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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소설도 결국 인간과 세계에 관한 작가의 질문을 담은 게 아니겠느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흡입력도 있고 캐릭터, 인물간의 관계들, 작가가 던지는 질문들도 좋아서 재밌게 읽었다. 뿌렸던 떡밥들도 여러 인물을 나열하면서 끝내 다 봉합해서 멋지게 끝낸것도 좋았다.
"행복만이 유일하게 과거를 이길 수 있다." 는 문장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각자의 속도에 관해 이야기한다. 무엇이 우리를 더 빨리, 더더 효율적으로, 뭐라도 해야한다고 끌려가게 만들었을까? 시시각각 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도태되지 않을까 두렵고 불안하다. 그래서일까? 때때로 우린 남들과 선을 긋는다. 장애인, 비장애인, 동물권, 기계, 등등 집단으로 나누고 서로 분노하고 수치심을 느낀다. 그리고 내가 속한 집단안에서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낀다. 나역시 누구보다 빨리 달려야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힘을 꽉 준 채로 더 더 를 되뇌이며, 나를 채찍질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주인공들이 더 느리게를 외치는 레이스를 준비하는 과정이 좋았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시간 속에서 각자의 속도로 달린다.
각자의 주로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좋아하고 몰입하는 일을 할 때 인간의 눈빛이 빛났다."는 문장. 정말 내 주변만 보더라도 취향이 다양하다. 지금 가장 나를 가슴 뛰게 하는 게 무엇일까?
많은 인물 중에 '보경'이란 인물의 서사가 흥미로웠다. 이제 그녀는 일상의 행복에 충실하면서 느리지만 천천히 멈춰있던 자신의 시간을 움직여갈 것이다. 그리고 멈춘 다른 사람들도 보듬을 수 있을 것이다.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작가는 계속 말하는 것 같았다. 살아있어서 기회를 맞딱뜨릴 수 있고 그래서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고. 실수와 기회는 같은 단어라고.
제목인 "천개의 파랑"으로 끝이난다. 콜리의 시선으로 관찰한 인간들은 다채롭다. 천개의 단어로 다 담을 수 없어 더 아름다운 하늘처럼 사람들도 전부 다르고 독특하다. 그렇게 서로 다른 시간 속에서 사는 인간들은 서로 공격을 하기도 한다. 외롭고 불안하고 상처받기 싫어서. 그러나 때로 각자의 시간이 균열이 나기도 하고, 그 틈으로 기적이 이뤄지기도 한다.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과 따라 잡을 수 없는 것들에 불안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런 실낱같은 희망과 기적을 바란다. 그리고 나역시 하루의 일상을 나만의 행복으로 채우면서 나만의 속도로 주어진 내 레이스를 즐기고 싶다.
8월의 북클러버 도서로는 천선란 작가의 천 개의 파랑을 읽었다.
이 책은 21년도 국제도서전에서 추천을 받아서 구매했던 책이지만 계속 읽지를 못하다가 북클럽을 계기로 드디어 읽게 되었다.
줄거리를 읽었을 때에는 일반적으로 SF하면 떠오르는 그런 뻔한 내용일 거라고 예상했었지만 실제로 읽으면서 너무 잔잔하고 고요했다. 너무 동떨어진 미래가 아닌 곧 다가올 것 같은 현재와 별 괴리감이 없는 세계여서 오히려 더 많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미래에 기술이 발전했지만 가난으로 인해서 소외된 사람들, 사람들의 재미를 목적으로만 생산되는 기수들과 경주마들 지금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소설 속의 세계이기에 실제 미래는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소설의 내용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드는 게 너무 안타까운 현실이다.
소설이 전개되는 내내 등장하는 인물도 보다 더 인간다운 모습을 지녔다고 할 수 있는 콜리, 그런 콜리가 단지 기수 로봇으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쉽게 폐기 되어도 되는 것인가 라는 문제에 우리는 직면하게 된다. 이 주제로 북클럽에서 이야기를 나눴지만 역시나 쉽게 결정 내리지 못하는 문제 인 것 같다. 무분별한 폐기는 문제가 되지만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서 폐기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무분별하게 생산을 해내는 인간이 문제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SF 소설이지만 너무 SF 같지 않은 잔잔한 소설이라 과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평소 여러 외국도서 SF를 즐기는 편이라 이 책이 생소했다.
읽으며 한국의 정서가 담긴 SF라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
따뜻하면서 소박한 느낌이 내내 나를 감싼다.
사람의 마음, 동물의 마음, 그리고 로봇의 마음.
공존할 수 없는 세 개의 조합이 균형을 이루어 이야기를 풀어간다.
로봇의 마음...이라기엔 이상하지만, 생각을 하는 로봇이니 마음인가?
생각을 가진 로봇이라는 영화들이 여러개 떠올랐다.
마음이 따뜻해졌지만, 한편으로는 윤리적이고 철학적인 몽상을 많이 하게 했던 책이었다.
천선란 작가님의 <천 개의 파랑>은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한국과학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라 기대가 컸던 소설입니다. 일부러 작품의 줄거리나 다른 정보를 접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는데 그러길 잘했단 생각이 듭니다. 작품의 감동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어요.
