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조예은 저
2권은 남한 공군 창설 프로그램(바우트원)을 지휘했던 미국인 헤스 소령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는 본시 전도사였는데 제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진주만을 공습하자 자원입대하였다. 모두가 만류하였으나, "신의 뜻을 전하고 폭력을 삼가는 것이 목사의 당연한 임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직접 싸우지도 않고 다른 이들에게 (싸움을)대신해 줄 것을 부탁할 수도 없지 않나 싶었죠..."라면서 참전한다. 그는 작전 중에 기체 결함 때문에 학교를 폭격한 일이 있어 양심이 부르짖는 외침에 괴로워했다. 그 사건 이후 때때로 화약냄새가 나는 것 같은 환각에 빠지곤 했다. 그래서 그의 가족이 사는 고향에서는 화약냄새가 나지 않도록 군인으로서 임무를 다 하는 것이 자기가 받은 소명이라고 생각했다. 군인으로서 책임감과 인간으로서 양심을 모두 지키기 위한 고뇌가 돋보였다. 또한 한국전쟁 종전 이후에는 고향으로 돌아가 전쟁고아를 돌보기 위한 기금을 마련하여 보내주었으며 많은 선행을 남긴다. 그는 자신이 몰던 비행기에 '신념의 조인(信念의 鳥人)'이라는 글을 새겨넣었다. 이는 "I fly gy faith"를 당시 한국군이 번역한 말이라고 한다. 헤스가 마음과 비행기에 새긴 신념이 무엇인지는 헤스만이 정확히 안다고 한다. 그런데 신념의 조인이라니... '믿음으로 나는 새'는 어떤지...^^
손자병법을 비롯한 고대 중국 병법서에서 가르치기를, 최고 전략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라고 했다. 공성전은 최후에 취하는 가장 낮은 전술이다. 그래서 모든 전쟁은 최악의 전략이다.
우리 공군 창설 당시엔 진흙창 활주로에서 비행기를 띄웠을 정도로 사정이 열악했다. 나는 전쟁을 비롯한 밀리터리류를 좋아하지 않지만 역경을 헤쳐나가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강인한 이야기는 심금을 울리게 했다.
1권에 이어 2권에는 '대한민국 공군 창설'에 지대한 공을 세운 '딘 E. 헤스 대령(한국전쟁 참전 당시에는 '소령')'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1권에서는 '최초의 대한민국 공군'인 '10대의 무스탕(F-51D)'와 '10명의 대원들'이 주인공이었다면, 2권에서는 이들의 '비행훈련'을 담당했고, 이후 수많은 전투에서 싸웠던 '헤스 소령'에 대한 일대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악천후를 뚫고 이륙에 성공하는 헤스 소령, '신념(믿음)'이 없으면 해낼 수 있는 일일까?> (출처: yes24)
책의 줄거리는 2차 출격에서 '이윤석 대령'이 표적고착(논란은 있지만 정황상으로 본다면)으로 전사하고 의기소침하고 분란의 조짐까지 보이는 '대한민국 공군 대원들'에게 공군참모총장이 비행기를 타고 날아옵니다. 빗속을 뚫고 말입니다. 낡은 프로펠러 비행기(AT-6 '건국기')로 악천후를 뚫고 날아온 까닭은 북한군의 대규모 기갑사단이 강원도쪽에서 남하한다는 정황이 포착되었기 때문입니다. 아직 연합군이 참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 연합군'은 육지쪽에서는 별다른 전과를 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밀리는 상황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비까지 퍼붓는 날씨로 인해 훈련이 더 필요한 '대한민국 공군'은 출격할 여력이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헤스 소령'이 직접 '무스탕'을 타고 출격하겠다고 합니다. 미군이 '한국 국적기'를 타고 출격한다는 것은 엄밀히 말해서 '위법'이며, 더구나 악천후를 뚫고 '완전무장'을 한 '야생마'를 진흙탕 활주로를 달려 이륙시킨다는 것 또한 '도박'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반대하고 만류하는 상황 속에서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헤스 소령' 덕분에 햇병아리와 같은 '대한민국 공군'이 나아갈 방향을 깨닫게 됩니다. 마침맞게 미군 본부에서도 상황이 극박하니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해보라는 명령이 떨어지고, 드디어 '헤스 소령'과 단짝 '제프 대위'는 이륙에 성공하고, 곧바로 북한군 기갑사단이 남하하는 길목으로 출격합니다.
