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저/임영신 역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저/김경주 역
((생텍쥐페리, 어린왕자, 전성자 옮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정말 재밌게 읽었다.
읽다가 중간에 30분 정도 잠도 잤다.ㅋㅋ
chapter 2.
"이건 상자야. 네가 원하는 양은 이 안에 있어."
이 대목에서 감탄했다. 우리의 상상력은 얼마나 미약한가.
어린이의 상상력과 어른의 상상력을 대비시키곤 하는데.
나는 '아직 상상력이 풍부하다', '어린이의 시선을 여전히 꽤 갖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도 못했다.
chapter 3.
"그렇고 말고. 네가 착하게 굴면, 낮에 양을 매어놓을 수 있는 밧줄을 줄게. 말뚝도 주고."
어른의 시각과 어린이의 시각이 이토록 극명하게 차이가 날 줄이야.
빈 손으로 태어났어도, '가진 것, 지킬 것'이 점점 늘어나고. 어떻게든 움켜쥐려고 하는 모습을 되돌아보았다.
chapter 5.
"그건 규율의 문제야." 훗날 어린 왕자가 말했다.
"아침에 몸단장을 하고 나면 별도 정성 들여 몸단장을 해주어야 해. 장미와 아주 흡사하니까 구별할 수 있게 될 때 바로 그 바오밥나무를 뽑아주는 수고를 규칙적으로 해야 해. 바오밥나무가 아주 어렸을 때에는 장미와 매우 비슷하거든. 그건 귀찮지만 쉬운 일이야."
요즘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삶이다.
간결하고, 규칙적인 삶.
필요한 것들을 규칙으로 밀어넣고, 더 자유로워지며, 중요한 것들에만 마음을 쓰는 삶.
어린 왕자는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며,
객관적인 실체에 집착하지 않고, '자기가 구성한 세계' 속에서 행복함을 충분히 누리려 한다.
대학생 때 처음 접했던 '게슈탈트 이론'이 생각났다.
사람은 각자 자신이 구성한 세계를 살아간다고. 그 어떤 것도 절대적인 객관성을 띠지 않는다고.
고전을 읽으면서 매번 드는 생각이 있다.
'수만 가지 갈래로 뻗어나갔어도. 그 뿌리는 하나가 아닐까?'
chapter 7.
"가시는 무엇에 쓰는 거지?"
어린 왕자는 한번 질문을 하면 포기하는 적이 없었다.
우리는 생각보다 타인의 시선, 평가를 신경쓰며 살아간다.
홀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주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종종 나 자신의 생각이나 언행 등을 '평가'하는 반응을 마주하게 된다.
인생은 딱 한 번 뿐이다.
지금 이 순간도 딱 한 번 뿐이다.
어린 왕자는 질문하기도 포기하지 않고, 장미에 대한 생각?도 포기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원하는 그 무엇'에 해당하는, '본질'이 아닐까 싶었다.
너무 큰 스포일러가 될까봐, 리뷰를 마친다.
"법정 스님께서 '어린 왕자'를 좋아하는 사람을 반가워하셨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나도 '어린 왕자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싶어졌다.
다른 동화책들도 한 권씩 다시 읽어보고 싶다.
작년 내 생일에 스스로에게 선물처럼 선사한 책.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 역시 인생책으로 이 <어린왕자>를 꼽는다. 억지로 끼워맞추자면 내 생일과도 무관치 않은 책인데 1943년 내 생일에 이 책이 바로 뉴욕에서 영문판과 프랑스어판이 동시에 출간되었기 때문. 즉, 나는 어린왕자와 생일이 같은 셈이다. 물론 큰아버지 뻘이지만...
워낙에 좋아하는 책인데다 이런 우연 같은 행운도 있고 해서 해마다 생일에는 이 책을 셀프 선물로 하는 덕에 졸지에 거의 판본별로 모두 소장하고 있게 되었는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번역에도 관심이 갔고 개인적으로는 황현산 선생님의 번역본을 최고로 쳤는데 근래에 JS, 고종석 선생이 야심차게 번역 출간하였고 가장 완벽한 번역이라 자부하시길래 이건 도저히 생일까지 못 기다리겠어서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서점에 달려가서 구입했었다. 그런 JS쌤의 견해에 따르자면 현재 번역 출간된 <어린왕자>중 본인 것을 제외하면 읽어줄만 하다 여기는 건 황현산 쌤 것과 더불어 전성자 쌤과 김현 쌤 것이라길래 이 어찌 놓칠쏘냐 하여 생일에 맞춰 구입한 이 책이 바로 전성자 쌤 역본이다.
역자 후기에서 선생은 "손주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할머니처럼 정성을 다하고 싶었다"면서도 "완벽하게 겹쳐질 수 없는 숙명의 두 언어를 겹쳐놓는 데서 오는 한계에, 옮긴이 개인의 능력의 한계가 더해졌으니, 그 결과는 완벽과는 거리가 멀 게 분명하다"는 겸양의 말씀도 더하셨지만, 개인적으로는 매우 만족스러운 번역이었다. 아울러, 번역도 번역이지만 선생의 해제 덕에 이 작품을 또한 새삼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는데 "<어린왕자>의 가볍고 부드럽고 일견 유머러스한 톤에 교묘하게 스며있는 강요되지 않은 비애감은 화자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슬픈 풍경"이라 말하는 마지막 삽화로 수렴된다"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강요되지 않은 비애감' 참 멋드러진 평이라 생각되어 리뷰 제목으로도 옮겼다.
이제 김현 쌤의 역본 리뷰가 남았는데 그건 내일로 미루고 언젠가는 프랑스어 원어로 이 명작 중의 명작, 고전 중의 고전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