이 소설은 주인공 콜리의 최후로 시작되어 그가 주마등처럼 회상하는 과거 이야기가 풀립니다. 투데이와 달리며 행복이란 무엇인지를 배운 일, 그리고 죽을 위기에 처한 투데이에게 마지막으로 행복을 되돌려주고자 하는 것이 이야기의 큰 주제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함께하게 된 연재, 은혜 보경 세 가족의 이야기 또한 눈물나고 감동적이었어요.
SF 장르이긴 하지만 SF만을 다루지 않아서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휴머노이드 기수, 에이스 말, 은혜와 연재, 그의 엄마 보경이 펼쳐내는 따뜻하지만 단호한 이야기다.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는 에이스 말 투데이와 함께 달리는 것을 좋아한다. 투데이는 주로를 힘차게 달리는 것을 좋아하고, 은혜는 관절이 닳아 안락사 위기에 처한 투데이를 아끼고, 낙마해 하반신이 고장났으면서 하늘을 구경하는 콜리를 이상하다 생각한 콜리를 연재는 데려오고, 그런 은혜와 연재를 엄마 보경이 보호하고 있다.
그들이 갖고 있는 감정의 기반은 모두 애정이라고 생각한다. 휴머노이드 콜리는 애정이라는 감정이 없지만 그가 알고 있고, 그를 통해 구축한 모든 행동을 인간은 애정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이에 로봇인 콜리도 애정을 갖고 있기에 그렇다고 칭했다.
먼저 동물을 정말 좋아하지만 천 개의 파랑을 통해 경마장 말들의 실체에 대해 알게 된 것이 반성됐다. 경마장의 말들은 태어날 때부터 좁은 마장에 갇혀 빨리, 더 빨리 배우는 것만 배운다. 그렇게 관절이 닳아 뛰지 못할 때까지 빨리 달리기만 하는 말들은 더 이상 달릴 수 없게 될 때 삶이 끝난다. 뛰지 못하는 말까지 관리해주지 않기 때문에 안락사 당하는 것이다. 어리고, 관절 외엔 모든 곳이 건강해도 그들의 삶의 목적을 인간이 빨리 달리는 것이라고 정했기 때문에 인간이 지정해준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말은 살아야 할 가치가 없는 말로 분류가 된다. 인간의 필요로 인해 태어나 쓰여지다 인간에게 불필요해지자 인간의 선택에 의해 삶이 끝난다.
그 뿐만 아니라 경마장 승부조작으로 인해 말들에게 학대가 이뤄지기도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악독하고 잔인한 행동이다. 물론 이 일이 소설 내에서의 일인지 현실에서도 이뤄지는 일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는 언제나 영화나 소설에서 묘사되는 것보다 더 잔인한 개체이기에 소설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을 것이다.
투데이는 다행히도 콜리와 은혜, 연재, 지수, 복희, 민주 등 모두의 도움으로 공론화가 되어 동물보호 단체에 의해 제주도의 마사로 옮겨져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이건 투데이만의 행운일 뿐이다. 투데이는 은혜가 특히 아꼈기에 삶의 기회가 주어졌지만 그렇지 않은 말들은 투데이의 원래 운명과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결국 살게 되는 말 또한 인간의 선택이 있어야만 삶을 이어갈 기회가 주어지는 것으로 느껴져 씁쓸했다.
이 글을 작성하며 찾아보니 아직 경마 경기가 많이 이어지고 있다. 경마장 데이트나 이색 놀거리, 가족나들이 등 베팅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많은 블로그 포스팅을 읽어보며 느껴진 쓴 맛은 그 누구도 말의 안녕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말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환경에서 지내는지, 경마를 못 하게 된 후의 말의 생은 어떤 방식으로 이어지는지 관심 없고 그저 즐기기 바쁘다.
동물을 이용하여 놀거리를 제공하는 그 모든 것이 너무 불편하다. 아쿠아리움, 동물원, 경마장, 생태체험관 같은 모든 곳들의 존재 이유는 그저 인간을 위해서다. 하루에 몇만, 몇십만 키로미터를 이동하는 돌고래를 잡아다가 사람이 걸어다니며 구경할 수 있는 만큼의 작은 수족관에 가둬놓고 그 곳에 아이들을 데려가고, 데이트를 하고, 볼거리, 놀거리를 제공한다. 우리는 단지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생명을 착취하고 있다.
언제나 수요가 있기에 공급이 존재한다. 나 한 사람이라도 궁금한 걸 참고, 가고 싶은 욕구만 참는다면 더 많은 동물이 각자가 살아야 할 환경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다.
롯데월드에 데려온 벨루가 3마리 중 2마리는 죽고 남은 1마리는 자폐 현상을 보인다고 한다. 이를 알면서도 그 곳에 갇힌 벨루가를 보며 즐거워하고 맘 편히 보낼 수 있는 사람이 아직 너무나도 많다.
SF소설이지만 투데이의 삶을 들여다보며 동물권에 대한 더 많은 것을 느꼈다.
휴머노이드 콜리가 가진 천 개의 파랑처럼 많은 동물들도 천 개, 만 개의 파랑 속에서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