목표물을 발견한 '헤스 소령'과 '제프 대위'는 공격을 준비하면서 '공중지원'을 요청하지만, 마침맞게 일본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미 공군 주력 부대'도 악천후 속에서 출격을 하지 못한다는 통보를 받습니다. 어쩔 수 없이 달랑 2대의 '무스탕'으로 기갑부대의 앞과 뒤의 선두와 선미를 타격하며 진격을 막아보지만, 어마어마한 수로 밀고 내려오고 '화망'을 갖춰가며 대공공격을 퍼붓는 북한군에게 쩔쩔매기만 했습니다. 그때 일본쪽의 날씨가 맑게 개어서 '제트 전투기'로 이루어진 '미 주력 공군'의 지원군이 도착해 맹공을 퍼붓습니다. 2대의 무스탕도 '무기 잔량'이 떨어져 보급을 받으러 귀환을 하였고, 나중에 4대를 더 보충해서 일본쪽에서 날아온 미 공군과 바톤터치를 합니다.
<무기보급을 마치고 다시 전장으로 돌아온 '헤스 소령'과 최초의 한미연합 편대> (출처: yes24)
하지만 일방적으로 밀리는 와중에도 '화망'을 구축해 대공공격을 퍼붓던 북한군도 점점 익숙해진 터라 '제트기'보다 느린 '프로펠러기'인 무스탕이 피격을 받고 귀환 도중 추락하고 맙니다...2권의 줄거리는 여기까지 입니다.
이 책이 이처럼 '전장의 디테일'만 추구했다면, 그저 평범한 '전쟁 만화책'이 되고 말았을 겁니다. 하지만 줄거리 속에서 '전쟁의 참혹함'과 더불어 '살육의 정당성', '이념갈등의 현실' 등등 전장터에서 직접적으로 생기는 고뇌를 적나라하게 그려내었기 때문에 저는 그만 눈물이 앞을 가리고 말았습니다. 어려운 상황속에서 '창설'된 공군을 보여 '애국심'을 들끓게 만들며, 전우의 죽음에 복수의 칼날을 갈고 끝내 열악한 상황을 극적으로 전환시키는 감동을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피비린내 나는 전장 속에서 '같은 동족'인데도 갈라져서 싸워야 하는 비극, '일제'를 몰아내자며 의기투합했던 친구끼리 '동족상잔의 현장'에서 마주치게 만든 비극, 그리고 '같은 편'인데도 이념이 다르고, 지역이 다르고, 출신이 다르고,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언어의 폭력'이 난무하는 현장을 보면서, 과연 우리는 '무엇' 때문에 싸우는가? 하고 다시 한 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군인이라면 '이런 것들'로 고민을 해서는 안 되는 걸까요?
'헤스 소령'은 이런 고민의 결과로 "By faith I fly"라는 문구를 마음속에 새기며 출격한다고 자서전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해석을 하면, "믿음으로, 나는 출격한다" 정도일텐데, 이를 '우리말'로 바꾸어서 자신이 타고 다니는 <18번째 무스탕>에 오롯이 새기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身念의 鳥人(신념의 조인)]이라는 문구입니다. 미군이 '우리말'로 된 문구를 자신이 타는 전투기에 새긴다는 것은 어지간한 애정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일 겁니다. 이런 애정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전쟁통에 '전쟁고아 1000명'을 제주도로 이송시키는 일을 비롯해서 '한국 공군'을 키우고 가꾸는데 몸과 마음을 아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공군 창설'에 기가 막힌 공을 세운 인물이었던 셈입니다. 그 덕분에 '신념의 조인'이라고 새겨진 무스탕이 지금의 전쟁박물관에 가면 전시되어 있다고 합니다. 저도 어릴 적에 봤던 비행기인데, 어린 마음에는 참으로 초라해보이기만 해서 그다지 눈 여겨 보지 않은 것이 떠오릅니다.
<전쟁기념관 앞에 전시된 '신념의조인' 무스탕...하지만 진짜는 아닌 듯하다> (출처: 전쟁기념관)
다음은 <바우트 원> 3권이군요.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요?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