻었다고 하는 행복을 결혼으로 이미 얻었고, 한해가 지날 수록 더 행복한데,
글쎄, 애가 없다고 우리의 결혼생활이 갑자기 불행해지지는 않을것 같다.
엄마가 되지 않고도 무엇이 되고 싶다.
세상에는 엄마가 되지 않아야만 될 수 있는 무엇도 있다.
나는 내 근로소득으로 얻은 돈을 내가 쓰는게 너무 좋다.
만약 출산과 육아로 2년정도 일을 쉬게 된다면, 그 시간동안 일하면서 배우고 성장할 기회를 출산과 육아로 맞바꿀 가치가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직종을 떠나, 경력을 쌓고 유지하려는 여성에게 출산은 현실적으로 불리한 선택이다. 시간과 돈 중 하나는 반드시 포기할 수 밖에 없고, 건강을 비롯한 삶의 다양한 영역에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생긴다.
그러나 사회에서는 '네가 원하고, 결정해서 낳은 거잖아'라며 여성이 아이를 사랑하며 헌신적으로 돌볼수록 '새로운 행복을 얻었으니 감사하라'며 그의 삶에 생겨난 손실을 함께 복구하려 하지 않는다. 이 문제의 공동 책임자여야 할 남성은 책임을 간과하거나 회피하는 경우가 수도없이 많다.
여성의 인생 목표에 아이는 기본값이 아니다. 여성은 무엇이 되든 '무엇보다도 엄마'여야 완성되거나 더 가치가 높아지는 존재가 아니다.
나는 무엇이 되고싶은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내 인생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나는 여성들이 제발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성이 자기 커리어를 포기하고 육아를 선택하는 것이 깊은 고통이나 상실감 없이,
마음속의 부대낌 없이 그저 기껍고 행복하기만 할거라 여기는 사람들,
특히 가사 노동과 육아의 공통 책임자인 남편에게 화를 내면 좋겠다.
가르치는 아이들이 왜 아이가 없냐고 물어요. 자기들에게는 너무 이상한 일이고 한번도 본적 없는 가정의 형태인 거죠.
그래서 나는 더 확고하게 아이들에게 얘기해줘요.
그게 이상한 모습이 아니라는 의미로.
학부모님들과 가르치는 아이들이 '나의 아이'에 대해 물으면 결혼한지 얼마 안되서 생각중이다라던지,
결혼한지 얼마안됐다 라는 대답으로 회피하곤 했다.
그도 그럴것이, 멀리서 전설처럼 들려오던 일이 신혼여행 다녀온 뒤 나에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내가 가르치던 다수의 아이들 중 한 아이의 학부모님은 내가 결혼을 했으니 곧 아이를 낳을 것이란 생각을 하고
다른 '미혼' 여성 선생님에게 아이를 맡기기로 하셨다. 그 또한 그들의 선택일 수 있으나,
결혼을 하고나면 퇴사 압박을 주는, 기혼 무자녀 여성에게 한국사회의 현 주소 였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이 적은 자본으로 아이에게
충분히 안전한 삶의 토대를 마련해 줄 수 있을까.
나도 용기를 가지고 매일 사는게 쉽지 않은데, 자식에게 내가 물려줄 수 있는게 없는거예요.
꼭 재산이 아니더라도.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 여기고, 아이를 낳은 여성에게는 끊임없이 죄책감을 주입하며 불이익을 주는 사회에서 엄마가 되고 싶지 않은 여성이 늘어나는건 당연한 결과다.
여성이 인간으로 존중받지 못하고 약자가 평등한 권리를 누릴 수 없는 사회라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소멸해갈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저출산 대책이 뭐가 있을까.
다자녀 지원제도, 교복과 급식 무상제도 등등 뭐 이것저것 다양하게 있겠으나, 내 생각에는 정부에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 아이를 낳을 가임기 여성들은 80~90년 생으로 우리나라에서 잠시 낙태를 허용했던 시기에 엄마 뱃속에서 운좋게 살아남은 여성들이다. (ex 90년생 백말띠)
또,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화장실에 가서 운좋게 죽지 않은 여성들이다.
다른 여성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이 사회에 아이를 낳아주기 싫다.
여성 인권은 바닥을 치고 있고, 남성과 여성의 임금 차이는 매우 크며, 경력단절과 유리천장이 판치는 한국 사회에나는 아이를 낳아주기 싫다.
정부에서 저출산을 극복하려면, 낳은 사람들의 경제적 지원보다도 낳기 싫은 여성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대한민국 여성들의 인권 문제를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딩크족, 비혼? 결혼? 연애...모두 내가 고민하며 답을 구하려 이 책 저 책을 기웃거린 주제이다.한 마디로 표현하면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메마른 땅에 단비같은 책을 만났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나온 분들과 차 한잔 놔두고 하루종일 수다를 떨며 내 의문에 대한 해답을 얻고 싶은 기분이다.
