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저/임영신 역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저/김경주 역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는 어린이 필독도서이기도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난 뒤에 읽으면 더욱 진가를 발하는 책이다. 어린 시절에는 단순하게 지나쳤던 내용들이 시야가 넓어지고 경험이 많아지면서 다시 눈에 들어오게 되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어린 왕자>는 매번 읽을 때마다 새로 눈에 들어오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이번 독서로 기억에 남았던 부분을 기록하고자 한다.
어른들은 언제나 스스로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자꾸자꾸 설명을 해주어야 하니 맥 빠지는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어렸을 적 화자는 어른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어른이 된 지금, 그는 어린 왕자에게 그러한 어른으로 보일 때가 종종 있다. 시야가 넓어지고 알게 되는 개념이 많아질수록 생겨나는 폐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자신의 모순을 자각하고 있는 어른과 자각조차 하지 못하는 어른은 같은 상황에서도 극명한 차이가 난다는 것을.
“내 비밀은 이런 거야. 그것은 아주 단순하지. 오로지 마음으로 보아야만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
(중략)
어린 왕자가 잠이 들었으므로 나는 그를 안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가슴이 뭉클했다. 부서지기 쉬운 어떤 보물을 안고 가는 느낌이었다. 마치 이 지구에는 그보다 더 부서지기 쉬운 게 없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결국 어린아이들의 순수함과 동심을 지켜주는 것은 어린이의 과정을 모두 거쳐 성장해낸 어른의 몫인 것이다. 화자처럼 사랑이 많고 다정한 어른이 많아지면 아이들도 더 행복해하고, 결국 그 아이들이 성장하여 어른이 되면 다시 어린이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것이다. 단순한 진리이지만 여우의 말대로 마음으로 보아야만 잘 보이는 부분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저씨 별의 사람들은 한 정원 안에 장미를 오천 송이나 가꾸지만…” 어린 왕자가 말했다. “자기들이 찾는 걸 거기서 발견하지 못해…”
“그래. 발견하지 못한단다.” 내가 대답했다.
“그렇지만 그들이 찾는 것은 단 한 송이의 꽃이나 물 한 모금에서 발견될 수도 있어…”
(중략)
“그러나 눈은 보지를 못해. 마음으로 찾아야 해.”
진리는 늘 단순하고 가까운 곳에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진리인지 우리는 매번 의심하게 된다. 그건 여우의 말대로 우리가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눈으로 들어오는 자극은 우리에게 늘 의심을 심고 진리가 아닌 것을 진리처럼 보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타인의 진리와 나의 진리는 다를 수 있음을 이제는 알기 때문에, 어린 왕자의 말은 실천해야 하지만 더욱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가끔은 어린아이의 단순할 수 있음이 부럽기도 하다. <어린 왕자>는 가볍게 읽기 좋은 동화책이지만 늘 생각이 많아지기 때문에 신기한 작품이다.
((생텍쥐페리, 어린왕자, 전성자 옮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정말 재밌게 읽었다.
읽다가 중간에 30분 정도 잠도 잤다.ㅋㅋ
chapter 2.
"이건 상자야. 네가 원하는 양은 이 안에 있어."
이 대목에서 감탄했다. 우리의 상상력은 얼마나 미약한가.
어린이의 상상력과 어른의 상상력을 대비시키곤 하는데.
나는 '아직 상상력이 풍부하다', '어린이의 시선을 여전히 꽤 갖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도 못했다.
chapter 3.
"그렇고 말고. 네가 착하게 굴면, 낮에 양을 매어놓을 수 있는 밧줄을 줄게. 말뚝도 주고."
어른의 시각과 어린이의 시각이 이토록 극명하게 차이가 날 줄이야.
빈 손으로 태어났어도, '가진 것, 지킬 것'이 점점 늘어나고. 어떻게든 움켜쥐려고 하는 모습을 되돌아보았다.
chapter 5.
"그건 규율의 문제야." 훗날 어린 왕자가 말했다.
"아침에 몸단장을 하고 나면 별도 정성 들여 몸단장을 해주어야 해. 장미와 아주 흡사하니까 구별할 수 있게 될 때 바로 그 바오밥나무를 뽑아주는 수고를 규칙적으로 해야 해. 바오밥나무가 아주 어렸을 때에는 장미와 매우 비슷하거든. 그건 귀찮지만 쉬운 일이야."
요즘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삶이다.
간결하고, 규칙적인 삶.
필요한 것들을 규칙으로 밀어넣고, 더 자유로워지며, 중요한 것들에만 마음을 쓰는 삶.
어린 왕자는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며,
객관적인 실체에 집착하지 않고, '자기가 구성한 세계' 속에서 행복함을 충분히 누리려 한다.
대학생 때 처음 접했던 '게슈탈트 이론'이 생각났다.
사람은 각자 자신이 구성한 세계를 살아간다고. 그 어떤 것도 절대적인 객관성을 띠지 않는다고.
고전을 읽으면서 매번 드는 생각이 있다.
'수만 가지 갈래로 뻗어나갔어도. 그 뿌리는 하나가 아닐까?'
chapter 7.
"가시는 무엇에 쓰는 거지?"
어린 왕자는 한번 질문을 하면 포기하는 적이 없었다.
우리는 생각보다 타인의 시선, 평가를 신경쓰며 살아간다.
홀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주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종종 나 자신의 생각이나 언행 등을 '평가'하는 반응을 마주하게 된다.
인생은 딱 한 번 뿐이다.
지금 이 순간도 딱 한 번 뿐이다.
어린 왕자는 질문하기도 포기하지 않고, 장미에 대한 생각?도 포기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원하는 그 무엇'에 해당하는, '본질'이 아닐까 싶었다.
너무 큰 스포일러가 될까봐, 리뷰를 마친다.
"법정 스님께서 '어린 왕자'를 좋아하는 사람을 반가워하셨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나도 '어린 왕자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싶어졌다.
다른 동화책들도 한 권씩 다시 읽어보고 싶다.