결혼하면 아이는 당연히 가져야하는 것으로 아는 주변 사람들, 협의했다고는 하나 만약 배우자가 아이를 원하면 어쩌나 내가 괜한 욕심으로 배우자를 힘들게 하는 건 아닌지, 시부모의 압박은 어떻게 견뎌야 하는지 등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32가지의 중요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엮은 책이다. 세상에 나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다니, 알 수 없는 위로까지 얻은 기분이다.
p.67
아이라는 그 거대한 불확실성을 견딜 수가 없더라고요. 아이가 태어난 뒤에 재편될 제 인생에 대한 것 외에도 일단 그 애가 어떤 애일지 모른다는 게 저한테는 너무 미지의 공포예요. <케빈에 대하여>같은 영화를 보면 너무 무섭잖아요. 엄마한테 " 내 애가 정말 감당할 수 없는 애면 어떡하느냐"고 했더니 되게 낙관적으로 "너랑 박서방 애가 그럴 리 없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니 엄마,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그걸 복권 긁는 기분으로 하는 게 너무 무서워"라고 했죠.
복권 긁는 기분..내가 느끼고 있는 바를 아주 정확하게 표현한 문장이다. 애를 낳으면서 망가지는 내 몸은 부수적으로 친다고 해도 내가 낳은 아이가 학교폭력 가해자거나 성폭행 가해자가 된다면, 싸이코 패스라면, 이것도 아닌 그 무엇이라면 난 감당할 수 있을까 세상이 너무 흉흉해서 딸이라도 낳으면 하루종일 아이 걱정에 신경쇠약에 걸리지 않을까...하는 아득한 두려움이 있다. 내 아이에게 이유없이 화내거나 때리지 않고 잘 양육할 자신도 없으며, 내 성에 찰 때까지 아이를 닥달할 내 성격을 알기에 시작도 하지 말아야겠다는 고민도 든다.
아이를 낳기 전에 반드시 100% 아이를 낳지 않기로 확신해야하는가? 미리 배우자와 협의한다고 나중에 달라지는 것인가? 이 결정에 대해 후회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까지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엿볼 수 있어 내 사고의 폭이 한 층 더 확장된 느낌이다.
내가 아이를 원하지 않으니 배우자가 만약 아이를 원하면 이혼을 하거나 미리 헤어져야하나 하는 고민에 막힌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던 구절이 있었다.
배우자가 자신과 비슷하게 혹은 자신보다 더 적극적으로 무자녀를 원하는 참여자들은 "한 번도 그런 두려움을 가져본 적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호정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어떤 존재 때문에 내가 만나 사랑한 사람을 버리는 남자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두려움은 제 3자나 미디어를 통해 주입되기도 한다.
그렇다. 아직 태어나지도 어떤 존재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버리는 배우자란 없겠지...저것이 정답이겠거니 하고 지금은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
여성의 삶은 단순히 미혼자와 결혼한 유부녀로, 엄마로써가 아니라 온전히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존중받아야하는지 알려준 책이다. 내 몸, 내 출산, 내 선택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입방아를 찧어댈 사람들이 오조오억명이겠지만...그럼에도 내 결정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 엄마가 아닌 나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 결혼을 생각하거나 앞둔 사람들은 배우자와 함께 읽어보면 정말 좋은 책이다.
최지은 작가님의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결혼을 하면 당연히 출산을 해야 한다는 것이 사회의 주류 의견임에도, 결혼-출산이라는 연결고리를 정중히 사양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은 다양한 이유로 엄마는 되지 않기로 결심한 여자들의 이야기다. 직업도 나이도 결혼 기간도 제각각이며, 각자의 이유를 들어 엄마라는 신분을 거절했다.
가장 와닿았던 이유는, 남편이 아이를 낳는다면 아이 낳는걸 고려해봤을 것 같다는 말이었다. 미국 대법관에 여성 대법관이 몇 명이나 필요하냐는 질문에 10명 전원이라고 대답한 긴즈버그의 말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그러게. 만약에 남편이 아이를 낳는다면 나는 셋 정도는 낳아야 한다고 말했을 것이다. 남편은 나보다 체력도 좋고 튼튼하니까 셋 쯤은 거뜬하지 않을까.
이런 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다양한 목소리를 존중해줬으면 좋겠고, 합리적인 이유로 합리적인 선택을 한 그들을 존중해줬으면 좋겠고, 그래도 애 하나는 낳아야지 라고 말할거라면 그렇게 말하는 본인이나 하나 더 낳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